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15
514화. A급 짐꾼 (3)
진선아의 표정이 달라지자, 허만철이 물었다.
“왜 그런 표정이십니까?”
“거기…… 저희 아빠가 마지막으로 들어가셨던 게이트예요.”
“성함이 진선아 씨라고 하셨죠? 그럼 설마 진덕민 씨가?”
“제 아빠예요.”
그녀의 대답에 허만철이 되물었다.
“그럼 진선아 씨가 그 아저씨의 엄청 예쁜 따님이시군요.”
“……아빠도 참.”
그 말에 진선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모닥불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빠가 저에 대해서 말씀하셨나 봐요.”
“그럼요. 그분을 업고 이동할 때 계속 말씀하셨는걸요. ‘내 딸이 엄청 예쁘다.’ ‘그런 딸은 없을 거다.’ ‘내가 딸 때문에 산다.’ 등등이요.”
하지만 허만철은 그때 들었던 또 다른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헌터님께 제 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헌터님이라면 제 딸을 소개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말 말이다.
침묵이 흘렀다.
타닥, 타다닥.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담은 채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선아는 허만철을 보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렸다.
“선아야. 아버지는 그 헌터 덕분에 목숨을 구해서 이렇게 너와 네 엄마를 볼 수 있게 된 거야. 불평 하나 없이 나를 업고 이동했거든. 서포트해야 하는 내가 서포트를 받다니! 이대로는 부끄럽구나. 부탁한다. 선아야. 나는 네가 짐꾼이 되어 그 헌터에게 내가 받은 은혜를 보답해 주었으면 한단다.”
진선아는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 준 헌터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운명이란 것이 있는지 그녀는 그 헌터를 찾았다. 그것도 불운한 사고로 들어가게 된 이 게이트 안에서 말이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 아뇨.”
진선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열심히 서포트 해 드릴게요.”
그 말에 허만철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진선아는 자신의 손을 들어 물끄러미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중력의 마법.
그 능력을 여기서 이렇게, 부상자들을 이송할 때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양춘각 배달부 덕분이야.’
그녀는 강소가 했던 말을 흘려듣지 않았고, 그날 밤, 중력의 마법으로 사람을 옮기는 것을 연습했다.
이불과 베개로 만든 더미였지만, 나름 유용한 연습이 되었다.
덕분에 오늘, 부상자들을 큰 실수 없이 옮길 수 있었다.
그때였다.
우웅-!
허만철의 손에 갑자기 은색의 봉이 나타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마수입니다.”
“네?”
“이곳으로 개체 하나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실 허만철이 현역으로 활동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빨리 마수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홀리 웨폰이 깨어나고, 몸이 재구성된 후에는 마수의 접근이 무척이나 잘 느껴졌다.
“아…….”
허만철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왜 그러세요?”
“그게…….”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마수들이 도망가네요.”
“네?”
“그럼 대피하지 않아도 되나?”
“잠시만요.”
허만철은 혹시나 싶어 자신의 홀리 웨폰을 다시 팔찌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 순간, 다시 마수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럼…….’
팔찌 형태로 돌아갔던 홀리 웨폰을 다시 무기 형태로 바꾸자, 거짓말처럼 마수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
그 순간, 허만철은 전에 김명희가 말해 주었던 홀리 웨폰에 대한 설명을 떠올렸다.
“홀리 웨폰은 마수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김명희가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에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말했다.
“대피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수가 우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후우-!”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에요.”
다른 이들과 진선아의 말에 허만철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린 제루엘의 봉을 바라보았다.
‘와우! 이거 장난 아닌데?’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제루엘의 봉이 은색의 빛을 뿌렸다.
“와!”
“아름다운 빛무리네요.”
그걸 본 진선아와 다른 이들이 감탄했다.
그들이 그곳에 머무르며 버티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모닥불이 보이는데요.”
“설마 생존해 있는 건가?”
그 목소리에 허만철이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여깁니다! 여기 있습니다!”
“저희 여기 있어요!”
그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레이드 팀으로 보이는 이들이 서둘러 달려왔다.
“저희는 적룡 길드의 제타 팀입니다. 그리고 저는 팀장 복명한입니다.”
적룡 길드라는 말을 들은 생존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살았네!”
“드디어 살았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척 기뻐하는 그들을 향해 진선아가 말했다.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아직 저희가 안전한 건 아닙니다. 레이드는 이제 막 시작이니까요.”
그 말에 생존자들은 제타 팀의 팀장을 보았고, 팀장 복명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분의 말씀대로입니다.”
“아…….”
“그럼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 주십시오.”
“네.”
그 말에 진선아는 즉시 움직였다. 가방으로 쓸 수 있는 것을 구해서 함께 빨려 들어온 통조림과 조미료 등등의 식재료를 깡그리 챙겼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짐꾼으로 보이는 이들이 진선아를 돕기 위해 다가왔다.
“저희는 램프 포터 길드에서 왔습니다.”
“아! 선배님들이시군요.”
진선아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포터 교육원 1년 차 과정 교육생 진선아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네?”
짐꾼이 대답했다.
“제 이름은 백동호입니다. 형님께서 신신당부하셨습니다. 반드시 살려서 데리고 나오라고 말입니다.”
“네?”
진선아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백동호는 더 이상 설명해 주지 않았다.
살아서 나가면 알게 될 거라고 말이다.
제타 팀은 허만철이 전직 헌터이고 진선아가 A급이라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 말은, 전력이 늘어난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진선아는 짐꾼 역할을 했는데, 이는 제타 팀원들도 동의했다.
“저는 갓 각성했어요. 능력 쓰는 방법도 잘 몰라요.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될 거 같아요.”
그 말은 타당했기 때문이다.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 * *
우우웅-!
게이트 입구가 흔들렸다.
그걸 본 기자들이 얼른 촬영할 준비를 했다.
그들은 이미 게이트 안에 들어간 통신 담당 헌터와의 통신을 통하여 게이트에 빨려 들어간 이들의 생존 소식을 들었다.
사실 그건 각성자 협회에서 일부러 퍼트린 것이기도 했다.
게이트에 들어가도 반드시 죽는 건 아니라는 희망을 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번은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그건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오직 빛만 바라보는 것.
희망이라는 것이 원래 그러했으니까.
“어어! 나온다!”
“와아아아!”
게이트 밖으로 레이드 팀과 생존자들이 나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졌다.
“안의 게이트는 어떤 지형이었습니까?”
“안에서 어떻게 생존하실 수 있던 겁니까?”
“지금 누가 가장 보고 싶으십니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어느새 달려온 각성자 협회 직원들이 기자들을 막았고 레이드를 마친 이들은 픽업을 온 버스로 향했다.
그때, 제타 팀장 복명한이 고개를 돌려 기자들을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저희 제타 팀은 그저 레이드를 했을 뿐입니다. 생존자들이 살아 있을 수 있던 것은 저희가 도착할 때까지 대처를 잘해 준 허만철 씨와 그리고 짐꾼 교육생 진선아 씨 덕분입니다. 나머지는 길드와 협회를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 *
강소는 눈물의 상봉을 지켜보았다.
“만철 씨!”
“사, 사장님!”
“어어엉! 만철 씨!”
유순태는 돌아온 허만철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허만철이 오히려 더 당황했다.
하지만 그 역시 눈물을 보였다.
“사장님…… 돌아왔습니다.”
“잘 돌아왔어. 무사해서 정말, 정말 다행이야.”
그 모습에 강소는 코를 슥 문질렀다. 코가 시큰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강소가 본격적으로 나섰다면, 그들은 빠르게 게이트에서 나올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강소는 그러지 않았다.
그건 허만철과 진선아에게 있어 두 번 다시 없을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휩쓸린 여덟 명의 민간인은 무슨 죄냐고 하겠지만 그들이 다칠 염려는 없었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소가 몰래 경호원을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드르르.
진동이 느껴졌고, 강소는 핸드폰을 들었다.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강소 님. 맡기신 일 무사히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바로 존 밀러였다.
미국에 있던 그는 이번 한미중 헌터 특별 훈련을 위해 헌터들이 올 때 같이 왔다.
한국의 기업 총수들과의 친목을 위해서였다.
전에는 어둠의 족속이었지만 강소의 도움으로 낙인을 지운 존 밀러는 이제 그 어떤 존재도 아니었다.
그 말은 어비스의 왕도 그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뜻이며, 마수에 대항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닐 만큼 약하지도 않으니 이번 일에 제격이었다.
아무튼, 덕분에 강소가 마음 편히 배달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때 TV에서 뉴스 특보를 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도 중앙동에서의 게이트에서 나온 민간인들이 말하길 허만철 씨와 진선아 씨 덕분에…… 특히 진선아 씨는 포터 교육원의 교육생으로…….]허만철이 눈물을 닦으며 뉴스를 보았다.
왠지 진선아의 의연하면서도 굳센 눈빛이 떠올랐다. 그 눈빛은 전에 게이트에서 봤던 짐꾼 진덕민의 눈빛과 닮아 있었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건가?’
* * *
“들어가서 좀 쉬렴.”
“네. 엄마.”
털썩.
집에 돌아온 진선아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각성자 협회로 향한 그녀는 그곳에서 씻고 치료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뿐이었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히 설명한 후 귀가할 수 있었다.
듣기로 피해 보상금이 지급된다고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아빠…….’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짐꾼으로 레이드를 다녀오신 아버지가 게이트에서 나오면, 이렇게 지친 모습으로 삼 일 내내 주무셨다.
당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게이트라는 건 참 힘든 곳이었다.
이번 일은 그녀에게 있어 무척이나 큰 경험이었다.
침대에 엎드려 있던 그녀는 몸을 바로 하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유언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고, 허만철을 우연히 만나 열심히 서포트를 했다.
하지만 허만철은 헌터를 은퇴해서, 지금은 양춘각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포터 교육원을 수료한 후에, 그녀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깊은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렸다.
그녀는 너덜너덜해진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게이트에 들어갔다 나왔음에도 다행히 핸드폰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아!”
방금 도착한 메시지는, 허만철의 메시지였다.
[제 인생 최고의 서포트였습니다. 앞으로 어디에서 그 누구를 서포트하든 응원하겠습니다.]그녀는 충동적으로 답장을 보냈다.
[제가 좋은 짐꾼이 될 수 있을까요?]정말 하고 싶은 말은 ‘목표를 잃은 제가 좋은 짐꾼이 될 수 있을까요?’ 였지만.
곧 답장이 왔다.
[물론입니다. 그건 선아 씨 덕분에 생명을 구한 수많은 이들과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
도착한 메시지들은 게이트 안에서 만난 생존자들에게서 도착한 메시지였다.
귀가하기 전에 연락처를 주고받았었는데,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국밥집 사장님이라는 분도,
[선아 씨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 어쩜 그리도 솜씨가 야무진지. 꼭 보답하고 싶네.]마트 사장님도,
[정말 감사합니다. 허만철 씨에게도 감사하지만 저는 선아 씨 덕분에 저희가 레이드 도중에도 무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평범한 직장인도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저희 어머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을 살려 줘서 정말 고마워요.]생존자들 가족의 메시지까지 계속해서 도착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목표가 다시 생겼다.
최고의 짐꾼.
이제 그건 아버지의 유언이 아닌, 그녀가 직접 세운 목표가 되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