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52
9화. 감이 좋은 남자 (2)
유순태와 박경석은 즉시 최병백에게 항의했다.
“아저씨.”
“팀장이라고 불러라.”
“네, 팀장님.”
“뭐냐?”
“들어 보니까 이곳이 C급 게이트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분명 위험하지 않은 E급이나 D급 게이트에 가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해 주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하!”
유순태와 박경석의 항의에 최병백은 기도 안 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 이 새끼들아. 너희 놀러 왔어? 돈 벌러 왔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냥 가라고 하면 가는 거지, 뭔 말이 많아.”
“하지만 이건 계약 내용과 다르잖아요.”
“계약서?”
최병백은 웃었다.
“우리가 그런 계약을 했다는 증거가 있어?”
“그, 그건…….”
“하!”
최병백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과 두 녀석에게 이목이 쏠린 것을 알아차린 그는 갑자기 표정이 사근사근해졌다.
“아가야. 딱 보니까 돈이 필요해 보여서 무리해서 이렇게 C급 게이트에 데려왔는데 그걸 따지면 내가 섭섭하지.”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에 유순태는 당황했다.
“E급이 왜 E급이고, D급이 왜 D급인데?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마정석은 등급도 낮고 또 양도 얼마 없잖아. 초짜인 너희가 거기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겠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
“내가 C급이라고 말하지 않고 데려와서 미안하지만, 이왕 들어왔으니 어쩌겠냐? 하지만 잘하면 돌아갈 때 한몫 단단히 챙겨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서 쉴 때 쉬어라.”
결국, 유순태와 박경석은 물러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소란 피워서 죄송합니다.”
그들은 천막 구석에 앉아 육포를 씹었다.
게이트 안에서는 하루에 딱 한 번 정규 식사 시간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쉴 때 먹어 둬야 했다.
“아, 맛없어.”
“딱딱하네.”
육포는 정말 돌덩이를 씹는 것처럼 딱딱했고, 짜기만 했다.
그때 그들에게 한 여자가 다가왔다.
“짐꾼 처음이지?”
“아! 네!”
“안녕하세요.”
그녀는 그들 옆에 앉으며 말했다.
“각자 물병 줘 봐.”
“아, 네!”
유순태와 박경석은 물병을 내밀었고, 그녀가 손을 움직이자 공중에서 물방울이 생겼고 그 물방울이 모여 그들의 물병 안으로 들어갔다.
“와!”
“물의 마법 각성자세요?”
“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물은 아껴 마셔야 해. 이런 사막 지형에서는 물이 귀하거든. 그리고 그 육포 말이야.”
그녀는 그들이 들고 있는 육포를 가리키며 말했다.
“최대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만든 거라서 많이 딱딱해. 그래서 무작정 씹는 게 아니라 입에 넣어 침으로 불려서 부들부들하게 만든 다음에 씹어 먹는 거야.”
“아. 몰랐어요.”
“그래서 짠 거군요.”
유순태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 내 소개가 늦었네. 내 이름은 백수아. 청신 길드 아이언팀 소속이지.”
“제 이름은 박경석이에요.”
“저는 유순태입니다.”
그들의 소개에 백수아는 호호 웃었다.
“그래도 정규 식사 시간이 되면 먹을 만한 게 나올 거야.”
“네.”
“그리고 아까 너희 팀장이랑 이야기하는 거 들었는데, 그 어떤 계약이든 구두계약은 믿지 마.”
“네? 구두계약이요?”
“그게 뭐예요?”
그들의 물음에 백수아는 눈을 깜빡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잘 모르는구나. 간단히 설명해 줄게. 말로만 하는 계약을 구두계약이라고 하는 거야. 그 어떤 계약이든 문서로 남아 있는 계약만 유효하다는 거 명심해.”
“네.”
“명심할게요.”
“그것도 뭐 살아나간 다음에야 필요한 거지만.”
그때 박경석이 물었다.
“저, 그런데 저희에게 왜 이렇게 잘 대해 주세요?”
그 물음에 백수아가 대답했다.
“그야, 잘생겨서?”
“네?”
“이름이 순태라고 했지? 학교에서 제법 인기 좀 끌었을 것 같네.”
“하하하.”
그때 아이언 팀장 백신온이 외쳤다.
“휴식 끝! 5분 뒤 이동한다.”
“네!”
그 말에 유순태와 박경석은 얼른 움직여 천막을 치웠고, 박경석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딜 가나 잘생겨야 대접받는구나. 아! 이 더러운 세상.”
“진짜 내가 잘생겨서 잘 대해 주셨겠냐? 우리가 불쌍해 보이니까 친절하게 대해 주신 거겠지.”
그렇게 이동하기를 두 시간쯤.
그때 유순태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가슴이 쿵쿵거렸고, 울렁거렸다.
마치 마수가 먹잇감을 노리고 숨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왜 그러지? 뭐 잘못 먹은 건가?’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그 더럽고 찝찝하면서도 불안한 그 기분에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 박경석이 물었다.
“왜 그래? 괜찮아?”
“아니,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서.”
“기분이 이상하다고?”
“응.”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뭔가 좀 더럽고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앞으로 향할수록 그 기분이 점점 더하네.”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신경 쓰지 마. 게이트라는 곳에 들어와서 그런 거겠지.”
“그렇겠지.”
그때, 그들의 말을 들었는지 한 헌터가 다가왔다.
“방금 이동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나?”
“아, 네.”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냥 기분 탓일 거예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건 우리가 판단한다.”
다소 오만하게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유순태는 그러려니 했다.
그 헌터는 백신온 팀장에게 향했고, 백신온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좌우의 이들에게 말했다.
“가 봐.”
“네.”
그들은 즉시 기척을 죽이는 아티펙트를 사용하여 앞으로 향했다.
잠시 후 그들은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이건?”
즉시 무기를 빼어 들며 외쳤다.
“전방에 스톤 스콜피온이 숨어 있습니다!”
그 말에 백신온이 이를 갈았다.
“우리가 들어왔을 때 왜 환영인사가 없나 했더니 이곳에 모여 있었군.”
아이언 팀장 백신온이 외쳤다.
“대형 B!”
즉시 헌터들은 짐꾼과 힐러 등 비전투 인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앞으로 향했다.
백신온이 외쳤다.
“원거리 딜러! 전방에 공격!”
“넵!”
원거리 공격이 앞에 퍼부어졌다.
키기긱!
키기기긱!
모래 속에 숨어 있던 스톤 스콜피온 여섯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고, 헌터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헌터들 역시 스톤 스콜피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앗!”
“히야압!”
전투가 시작되었다.
유순태와 박경석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이를 악물었다.
D급 마수 스톤 스콜피온은 외골격이 돌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꼬리 끝에는 석창이 달려 있었다.
포이즌 스콜피온처럼 독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몸체만 해도 대부분이 6~7m가 넘었으니까.
큰 놈들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10m를 넘었고, 그 꼬리에 맞으면 운이 좋으면 즉사였고 운이 나쁘면 전신 골절이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마수였음에도 D급인 이유는 약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바로 외골격 사이의 틈이었다.
끼에에엑!
헌터들의 무기가 약점을 파고들자,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절명했다.
마침내 상황이 종료되었다.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헌터들이 물러났고, 짐꾼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죽은 마수에게서 마정석을 채취하였다.
그리고 쓸 만한 부위를 도려내었는데, 스톤 스콜피온의 경우 꼬리의 힘줄이 쓸 만했다.
기린 길드에서 온 짐꾼 네 명 중 한 명이 유순태와 박경석을 불렀다.
“바쁘다. 얼른 따라와라.”
“네!”
그때 백신온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잠시, 유순태라는 짐꾼을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그 물음에 선배 짐꾼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물론이죠.”
백신온은 유순태에게 말했다.
“잠시 따라와라.”
“네.”
유순태는 그를 따라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선, 고맙다. 네 덕분에 큰 피해를 막았다.”
“아뇨, 저는 한 게 없습니다.”
“네가 느낌이 좋지 않다고 한 덕분이다.”
“제 말을 흘려듣지 않으신 헌터님 덕분입니다.”
“당연히 흘려들을 수가 없지.”
“네?”
유순태의 반문에 백신온이 대답했다.
“이곳은 게이트니까. 그리고 게이트는 그 어떤 것도 예사로 보아서는 안 되는 곳이거든. 그 어떤 사소한 것도 두세 번 살펴야지. 그래야 살아서 귀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각성자인가?”
그 물음에 유순태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그렇다면 감이 좋은가 보군.”
유순태는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우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뭐, 두고 보면 알겠지. 혹시 앞으로도 방금 느꼈던 것 같은 이상한 감이 느껴지면 즉시 말해라.”
“말씀은 드릴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진행이 늦어지거나 그러면 어쩌죠?”
그 걱정스런 물음에, 유순태에게 그의 기분에 대해 물었던 헌터가 말했다.
“팀장님께서는 네가 쓸모 있다고 판단하셨기에 그리 말씀하신 거다. 그러니 걱정은 네 몫이 아니다.”
“네…….”
그 말에 백신온이 혀를 찼다.
“그 딱딱한 말 좀 고치라니까. 오해 받게 말이야.”
“기회가 된다면 고치겠습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래그래, 알아서 해라.”
백신온은 유순태에게 말했다.
“그럼 가 봐.”
“네.”
유순태는 인사를 하고 짐꾼들에게로 돌아왔다.
“저, 뭐 도와드릴 거 있나요?”
그 물음에 짐꾼 중 하나가 말했다.
“저기 해체해 놓은 거 들고 오면 돼.”
“네.”
유순태는 얼른 그곳으로 달려가 해체해 놓은 부산물을 날랐다.
“그런데 마정석은요?”
그 물음에 선배 짐꾼이 말했다.
“마정석? 그건 팀장의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갔지.”
“네?”
“가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마정석은 줍는 사람 임자지만, 헌터들이 마수를 처리하고 얻는 마정석은 무조건 팀장의 인벤토리로 들어가. 그리고 그걸 업자에게 넘기는 거지.”
“역시 팀장이 가장 윗사람이라서 그런가요?”
“그것도 있지만, 가장 생환 가능성이 커서 그런 거야. 애써 모은 마정석을 모조리 날리면 얼마나 아까우냐?”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이거 날라라.”
“네.”
유순태는 선배 짐꾼이 건네는 스톤 스콜피온의 힘줄을 들고 다른 짐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선배 짐꾼에게 최병백이 다가왔다.
“너답지 않게 왜 친절한 척이냐?”
그 물음에 선배 짐꾼이 씩 웃었다.
“그 백신온 팀장이 눈여겨보고 있는 인재잖아. 잘 지켜봐. 그 직감이 진짜라면 살살 구슬려서 우리 쪽에 묶어 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으니까.”
“역시, 넌…… 철저하군.”
.
.
.
“괜찮아?”
유순태의 물음에 박경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참을 만…… 우욱!”
박경석은 헛구역질을 했다. 방금 스톤 스콜피온을 도축하는 곳 옆에서 보조했던 후유증이다.
아무리 외골격이 돌로 덮여 있다고는 하지만 그 속까지 돌은 아니었다.
그 속은 뻘건 피가 흐르는 생살이다.
그 안을 헤집는 과정에서 당연히 피가 튀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다른 마수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소각해 버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익숙한 자들도 피비린내에 속이 울렁거리는데 박경석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결국, 그는 먹은 모든 것을 게워 버리고 말았다.
박경석이 그런 상황이었지만, 그 개인을 기다려 줄 수는 없었다.
“이동한다.”
“네!”
.
.
.
유순태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떠 있는 하늘을 노려보았다. 욕이 저절로 나왔다.
태양이 다섯 번 뜨고 졌지만, 그게 게이트 밖의 시간을 뜻하지는 않았다.
‘아빠랑 엄마가 걱정하실 텐데…….’
레이드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E급이나 D급은 3일에서 4일이면 레이드가 끝났지만 C급부터는 그 기간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샌드웜이 조용하네.”
그동안 그들을 괴롭힌 건 샌드웜이었다.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희생자를 삼키는 샌드웜은 거대한 지렁이를 닮았는데, C급이라 개체가 작아도 큰 피해를 주는 마수이다.
그래도 유순태가 미리 경고한 덕분에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다.
“…….”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서른네 명 중 다섯 명이 샌드웜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최병백은 운이 좋아서 아직 다섯 명밖에 죽지 않았다고 했다.
“야…….”
유순태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박경석은 좀 나아진 얼굴이었다.
보다 못한 짐꾼 중 하나가 식초를 먹으라고 조언을 해 준 덕분이었다.
“왜?”
“있잖아, 우리……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유순태가 대답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그래도 넌 감이 좋잖아.”
이 게이트 안에 들어와 이런저런 고생을 하면서 느낀 바가 많은 듯했다.
“나 여기서 나가면, 다시는 짐꾼 같은 거 안 해.”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서?”
“그런 건 나 같은 소시민에게 맞지 않는 포부였어. 그냥 소소하고 길고 가늘게 살래.”
“그러든지.”
그때였다.
“……!”
유순태는 또다시 그 더럽고 찝찝한 느낌을 받았다.
“백신온 팀장님!”
유순태는 얼른 헌터들에게 달려가며 외쳤고, 그의 외침에 백신온은 헌터들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라 명했다.
그리고,
드드드드!
땅이 흔들렸고, 곧 모래 속에서 거대한 샌드웜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샌드웜이 튀어나온 곳이 박경석이 있는 곳이었다.
샌드웜은 그곳에 있던 짐꾼들을 향해 입을 벌렸다.
“야! 박경석! 얼른 피해!”
“어. 어어어.”
하지만 놀란 박경석은 그대로 굳어 버렸고, 샌드웜은 근처의 짐꾼들을 씹었다.
콰직!
“경석아아아악!”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1부 – 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