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06
505화. Good Music Project (1)
높은 빌딩.
그 위에 설치되어 있는 방갈로 아래에 검은 옷의 여인이 앉아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오늘도 검은색 베일로 가려져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스타.
고고하게 앉아 티타임을 즐기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옥상으로 올라오는 입구 쪽을 보았다.
저벅, 저벅.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잘생긴 그 얼굴에 아스타는 빙긋 웃으며 손을 들어 아는 척했다.
“반가워. 네르갈.”
그녀는 자리를 권했다.
“앉아. 차 한잔하자.”
“고맙지만 사양하지.”
“그래? 섭섭하네? 미혼약 같은 거 안 탔는데?”
그녀는 새초롬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취미가 바뀌었거든.”
네르갈은 시선을 돌려 그녀 앞에 있는 태블릿을 보았다.
유하영이 나온 방송의 다시 보기 서비스가 플레이되고 있었다.
물론 정지 버튼이 눌러져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아스타의 바뀐 취미가 뭔지 알 것 같았다. 바로 유하영 덕질이었다.
그건, 네르갈이 그녀를 찾아온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그녀의 물음에 네르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너에게 협조를 구할 게 있어서.”
“뭔데?”
“어제, 릴리스 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그 말에 찻잔으로 향하던 아스타의 손이 멈칫했다.
“뭐?”
순식간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물론 보이는 건 입뿐이었지만.
“그 변태 년이 너를 왜 찾아와?”
그녀의 입에서 고운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하영이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뭐?”
“들어 보니, 하영이의 꿈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모양이야. 그리고 그녀가 다른 인간과 다르다면서 뭔가 아는 것 있냐고 추궁하더군.”
“뭐? 누구의 꿈속에 들어갔다 나와? 이 × 같은! ××년! ×××…….”
아스타의 입에서, 릴리스를 향한 험한 말이 튀어나왔고, 그 욕설에 네르갈은 속이 시원해졌다.
릴리스가 방문했을 때, 그 역시 욕을 퍼부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참고만 있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미 강소에게 보고했다.
“그랬군요. 릴리스라…….”
“흐헉!”
“아, 미안합니다. 잠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네르갈은, 자신을 향한 것도 아니었지만 살기만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뻔했다.
그리고,
위리에게도 그 사실을 전해 주었다.
그가 유하영의 신변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스타에게 온 것이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뭘 협조하면 되지?”
“감시.”
네르갈이 말을 이었다.
“릴리스를 감시해 줘. 네가 가진 이블 웨폰의 힘이라면 너보다 서열이 높은 릴리스라 해도 감시하는 게 가능할 거라고 보는데?”
“킥.”
아스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걸 알아차리다니. 너 생각보다 능력이 좋구나?”
검은색 망사 천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눈이 붉게 빛났다.
“그녀는 내 사랑스러운 하영이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 * *
‘즐거운 녀석들’의 Good Music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컸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것도 그렇지만, 참여하는 가수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유하영과 노민아.
그리고 서로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던 3대 기획사의 연습생이 한 팀에서 뭉친 것이다.
시청자들은 왜 이런 조합을 짰을까 의아해했다.
연습생들끼리 서로 갈등하고 그 갈등 사이에서 유하영과 노민아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런 그림이 상상되었으니까.
하지만, 첫 방송이 나가고 난 후 시청자들의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계기가 된 건 첫 방송에서, 어느 파트를 맡느냐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인 일이었다.
좀 더 돋보이는 파트를 맡아야 한다는 회사의 지시도 있었기에 양보할 수 없었다.
그때, 유하영이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오빠들이 서로 다른 회사에서 온 거 모르는 사람 있어?”
“아, 아니.”
“어, 없지?”
“없겠지. 그건 왜?”
“그거 사람들이 모를까 봐 알려 주는 것 같아서.”
“어?”
그러니까 유하영은, 그들이 서로 기 싸움 벌이는 것에 대해서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빠들이 서로 다른 회사에서 왔지만, 지금 오빠들은 한 팀이잖아.”
유하영이 말을 이었다.
“전에 오빠가 그랬어. 사소한 것에 정신이 팔려서 큰 것을 보지 못하면 멍청이라고.”
“…….”
“지금 오빠들은 적이 아니라 동료야. 동료는 같은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거라고 했어.”
“그, 그렇지.”
“우리의 목표가 뭐야?”
그 말에 권호가 대답했다.
“프로젝트 그룹으로 노래를 해서,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이지.”
“우리가 활동을 망쳐서 조금밖에 기부할 수 없다면, 나는 무척 슬퍼질 거야.”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물었다.
“오빠들은 안 슬퍼?”
그 물음에, 여섯 남자는 순식간에 자신들이 대역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아, 아니!”
“우리도 슬퍼!”
그때 최성현이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하영이는 우리의 목소리를 다 알고 있지?”
“응.”
“그럼 하영이가 우리 파트를 정해 줄래?”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그게 좋겠네.”
“그러면 나도 불만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하영이 그들의 파트를 정해 주었다.
유하영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7살 어린아이가 정해 준 파트였지만, 시청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연습생들과 즐거운 녀석들의 고정 멤버들도 놀랐다.
너무나도 찰떡인 파트로 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걸 보며 메인 MC인 이수혁이 감탄하며 말했다.
“와! 이게 하영이가 하영이 한다는 거구나!”
덕분에, 새로운 유행어가 만들어졌다.
하영이 한다.
즉, 무언가를 엄청나게 잘한다는 의미였다.
.
.
.
방송국 대기실.
유하영은 초코빵을 먹으며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세계정복의 방송국 출연은 한 곳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쪼오오옥.
빨대로 우유를 마시는 소리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영아. 그렇게 맛있어?”
“응.”
유하영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세상에서 초코빵이 제일 좋아.”
“하하하.”
LMK의 연습생 리가 말했다.
“오빠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초코빵 많이 사 줄게.”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녀의 끄덕임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리가 돈을 많이 벌 거라는 확신 말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을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
그때,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즐거운 녀석들’의 메인 PD인 추익진이었다.
추익진의 등장에 모두 그에게 인사를 했다.
“편하게 있어요. 편하게. 나는 오늘 좋은 소식을 알려 드리기 위해 온 것뿐입니다.”
“좋은 소식이요?”
메인MC 이수혁의 물음에 추익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여러분의 콘서트가 결정되었습니다.”
“……콘서트요?”
“네.”
추익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 수익금으로 부상으로 은퇴한 짐꾼들을 돕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수많은 논의 끝에, 수익금의 사용처가 정해졌다.
부상으로 은퇴한 짐꾼들에 대한 복지에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
그나마 헌터들은 부상을 당한다고 해도 각성한 능력이 남아 있었기에 어느 정도 밥벌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속 길드에서도 복지에 신경을 썼고.
하지만 짐꾼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레이드의 필수 인력이었기에 항상 레이드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짐꾼들은 대부분이 E급 또는 F급 각성자 아니면 일반인이다.
그만큼 사망률이 높았고, 부상으로 은퇴하는 비율 역시 상당히 높았다.
유순태가 10년을 버틴 것을 두고 괜히 전설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높은 사망률과 부상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서 지원하는 건 없었다.
그 이유는 수익이 높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목숨값이었다.
수익이 높은 직업이라는 이유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
이것이 짐꾼이라는 이들에 대한 아이러니였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렇게 번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아니었다.
짐꾼 길드에 대한 법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짐꾼들은 레이드에 참여하기 위해서 유명 포터 길드가 아니면, 대부분 50퍼센트에 달하는 수수료를 길드에 상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었다.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했을 때의 위로금이나 보상금 따위도 없었다.
그러던 중 포터총회가 세워지고, 짐꾼들의 권익이 좋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했다.
그때,
즐거운 녀석들에서 Good Music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수익금을 짐꾼들의 복지에 사용한다는 소식에 포터총회에서 움직였다.
콘서트를 열어 주기로 한 것이다.
추익진의 설명에 멤버들이 되물었다.
“포터총회에서 그런 결정을 하셨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고보니 포터총회의 총회장님이 유하영 양의 외삼촌이었죠?”
어차피 지금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게 될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구설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 전에, 미리 선수를 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맞아요.”
유하영이 대답했다.
“우리 외삼촌이에요. 그런데 외삼촌 너무 바빠서 못 봐요.”
그리고 말을 이었다.
마치 추익진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는 듯이.
“엄마가요, 외삼촌은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다고 했어요. 힘든 짐꾼들이 힘들지 않게 해 주신대요.”
“맞습니다. 임송규 총회장님께서는 지금도 밤낮으로 애쓰고 계시죠.”
그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어떻습니까? 이 나라를 위해 희생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짐꾼들을 위한 콘서트. 도와주시겠습니까?”
그 물음에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 * *
포터총회.
임송규는 비서를 통해 좋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래? 수락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비서가 말을 이었다.
“저희가 제안한 콘서트를 진행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잘 되었군.”
나라를 위한 희생이라는 키워드에 떠오르는 대상은 헌터들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각성한 능력이 있었기에 이 세상이 안전했기 때문이다.
임송규는 그들의 공을 부정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희생이라는 키워드에 헌터들만 해당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수익이 높은 직업이라는 이유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짐꾼들이다.
언제부터인가, 짐꾼들에 대한 인식이 돈을 바라고 목숨을 내던지는 이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돈을 바라고 목숨을 내던지는 건 헌터들 역시 같았지만, 사람들은 헌터들의 그런 면에 대해서는 눈을 돌렸다.
‘헌터나 짐꾼이나 같은 사람인데 말이지.’
그는 오래전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짐꾼이 떠올렸다.
“형님…… 우리가 고생하면, 이 나라는 좀 더 좋아지겠지요?”
“아마도? 그런데 너는 왜 짐꾼이 된 거냐?”
“음…… 제가 각성자가 아니라서요.”
“실없기는.”
“진짜입니다. 저 마수들을 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 죽겠는데 저에게는 힘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짐꾼이 된 겁니다. 헌터들이 마수들을 죽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던 짐꾼은, 다음 날 마수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즉사였다.
그렇게 죽어 간 수많은 짐꾼들 중에는 물론 돈을 바라고 온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이유를 품고 게이트에 들어왔다.
그는 일어나 포터총회가 서 있는 땅을 바라보았다.
메모리 타운.
이곳에서도 수많은 짐꾼이 죽었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짐꾼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후우…….”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중압감에 그는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역시 넥타이가 익숙하지 않아.”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그렇겠지.”
오늘따라 조카들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여동생의 얼굴도 보고 싶었고, 유순태의 얼굴 역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강소, 그자도 보고 싶군.’
그는 비서에게 물었다.
“이후의 일정은?”
“오후 9시 이후로는 일정이 없습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임소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 *
그 시각.
강소는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호족 대장장이 치두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안녕하십니까?”
“아이쿠! 이게 누구십니까? 강소 님!”
“하하하.”
자신을 격하게 반기는 치두를 보며 강소는 웃었다. 익숙해지진 않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쩐 일이십니까?”
“필요한 게 있습니다.”
강소는 그에게 자신이 필요한 것에 대해 설명했고, 그 설명에 치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라면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만들어 놨습니다.”
그는 잠시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고, 강소는 방금까지 치두가 두들기던 것을 보았다.
‘저 금속은 엘리인가?’
길쭉한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때 치두가 나왔고, 손에 든 것을 강소에게 건네었다.
“혹시나 해서 만들어 놨던 건데, 필요하게 돼서 다행입니다.”
“이게 필요할 거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말에 치두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게, 그 몽마 녀석들의 약점이니까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5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