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49
548화. 삿된 것 (4)
망망대해 위에 거대한 배 한 척이 있었다.
그 배에 탄 수많은 이들에게서 풍기는 흉포함에 바닷속 그 어떤 마수도 접근하지 못했다.
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
그곳에 서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민머리의 남자는 목에 하얀 숄을 두르고 있었다.
“마스터.”
그에게 검은 옷의 남자가 다가왔다.
단검을 쓰는 그 남자의 이름은 Z.
코드명이 이름이나 마찬가지인 그에게 마스터라 불린 자가 물었다.
“어찌 되었느냐?”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가 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사실, 모든 마인들의 몸에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아티펙트가 삽입되어 있었다.
그건 박유진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에 마스터가 물었다.
“분명, 그녀의 국적이…… 대한민국이었지?”
“그렇습니다.”
“놔두어라. 어차피 미국을 처리한 후 대한민국으로 갈 테니까. 대한민국이 우리 손에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보면 제 발로 돌아올 테지.”
“돌아오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어떻게 하긴? 당연히 강제로 끌고 와야지. 그녀는 소중한 데이터니까.”
그들은 마인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천 명의 각성자를 납치했다.
하지만 그들 중 마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케이스는 단 한 명, 박유진뿐이다.
그 후, 그녀를 바탕으로 조직원들에게 자원을 받아 서른 명이 넘는 마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보이는 땅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그냥 놔두어라. 저곳이 먼저다.”
“지금 마인들의 사기가 최고조입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미국은 순식간에 저희의 땅이 될 겁니다. 제아무리 제로급 각성자가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렇겠지.”
마스터가 말했다.
“그럼 이제 슬슬 준비하라고 해라.”
“네!”
곧, 그들은 미국의 어느 해안가에 정박했다.
체서피크 비치.
한때 그곳은 해변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지만 지금은 마수로 인해 폐허가 되어 버린 곳이다.
그리고,
미국의 중심인 워싱턴 D.C와 가까운 해안이기도 했다.
그래서 혹시 모를 마수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이 있었다.
물론 그들은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군인들이었다.
블랙맨들의 선발대가 먼저 초소가 있는 쪽으로 향했고, 무기를 들었다.
그들을 제거하고, 곧바로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으로 향할 계획이었으니까.
그때,
“집합이다!”
한 군인이 오더니, 경계를 서던 군인들에게 말했다.
“경계는 어떻게 합니까?”
“아주 잠시만 집합이니까 별일 없겠지. 서둘러라.”
“네!”
그렇게 군인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선발대로 온 블랙맨들의 미소가 짙어졌다.
‘운이 좋군.’
그는 수신호를 보냈고 즉시 서른 명 아니, 스물아홉 명의 마인들이 백악관을 향해 진격했다.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마인들의 리더를 맡은 자, T는 광소하며 질주했다.
“으하하하! 어디로 숨은 것이냐!”
그의 두 손은, 사마귀 마수처럼 날카로운 칼날이다.
그는 막 실험실에서 나와 실전 테스트를 했던 그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는 막 마인이 되었을 때라 인간의 이성보다 마수의 본능이 앞서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성을 되찾았지만.
아무튼, 당시의 쾌감은 아직도 생생했다.
빨리 다시 한번 그때의 쾌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애초에 코드명을 부여받았음에도 더 강해지고 싶어서 마인이 된 것이니까.
“나와라! 어디로 숨은 거냐! 우리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숨은 거…….”
순간,
T는 움찔했다.
‘우리가 올 것을 알고 피한 건가?’
그러고 보니 마치, 그들을 위해 길을 터준 것처럼 그 어떤 방해도 없었다.
초소를 지키던 군인들도 알아서 피해 주었고.
그제야 그걸 깨달은 T가 소리쳤다.
“모두 멈춰!”
“……!”
그 말에 그의 뒤를 따르던 마인들은 그 즉시 행동을 멈추었지만 투덜대었다.
“아, 뭐야!”
“한창 신나게 부수던 중인데.”
“빨리 죽이게 해 달라고. 킥킥.”
그들의 말에 T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을 리가 없잖아.”
“……!”
지금 시간은 밤이었고 그건 집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함정인가?”
“감이 좋네.”
그때, 그들 앞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노란 금발머리에 파란 눈동자의 그녀가 피식 웃었다.
“한참 기다렸잖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젠장! 미리 습격에 대비하고 있었군! 어떻게 안 것이냐?”
T의 물음에 그녀가 대답했다.
“그건 영업비밀이라서 말이지. 뭐 해? 습격하러 와서 주둥이만 털고 가려고?”
“네년 혼자 우리 모두를 저지하겠다는 건가? 어리석은 년이군.”
“누가 나 혼자 왔대?”
그녀의 말과 동시에, 뒤에서는 수십 명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이번에 대한민국의 주도로 모인, 홀리 웨폰의 사용자들이다.
물론, 김명희와 김해철도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제공한 홀리 웨폰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무기를 손에 넣은 그들은 그 수가 제법 많았다.
“드디어 블랙맨들을 박살 낼 수 있는 건가?”
“기대하던 시간이군.”
그들은 마인들을 보며 투지를 불태웠다.
T는 그들을 보며 움찔했다.
그건 그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오러 때문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두렵게 만드는 오러가 그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마인의 반은 마수였고, 홀리 웨폰은 마수에게 있어 상극인데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마인들은 당혹스러웠다.
자신들이 왜 떨고 있는지, 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으니까.
한 검은 머리의 여자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그 손을 보니 사마귀랑 합쳐졌나 보네? 그럼 수컷 사마귀인가?”
그녀가 말을 이었다.
“잘 되었네. 내 별명이 검은 사마귀인데. 그거 알아? 암컷 사마귀가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다는 거?”
그때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누나. 그건 교미…….”
퍽-!
“으헉!”
쓸데없는 말을 한 동생의 배를 가볍게 만져 주는 것으로 입을 막은 그녀가 옆의 김명희를 불렀다.
“명희 씨?”
김명희가 우리엘의 단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저 먼저 갑니다.”
탓!
그녀가 발을 박차고 나아갔고, 그 뒤를 수많은 홀리 웨폰 사용자들이 따랐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김명희는 자신의 몸을 그 어떤 다른 존재가 조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가 내 몸을 움직이는 건가?’
강소에게서 다급하게 온 연락 덕분에 블랙맨들이 미국을 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즉시, 김명희와 김해철은 미국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김명희는 강소와 잠시 대화할 수 있었다.
“전에 말씀하셨죠? 훈련을 시켜 달라고요.”
“아! 네!”
“훈련은 필요 없습니다.”
“네?”
“복잡하게 이것저것 생각할 거 없습니다. 그냥 본능에 맡기면 됩니다.”
“그래도…… 되는 건가요?”
“그 무기는 특별합니다. 그러니까 마음껏 날뛰면 됩니다. 그러면 알게 될 겁니다. 제가 왜 훈련이 필요 없다고 했는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소의 말이었다.
그렇기에 김명희는 마인과의 전투를 위해 미국으로 가면서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인들과 충돌한 지금,
무기가 이끄는 대로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김명희 자신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동작이 나왔고, 마인들에게 밀리지 않는 자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이래서 본능에 맡기면 된다고 했구나!’
그녀는 자신의 무기를 보았다.
마치, 무기에 자신이 필요한 것들이 각인된 것 같았다.
문득 그녀는 궁금해졌다.
홀리 웨폰이라는 것이 뭔지,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땅에 뿌려 놓았는지.
길이 잘 든 칼날을 보면, 절대 새 무기는 아니었다.
누군가 엄청난 정성을 들여 길들인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누가 사용하던 걸까?’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지금 그녀가 펼치는 기술들을 보면 엄청난 전투들을 아주 오랫동안 경험해 왔음을 알 수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지금은 이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그녀는 우리엘의 단검이 펼치는 동작들을 익히기로 했다.
어떻게 호흡하는지, 어떻게 발을 내디디고 또 빼는지, 손은 어떻게 휘두르는지 하나하나 기억에 새겼다.
그것들이 모두 그녀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 시각.
강소는 홀리 웨폰 사용자들과 마인들의 전투를 하늘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잘 싸우고 있군.”
강소는 자신이 윤진에게 물어서 알아낸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홀리 웨폰은 광휘의 족속들이 사용하던 무기라는 것이라든지.
홀리 웨폰에는 그 무기를 사용하던 자가 겪었던 모든 경험들이 각인되어 있다는 것 등 말이다.
왜냐하면,
“제가 그동안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제 말에 제약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그럴 만합니다.”
“그런데 제 말을 모두 얼빠진 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다 들으셨다니! 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저는 최강소입니다.”
윤진과의 대화를 떠올린 강소는 피식 웃었다.
‘그럼 나는 슬슬 저곳으로 가 볼까?’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저 멀리 체서피크 비치에 정박되어 있는 배였다.
* * *
“마스터, 마인들은 현재 백악관을 향해 진격하고 있습니다.”
“속도는?”
“무척 빠릅니다. 역시 마인들은 최강이자 무적인, 마스터의 군대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내가 그들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숨죽이며 지냈는데.”
그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없었다.
그때,
“저, 마스터?”
손에 마인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들고 있던 Z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이냐?”
“마인들이 더 이상 진격하지 않고 있습니다.”
“뭐? 단체로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일이…….”
마인들이 미국의 수뇌부를 처리했다는 소식만 기다리고 있던 마스터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연락책에게 연락해 봐.”
“네.”
곧 Z는 마인들의 뒤를 따르며 상황을 전달하는 요원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무슨 일이긴, 너희 이제 큰일 났다는 거지.”
“누구냐!”
Z는 자신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인물을 향해 소리치며 단검을 던졌다.
턱-!
하지만 그 단검들은 강소에게 닿지 않았다.
강소의 의지를 받은 단검들은 딱 1m 앞에서 멈추었고 그대로 방향을 틀어 Z를 향해 던져졌다.
퍽! 퍼퍽!
“으윽!”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던져진 단검에 찔린 Z는 나동그라졌다.
“조, 조심하십시오. 마스터.”
강소는 그런 애절한 외침 따위는 무시한 채 마스터라 불린 민머리의 사내를 보며 말했다.
“반가워. 라트.”
이미 강소는 천해진에게 자신 앞의 남자가 라트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강소가 친근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 사내 아니 라트는 이를 갈았다.
“네놈…….”
강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어둠의 족속의 기운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역겨운 위선자 녀석이냐?”
강소는 대답하지 않았다.
“꼴을 보니 인간의 육체를 뒤집어쓴 위선자 녀석이군! 그런데 이를 어쩌지?”
라트는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그분의 명령으로 무기를 다 뺏겼지. 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와 다르게.”
어느새 라트가 목에 두르고 있던 하얀색 숄은 검과 방패가 되었다.
특이한 것은 방패가 거울같이 상대를 비춘다는 점이었다.
“생각이 없군. 내가 이렇게 왔다는 게 무슨 의미인 것 같아?”
강소는 말을 이었다.
“너 끝났다는 이야기야.”
그 순간,
라트의 검이 강소를 향했다.
“끝나지 않았어!”
챙-!
강소는 맨손으로 라트의 검을 쳐 냈다. 그것이 전투의 시작이었다.
강소의 기운과 라트의 오러가 격돌했다.
콰과광-!
그 충격으로 배가 부서졌다.
“으아아악!”
“사, 살려 줘!”
그로 인해 배 안에 타고 있던 자들이 바다에 빠졌지만, 강소가 능공섭물로 배에 있던 구명보트를 그들에게 던져 주었다.
이제 강소는 코어를 파괴하는 방법으로 블랙맨들을 알뜰하게 재활용할 수 있으니까.
“쓸데없이 정의로운 것을 보니 역겨운 위선자가 확실하군!”
그는 자신의 방패를 보며 말했다.
“흐흐흐. 드디어 오러가 다 찼군.”
순간, 라트의 의지를 받은 방패가 번쩍했다. 그리고 강소의 눈앞에는.
“…….”
강소와 똑같이 생긴 자가 있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알고 있었잖아? 내 이불 웨폰의 능력이 상대방을 카피하는 거라는 것을.”
“아, 그것 때문에 놀란 건 아니다.”
“……?”
강소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생겨서 말이지. 역시 거울로 보는 건 뭔가 한계가 있군. 이래서 모두 날 그런 눈으로 봤던 거였군.”
그 말에 라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뭐지? 이 신박한 미친놈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내 능력은 단순히 모습만 카피하는 게 아니다. 그자의 성격, 특성은 물론 종족까지 카피할 수 있지. 심지어 네 기억까지도. 이 무기를 얻은 덕분에 우리는 빛나는 그 자리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그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절규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 자리에 다다를 수 없었어! 우리가 인간들보다 못한 게 뭔데! 우리도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질투하냐?”
“닥쳐!”
강소는 피식 웃었다.
역시 자신의 얼굴은 질투와 분노로 일그러진 모습보다는 미소 짓는 모습이 더 멋진 것 같았다.
“그런데, 내 기억까지 카피했다고 했잖아? 그럼 뭔가 이상하다는 거 못 느끼는 건가?”
무림에서 온 배달부 54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