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04
603화. 채영이의 돌잔치 (2)
잠시 후.
강소는 서철이 있는 각성자 협회 부속 공방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강소를 맞아 준 건 서철의 수제자인 김은식.
“네. 안녕하세요.”
“지금 사부님께서는 개인 공방 안에 계세요. 오시면 그곳으로 모셔오라고 했어요.”
“알겠습니다.”
강소는 김은식과 함께 서철의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 그러니까 여긴 이렇게 해야 한다니까!”
“그게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가 아니야!”
강소는 서철과 아우룸을 보았다.
그들은 강소가 왔음에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하던 작업에 열중하며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험험. 사부님, 큰 사부님.”
“…….”
김은식이 그들을 불렀지만, 들리지 않았는지 그들의 티격태격은 끝나지 않았다.
“사부님…….”
그렇게 몇 번을 부르던 김은식은 마침내 누가 봐도 빡친 표정으로 빽 소리를 질렀다.
“아!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들이! 손님 왔다고 내가 몇 번을 말해요!”
“아…….”
“어…….”
그제야 그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험, 험험. 자네 왔나?”
“왔군.”
그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강소에게 말했다.
“어서 오게나.”
“그래,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했나?”
아우룸의 말에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치두가 준 목걸이를 꺼내었다.
“이걸 드리려고요.”
“이게 뭔가?”
“치두 장인이 폐관제작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땅요정족에 대해서 말하자 이걸 주더군요.”
“……?”
“치두 장인에게 기술을 전수한 땅요정족이 맡긴 비급입니다.”
“비급?”
“네. 기술에 대한 비급입니다.”
“뭐?”
그 말에 아우룸은 깜짝 놀랐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것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니, 이 조그마한 목걸이가 비급이라니?”
서철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자 아우룸이 그 목걸이를 보며 말했다.
“리베르겜마.”
“응?”
“이 목걸이의 펜던트 보이지? 그 펜던트에 박혀 있는 호박이 바로 리베르겜마라는 거야. 내 평생에 이걸 다시 볼 수 있게 되다니!”
아우룸은 무척이나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서철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그 펜던트가 왜?”
“에휴! 이놈아! 잘 봐라.”
그리고 아우룸은 그 호박을 문지르며 말했다.
“열려라.”
그 말과 동시에 호박에서 빛이 흘러나왔고, 그 빛은 허공에 글자의 형태를 만들었다.
“헉!”
“와!”
그 모습에 서철과 김은식뿐만 아니라 강소도 놀랐다.
그게 비급이라고 해서 어떤 식으로 보는 건가 싶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그…… 런데.”
서철이 두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대체 뭐라고 쓰여 있는 거냐?”
“어? 이거 아티펙트 제작 공정에서…….”
순간 아우룸은 문제가 뭔지 깨달았다.
리베르겜마가 허공에 만든 글자는, 한글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 말은 즉,
“하아, 글 먼저 배워야겠군.”
그렇게 치두의 부탁으로 건네준 비급을 아우룸에게 전달하는 건 해결했다.
이제 강소는 서철에게 볼일이 있었다.
“저, 어르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네. 이번에 채영이 돌잔치 때 이왕이면 소속 장인들과 함께 오셨으면 합니다.”
“잉? 공방 녀석들이랑 같이 오라고?”
“네. 제가 듣기로 돌잔치 때 손님이 많이 올수록 아이가 행복해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지인들을 초대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
“그리고, 손님이 많이 오면 하영이도 좋아할 것 같고.”
그 말에 서철의 눈이 반짝했다.
“그렇다면 내 공방의 녀석들을 다 끌고 가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서철은 아우룸을 향해 말했다.
“자네도 물론 함께 가야 해!”
그렇게, 강소는 아주 순조롭게 돌잔치에 참석할 손님들을 포획…… 아니, 초청했다.
* * *
유채영의 돌잔치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뭐?”
유순태는 강소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누구를 초대했다고?”
“그러니까 일본의 쿠로다 사유리 국장하고 중국의 왕인 공안부 부부장과…….”
“아, 아니, 그래서, 온다는 거야?”
중요한 건 그거다.
아무리 초대해도, “그날 선약이 있어서…….”라고 하면서 못 온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한 거 없었으니까.
하지만,
“온다고 연락이 왔다. 쿠로다 사유리 국장은 내일 비행기로 오고, 중국의 왕인 부부장은 이미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
“아, 서철 어르신과 공방의 다른 분들도 초대했고 각성자 협회의 직원 몇몇 분도 초대했다.”
“…….”
“천해진 씨와 윤진 씨 그리고 말라흐 씨랑…….”
유순태는 말을 잃었다.
돌잔치의 스케일이 너무 커졌고, 그 상황에 유순태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짝!
김지은이 손뼉을 쳤다. 그리고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장소를 옮겨야겠네요.”
* * *
그 시각.
중국의 왕인은 서울 공항에서 개인적으로 예약한 호텔로 향하는 중이었다.
레드 카밀리아 호텔.
적룡 길드에서 운영하는 호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급 호텔이다.
왕인은 차를 운전하고 있는 각성자 협회 직원에게 말했다.
“그냥 택시를 타고 가도 되는데…….”
“아닙니다.”
직원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오신 거라고 해도, 이 정도는 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은탑으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고요.”
사실 그 직원은 감찰과 직원이다.
차로 호텔까지 데려다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온 목적에 대해서 알아보라는 임무를 받았다.
사실 오늘 성진호나 다른 과장급 인사가 오려고 했지만, 왕인이 공식적으로 오는 것도 아닌데 과장급이 나가서 맞이하기에는 국격 문제가 있었다.
말로만 과장이지, 사실상 정부의 장관과 같은 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직원이 그들을 맞이한 것.
그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정말 다른 분들 동행 없이 단 두 분이서 오신 겁니까?”
그 물음에 왕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적인 일로 오는 건데 다른 사람들을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지요.”
그 말에 옆에서 말없이 있던 남자가 동의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곽후.
중국의 제로급 각성자이다.
“왕 부부장의 말대로입니다.”
“그러시군요.”
직원이 어떻게 말을 이을까 고민하는 와중, 왕인이 먼저 물어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보통 돌잔치를 어떻게 합니까?”
“네? 도, 돌잔치요?”
“네. 사실 제가 이번에 돌잔치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에 오게 된 거죠.”
“아…….”
그러니까 돌잔치 때문에 왔다는 거다.
“저희 중국에서는 돌잔치라고 해서 그리 거창하게 하지는 않고 그냥 가족·친지끼리 밥 한 끼 먹고 집에 돌아가서 폭죽을 쏘아 올리는 것으로 액땜을 합니다.”
“그러시군요.”
살짝 당황했지만, 직원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저희는 아이의 첫돌이 상당히 중요한 행사입니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가까운 친척들과 친구들이 모여서 축하해 주곤 했는데 격변의 시대가 지나면서 좀 달라졌죠.”
“그렇습니까?”
“네. 돌잔치 때 손님이 많이 올수록 아이가 행복해진다는 그런 속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정이 많은 나라라고 하더니, 그 속설이 생긴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하하하.”
직원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돌잔치 때 돌잡이라는 것을 합니다.”
“저희도 돌잡이를 하는 지역이 있긴 합니다.”
“그렇군요. 아, 그리고 돌잔치에 갈 때 축의금을 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돌반지를 줍니다.”
“돌반지라면?”
“금반지 말입니다. 보통 한 돈짜리 혹은 반 돈짜리를 선물합니다. 아이의 부귀영화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입니다만, 사실 아이가 자라면서 혹시 금전적으로 어려울 때 요긴하게 쓰라는 의미로 현금과 다름없는 순금을 선물하는 거죠.”
“그렇군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뭘요.”
“저, 부탁 한 가지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왕인의 말에 직원이 대답했다.
“말씀하십시오.”
“방금 말씀하신 돌반지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적당한 가게에 함께 가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군요. 알겠습니다.”
직원은 흔쾌히 승낙하고는 자신이 아는 금은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감찰과 직원이기에 알고 있는, 바가지 같은 부당한 폭리를 취하지 않고 운영하는 금은방이다.
그걸 보면서 직원은 재빨리 자신의 상사인 김명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과장님, 중국 VIP 이번에 돌잔치 간다는데요?].
.
.
“응?”
김명희는 방금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고, 고개를 갸웃했다.
“돌잔치?”
직원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돌잔치에 돌 반지를 선물하는 거라고 하니까 진짜 돌 반지를 사러 왔습니다.]그 말에 김지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돌 반지를 보았다.
이번 27일 저녁에 유채영의 돌잔치가 있었고 그곳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무려 강소가 초대했으니,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리 사 놓은 돌 반지이다.
“설마…….”
김명희는 무의식적으로 뒷말을 내뱉었다.
“쿠로다 사유리 국장도 돌잔치 때문에 오는 건가?”
* * *
드디어 유채영의 돌잔치 날이 되었다.
오늘 양춘각은 쉬기로 했다. 다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우선 장소는 양춘각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되었는데, 그 장소는 레드 카밀리아 호텔의 그랜드 홀이었다.
그곳이 가장 보안도 확실했고, 또 넓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지은의 진두지휘 하에 그곳은 돌잔치를 위한 장소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소와 허만철, 그리고 맹철영과 황진혁이 나와서 일손을 거들었다.
공짜는 아니었다.
유순태가 개인적으로 그들을 고용한 것.
물론 그들은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했지만, 유순태는 대가는 받아야 한다면서 일당을 선불로 입금해 버렸다.
“하영이는 언제 온대요?”
김지은의 물음에 강소가 대답했다.
“오늘 연습이 끝나고, 5시 반쯤 도착할 듯합니다.”
“그렇군요.”
“사실 하영이가 오늘 돌잔치를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생의 돌잔치니까 자신도 준비를 돕고 싶다고 하는 걸 간신히 설득해서 RD엔터로 보냈습니다.”
“그랬군요. 귀여워요!”
“네, 귀여웠습니다.”
그렇게 돌잔치는 착착 준비되었다.
.
.
.
5시가 되었다.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유채영은 한복으로 갈아입고 식장에 들어왔다.
“와! 멋진데?”
“정말 멋지네요.”
유순태 부부는 식장의 모습에 감탄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꾸며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컨셉은 색동.
쨍한 색을 사용하지 않고 은은한 파스텔 계열을 사용했기에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상석에는 돌상이 차려져 있었다.
흰 쌀밥에 미역국, 그리고 백설기와 송편, 수수경단을 비롯한 떡과 과일 등이 차려져 있었다.
미나리는 자르지 않고 청실과 홍실로 감아 놓았고, 그 옆에 대추도 있었다.
가운데에는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돌잡이를 위한 물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채영아. 마음에 드냐?”
강소가 물었다.
“네 돌상이다.”
그 물음에 유채영은 두 팔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까아! 까!”
마치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는 듯이.
임소영이 김지은에게 말했다.
“정말 고생했어요.”
“아니에요.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정말이지, 지은 씨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임소영의 그 말은 진심이었다.
덕분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때.
“다녀왔습니다.”
예쁜 한복을 입은 유하영이 도도도 달려왔다.
“하영이 왔어?”
“네!”
뒤에는 노란 원피스를 입은 노민아와 그녀의 엄마 서지수 그리고 차현태와 하태복, 백은하가 서 있었다.
그들도 오늘 초대받았다.
그러니까 오늘 첫 번째로 온 손님이라는 뜻이다.
“어서 오세요.”
“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식장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식장이 무척 고급스럽고 아름답네요.”
“네, 지은 씨가 고생 많았죠.”
임소영이 말을 이었다.
“원래는 양춘각에서 간단하게 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오신다고 해서요.”
그 말에 서지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대체 누가 오길래 식장을 이렇게 화려하게 꾸몄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유하영이 주최한 추수 감사 자선 파티에 각성자 협회장 윤한종과 제로급 각성자 이신이 왔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늘 아주 높은 확률로, 평생 보기 힘든 이들을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 임소영이 말했다.
“민아 어머니도 한 번 해 보세요.”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 놓인 쪽지와 상자들을 보았다.
그건 돌잔치의 작은 이벤트였다.
유채영이 돌잡이를 할 때 무엇을 잡을지 예상해 보는 것이다.
서지수와 다른 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연필, 실 등등이 적힌 상자 안에 넣었다.
그리고 원형 식탁들 중 하나에 앉았다.
곧 손님들이 한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
천해진과 함께 돌잔치에 참석한 위리는 뜻밖의 인물과 마주했다.
바로 윤진과 함께 들어오던, 솜니움 아틀리에의 수석 디자이너 스텔라 함이다.
그녀는 식장 디자인을 구경하느라 이곳에 위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
스텔라 함은 자신도 모르게 옆구리를 손으로 짚었다.
“왜요? 또 옆구리 아파요?”
“아, 그동안 괜찮았는데…….”
그녀는 중얼거렸다.
아주 오래전, 그가 자신에게 남긴 상처가 다시 아파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6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