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50
549화. 삿된 것 (5)
강소의 말에 순간, 라트는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카피한 강소의 기억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이건, 광휘의 족속의 기억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기억이었다.
“너, 누, 누구야! 위선자 녀석이 아니었…….”
그의 눈이 번쩍였다.
“너! 인간이구나!”
“맞다. 나는 인간이다.”
강소의 대답에 라트는 웃으며 말했다.
“가, 각성자도 아닌데 이 능력이라니! 어, 어떻게……”
“왜? 이게 그렇게 신기한 일인가?”
강소의 주먹이 라트를 향해 휘둘러졌다.
퍼억-!
보통은 자신의 모습을 한 자를 때리는 데 뭔가 거부감을 느끼지 마련이었지만, 강소는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완벽하게 카피했다고 하지만, 본질은 어둠의 족속이다.
그 본질까지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강소는 외형이 아닌 본질과 그 기운으로 누군가를 확인하고 판단했으니까.
내공으로 얼마든지 외모를 바꿀 수 있는 곳에서 생사를 다투며 살아왔기에 생긴 버릇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믿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터.
라트도 물론 그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자신이 카피한 강소의 기억을 토대로, 그를 공격한 것.
그 둘의 기운이 충돌하며 바다가 뒤집혔고, 그 바닷속 땅마저 갈라졌다.
강소의 기억 속 공격 기술을 사용하며 라트는 고양감마저 느꼈다.
“카피한 이 기술들만 있어도 나는 다시 그 자리를 노릴 수 있어! 으하하하!”
게다가 강소의 능력을 카피한 만큼, 강소에게 밀리지 않았다.
“끝은 내가 아니라 너다!”
라트는 강소가 알고 있는 기술 중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적을 없애는 기술을 입에 담았다.
“태허무극검이라……. 내 부활을 알리기에 딱 좋은 기술이군.”
그 말에 강소가 당황하여 소리쳤다.
“그건……. 사용하면 안 되는!”
“네가 그리 반응하는 것을 보니, 정말 좋은 기술인가 보군.”
라트는 오러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검으로 오러를 보냈다.
그리고 서서히 팔을 들 때.
그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뭔가가 입을 통해 빠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쿨럭!
피를 토한 것.
그와 동시에 끌어 올렸던 오러 역시 흩어져 버렸다.
강소가 그걸 보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왜 감당도 못 할 힘을 사용해서는…… 쯧쯧.”
“대, 대체 내가 왜 그러는…….”
“그거 주화입마야.”
“……!”
라트는 강소의 기억을 통해 주화입마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결과만 말하면, 아주 높은 확률로 폐인이 되거나 그보다 더 높은 확률로 죽는다는 것.
“아, 안 돼!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그의 몸은 저절로 이리저리 뒤틀렸고 결국은…….
쩍! 쩌저적!
카피했던 강소의 모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쉽게 무공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쯧쯧. 내공을 운용하는 건 단순히 알고 있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야.”
물론 강소는 주화입마에 걸린 라트를 구해 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사실, 강소는 라트가 카피한 능력을 사용함으로 몸에 상당한 부담이 걸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내공을 운용하는 것과 오러를 운용하는 것은 그 궤가 달랐으니까.
그리고 태허무극검을 사용하기 위해 오러를 끌어 올린 순간 혈맥이 뒤틀리며 이 사달이 난 것이다.
그랬다.
강소는 라트가 주화입마에 걸리도록 일부러 유도한 것이다.
조금만 맞춰 주면 알아서 자멸할 텐데, 굳이 손대기는 귀찮았으니까.
“끄으윽!”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물어보지. 다 대답하기 전에는 그 상태 그대로 죽지도 못하니까 잘 생각해라.”
“……알았다. 대, 대답하지.”
그 정도로 주화입마의 고통은 상당했다.
그렇게,
라트는 결국 자신이 카피한 강소의 능력에 의해 몰락했다.
* * *
툭.
T의 목이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마인들의 리더인 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였지만, 반은 마수인 만큼 홀리 웨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린린.”
“뭘요.”
검은 머리의 여자, 검은 사마귀라 불리는 중국인 헌터 린린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확실히, 이 무기가 없었으면 힘들 뻔했어요.”
그녀, 린린은 자신의 들고 있는 곤봉을 보며 말했다.
김명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무기가 홀리 웨폰이었기 때문에 마인들을 저지할 수 있었지, 만약 홀리 웨폰이 아니었다면…….
한숨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암담한 상황이었을 터.
“그럼 우리는 곧바로 탄자니아로 가면 되나요?”
이제 남은 건,
블랙맨들의 본부였다.
물론, 이미 그곳으로 제로급 각성자들이 향했다.
그 물음에 대답한 건 김해철이다.
“그렇습니다. 비행기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시죠.”
* * *
딸깍, 딸깍, 딸깍.
볼펜 촉을 넣었다 빼는 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불안하신가요?”
“네?”
성진호는 자신에게 물은 여자, 박유진의 물음에 헛기침했다.
“험험, 아닙니다.”
“아까 멀리서 바라보시던 여자분과 연인 맞으시죠? 제가 비록 이런 꼴이 되기는 했어도 예전부터 촉 하나만큼은 좋았거든요.”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덕분에 살았지만요.”
“…….”
박유진의 말대로 성진호는 미국으로 향한 김명희를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김명희와 함께 미국으로 가고 싶었지만, 차기 협회장으로 내정된 그였기에 함께 갈 수 없었다.
“아까 그분을 보기만 해도 제 몸이 떨리더라고요. 그걸 보면 살아서 돌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성진호는 태블릿 화면을 보았다.
현재 그는 박유진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사안이 사안인 만큼 다른 이들에게는 맡길 수 없었기에 지원 1과장인 그가 직접 상대하는 것이다.
“우선 청해 길드에 문의해 본 결과, 2년 전에 행방불명이 되신 거로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체 기록으로 본인확인 역시 되셨고요.”
“그렇군요.”
“신분을 회복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아!”
박유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가족을 만나 볼 수 있는 건가요?”
“문제는 없습니다만…….”
성진호는 말을 흐렸다.
“……?”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며칠 동안은 이곳에 계시면서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으셔야 합니다.”
성진호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지에서 돌아오신 분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만, 저희는 이 나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해해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불편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성진호의 태도에 박유진은 살짝 감동했다.
그동안 그녀가 겪었던 실험실에서의 대우는…… 정말 실험실 생쥐, 딱 그 정도의 대우였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런 자신을 이리 정중하게 대해 준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감동이었다.
“그런데요…….”
“네?”
“저를 이곳에 데려와 주신 분 있잖아요. 정말 그분이 두 번째 제로급 각성자와 아는 사이신가요?”
그 물음에 성진호는 순간,
콜록! 콜록!
사레가 들려 버렸다.
“괘,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박유진의 질문으로 봐서, 강소는 그녀에게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히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하…….’
그리고,
그가 밝히지 않은 것을 자신이 밝힐 수는 없는 일.
“그분은 두 번째 제로급 각성자와 무척 잘 아는 분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희 대한민국에 두 번째 제로급 각성자가 있음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건요…….”
.
.
.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박유진은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불편한 건 전혀 없었다.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었고, 오히려 뭔가 더 불편한 거 없냐고 신경 써 줄 정도였기에.
“박유진 씨.”
“네!”
성진호의 표정이 밝았다.
“표정이 밝으신 것을 보니 좋은 소식이 있으셨나 보네요.”
“맞습니다. 블랙맨들의 수장을 처리했다고 하더군요.”
“저, 정말이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럼 저는…… 살 수 있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가족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 직원과 함께 가셔야 합니다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오랫동안 그리던 가족을 만날 수만 있다면.
박유진이 직원들과 함께 은탑에서 나왔을 때, 그 앞에는 강소가 있었다.
“아!”
강소는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이야기 들었어요. 제 청을 전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강소는 손을 저었다.
“오늘 저도 함께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가시죠.”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기에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점점 집에 가까워질수록 박유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집으로 가는 길은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아직 기억에 선명했다.
곧, 그녀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 눈에 보였다.
“아!”
그녀의 눈이 커졌을 때, 차가 멈추었다.
“여기 맞으시죠?”
“네! 네네! 맞아요! 여기예요!”
그녀는 차에서 내렸고, 거의 뛰듯이 달려가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어…….”
하지만 “엄마! 나야!”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직원이 말했다.
“각성자 협회입니다. 오늘 아침에 말씀드렸죠?”
“아! 네!”
곧 문이 열렸고,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의 모든 것이 그녀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앞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 계셨다. 그리고 오빠와 언니도…….
“엄마? 아빠?”
“유, 유진이니?”
“정말 유진이가 맞는 거니?”
“으아아앙!”
부모님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그렇게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며 눈물의 재회를 했다.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딘 그녀는 결국, 꿈에 그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재회의 모습을 보며 강소는 왠지 코끝이 시큰거렸다.
‘오늘, 부모님의 묘소에 찾아가야겠군.’
박유진의 이야기를, 부모님에게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
.
.
만남의 시간은 짧았다.
그녀는 아직 완벽하게 자유의 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협회로 돌아가는 길.
그녀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눈가가 쓰리실 것 같은데?”
“아, 괘, 괜찮아요.”
“이대로 협회로 돌아가시기 아쉬우신 것 같습니다.”
“네. 아무래도 오랜만에 돌아왔으니까요.”
“그럼 잠시 산책이나 하고 가죠.”
“그래도 되나요?”
강소는 성진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박유진과 함께 왔던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강소와 박유진에게 말했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저희는 먼저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소와 박유진은 차에서 내렸고, 비 오는 거리를 함께 걸었다.
마침 그들이 내린 곳은 한강 주변.
비록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지만 그래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박유진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그 얼굴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산책을 하던 도중이었다.
“크르륵!”
장마철을 틈타 지상으로 올라온 켈피와 마주친 것.
우연이 아니었다.
강소는 일부러 한강 근처에서 산책을 제안했고, 수생마수와 마주치게 했다.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 내, 내가 왜 이러지?”
그녀는 켈피를 향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건, 헌터로서의 적개심이 아니었다. 서열 싸움을 위한 적개심이었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자신 앞의 마수와 싸워 이기거나 죽여야 한다는 것밖에는.
그녀의 두 팔이 오징어 다리처럼 변했고 이빨이 날카로워졌다.
켈피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쏘아진 두 팔은 너무 쉽게 켈피를 꿰뚫어 버렸다.
“끄륵…….”
켈피가 죽은 그제야, 그녀는 적개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 내, 내가 대체 왜…….”
“역시 그렇군요.”
강소가 말했다.
“당신의 반은 마수이기에, 그 본능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녀는 피 묻은 자신의 두 팔을, 아니 징그러운 그것을 바라보았다.
“저…… 어떻게 하죠?”
확실한 건, 그녀가 헌터로 일할 때 그녀의 힘이 팀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해를 끼칠 수도 있었다.
주변을 가리지 않고 공격할 테니까.
방금 주변이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그래서 말인데, 제가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뭔가요?”
“유진 씨가 눈을 떴던 공간 기억하십니까?”
박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공간에 바다가 있습니다.”
“네? 바, 바다라면? 그 바다요?”
“그렇습니다. 그 바다입니다.”
강소가 말을 이었다.
“그 바다를 관리해 줄 관리자가 필요합니다. 다른 곳은 현재 일하고 있는 자들이 어떻게든 해 주고 있지만, 바다만큼은 힘들더군요. 그들은 잠수를 해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
“그래서 박유진 씨를 제 인베…… 아니, 제 개인 공간 속 바다의 관리자로 고용하고자 합니다.”
박유진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강소는 자신을 구해 주고 또 두 번째 제로급 각성자에게 자신의 부탁도 전달해 준 자이다.
즉, 믿을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자신의 두 팔을 보니, 확실하게 깨달았다.
자신은 더 이상 헌터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좋아요.”
그녀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일하시는 분은 저를 보고 뭐라고 생각하실지 걱정이네요.”
“괜찮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거든요.”
“네?”
이제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일하게 될 터이니 그들의 정체를 굳이 숨길 필요는 없는 듯했다.
“그들은 여우입니다.”
“네? 여, 여우요?”
“호족이라고도 하죠.”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미리 만들어 놓은 계약서였다.
“그럼, 고용 계약을 할까요?”
그렇게 박유진은 강소의 인벤토리 안 바다의 관리자로 고용되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5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