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19
518화. 기억 (3)
유하영의 인터넷 방송을 통한 콘서트에 대한 광고가 전국에 송출되며, 말라흐 역시 그걸 알게 되었다.
“음…….”
기타를 안고 생각에 잠겼던 말라흐의 손이 움직였다.
따라라.
그의 손이 유려하게 움직이며,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죽고, 그녀를 생각하며 지은 노래이다.
그녀에게 닿을 수 없던 그 노래가 지금 그의 손으로 연주되고 있었다.
눈을 뜬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는 전화기를 보며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과연 이 노래를 그녀의 사명을 이은 아이에게 부르게 해도 되는 것인지.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말라흐는 결국,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에 유하영과 함께 RD엔터에 왔을 때 보고, 벚꽃놀이를 할 때 봤던 남자.
강소라는 이름을 가진 그를 이번 Good Music Project 때도 봤었다.
그는 놀랍게도 자신과 어둠의 족속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날, 콘서트가 끝나고 말라흐는 강소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신호음이 갔고,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 말라흐라고 합니다.”
– 오랜만입니다.
“네, 오랜만입니다. 저…… 말씀드릴 게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 * *
강소는 전화를 끊었다.
말라흐의 용건은 자신이 작곡한 노래가 있는데, 그걸 이번 ‘기억’ 콘서트에서 유하영이 불러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선 고영민과 유하영에게 전달은 하겠다고 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에 천해진에게 말라흐에게 물었을 때, 천해진은 말했다.
말라흐만큼이나 인간에게 우호적인 존재가 없으며, 그는 왕의 유일한 대적자였다고.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든 광휘의 족속의 손에서 홀리 웨폰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 홀리 웨폰은 지금 각성자들의 손에 들려 있지.’
그리고,
전해진은 말라흐에 대해 다른 한 가지를 더 알려 주었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먼 옛날에 말라흐가 잠시 자신의 처소에서 두문불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 소녀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거죠.”
“소녀라면……?”
“저도 잘 모릅니다만, 소문에 의하면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 어둠의 족속은 일부러 그녀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죠?”
“그녀가 가진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감추어진 것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
“저희 어둠의 족속은 감춘 것이 많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녀의 능력은 저희에게 두려움이지요. 하지만 그녀를 보는 순간 그녀를 사랑하게 되니…….”
“무슨 말인지 알겠군요.”
강소는 천해진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아무리 피해도 운명이라는 것은 있나 봅니다. 어둠의 족속인 당신은 이미 초코빵이 되었으니.’
아무튼, 그런 과거를 가진 말라흐였고, 전에 꽃의 정령들의 여왕 플로나에게 듣기로 유하영과 같은 존재는 계속해서 태어난다고 했다.
윤회 같은 건 아니었다.
매번 새로운 영혼이 그 사명을 타고 태어나는 것이었으니까.
그는 피식 웃었다.
걱정할 건 없었다. 말라흐 역시 초코빵이었으니까.
* * *
강소는 말라흐의 제안을 고영민과 유하영에게 전했고, 그들 모두 좋아했다.
그 세계정복이 부른 노래를 작곡한 말라흐이다.
그가 작곡한 노래를 유하영이 부른다는 건, 다른 화제가 된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그날 오후,
유하영은 3인방과 함께 RD엔터로 향했다.
말라흐가 직접 그곳으로 오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말라흐는 약속 장소인 보컬 연습실로 들어왔고, 기다리고 있던 유하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
“안녕하세요.”
고영민과 3인방도 말라흐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럼 시간이 없으니, 노래를 먼저 들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네.”
곧, 말라흐는 기타를 들었고 반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으으으음.”
처음은 가벼운 허밍으로 시작했다.
“…….”
곧, 그곳의 모든 이들이 말라흐의 노래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그의 음색은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 멜로디와 가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감싸 주는 듯했다.
뚝,
그때 그 노래를 듣던 유하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감정의 이름은 그리움.
아직 유하영은 알지 못하는 감정이었지만 다른 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에 그녀는 가슴이 아팠다.
“어머! 하영 양.”
백은하는 유하영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노래를 들으니까, 눈물이 나왔어요.”
“그랬군요.”
“본의 아니게 하영이를 울렸네. 미안해.”
말라흐의 사과에 유하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노래는 정말 좋아요. 이 노래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
고영민도, 다른 이들도 모두 그 노래를 마음에 들어 했으니, 이제 실무적인 것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시일이 촉박해서 음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오늘이 수요일이다.
콘서트는 금요일 오후였으니까, 이틀도 남지 않았다.
차현태의 말에 고영민이 말했다.
“아, 음원이라면 그냥 기타 반주로 부르면 될 것 같은데? 말라흐 씨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서. 어떠십니까?”
“그게 좋겠군요.”
“저도 좋아요.”
모두가 동의하자, 고영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보였다.
“다만, 연습 시간이 부족해서…….”
보통 가수들이 한 노래만 가지고도 엄청나게 연습을 했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무대에 서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에 무의식적으로 춤추고 노래하게 되니까.
그래서 몸에 완전히 익도록 연습하는 것.
그러니 연습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게 당연했다.
유하영이 말했다.
“괜찮아요. 이 노래 잘 부를 수 있어요.”
유하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 노래, 꼭 부를 거예요.”
“그럼 바로 연습 시작할까?”
“네!”
* * *
밤이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밤은, 빛을 싫어하는 이들이 움직이기 좋은 시간이다.
그들 중에는 블랙맨들도 있었다.
밝은 것이 싫어 옷도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이들.
강원도 산속에 지어진 집 안에 한 무리의 블랙맨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흑월.
블랙맨들 중에서도 능력 있는 이들로 이루어진, 제법 높은 급의 이들이다.
“이번 작전은,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이란 거 모두 잘 알고 있지.”
“그럼요!”
블랙맨들은 기본적으로 점조직이었다.
그래서 한 곳을 소탕하면, 다른 한 곳이 말썽을 부리는 것이다.
하지만, 점조직이라 하여도 ‘상부’, 또는 ‘윗선’ 등으로 불리는 곳이 염연히 존재했다.
은탑에서는 그곳을 ‘본체’라고 불렀는데, 그곳이 존재함을 알면서도 섣불리 그곳을 칠 수가 없었다.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곳을 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연대해야 할 정도.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각 나라들은 블랙맨들이 말썽 부리는 것을 미리 막거나 수습하는 것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흑월의 보스가 품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상부에서, 하사한 것이다.”
그리고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콩알보다 작은 은색의 구슬이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오오! 이것이!”
“그래, 이번에 개발했다는 새로운 소형 폭탄이다.”
“잠시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조심해라. 그게 크기는 작아도 터지면 축구장 반 개 정도는 날아가 버리니까.”
“이크!”
그 말에 다른 블랙맨들이 얼른 뒤로 물러났다.
“그거 만드는 데 마정석이 꽤 많이 들어갔다고 하더군.”
“원격 조정으로 터트릴 수 있는 겁니까?”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그 폭탄에 오러를 불어넣는 즉시 쾅! 하는 거지.”
보스가 조직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일에 누가 나서겠느냐?”
“…….”
그 말에 모두 말없이 서로 눈치만 보았다.
보스의 말에서 모두 직감한 것이다. 이 일은 자살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사람인 이상, 자신의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의를 위해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게 당연했다.
일반인을 인질로 잡아도, 오러를 불어 넣어야 하는 누군가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각성자를 인질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보안과 취급에 주의해야 하는 만큼 리스크가 컸다.
만약, 이 폭탄이 은탑의 손에 들어간다면…….
뒷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무도 자원하는 자가 없는 건가? 그러면 우리의 전통대로 흑월의 룰렛을 돌려야겠군.”
흑월의 룰렛.
그건 흑월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내려온 전통으로서, 자원하는 자가 없을 때 담당할 자를 선택하는 방법이었다.
드르르, 드르륵.
곧 커다란 원판 하나가 굴러 왔다.
그동안 보스를 제외한 모든 조직원들은 무작위로 숫자가 적힌 검은색 공을 골랐다.
“그럼, 숫자를 적도록.”
그 말에 조직원들은 각자 원판의 빈칸에 자신이 고른 숫자를 적었다.
“그럼 돌리겠다. 경고하는데, 능력 쓰다가 걸리면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그건 잘 알고 있었다.
전에 바람의 능력으로 원판이 멈추는 것을 조작하려다가 걸린 조직원이 좋지 못한 꼴을 당했으니까.
보스가 원판을 돌렸다.
뱅글뱅글.
원판은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꿀꺽.
조직원들은 긴장하여 침을 삼키며 원반을 보았다.
마침내,
원판이 멈추며 화살표에 한 번호가 멈추었다.
그들은 그 번호를 확인했고, 그게 자신의 번호가 아님에 가슴을 쓸어내릴 때.
“…….”
한 여자가 굳어진 표정으로 룰렛을 노려보았다.
그 표정에 보스가 말했다.
“정해졌군. 건투를 빈다.”
.
.
.
다음 날,
강원도 안식의 집.
그 앞에 한 여자가 한숨을 내쉬며 서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장희란.
흑월 소속인 그녀는 이번에 흑월의 룰렛의 결과로 인해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대체 왜 나야! 이건 조작이 틀림없어!’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했지만, 이곳에 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상부에서 내려온 지령은, 강원도 안식의 집에서 폭탄을 터트려서 사람들이 절망하게 하라는 것.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받은 지령은 뭔가 석연찮았다.
그 목적이 대부분, 사람들이 절망하게 하라는 것이었으니까.
‘아, 몰라. 어차피 오늘 죽을 건데!’
그래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왔다.
사고 싶었던 것도 사고, 화끈하고 뜨거운 광란의 밤도 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체념했다.
– 장희란 사도. 도착했나?
귓가에 울리는 통신에 그녀가 대답했다.
“네.”
–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건 그 누구도 아닌 흑월의 룰렛이 선택한 것이니까.
“그렇죠. 어쩔 수 없는 거죠.”
– 혹시,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걱정하지 말고 지켜보시기나 하죠. 제 최후를.”
그리고 장희란은 무전을 껐다.
도망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건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몸속에 심어진 폭탄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척추에 이식된 폭탄은, 조직원들의 배신을 염두에 두어 이식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흑월의 조직원들은 제법 중요한 정보들을 많이 알고 있는 고급 간부들이었으니까.
그런 간부 중 하나인 장희란의 죽음은 그들의 입장에서도 제법 뼈아픈 손실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보다 이번 신형 폭탄의 보안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걸 알기에 장희란이 순순히 이번 일을 받아들인 것이기도 했다.
장희란은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합류했다.
그녀는 이번에 새로 한 예쁜 손톱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네일아트를 하면서 장식으로 붙인 은색 구슬 중 하나가 바로 폭탄이다.
폭탄이라는 것을 들키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관리도 쉬워야 했기에 그런 식으로 한 것이다.
천천히 줄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기 봐! 하영이야!”
“어? 하영이라고?”
“정말이네?”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한 가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는 한 여자아이가 보였다.
‘저 아이는?’
장희란도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요즘 방송계에서 유명한 인물인 유하영이었다.
‘귀엽기는 하네.’
그녀를 보며 장희란은 TV가 유하영의 매력을 전부 보여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 볼이 너무나도 보드라워 보였다.
‘만져 보고 싶어.’
그런데 유하영이 고개를 들어 장희란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자기 생각을 알아차린 것이 아닐까 하며, 순간 움찔했다.
그런데,
‘어? 어어?’
유하영은 뽀짝뽀짝 걸어서 장희란에게 다가왔다. 설마 했는데 정말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토끼 가방 안에서 사탕을 꺼내서 그녀에게 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가 여기 온 거, 속아서 온 거예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5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