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03
602화. 채영이의 돌잔치 (1)
강소는 자신의 방에 있었다.
“음, 그다음에는…….”
그는 지금 핸드폰으로 모바일 초대장을 돌리고 있었다.
이번 11월 27일이 유채영의 첫 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돌잔치에 대한 세부적인 것들이 모두 결정되었고 모바일 초대장도 제작했다.
강소는 유순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음식을 상당히 많이 준비하는 것 같은데?”
“맞아. 백일 때 기억하지?”
“물론이지. 그때 백설기를 백 개 만들어서 돌렸던 것도 기억한다.”
“맞아. 그때와 비슷한 건데, 돌잔치 때 손님들이 많이 올수록 아이가 행복해진다는 그런 말이 있어.”
“그렇군.”
그건 격변의 시대를 지나며 생긴 풍습이다.
못 먹고 살 때, 이왕 잔치를 여는 것 많은 사람들을 대접하고는 싶지만 혹시라도 초대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거나 그럴 수 있어 그렇게 말하던 게 진짜 그런 풍습이 된 것.
그리고 강소는 그 말을 진지하게 들었고, 그래서 자신이 아는 인맥을 최대한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음, 이 정도면 되겠지.”
강소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씩 웃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보낸 돌잔치 초대장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 *
천해진은 자신의 집에 방문한 손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위리 님.”
“다시 보니 반갑군.”
“저도 반갑습니다.”
그의 대답에 위리는 피식 웃었다.
“내가 반가운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온 물건이 반가운 것이겠지.”
“하하하.”
천해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들어오십시오. 좋은 술을 내오겠습니다.”
그들은 응접실로 들어갔고, 곧 천해진의 집사가 그들 앞에 술과 안주를 내놓았다.
위리는 우선 자신의 품에 있던 작은 상자를 내놓았다.
“받게나. 왕께서 주시는 이번 일에 대한 대가이네.”
“감사합니다.”
천해진은 상자를 받았고, 열어 보았다.
검은색 벨벳에 싸인 작은 상자를 열자, 오묘한 푸른빛을 내는 반지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투명한 유리 반지처럼 보이는 그 반지의 이름은 ‘세이렌의 반지’.
사람들을 매혹함과 동시에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지이다.
‘내가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
순간 죄책감이 느껴졌다.
자신이 왕에게 넘긴 ‘공간의 열쇠’는 진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세이렌의 반지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배우 생활을 위해서 세이렌의 반지를 원했지만, 이제는 생존의 문제였다.
그렇기에 죄책감을 누르며 위리에게 말했다.
“잘 수령했습니다.”
천해진은 당장 세이렌의 반지를 착용해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스파이 가문의 가주였기에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었다.
그건 바로 다른 매혹 능력이 있는 아티펙트와 달리 세이렌의 반지는 흑암의 12가문의 가주들에게도 통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위리였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어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핸드폰 알람 소리가 들린 것.
배우 일을 하는 천해진이었기에, 오는 연락은 바로 바로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위리의 앞이다.
‘할 수 없지.’
그의 생각을 알았는지, 위리가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확인해도 되네.”
“감사합니다.”
위리가 혼자 술잔을 드는 사이, 천해진은 방금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
순간 그의 눈동자를 스치고 지나가는 감정은 약간의 당혹이었다.
위리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네?”
“평소 뭘 해도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자네가 당혹스러워하다니.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건가?”
그 물음에 천해진이 손을 저었다.
“아, 아닙니다. 문제가 아니라…….”
“……?”
“사실 돌잔치 초대가 왔습니다.”
자세히 말하면 강소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확인해 보니 유채영의 돌잔치를 하니까 참석해 달라는 모바일 초대장이었다.
“돌잔치? 그게 뭔가?”
위리의 물음에 천해진은 돌잔치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을 들은 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런데 누구 돌잔치이기에 그런가?”
“아, 그러니까…… 채영이라고 하영이 동생의 돌잔치입니다.”
“하영이?”
순간 위리는 전에 천해진의 대기실에서 만났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울지 않는 아이가 신기했다.
그래서 물었다.
자신이 무섭지 않냐고.
그의 물음에 유하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왜 무서워요?”
“어? 그, 그야, 나는 상처가 많으니까…….”
“살기 위해 싸운 거잖아요. 그건 무서운 게 아니라 안쓰러운 거예요.”
그 대답은 위리의 가슴에 깊숙이 박혔고, 그건 아직도 그에게 따스함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위리에게 친절히 경고도 해 주었다.
도둑을 조심하라고.
덕분에 위리는 몰로를 막아 낼 수 있었다.
“음…… 그러고 보니 하영이를 못 본 지가 꽤 되었지.”
그 말에 천해진은 깨달았다.
자신 앞의 위리 역시 초코빵이라는 것을.
위리가 말을 이었다.
“하영이의 동생이라니! 그럼 당연히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 줘야지. 그러니까 나도 돌잔치에 가겠네.”
“네?”
천해진이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어, 어비스로 안 가십니까?”
“그 재미없는 곳에 일찍 돌아가 봤자 뭐 하는가? 좀 더 있다가 가도 되네.”
“…….”
위리가 말을 이었다.
“해야 할 일도 남았고.”
그렇게 해서 위리의 체류가 결정되었다.
* * *
다음 날,
각성자 협회의 지원 3과 2팀에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네? 누가 온다고요?”
“그러니까 일본 방위성의 쿠로다 국장이 한국에 방문한다고 연락이 왔네.”
“이유가 뭐랍니까? 제가 파악하고 있기로는, 현재 일본과의 접점이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은데?”
그 말에 2팀장이 말했다.
“개인적인 일이라고 하더군. 그래서 특별편 비행기가 아니라 정규편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그리고 호텔도 개인이 예약할 테니까 대행만 해 달라고 부탁하더군.”
“혹시…… 미국과 접촉할 생각인걸까요?”
현재 미국에서 온 이들이 한국에서 머무르고 있었기에 그런 추측이 가능했다.
그때였다.
“팀장님!”
옆에서 한 직원이 전화기를 붙잡고 팀장을 불렀다. 그는 중국 쪽을 담당한 직원이다.
“무슨 일인가?”
“중국의 왕인 공안부 부부장이 오신다는데요?”
“뭐?”
“그런데 동반하는 분이…… 중국의 제로급 각성자인 곽후 헌터입니다.”
“……!”
그 말에 깜짝 놀란 팀장이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로 방문하는 건가?”
“그게…… 사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숙소도 개인적으로 잡겠다고 합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
“혹시 중국에서도 미국과 접촉하려는 걸까요?”
그 말에 다른 직원이 말했다.
“그건 이상합니다. 그런 의도가 있다면 저희에게 이렇게 방문을 알릴 이유가…….”
“그건 그렇군.”
만약 정말 그렇다면, 비밀리에 왔을 터이니까.
“대체 무슨 일이야…….”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확실한 건 이건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 잠시 지원 1과에 다녀오겠네.”
* * *
각성자 협회가 갑작스러운 외국의 중요 인사의 방문에 들썩거리고 있을 때,
강소는 인벤토리 안에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하랑이 그를 맞이했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폐관제작에 들어갔던 치두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 말에 강소는 즉시 치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 강소 님.”
치두는 강소를 보자 활짝 웃었다.
“폐관제작이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네. 드디어 강소 님을 위한 무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장간 옆의 자신의 숙소로 만들어 놓은 곳에 들어갔던 그가 상자 하나를 꺼내왔다.
“여기 있습니다.”
강소는 상자를 열어 보았고, 그 안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팔찌를 보았다.
“이건?”
“네. 강소 님만을 위한 무기입니다. 이름은 ‘은빛 선율’입니다.”
뭔가 무기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에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은빛 선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습니까?”
“한 번 사용해 보시면 압니다.”
그 말에 강소는 그 팔찌를 손목에 찼다.
착용감은, 없었다.
그래서 감탄했다. 착용감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아예 착용했다는 감각 자체가 없었으니까.
“상당히 가볍군요.”
“금속 엘리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그렇군요.”
“이제 무기를 사용해 보십시오. 그냥 머릿속으로 창을 떠올리면 됩니다.”
그 말에 강소는 머릿속으로 창을 떠올렸고, 그러자 어느 순간 손에는 창이 잡혀 있었다.
전에 봤던,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모습의 창이다.
강소는 그 창을 가볍게 휘둘러보았다.
“……!”
순간 그의 눈이 커졌다.
“방금 선율이…….”
뭔가 아름다운 선율이 자신의 머릿속에 울린 것.
“왜 이 창의 이름이 ‘은빛 선율’인지 알 것 같군요.”
강소는 본격적으로 내공을 사용하여 이 창을 휘두르면 어떤 선율이 들릴지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제해야 했다.
이 인벤토리와 창이 자신의 내공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는 치두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무기를 선물해 주시다니…….”
그냥 무기가 아니었다.
엘리 금속으로 만든 아티펙트 형 무기이다.
강소의 말에 치두는 손을 저었다.
“저희가 받은 은혜에 비하면, 보잘것없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부디 제가 선물한 그 무기가 강소 님의 대업에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강소는 미소 지으며 창을 다시 팔찌의 형태로 되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 땅요정족을 만나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슬쩍 하랑을 보는 것을 보니, 하랑이 그 일에 대해 말한 듯했다.
“맞습니다.”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의 일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사실 그때 강소는 살짝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가 공간의 열쇠를 습득했을 당시, 서철에게 부탁하여 공간을 다룰 수 있는 힘을 담을 물건을 제작했다.
그게 바로 지금 이신이 가지고 있는 반달 모양의 펜던트이다.
하지만 서철의 능력으로는 그 권능에 어둠의 족속의 힘까지 담을 수 있는 ‘열쇠 모양’의 그릇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진짜 ‘공간의 열쇠’ 그 자체를 넘기는 건 위험했다.
그 상황에서 타이밍 좋게 땅요정족 아우룸이 등장한 것이다.
현재 이신이 가지고 있는 반달 모양의 펜던트가 진짜 왕의 권능이 담긴 게이트를 여는 ‘열쇠’임을 아는 자는 강소와 이신뿐이다.
혹시 그로 인해 곤란한 일이 생기면 안 되기에 다른 이들에게 반달 모양의 열쇠의 존재 사실을 숨겼다.
신뢰하는 것과 별개로 상황이 어찌 돌아갈지 알 수 없었으니까.
다른 것과 달리, 그 열쇠 안에 담긴 권능 ‘한 조각’이 왕에게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았으니까.
“음…….”
강소의 말을 들은 치두가 말했다.
“열쇠 형태의 아티펙트를 만드는 자라면, 분명히 저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알려 주신 분의 자손이겠군요.”
“그렇습니까?”
“네.”
치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땅요정족들은 가문마다 특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알려 주신 분의 특기는 열쇠와 세공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만난 땅요정족은 당신을 무척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이 땅에 오면서 어찌어찌하다 보니 전해 내려오던 기술을 잃어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그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 말에 강소는 의아해했다.
“예상하고 있었다고요?”
“네.”
치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알려 준 스승님이 말했습니다. 자신들이 어둠의 족속들이 사용하는 ‘이블 웨폰’을 만들어 줬을 때부터 자신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요. 그래서 저에게 남긴 것이 있습니다.”
“남긴 것이라면?”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치두는 다시 자신의 처소 안으로 들어가더니, 목걸이를 가져왔다.
“이겁니다.”
“이건…….”
“목걸이 형태의 기술 전수를 위한 비급입니다.”
“……!”
“스승님께서는 만약의 상황이 온다면 이걸 후손들에게 전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그는 그 목걸이를 강소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걸 아우룸이라는 땅요정족에게 전해 주십시오.”
강소는 그걸 받아 들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
.
.
인벤토리에서 나온 강소는 아우룸에게 찾아갔다.
지금 시간은 저녁 9시.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 목걸이를 빨리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음…….”
그런데 아우룸이 가게 앞에는 ‘외출 중’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문도 닫혀 있었다.
“어디 가셨지?”
그때 작은 쪽지가 보였다. 거기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강소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 여보세요.
아우룸이 전화를 받았다. 강소는 얼른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안녕하세요. 저 일전에 만난 적이 있던 강소라고 합니다만.”
– 아! 그 열쇠…….
“네.”
– 그래서 어쩐 일인가?
“사실은 제가 긴히 전해 드려야 할 물건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디 계십니까?”
– 나는 지금 친구네에 있는데.
그때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누구야?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강소는 아우룸의 친구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혹시 서철 어르신 댁에 계십니까?”
– 어? 자네가 서철을 어떻게 알아?
“어쩌다 보니 압니다. 거기 계십시오.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마침 잘 되었다.
서철에게 부탁할 것이 있었으니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60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