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15
614화. 버스킹 (1)
강소는 공원으로 향했다.
그곳의 노점상에서 떡꼬치를 사기 위해서이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왔네. 떡꼬치 드릴까?”
“네.”
떡꼬치 노점상에 자주 들러서 단골이 되었기에 사장은 강소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사장이 떡꼬치를 기름에 튀기기 시작했다.
강소가 사려는 수량이 제법 되었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그때, 한 남자가 손에 뭔가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 공원 한쪽에 멈추었다.
잘 보니 그건 스피커였다.
‘스피커?’
잠시 후 그 남자는 마이크를 설치하고 기타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냈다.
그걸 본 떡꼬치 노점상 사장이 말했다.
“아, 버스킹을 하려나 보네.”
“버스킹이요? 그게 뭡니까?”
“그냥 거리 공연 같은 건데, 여기가 버스킹이 가능한 공원이거든. 그리고 저 청년은 요즘 매일 이곳에 와서 노래를 부르곤 해.”
그가 떡꼬치를 기름에서 빼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애매해…….”
“노래를 못 부르는 겁니까?”
“실력이 없는 건 아닌데, 뭐랄까? 암튼 애매해.”
“그렇군요.”
잠시 후, 그 남자는 기타를 메고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조현익입니다. 날씨가 춥네요. 그럼 첫 번째 노래 들려 드리겠습니다.”
곧 기타 반주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대와 함께했던 지난겨울에 내리던 눈이 지금 여기에 내리는데…….”
그 노래를 듣자 떡꼬치 노점상 사장이 왜 애매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실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애매하군.’
그러니까 가수를 꿈꿀 만한 실력이지만, 가수로 데뷔하기는 어려운 실력이라고나 할까?
“주문한 떡꼬치 다 됐어.”
“네.”
강소는 떡꼬치가 담긴 봉투를 받았고, 계산했다.
그리고 버스킹을 하는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말 열심히 노래하고 있었지만, 그 앞에 놓인 기타 케이스에 돈을 넣어 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강소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기타 케이스에 넣었다. 그건 그의 열정에 대한 격려의 의미였다.
강소는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의 귀에 계속해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딸랑.
강소가 양춘각에 들어오자 유순태와 다른 양춘각 식구들을 그를 맞아 주었다.
“오셨습니까?”
“역시 빨리 왔네.”
오늘 강소가 산 떡꼬치는 간식이었다.
점심 영업이 끝나면 배가 고팠기에 간식을 챙겨 먹는 편이었다.
모두 오손도손 테이블에 둘러앉아 떡꼬치를 먹었다.
“떡꼬치가 아직도 따뜻하네요?”
맹철영의 말에 강소가 대답했다.
“식을까봐 서둘러 왔습니다.”
“그러셨군요.”
하지만 맹철영보다 더 강소의 속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유순태이다.
그는 떡꼬치를 맛있게 먹고 있는 강소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짜 떡꼬치에 진심이구나.’
그때 황진혁이 말했다.
“그나저나 지은 씨도 떡꼬치를 먹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어쩔 수 없죠. 급한 일이 있다니까요.”
요즘 김지은은 알바가 끝나자마자 퇴근했다. 그리고 강소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연말이니까.
적룡 길드 역시 기업체였고, 그렇기에 수많은 서류 등등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문득 강소는 생각했다.
‘이따가 지은 씨에게 떡꼬치를 가져다줄까?’
김지은도 떡꼬치를 꽤 좋아했으니까.
* * *
조현익은 기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기타를 치느라 얼어붙은 손을 핫팩으로 녹이며 기타 케이스를 챙겼다.
오늘의 수익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는 그 돈을 챙겼다.
‘배가 고프네.’
그도 그럴 것이 3시쯤부터 6시인 지금까지 3시간 동안 계속해서 노래했으니까.
그때 이 근처에 짜장면 맛집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양춘각이라고 했나?’
인터넷으로 버스킹 장소를 검색하던 중에 알게 된 정보였다.
‘오늘 저녁엔 짜장면을 먹자.’
그리 결심한 조현익은 우선 근처에 빌린 작은 원룸에 가지고 온 악기와 스피커 등등을 보관한 후 양춘각으로 향했다.
짜장면은 홀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것이 그의 신조였으니까.
잠시 후.
조현익은 양춘각에 도착했지만,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는 대기표를 뽑고 좀 기다린 후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한 젊은 청년이 주문을 받았고, 그는 짜장면을 주문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조현익은 짜장면을 잘 비벼서 입에 넣었다.
후루룩.
왜 짜장면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진짜 맛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짜장면에 갑자기 어릴 적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조현익은 7살이었다.
그날은 왠지 할아버지가 집에 계셨다. 그러니까 조현익과 할아버지 이렇게 단둘만 집에 있던 것.
그에게 할아버지가 말했다.
“현익아.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갈까?”
“짜장면이 뭐예요?”
“하하하. 오늘 먹어 보면 알 거다.”
그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갔고,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허름한 중국집에 들어갔다.
조현익과 할아버지가 중국집에 들어가자 주인 부부가 그들을 맞아 주었다.
“회장님 오셨어요? 옆에 아이는 손자인가 보네요.”
“하하하. 맞아. 현익이라고 7살이지.”
“눈이 초롱초롱한 게 총명해 보이네요.”
“하하하.”
“짜장면 두 그릇 드리면 되죠?”
“응.”
그렇게 나온 짜장면은 조현익이 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맛은 참으로 강렬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때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현익아.”
“네. 하부지.”
“이곳이 어때 보이냐?”
“음…… 더럽고 어둡고 냄새나요. 그런데 짜장면은 맛있어요.”
“하하하. 솔직하구나. 그래, 네 나이에 솔직하지 않으면 안 되지.”
그리 웃던 할아버지가 말했다.
“할아버지가 이곳에 널 왜 데리고 왔을까?”
“잘 모르겠어요.”
“그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란다.”
“잊어서는 안 되는 거요?”
“그건 우리 역시 이런 곳에서 시작했다는 거란다. 그러니까 기고만장해지지 말아야 한단다.”
“네.”
“우리 현익이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직 잘 모르겠어요.”
“뭐가 되고 싶어 하든, 이 할아버지가 응원하마.”
그렇게 말했던 할아버지는 조현익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 돌아가셨다.
그는 그게 못내 아쉬웠다.
만약 지금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분명 할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응원해 주셨을 텐데 말이다.
어느새 그의 짜장면 그릇은 바닥을 보였다.
* * *
딸랑.
강소는 배달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셨어요. 형.”
“그래, 다음 배달은 어디냐?”
“그러니까…….”
오동수가 다음 배달지를 확인하는 동안, 강소는 오늘 공원에서 봤던 남자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낯익은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저기에 있군.’
오늘 공원에서 버스킹을 했던 남자가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설마 지금까지 노래를 부르다가 온 건가?’
그렇다면 거의 3시간을 노래했다는 건데 그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참 대단한 열정이군.’
그래서 살짝 안타까웠다. 그의 열정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
.
.
그날 저녁,
강소는 떡꼬치를 사서 적룡 길드로 향했다. 김지은에게 주기 위해서이다.
김지은은 매일 밤 10시에 개인 훈련을 했다.
그걸 알기에 그는 김지은의 개인 훈련장으로 향했고, 살짝 떡꼬치를 놓고 왔다.
물론 쪽지를 남기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딸랑.
“안녕하세요!”
김지은이 출근했다. 그녀는 오늘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서 와.”
“좋은 아침입니다.”
김지은은 앞치마를 하며 강소에게 말했다.
“어제 떡꼬치 잘 먹었어요.”
“맛이 괜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맛있었어요.”
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오빠. 이따가 점심 영업 끝나고 잠시 저랑 나갔다 오실래요?”
“어디 가실 곳 있습니까?”
“네. 오늘 간식으로 닭꼬치라도 사려고요.”
“알겠습니다.”
오늘 점심도 참 바빴다.
그렇게 영업을 마치고, 김지은이 말했다.
“오늘은 제가 간식을 살게요. 모두 닭꼬치 어때요?”
“좋지.”
“그런데 얻어먹어서 어떻게 하죠?”
“괜찮아요. 가끔 이렇게 사기도 해야죠.”
그렇게 강소와 김지은은 공원으로 향했다. 닭꼬치를 파는 노점상은 공원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닭꼬치 주세요.”
닭꼬치를 주문하자 노점상 사장은 숯불 위에 닭꼬치를 올려놓았다.
치이이익.
닭꼬치에서 닭기름이 떨어지며 연기가 피어올라 적당한 훈연을 입혀 주었다.
“겨울은 먹을거리가 많아서 좋아요.”
김지은의 말에 강소가 말했다.
“저 역시 그래서 겨울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닭꼬치가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강소는 낯익은 기운을 느꼈다.
어제 그 자리에 어제 그 남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설치하고 기타를 둘러멨다.
“안녕하세요. 조현익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며 첫 번째 노래 들려 드리겠습니다. 요즘 유명한 노래죠. RD엔터의 캐롤인 ‘기쁘기를’입니다.”
따라라.
기타 소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매년 찾아오는 오늘,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 설레는
그래요, 오늘은 그대를 위한 날…….”
그 노래에 김지은이 반응했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버스킹을 하나 보네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왔군요.”
“그런데…… 좀 애매하네요. 잘 부르기는 하는데, 뭐랄까…….”
김지은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냥 혼자만 불러보던 거 같아요.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녀의 말에 강소 역시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뭔가 아쉽네요.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데뷔해서 인기 좀 끌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다.
“음,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요?”
“혹시 손님으로 오거나 한 것 아닙니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을 기억할 때 그 장소도 함께 기억하거든요. 그래야 나중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있어서요.”
한참 끙끙대며 기억을 떠올리던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 기억났다! 누군지 기억났어요.”
“누굽니까?”
“JW그룹의 막내아들 조현익이에요.”
JW그룹은 일명 조원 그룹이라고도 불렸다. 창업자의 이름이 조원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격변의 시대와 함께 등장한 신흥 그룹으로, 마수 가죽을 가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대한민국 굴지의 회사로 성장했다.
“아, 그러고 보니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가방이나 신발 등의 피혁제품부터 헌터들의 방어구까지 다양한 가죽제품을 만드는 회사였던가요?”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그녀는 노래를 하고 있는 조현익을 보며 말했다.
“지금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왜 여기서 버스킹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좋아하니까요.”
강소가 말했다.
“저 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저자는 이 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고 또 즐기고 있습니다.”
김지은은 전에 조현익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
정·재계의 일원이 모이는 파티 등에 참석했을 때 봤던 조현익의 눈빛은 지금처럼 저렇게 빛나지 않았다.
모든 것에 무감각한 눈빛이었기에 지금 노래하고 있는 조현익을 봤을 때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그때였다.
끼익-!
근처에서 급하게 차를 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두 남자와 함께 중년의 여자가 다가왔다.
선글라스에 모피 옷을 두른, 딱 봐도 사모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를 본 김지은의 얼굴이 굳었다.
“누굽니까?”
“JW그룹의 사모님이요.”
그러니까 조현익의 어머니라는 거다. 노래를 부르던 조현익은 깜짝 놀라 노래를 멈추었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니?”
“어, 엄마…….”
“하라는 수업은 안 하고…… 딴따라 짓이나 하고 있어? 내가 널 그렇게 키웠어?”
“…….”
“당장 안 따라와?”
“어, 엄마. 하지만…….”
그때 그녀의 눈에 기타 케이스와 그 안의 돈이 보였다.
“얼씨구? 구걸까지 하니?”
“이건…….”
“됐고,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그녀는 날카롭게 말한 후 자신 옆의 경호원들에게 말했다.
“데리고 가요.”
“네.”
그리고 그들은 조현익을 끌고 차로 향했다. 그리고 조현익의 어머니, 윤미옥은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서민 냄새나는 곳에서 대체 뭔 짓을 하는 건지.”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격 떨어져서는…….”
그렇게 윤미옥은 그곳을 떠났다.
빠득.
그때 강소의 옆에서 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강소는 흠칫했다.
김지은에게서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저 여자가 뭐라고 하는 거죠?”
“진정하십시오.”
“서민 냄새? 격이 떨어져? 웃기는 소리!”
김지은은 코웃음을 쳤다.
그도 그럴 것이, JW그룹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뻔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적룡 길드장인 김해철과 부길드장인 자신을 볼 때마다 비굴하다고 할 정도로 허리를 숙이는 이들 중 하나가 그런 말을 하니 참 기가 막히는 거다.
강소는 조현익이 두고 간 스피커를 챙겼다. 한동안 그가 이곳에 오지 못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김지은 역시 강소를 도와서 기타를 챙기다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기타를 연습했는지, 운지하는 곳이 닳아 있었고, 현에 핏자국이 보였다.
그 치열함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현익 씨가 가수로 데뷔했으면 좋겠어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6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