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01
600화. 기쁘기를 (1)
추수 감사 자선 파티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양춘각이다.
딸랑.
문이 열리고 고영민이 들어왔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점심 장사가 끝나고, 정리까지 마친 3시에 정확하게 맞추어 찾아온 그의 손에는 피자가 들려 있었다.
“마침 출출하실 시간인 것 같아서 같이 먹을까 하고 사 왔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피자에 양춘각 식구들은 모두 반가운 기색이었다.
어느새 식탁 위에 피자가 놓였고, 양춘각 식구들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소 역시 피자를 손으로 집었다. 채소와 고기 토핑이 가득 올려져 있는 피자를 떼어 내자, 하얀 치즈가 쭈욱 늘어졌다.
강소는 피자를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그러자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각종 토핑과 치즈의 향연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세요?”
김지은이 고영민에게 물었다.
“바쁘신 거 아는데, 그냥 생각나서 들렀다는 말은 안 통하는 거 아시죠?”
그녀의 말에 고영민은 하하 웃었다.
“사실, 미리 상의드릴 게 있어서 들렀습니다.”
그는 먹던 피자를 마저 입에 넣고, 콜라로 입을 가신 후 말을 이었다.
“이번에 노민아와 유하영 양의 그룹명을 정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고영민의 말에 강소와 김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에 한 번은 꼭 유하영의 팬클럽 사이트에 접속하는 그들이다.
그렇기에 그 요청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시작은 소소했다.
[우리 애들 부를 때, 민아랑 하영이 이렇게 부르는 거 나만 이상함?] [엄연히 같이 활동하는데…….] [아니, 다른 2인조들도 그룹 이름이 있는데 왜 민아랑 하영이는 그룹 이름이 없냐고 ㅠㅠ] [내 말이 그 말임] [뭐 하냐 RD엔터] [일 해라 RD엔터]이렇게 시작된 의문은 곧 또 다른 의문을 불렀다.
[팬클럽이 따로따로 인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 나만 그런가?]그리고 그 논란은 지금 실시간으로 활활 타오르는 중이었다.
“그래요?”
그 논란을 모르는 유순태의 반문에 고영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스페셜 앨범 형식으로 활동을 시작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그룹과 달리 각자 계약했기에, 여태까지 그 누구도 그룹 이름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 말에 김지은이 약간 침울해진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건 하영이 팬클럽 회장인 제 잘못이 커요.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미리 대처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처음엔 유하영에게만 깊게 빠진 탓에 노민아 쪽을 챙기지 못한 자신의 탓이 컸다.
그녀의 말에 유순태가 말했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는 거야. 그러니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하자고.”
그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임소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고영민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희 회사도 그 의견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새로운 이름을 정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아예 팬들이 정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처음 말을 꺼낸 것도 팬들이니까요.”
“그 건은 실장님과 지은 씨가 알아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유순태의 말에 고영민과 김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약 2년 만에 노민아와 유하영의 정식 그룹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험험.”
헛기침을 한 고영민이 말을 이었다.
“또 다른 안건이 있습니다.”
“……?”
“사실 이번 크리스마스를 겨냥하여 저희 RD엔터 소속 가수들이 총출연하여 캐롤을 부르고 그 음원을 디지털 싱글로 발매를 하는데, 그 제작기를 팬들에게 공개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제작기를 공개하자고요?”
“그렇습니다. 비하인드 영상 같은 것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늦은 밤에 등장하는 장면도 나와서 미리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미성년자들의 오후 10시 이후의 촬영은 원래 금지되어 있었지만, 부모님의 허락이 있으면 조금 더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밤에 촬영하는 게 많나요?”
“공개되는 뮤직비디오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혹시 모를 논란을 피해야 해서요.”
“그 정도는 허락해 드려야지요.”
유순태와 임소영은 흔쾌히 허락해 줬고, 그들은 다시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 * *
청담동.
그곳의 높은 건물의 옥상에서 말라흐는 ‘오르페우스의 기타’를 품에 안고 현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따라란.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다.
저번에 프로젝트 그룹 ‘세계정복’의 곡을 작곡한 그는 그가 원하는 대로 유명해졌다.
사실 그가 유명해지려고 한 이유는 유하영 때문이다.
그녀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지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에 그는 유하영이 부를 노래를 작곡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디지털 싱글이다.
그는 눈을 남고 아주 오래전의 그 날을 떠올렸다.
그날은 눈이 오는 날이었다.
말라흐는 고개를 돌려 눈이 쌓인 언덕에 드러누워 버린 그녀, 프레이를 보았다.
“안 추워?”
“응. 하나도 안 추워. 이렇게 눈이 오는 날 밖에서 눈을 맞아 보고 싶었어.”
“네 호위 기사가 찾을 텐데.”
“괜찮아. 그냥 주방이나 마구간에 놀러 갔겠거니 생각하겠지. 그러니까 그냥 놔 둬. 내 소원 중 하나를 이룬 날이라서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
“프레이…….”
“왜 불러?”
“그렇게 사는 게 싫으면 그냥 그곳에서 나오지 그래?”
“그럼 네가 나 먹여 살릴 거야?”
“못할 것도 없지.”
“됐어. 나는 그냥 지금이 좋아. 가끔 이렇게 몰래 나와서 즐기는 자유도 좋고.”
“…….”
“내 기도로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 있다면, 괜찮아.”
그녀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존재.
그래서 그녀의 이름이 프레이(Pray)다.
말라흐가 받은 임무는 그녀를 악으로부터 지키는 것.
하지만 그걸 그녀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어렴풋이 정체를 알아차린 듯했지만 말이다.
그들은 자주 만나다 보니 친해졌고, 어쩌다 보니 이런 대화까지 나누게 된 것.
“그렇게 안쓰럽게 보지 말고 연주나 해 줘.”
“연주?”
“응. 전에 그랬잖아. 괜찮은 노래 한 곡 만들고 있다고.”
“……그거 아직 미완성이야.”
지금도 말라흐는 후회하고 있다.
자신이 하루만 더 일찍 노래를 완성했다면, 그랬다면…….
사실 그가 만들고 있던 노래는 그녀를 위한 노래였다.
그렇기에 그때 선물해 주지 못했던 곡을, 그녀의 운명을 이어받은 소녀가 부를 수 있도록 선물해 주기로 했다.
띵-!
갑자기 울리는 알람에 말라흐는 핸드폰을 들어 보았다.
유하영의 팬클럽 공지가 뜬 것.
[안녕하세요. 팬클럽 회장입니다. 이렇게 공지를 작성한 건 다름이 아니라…….]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대충 이렇게 요약할 수 있었다.
[민아와 하영이의 그룹 이름을 공모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이 정해지면 민아와 하영이의 팬클럽은 통합됩니다.]과연 어떤 이름으로 정해질지, 기대되었다.
* * *
며칠 후.
RD엔터에 있는 지하 연습실에 미리 카메라가 세팅되어 있었다.
RD엔터 캐롤송 제작기를 리얼리티 형식으로 촬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등장한 이들은 바다 아이들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왔나 보네?”
“그러게?”
그들은 아직 카메라가 어색했기에, 주춤주춤 자리를 잡으며 앉았다.
“…….”
오디오가 비면 안 되는 게 방송이라지만,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뭐, 뭐라고 말해야지?’
‘그냥 우리끼리라도 떠들어야 하나?’
그렇게 고민할 때, 다행히도 문이 열리고 다른 이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들은 RD엔터의 초인기 남자 그룹 탑 크라운이다.
“반가워요.”
5인조인 그들은 바닥에 자리를 잡아 앉았고, 리얼리티 촬영 경력이 많았기에 상황을 잘 끌고 나갈 수 있었다.
“이번에 신곡이 나왔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들어 봤는데, 이번에도 신나는 노래더군요.”
“감사합니다.”
“아, 나도 들어 봤어. take this chance! chance! chan! chan! chan! 이거 맞죠?”
“네. 맞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이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헤븐스 차일드다.
그들 역시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지하 연습실 바닥에 앉아 근황 토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나빌플라입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곧 큰 연습실은 곧 많은 아티스트들로 가득 찼고, 이제 오디오가 비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그때.
“모두 모였네요?”
“우리가 늦게 왔나 봐요?”
문이 열리고 등장한 이들은, RD엔터 아이돌들에게 이모나 다름없는 대선배인 코튼 핑크였다.
유하와 하나, 그리고 보미와 메리가 모두 함께 들어오자 그들을 본 이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접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 인사에 그녀들은 호호 웃었다.
“반가워요.”
그리고 그녀들은 자신들의 뒤를 보며 말했다.
“민아야, 하영아. 얼른 들어와.”
“네! 이모!”
그녀들 뒤로 노민아와 유하영이 들어왔고, 인사를 했다.
“험험, 모두 모였나요?”
그때 RD엔터의 보컬 트레이너 손정식이 들어왔다.
강소에게 트레이닝을 받으며 그의 실력은 모두가 인정할 만큼 늘었다.
지금은 RD엔터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면서도 유명한 보컬 트레이너다.
“그럼 이번 캐롤송을 작곡하신 말라흐 작곡가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말라흐가 들어왔다.
평소와 달리 깔끔한 세미 정장 차림의 그이다.
“안녕하세요. 말라흐입니다.”
그의 인사에 모인 아티스트들이 박수를 쳤고, 그는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말라흐는 유하영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번 캐롤송의 제목은 ‘기쁘기를’입니다. 트로피컬 하우스에 이지리스닝으로 만든 곡이라서 부르는 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손정식이 그 말을 이어받았다.
“그럼 노래 한 번 들어 봅시다.”
그리고 음원을 재생하자, 가이드 음원으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든 이들이 음악에 집중했다.
‘아! 좋다!’
그게 그 노래를 들은 모든 이들이 느낀 공통된 감정이었다.
* * *
그 시각.
어느 한 카페.
그곳에는 한 여자가 들어왔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이름은 하진주.
노민아 팬클럽 회장이다.
오늘 그녀가 이렇게 온 이유는 유하영 팬클럽 회장과 만나서 팬클럽 통합 의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그동안 유하영 팬클럽의 회장과 쪽지나 전화를 통해서 상의하는 등의 접촉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밀리면 안 돼. 기세에서 밀리면 그대로 부회장이나 그저 그런 임원 1이 될 뿐이야.’
절대 밀리지 말자고 다짐할 때, 카페 안으로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혹시? 설마?’
그녀는 웃으며 하진주에게 물었다.
“노란병아리삐약 님이신가요?”
“아, 네. 혹시 팔딱팔딱러브님?”
“맞아요.”
“그,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곧바로…….”
그 말에 팔딱팔딱러브, 그러니까 김지은은 빙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게 중요한가요?”
“…….”
“그냥 딱 보니까 알겠던데요.”
그 말에 하진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처음부터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할까요?”
“아, 네.”
그녀들은 서로 사이트의 이런저런 메뉴를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서로 미루어 두었던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누가 통합되는 팬클럽의 회장이 될 것 인지이다.
하진주가 먼저 치고 나갔다.
“저는 제가 회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아가 언니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제가…….”
“하세요.”
“네?”
“원하시면 하시면 되죠. 이렇게까지 원하시는데 안 된다고 어떻게 하겠어요.”
“…….”
뭔가 허탈했다.
“회, 회장 자리를 원하시는 거 아닌가요?”
“저는 부회장이나 임원으로도 충분해요. 제가 회장을 했던 것은 하영이의 행복을 위해서였어요. 노란병아리삐약님께서 하영이를 행복하게 해 주실 능력이 있으신데 제가 굳이 회장 자리를 고집할 이유는 없죠.”
“…….”
이런 것을 보고 이겼지만 진 거라고 하던가?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였다.
“어! 누나! 여기는 어쩐 일이야?”
“……?”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 하진주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뒤에 잘생긴 청년이 서 있었다.
심지어 그는 그 유명한 적룡 길드 길드장의 아들이자 전장의 귀공자라 불리는 김호은이었다.
그런데 그 김호은이 자신 앞의 여자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있다.
“잘됐다! 사실 나 오늘 저녁 훈련, 같이 못 하거든. 그러니까 누나…….”
그 말에 하진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 라고?’
무림에서 온 배달부 60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