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02
601화. 기쁘기를 (2)
하진주는 아주 중요한 정보를 떠올렸다.
‘잠깐, 그러고 보니 김호은 헌터에게 누나가 있었지?’
그 누나는 하진주도 잘 알고 있는 여자이다.
모를 수가 없었다.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었으니까.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최고의 헌터 길드인 적룡 길드의 부길드장.
홍염의 마녀 흑장미.
‘그러고 보니…….’
팔딱팔딱러브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자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었다.
“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안 그러면 소리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평소 강하고 진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자신이 김호은과 연관성을 몰랐다면,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터이다.
그녀의 반응에 김지은이 웃으며 말했다.
“비밀로 해 주실 거죠?”
그 물음에 하진주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그, 그런데요.”
“네?”
“왜 하영이의 팬클럽 회장을 하시는 건가요? 바쁘실 텐데…….”
그녀의 물음에 김지은이 대답했다.
“덕질에, 이유가 있나요? 덕질은 운명이에요.”
“아…….”
그걸로 대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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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되는 팬클럽의 회장은 김지은이 맡기로 했다.
“제가 욕심이 지나쳤어요. 제가 아무리 잘해도 회장님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라고 말하면서 하진주가 한사코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었다.
웃으며 하진주를 보낸 김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던 김호은은 움찔했다.
방금 김지은은 김호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예쁜 동생아, 우리 대화가 좀 필요한 것 같네? 조금만 기다려 ^^]그 메시지에는 웃는 이모티콘까지 있었다.
무섭게 말이다.
“호은아.”
“누, 누나.”
“누나가 말했던 것 같은데? 누나가 화장 안 했을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되도록 아는 척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누나가 덕질 중이기 때문입니다.”
바짝 긴장한 그의 입에서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알면서 왜 그랬어?”
“제,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왜 같이 훈련을 못 하는데?”
“어, 그러니까…….”
그때 그곳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벌써 왔네? 다른 애들은 조금 늦게 온대. 우리끼리 한 잔 하고 있자.”
그 말에 김지은은 고개를 돌렸고, 방금 들어온 그는 화들짝 놀랐다.
“누, 누님!”
“오랜만이구나? 성민아?”
그는 김호은의 친구이자 같은 적룡 길드의 헌터 염성민이다.
“오늘 호은이 바쁘니?”
염성민은 즉시 대답했다.
“아, 아뇨. 오늘 저녁에 호은이 한가합니다. 방금 있던 약속이 취소되었거든요.”
염성민은 그대로 탈주해 버렸고, 김지은은 자신의 동생을 보며 말했다.
“오늘 너 한가하다는데?”
“…….”
김호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 *
노민아와 유하영의 팬카페에 각각 공지가 올라오자 팬들은 신이 나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팬들이 원한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몇몇 그룹 이름 후보들이 나왔고, 투표에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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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로 결정되었는데?”
유순태의 말에 강소가 대답했다.
“민하 걸즈.”
“민하? 잠깐만. 그거 혹시 각자 이름의 가운데에서 따와서 합친 거야?”
“맞아.”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런저런 이름이 나왔는데, 부르기 쉬운 게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고 그 둘의 이미지도 함께 떠올려야 하니까.”
강소의 설명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리고 팬클럽도 통합되었고, 팬들을 부르는 이름도 초코빵으로 통합되었다.”
“그러면 기존의 민아 팬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원래 바나나우유로 불리던 팬들이잖아.”
“아, 그거?”
강소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바나나우유랑 같이 먹어도 초코빵이라던데?”
“그게 무슨 논리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 말에 옆에 있던 허만철이 물었다.
“그러면 결국 회장은 지은 씨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건 강소도 예상했다.
‘뭐, 지은 씨가 부회장이 되었어도 어차피 회장이 되었을 테지만.’
강소는 유순태에게 마저 말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서 축하 방송을 한다고 하네.”
“오? 그래?”
그 말에 맹철영이 말했다.
“오늘 저녁 8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 저희 영업 8시에 끝나지 않아요?”
그 물음에 대답한 건 강소였다.
“30분 안에 정리 마쳐야죠.”
“네? 행님, 그 시간에 가능…….”
맹철영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강소의 눈동자가 이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가능하게 해야죠. 하하하.”
* * *
민하 걸즈의 라이브 방송 소식에 팬들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민하 걸즈가 라이브 방송을 한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내 팔 꼬집어 볼 사람 없으니 셀프로 꼬집어 봤는데 아프네요] [아프다] [저도 아프네요]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안 돼요! 시간이 빨리 흐르면 민하 걸즈의 방송 시간도 빠르게 흐르잖아요] [헉! 그런 맹점이!]그런 기대감 속에서 시간은 흘러갔다.
* * *
그날 저녁 장사를 마치자마자, 양춘각 식구들은 거의 빛의 속도로 정리를 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빛의 속도였다.
탁! 탁! 타다다닥!
강소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여 정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30분도 채 되지 않아 정리를 마치고 모여 앉아 민하 걸즈의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었다.
동영상 사이트의 라이브 방송 목록에 떠 있는 민하 걸즈의 방송을 터치하자 화면이 바뀌며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글자가 새겨졌다.
[잠시 후, 민하 걸즈의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그리고 정확하게 8시 30분이 되었을 때.
[지금부터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그리고 약 30초의 공백 후 화면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오빠들!] [저는 노민아] [저는 유하영입니다] [와아아아!]그녀들은 짝짝 손뼉을 쳤다.
노민아가 침착하게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제 팬 여러분도 이제 초코빵이라는 이름을 쓰실 수 있게 되었어요]다시 그녀들은 박수를 쳤다.
[그럼 민하 걸즈 이름이 생긴 기념으로 케이크를 먹을…… 거…… 예…….]갑자기 화면이 느려지더니 렉이 걸렸다.
“뭐야! 왜 그래?”
“갑자기 화면이 왜 이러죠?”
유순태와 임소영의 물음에 대답한 건 오동수다.
“아무래도 서버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서버에 문제가 있다고?”
“네.”
그는 팬클럽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보여 주었다.
팬들의 불만이 쭉쭉 올라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 어어! 다시 된다!”
맹철영의 말에 그들은 다시 화면을 보았다. 화면 속에서는 어느새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노래하는 모습이 보였다.
[축하 합니…….] [와아아…… ]그러나 화면이 깨지면서…….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하아…….”
강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서버 문제로 인해 민하 걸즈의 라이브 방송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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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동영상 사이트의 실시간 스트리밍 담당자는 간밤의 상황에 대해서 다시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접속자가 한 번에 많이 몰려서 서버가 터졌다는 겁니까?”
“네.”
“하아…… 대체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기에…….”
그 말에 그의 앞에 서 있던 직원이 말없이 서류 하나를 쓱 내밀었다.
그걸 본 담당은 말이 없었다.
“…….”
잠시 후.
“험험. 뭐, 터질 만도 하군요.”
“그래서 말인데 서버 증설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베스트인 걸 알지만 문제는 돈이죠. 대표님이 허락할 것 같습니까?”
“그건 그렇죠.”
현 대표가 이용자들을 흑우 취급한다는 것은 유명했으니까.
그때였다.
컴퓨터의 모니터에 띄워놓은 회사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다.
“응?”
그런데 그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RD엔터에서 우리 동영상 사이트를 샀다는데요?] [대표가 바뀐대요]* * *
강소는 배달을 마치고 양춘각에 돌아왔다.
딸랑.
“저 왔습니다.”
“오셨어요.”
김지은이 웃으며 그를 맞아 주었다.
“다음 배달 있습니까?”
“네. 블루 하우스에 짜장면 세 개에 탕수육 하나요.”
“알겠습니다.”
블루 하우스는 좀 멀리 있어서 강소의 담당이다.
그때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 내용을 들어 보니 RD엔터에서 동영상 사이트를 인수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에 철가방에 짜장면과 탕수육 그릇을 넣던 강소가 고개를 돌려 김지은을 보았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물었다.
‘혹시?’
이에 김지은이 빙긋 웃었다.
그 웃음에 강소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은 씨도 그날 상당히 화가 나셨나 보군.’
자신도 화가 나서 그걸 억누르기 힘들었는데, 팬클럽 회장까지 맡고 있는 김지은이다.
그 깊은 빡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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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동영상 사이트의 실시간 스트리밍 담당자는 RD엔터가 동영상 사이트를 집어 삼킨 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아보았다.
그리고 알게 된 건 일의 배후에 적룡 길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뻔한 건가? 어차피 RD엔터 역시 적룡 길드의 자본으로 움직이는 회사니까.’
허탈하게 웃던 그는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적룡 길드의 VIP도 아니고 VVIP급 인물이 민하 걸즈의 상당한 팬이라는 소문이었다.
‘그게 소문이 아니었다는 건가?’
그리고 추가로 들려온 서버 증설 비용에 그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 정도면 서버 증설에 진심인데?’
이건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다음에 또 서버가 터지면 그땐…….
‘아니! 협박을 왜 돈으로 하는 건데!’
신박한 협박이었다.
그보다 문제는, 이번에 공개되는 RD엔터의 캐롤송 뮤직비디오다.
출연진 중에 이번 서버 폭파 사건을 일으킨 그녀들이 있었으니까.
* * *
11월 23일.
동영상 사이트의 메인에 동영상 하나가 떴다.
[RD엔터테인먼트 캐롤송 ‘기쁘기를’ official M/V]하얀 눈이 내리는 하늘.
카메라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오며 길을 걷는 한 남자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는 탑 크라운의 멤버 해진.
해진은 길을 걷다가 발을 멈추었고, 곧 그의 시선은 앞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에 멈춘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드럼 소리.
챙챙챙챙.
그리고 일렉기타와 베이스 소리가 어우러지며 노래가 시작되었다.
곧 큰 나무를 향해 모이는 사람들.
[매년 찾아오는 오늘듣는 것만으로도 마음 설레는
그래요
오늘은 그대를 위한 날]
사람들이 해진이 발견한 그 나무를 예쁜 장식으로 꾸미기 시작한다.
유하영과 노민아는 커다란 별을 달고 싶어 했지만, 나무의 꼭대기는 턱없이 높다.
그때 다가온 나빌레라의 이주.
그가 그 별을 잡고 살짝 발을 구르자, 그는 훌쩍 날아 오른다.
이주가 나무에 크고 빛나는 별을 달고 내려오자, 그 모습에 모두 기뻐한다.
[세상이 그대를 힘들게 하고하루가 지치는 나날들
그래도
오늘은 그대가 기쁘기를]
마침내 완성된 크리스마스트리.
그곳으로 다가오는 이들의 양손에는 선물이 가득 담겨 있다.
나무를 장식하던 그들은 새로 합류한 그들을 반긴다.
[내가 준비한 노래와 선물그리고 달콤한 케이크
모두다
그대를 위한 내 마음]
카메라의 시선이 바뀌고, 어느새 밤이 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주변으로 모인 이들.
그들은 모닥불에 고구마 등을 구워 먹으며 즐겁게 웃는다.
[그대가 웃어 주길그대가 기쁘기를
그래서
온 세상이 기쁘기를]
그리고, 화면 속에서 노민아와 유하영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다시 카메라의 시선이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자막.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모두가 기쁘기를] [RD 엔터테인먼트 캐롤송 ‘기쁘기를’ official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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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RD엔터의 관계자라서 좋은 것도 있군.’
덕분에 동영상이 업로드되기 전에 미리 이번 캐롤송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으니까.
강소는 화면에서 눈을 떼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서버를 증설했음에도 동영상 사이트가 장렬하게 전사…….
아니, 터져 버렸기 때문이다.
역시 초코빵은 위대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60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