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79
478화. 함께 걸을까요? (2)
월요일.
양춘각 사람들이 단합대회를 겸해 벚꽃놀이를 가기로 한 날이다.
강소는 일찍 일어나 운기조식을 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앞치마를 두르고 어제 끓여 놓았던 소고기 국물이 담긴 냄비를 렌지 위에 올렸다.
“미역이 잘 불었나?”
냉장고 안에서 미역을 가져와 조리대 위에 올려놓았다.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서였다.
오늘이, 유순태의 생일이었으니까.
유순태의 미역국을 끓여야 한다는 임소영의 말에 강소는 자신이 끓이겠다고 나섰다.
미역국 끓이는 건 자신 있었다.
고혜미 여사에게 배웠으니까.
강소는 소고기 국물이 담겨 있던 냄비에서 누렇게 굳은 소고기 기름을 걷어 냈다.
맛은 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으니까.
그래도 소고기 국물이다.
맛이 없을 리가 없었다.
기름을 다 걷어 낸 후, 불을 올렸다.
잘 불은 미역을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써는 동안, 국물은 팔팔 끓기 시작했다.
강소는 고기를 건져 내고,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그 안에 미역을 넣었다.
끓는 물에 닿자, 미역은 금방 익숙한 녹색이 되었다.
소고기를 썰어서 국에 넣으며 그는 전에 고혜미 여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는 예전에, 소고깃국이 제일 좋았어요.”
“저는 고기라면 다 좋습니다.”
“호호호, 저도 그래요. 하지만 다른 고기는 냄비 위에 떠 있어서 식구들 국을 먼저 푸면 제 몫의 고기가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소고기는 고기가 다 가라앉아서요.”
“아…….”
“지금은, 먹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강소는 빙그레 웃으며 생각했다.
‘냄비 안을 순환시켜서 고기가 골고루 섞이도록 해야겠군.’
미역국은 오래 끓여야 맛있었다.
그는 미역국이 보글보글 끓도록 두고, 생일상에 올릴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잡채, 샐러드, 부침개, 소갈비 등등…….
그의 손에서 빠른 속도로 음식이 완성되었다.
다다다다-!
취익! 취익!
그 모습은, 흡사 묘기나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요리왕의 재림이라 했을 터!
그렇게 모든 음식 준비를 마쳤을 때, 허만철이 눈을 비비며 내려왔다.
“늦잠 자서 죄송합…….”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준비대 위에 음식이 담긴 접시가 한가득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 이걸 형님이 다 하신 겁니까?”
“많이 부족하지만, 솜씨를 발휘해 봤습니다.”
“저를 깨우시지……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만철 씨가 도와줄 것이 왜 없습니까? 상 차림 좀 부탁드립니다.”
“상차림이라!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허만철은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놨다.
그 정도는 되어야 음식들을 다 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음식을 차리고 있을 때, 위에서 임소영이 내려왔다.
“어머나!”
그녀는 감탄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해야 하는데,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 순태 생일상은 제가 직접 차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허만철이 말했다.
“이제 밥이랑 국만 놓으면 됩니다.”
“그럼 얼른 내려오라고 할게요.”
곧 유순태가 내려왔고, 그는 생일상을 보며 감탄했다.
강소가 생일상을 차린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잘 차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유하영도 행복한 듯 미소 지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았고, 그 앞에 뜨끈한 미역국과 쌀밥이 놓였다.
밥을 먹기 전, 강소가 유순태에게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고맙다.”
아침을 먹은 후, 식구들은 각자 유순태에게 선물을 주었다.
임소영은 영양제를, 허만철은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했고, 유하영은 직접 쓴 카드와 함께 도마를 선물했다.
“저번에는 식도를 선물하더니, 이번에는 도마를 선물해 주는 거야?”
“네!”
유하영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강소 오빠가 도와줬어요.”
“그랬구나.”
사실 강소가 마련해 준 도마를 쓰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서철이 만든 식도의 성능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도마가 금방 망가졌고, 이번에는 더 단단한 나무로 도마를 만든 것.
물론 그의 솜씨는 아니었다.
인벤토리 속 호족 중 목공예 장인이 있었고, 그가 만들어 준 것이다.
“자, 이건 내 선물이다.”
강소는 유순태에게 목함 하나를 건네었다.
그는 목함을 열어 보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금색 빛을 띠는 동그란 단환을 보았다.
“어, 이건 뭐냐?”
“내가 만든 약이다. 혹시 크게 다치는 일이 있거나 할 때 쓰면 된다.”
“고맙다.”
사실 강소는 그 약이 쓰이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고, 유비무환이라고 했기에 그 단환을 선물해 준 것이다.
“그럼 이제 슬슬 꽃놀이 준비를 해 볼까?”
.
.
.
임소영이 유하영과 유채영의 나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유순태와 강소 그리고 허만철은 벚꽃놀이 준비를 했다.
오늘,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기에 이것저것 준비할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겹살에 미리 후추와 소금을 쳐 놓았다.
“마늘은 어떻게 하지?”
“마늘은 자를 필요 없어. 통으로 구울 거라서.”
“하긴, 직화구이인데 잘라서 구우면 타겠지?”
강소는 쇠꼬치에 마늘과 버섯, 파와 파인애플 등을 꽂았다.
옆에서는 허만철이 상추와 깻잎을 씻었고, 유순태는 특제 양념장을 만들었다.
유순태는 특제 양념장에 들깻가루를 넣으며 말했다.
“우리가 먹는 깻잎이 참깻잎일까? 들깻잎일까?”
그 물음에 허만철이 대답했다.
“참깨 아닙니까?”
“아니야.”
“어? 아닙니까?”
“생각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 만철 씨가 씻고 있는 그거, 들깻잎이야.”
“저는 참깻잎인 줄 알았습니다.”
“참기름은 참깨로 짠 기름이고, 들기름은 들깨로 짠 기름이라는 건 알지?”
“어…….”
허만철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참고로 참기름은 실온 보관이고, 들기름은 냉장고에 보관해야 해. 안 그러면 들기름은 상하거든.”
“그렇군요.”
유순태와 허만철이 대화하는 동안 강소는 빠른 손놀림으로 꼬치를 만들고, 김치를 썰기 시작했다.
고기에 이런저런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고 해도, 김치가 빠지면 어딘가 서운했으니까.
‘나도 한국인이 다 되었네.’
강소는 그리 생각하며 웃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제 슬슬 오는군.’
딸랑.
문이 열리고 김지은이 활기찬 표정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어서 와.”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
그녀의 말에 유순태가 말했다.
“여기 냉장고 안에서 음료수 좀 꺼내서 아이스박스에 담아 주겠어?”
“네!”
그때 유순태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전화를 받았다.
“아, 진혁 씨.”
– 잘 도착했고, 지금 돗자리 펴 놓고 있습니다.
“알았어. 금방 갈게.”
– 네.
유순태는 전화를 끊었고, 강소가 그에게 물었다.
“진혁 씨냐?”
“맞아. 지금 단합대회 장소에 도착해서 돗자리 펴 놨대.”
오늘 황진혁과 최예진, 그리고 오동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바로, 자리를 맡는 것이다.
즐거운 벚꽃놀이의 전제조건이 바로 좋은 자리였으니까.
그곳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아, 참! 이거 깜빡할 뻔했네요.”
김지은이 가방 안에서 포장지에 싸인 뭔가를 꺼냈다.
“이거 생신 선물이에요.”
“하하하. 고마워.”
포장지를 뜯어보니, 머리수건이 들어 있었다.
유순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땀 흡수가 잘 되는 거네. 마침 필요했는데.”
“사모님께 조언을 얻었어요.”
“하하하, 고마워.”
그렇게 준비를 마친 그들은 벚꽃놀이 장소로 향했다.
이런저런 짐들이 많았지만, 강소의 인벤토리 안에 넣고 이동하기로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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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강소가 인벤토리에 들어가자, 하랑이 그를 맞이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하랑은 고개를 갸웃했다.
강소의 앞에 아이스박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이것들을 보관하려고 왔습니다. 오늘 양춘각 단합대회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러시군요.”
“네. 벚꽃놀이를 합니다. 그런데…… 저희만 벚꽃놀이를 하면서 노는 게 좀 미안해서 말입니다.”
강소는 커다란 파란색 아이스박스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삼겹살입니다.”
“……!”
“오늘 구워 드십시오.”
“정말 저희 주시는 겁니까?”
“네.”
강소는 말을 이었다.
“슬슬 단백질 보충을 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감사합니다.”
호족들은 살생을 금지했지, 육식을 금지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고기를 꽤 좋아했다.
그렇기에 하랑은 삼겹살 선물에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여기 받으십시오.”
강소는 아이스박스를 내려놓았고,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법 무게가 느껴지는 소리였다.
“이거…….”
하랑은 긴장되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꽤 무거워 보입니다만?”
“호족 한 명당 두 근입니다.”
“……!”
그 말에 하랑의 눈이 커졌다.
하랑은 감격했다.
강소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너무 적으십니까?”
강소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전에 탕수육을 먹는 것을 보니, 한 호족이 고기 한 근은 거뜬히 먹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많은 탕수육을 먹고 밥까지 비벼 먹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래서 호족 한 명당 두 근으로 계산해서 사 온 것.
‘역시 너무 적었나?’
그의 물음에 하랑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강소 님. 평생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여기 콜라도 있습니다.”
강소가 연 다른 아이스박스에서 콜라를 본 하랑이 외쳤다.
“사랑합니다! 강소 님!”
하랑이 불러 온 호족들이 고기와 콜라 등을 옮기는 동안, 강소는 인벤토리 안에 벚꽃들을 만들었다.
곧 인벤토리 안에는 화려한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여기서도 벚꽃놀이를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 포션 캔디 만드는 건 오늘 쉬어도 됩니다. 제가 납품처에 사정을 말하니 며칠 여유가 있다고 합니다.”
“오오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그리고 초원의 꼬롱이와 뽀뽀, 그리고 아롱이와 다롱이도 잘 부탁드립니다.”
* * *
부웅-!
빨간 경차가 도로를 달렸다.
강소가 운전하는 차 안에는 유순태와 김지은 그리고 허만철이 타 있었다.
차는 작은 경차였고, 타고 가야 할 사람은 일곱 명이었기에 강소가 두 번 왕복하기로 했다.
유순태와 김지은과 허만철을 벚꽃놀이 장소에 내려 주고, 임소영과 유하영 그리고 유채영을 데리고 오기로 한 것.
벚꽃놀이 장소는 생각보다 가까웠고,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 사장님! 여기예요!”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던 황진혁이 일어나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들 뒤에는 최예진과 오동수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형! 누나!”
그들이 자리 잡은 곳은, 벚꽃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짐들을 꺼내 놓은 후, 유순태에게 말했다.
“그럼 나는 가서 사모님과 하영이랑 채영이를 픽업해 올게.”
“부탁한다.”
강소는 그 말에 피식 웃어 보이며, 다시 양춘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다시 벚꽃놀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벚꽃놀이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유모차를 꺼냈고, 임소영은 그 유모차에 유채영을 태웠다.
유모차에 누워서 벚꽃을 보는 유채영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강소는 그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유채영은 벚꽃을 처음 봤을 터였고, 그렇다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분명, 유채영의 반응은…….
‘반가움? 마치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봤을 때의 그런 반가움인데……?’
하지만 우선 두고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유채영이 유하영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채영아. 예쁘지? 나오길 잘했지?”
“까아! 까!”
“너도 기분이 좋구나? 나도 좋아.”
“아부부부!”
유하영의 물음에 격렬하게 반응할 정도로 말이다.
“험험.”
유순태가 앞에 서서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양춘각 단합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
“단합대회인 만큼 게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게임입니다. 바로 벚꽃을 잡아라 게임입니다.”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1분 안에 벚꽃 10장을 잡으면 상금을 드립니다.”
유순태는 품에서 봉투들을 꺼내어 흔들어 보였고, 그러자 다들 눈빛이 빛났다.
김지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돈은 돈이었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럼…… 시작!”
유순태가 시계를 보며 초를 재는 동안, 사람들은 벚꽃 아래에서 벚꽃을 잡기 시작했다.
황진혁과 최예진, 김지은, 오동수, 허만철까지 각성자였기 때문인지 벚꽃을 잡는 건 무척이나 쉬웠다.
그걸 보며 유순태가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아무래도…… 종목을 잘못 정한 것 같네.”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두 손에 있는 벚꽃 잎은…… 그냥 봐도 100장은 넘어 보였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7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