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07
506화. Good Music Project (2)
밤이었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며, 임송규가 들어왔다.
“오빠.”
임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어서 와! 이게 얼마 만이야?”
“한 반년 만인가?”
“더 된 것 같은데?”
“그런가? 하하하.”
임송규는 멋쩍게 웃었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유순태와 강소 그리고 허만철이 차례로 인사를 했다. 임송규가 허만철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자, 유순태가 그에 대해 설명했다.
“여긴 저희 주방 보조를 맡고 있는 허만철 씨입니다. 숙식하며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형님.”
“아, 그렇군.”
임송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합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임송규는 강소에게 자신도 모르게 말을 놓았었던 것이 큰 경험이 되었는지 요즘은 기본적으로 말을 높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강소가 임송규 외갓집의 어르신이었으니까.
“하영이는?”
임송규의 물음에 유순태가 대답했다.
“지금 자고 있습니다. 오늘 많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요즘 바쁘니까. 그럼 우리 채영이나 봐야겠다. 하하하.”
임송규는 임소영의 품에 안겨 있는 유채영에게 다가갔고, 임소영이 웃으며 말했다.
“안으려면 손 먼저 씻고 안아.”
“아! 그렇지!”
임송규는 얼른 손을 씻고 왔고, 유채영을 품에 안았다.
“외삼촌한테 와 보자.”
“오아! 오!”
“채영이가 외삼촌을 알아보는구나! 하하하.”
강소는 유채영을 보았다.
왠지 유채영은 임송규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있었다.
‘채영이가 임송규 총회장님을 몇 번 보지 못했을 텐데?’
아무튼, 유채영이 낯가림 없이 임송규에게 안긴 덕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형님.”
유순태의 물음에 임송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고 왔지.”
“그럼 가볍게 치킨에 맥주 한 잔 어떠십니까?”
“좋지. 오랜만에 한잔하자고.”
임소영은 유채영을 재워야 한다며 2층으로 올라갔고, 허만철도 3층으로 돌아갔다.
솔직히 그가 끼기에는 어색했으니까.
“치킨 왔습니다.”
강소가 치킨을 받아 왔고, 식탁 위에 잘 펴 놓았다.
그리고 유순태가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 놓았다.
“자, 한 잔 받으십시오.”
유순태와 강소 그리고 임송규는 둘러앉아 시원하게 맥주를 마셨다.
내일 임송규는 출근을 해야 했고, 유순태와 강소도 장사를 해야 때문에 가볍게 맥주를 마시기로 한 것이기도 했다.
임송규는 강소를 보았다.
“…….”
그냥 평소 하던 대로 대하라고 했지만, 차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걸 알아차렸는지 강소는 웃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하영이에게 들었습니다. 이번에 콘서트를 한다지요.”
“아, 마, 맞습…… 맞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편하게 대하십시오. 자꾸 그러시면 제가 불편합니다.”
“험험, 아, 알겠네.”
임송규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헌터들만큼이나 희생하는 자들이 짐꾼이야. 짐꾼 없는 레이드를 생각해 봐.”
그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유순태가 웃으며 대답했다.
“힘들겠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김해철 길드장님도 나에게 짐꾼을 하라고 권한 것이지.”
그는 목이 타는지 맥주를 마시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짐꾼은 돈만 보고 달려드는 이들로 여겨지고 있으니 속상한 거지.”
“그래서 이번 콘서트를 계획하신 겁니까?”
강소의 물음에 임송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이번에 즐거운 녀석들 프로그램에서 기획한 프로젝트의 수익금을 부상으로 은퇴한 짐꾼들의 복지에 사용한다고 하기에 거들었지.”
하지만 그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고, 이에 유순태가 물었다.
“좋은 것 같은데,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별건 아니고.”
그는 말을 이었다.
“세계정복 프로젝트팀을 중심으로 콘서트는 성사되었는데,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하더라고. 이 멤버들로 기껏해야 1시간 간신히 채울 것 같다고.”
솔직히 세계정복 팀원들 중 정식 가수는 유하영과 노민아 뿐이다.
나머지가 특별무대를 준비하고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레퍼토리가 있는 건 유하영과 노민아뿐인데 그녀들만 계속해서 노래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그녀들의 콘서트가 되어 버리니…….’
솔직히 강소는 그것도 괜찮았지만, 유하영과 노민아의 체력을 생각하면 안 될 일이다.
“그러니까 함께 출연할 가수들이 필요한 겁니까?”
“그러면 좋지.”
임송규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보나 마나 세계정복 팀에 묻혀 버릴 것이 뻔한데, 어느 가수가 나오겠어?”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세계정복의 이름에 묻어가는 것을 원하는 무명 가수가 아닌 이상, 그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건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때 강소에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임 총회장님.”
“……?”
“이번 프로젝트, Good Music 프로젝트인 것 아시죠?”
“알지.”
“Good Music이란, 좋은 일에 도움이 되는 노래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콘서트, 정말 Good Music들이 가득한 콘서트로 만들어 보죠.”
“……?”
임송규는 강소를 보았다.
“판은 제가 만들겠습니다. 그러니 임 총회장님께서는 그 판에 그림을 한 번 그려 보십시오.”
* * *
추익진 PD는 이번 6월 초에 진행될 콘서트를 구성하느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음…… 여기 이쯤에 다른 가수가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뭔가 의미 있는 그림이 되려면 그래도 인기 있는 가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세계정복 팀과 함께 무대에 서는 건 도 아니면 모였다.
그렇기에 지금 다른 가수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누구 하나가 치고 들어오면, 좀 물꼬가 트일 텐데 말이지.”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고 조연출이 뛰어 들어왔다.
“PD님! 빅뉴스입니다.”
“엉? 빅뉴스? 무슨 뉴스이기에 그렇게 호들갑이야?”
“저희 콘서트 있잖아요. 거기에 헤븐스 차일드가 참여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뭐? 헤븐스 차일드가?”
헤븐스 차일드는 현재 정상급 아이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룹이었다.
“그리고 바다 아이들과 페어리Q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대체, 왜?”
“좋은 뜻을 가진 콘서트를 하는데 빠질 수 없다고 RD엔터에서 그리 전해 왔습니다.”
RD엔터에서 스타트를 끊자, 다른 기획사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도깨비 장단에 이건호, 밀키웨이 걸즈 등등.
그 라인업이 무척이나 화려해졌다.
참여를 신청한 이들의 명단을 보던 추익진이 말했다.
“으음, 이거, 처음부터 새로 짜야겠는데?”
“네?”
“판을 더 키워야겠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연출이 물었다.
“어, 어디 가십니까.”
“국장님을 뵈어야겠어.”
.
.
.
그리고,
임송규는 비서에게 전해 들은 소식에 어벙해졌다.
“뭐? 콘서트가…… 5시간이라고?”
“그렇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가수들이 많아져서 방송국에서 아예 판을 키웠다고 합니다.”
“……?”
“실시간 모금도 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임송규는 뭔가 어찔어찔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판이 커져 있었다.
그는 전에 강소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판은 제가 만들겠습니다. 그러니 임 총회장님께서는 그 판에 그림을 한 번 그려 보십시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판을 키워도 그렇지…… 이건…….”
“네?”
“아,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야.”
* * *
양춘각의 사장 유순태와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따르르릉!
“네! 양춘각입니다.”
김지은은 주문 전화를 받았다.
“짜장면 세 개 배달이요!”
“네!”
황진혁이 주문을 받아, 주문서를 꽂아 놓았다. 그리고 그와 유순태는 서둘러 요리를 했다.
딸랑.
은색 헬멧을 쓴 강소가 철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다음 배달은 어디입니까?”
“블루 하우스예요.”
강소는 철가방에 음식과 단무지, 그리고 김치와 젓가락 등을 챙겨 넣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강소는 다시 배달을 나갔다.
탓-! 타앗-!
그의 신형이 호쾌하게 날았다.
블루 하우스로 가는 길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서는 이번 6월 초에 있을 콘서트를 광고하고 있었다.
[Good music] 프로젝트의 대장정의 종착지.전 국민과 함께 호국보훈의 날을 기리며…….
유하영이 출연하는 세계정복 팀을 비롯하여 수많은 가수들이 함께하는 콘서트이다.
강소는 그걸 보며 씩 웃었다.
그는 임송규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그래서 작은 도움을 주었다.
도움이라고 해 봤자, 고영민과 자신이 아는 몇몇 이들에게 전화한 것뿐이었다.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참 좋은 사람들이야.’
강소는 그리 생각하며 블루 하우스로 향했다.
“…….”
순간, 그는 뭔가 기운을 느꼈다.
그 기운은 틀림없는 어둠의 족속의 기운이었다.
‘요즘 들어 저 기척들이 계속해서 느껴진단 말이지?’
하지만 그는 그 기척을 모른 척했다.
지금은 배달 중이었고, 배달에 방해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것과 별개로 의문이 들었다.
그건 요즘 느껴지는 기운 중 하나가 전에 유하영을 케어해 주는 삼인방에게서 느껴지던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그 기운이 요즘은 계속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목표를 나로 바꾼 건가?’
그렇다면, 그건 환영할 만했다.
.
.
.
릴리스는 저 멀리 배달을 가는 강소를 바라보았다.
은색 헬멧을 쓰고, 철가방을 든 강소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녀가 강소를 본 건 며칠 전이다.
그때 그녀는 강소의 얼굴에 깜짝 놀랐다. 인간 중에서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이었으니까.
곧 그녀는 그에 대한 갈망을 느꼈고 그때부터 계속해서 강소의 주변을 맴돌았다.
릴리스는 그의 꿈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껏 그 욕망과 정기를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자신의 본능이 계속해서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강소의 꿈속으로 들어가면, 죽을 수도 있다고.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소의 꿈에 들어가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 곧 한계였다.
전에 유하영의 꿈에 들어갔다가 손상을 입은 것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그동안 몇몇 남자들의 꿈에 들어가 그들의 정기를 빨아먹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복구되지 않았다.
“하아, 먹고 싶어. 먹고 싶어. 먹고 싶어.”
그녀는 혀를 쑥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마침 오늘 밤은 만월이었다.
그리고 만월이 뜨는 날은 몽마의 기운이 가장 강해지는 날이다.
그 말은 남자의 정기에 대한 갈증 역시 심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
.
.
밤이었다.
릴리스는 양춘각 3층으로 왔다.
몽마들의 특징은 벽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스윽,
릴리스는 벽을 통과하였고, 강소의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강소가 보였고, 릴리스는 그에게 다가갔다.
‘어쩜! 너무 멋있어. 맛있겠다!’
릴리스의 분홍색 눈동자가 빛났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소의 이마를 톡 쳤다.
그와 동시에, 릴리스는 강소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강소의 꿈속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양춘각 안에서 그는 따스한 눈으로 유순태 가족과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양춘각의 창밖으로는 그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릴리스는 피식 웃었다.
아무리 평온한 꿈이라 해도, 그 밑바닥에는 욕망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 남자 역시 마찬가지겠지. 후후.’
릴리스는 바닥에 손을 대었고, 꿈의 저 밑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뜻밖의 장면을 마주하고 말았다.
“으아악!”
“까아악!”
챙-! 채챙-! 까가강-!
그건, 끔찍한 살육의 모습이었다.
어둠의 족속으로 살면서 수많은 살육을 했고 또 보아 왔지만 이렇게 끔찍한 건 처음이었다.
“이, 이게 뭐야! 이건 대체…….”
그녀는 그 살육의 가운데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의 긴 흑색 머리카락과 흑색의 옷은 피에 젖어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검을 들고 있었다.
검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피로 물든 천으로 손과 검을 동여맸고, 그 손이 움직일 때마다 누군가 죽어 갔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 광기라고는 없었다. 그저 차갑기만 할 뿐.
그 눈동자가 릴리스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온몸이 떨려 왔다.
저벅, 저벅, 저벅.
그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오,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릴리스는 정말, 정말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죽음의 공포에 덜덜 떨었다.
그가 검을 휘두르면, 자신은 그 검에 목이 베일 것 같았다.
꿈속의 존재가 자신에게 해를 입힐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느끼는 건 달랐다.
“이건, 정말 오랜만이군. 여기서 이 풍경을 보게 될 줄이야.”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릴리스는 뒤를 돌아보았고, 깜짝 놀랐다.
그자는 바로 강소였으니까.
“여, 여기는 어떻게?”
“그건 비밀이다. 중요한 건 너를 어찌해야 할까 하는 것인데…….”
강소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와 그 주변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씁쓸하게 웃으며 릴리스에게 말했다.
“안타깝네.”
“……?”
“이 모습을 본 이상, 널 살려 둘 수가 없거든.”
무림에서 온 배달부 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