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58
15화. 선택 (1)
유하영의 요청에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부른 유순태 가족과 유하 그리고 강소는 양춘각으로 돌아왔다.
“그럼 저는 가서 하영이하고 채영이 씻겨서 재울게요.”
임소영의 말에 유하가 말했다.
“나도 도와줄게. 언니.”
“그럼 고맙지.”
그들이 2층으로 올라가고, 그 사이 유순태와 강소는 테이블을 세팅하기로 했다.
오늘 야식으로 파닭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테이블 세팅을 거의 마쳤을 때 배달시킨 음식이 도착했다.
“배달 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강소는 닭튀김을 받아 테이블 위에 놓고, 계산을 했다.
“순태야. 배달 왔다.”
“알았어. 위에 가서 내려오라고 할게.”
“그럼 나는 파를 가지고 올게.”
오늘 파닭을 먹기로 했지만, 주문한 건 파닭이 아니었다.
겨울에는 파가 매우 비쌌기에, 파닭을 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소의 인벤토리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파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그 파를 이용해서 파닭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강소가 파를 가지고 인벤토리에서 나와 그것을 씻어 놓고 있을 때 임소영 그리고 유하가 내려왔고 그 뒤를 유순태가 따라 내려왔다.
“하영이는요?”
강소의 물음에 임소영이 대답했다.
“오늘 피곤했는지, 금방 잠들었어요.”
강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도 하죠. 그런데 보통 야식을 먹는다고 하면 안 자고 버티던데…….”
“하영이는 파를 좋아하지 않잖아.”
“아, 그건 그렇군.”
파닭은 보통 튀긴 닭 위에 파채를 놓고 그 위에 특제 소스를 뿌려 먹는다.
소스가 뜨겁기에 파의 매운맛이 대부분 사라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나 매운맛에 취약한 이들에게는 맵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유하영은 파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파채를 얹기 전에 닭튀김 몇 개 먹으면 될 텐데.”
“오늘 많이 피곤했나 봐.”
“하긴…… 단독 콘서트가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았으니까. 연기대상 같은 시상식도 있었고.”
강소는 그리 말하며 파를 채 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유순태는 특제 소스를 만들었고, 그 안에 배달 온 닭튀김과 파채를 넣고 볶았다.
닭튀김과 파채 위에 소스를 뿌리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임소영 역시 그건 좀 매워했다.
그래서 유순태는 냄비에 소스와 파, 그리고 닭튀김을 넣어 불에 볶아 주곤 했다.
잠시 후,
유순태는 접시에 파닭을 담아 왔다.
“자, 먹자.”
“오! 맛있겠다.”
“이 겨울에 파가 들어간 파닭이라니!”
“그러게요. 잘 먹을게요. 강소 씨.”
“맛있게 드십시오.”
그때 임소영이 유하에게 물었다.
“그런데, 유하는 이거 먹어도 돼?”
임소영의 말에 유하가 웃으며 말했다.
“응. 요즘 비수기거든. 그리고 알잖아? 내가 유일하게 맥주 같은 것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언니네라는 거 말이야.”
“하긴 그렇지.”
연습생 때 있었던 일로 인해 스스로 준비한 음료 이외에는 먹지 않았는데, 맥주는 직접 만들기가 뭣했으니까.
그래서 이곳에서 먹는 거다.
만약 이상이 있는 맥주라면, 유순태가 알아차릴 테니까.
그건 그만큼 유순태와 임소영을 믿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또,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전에 있던 스토커 사건에 정말 많은 불안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그녀는 스토커 사건을 해결해 준 강소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유하는 강소를 보았다.
“그런데, 강소 씨는 진짜 가수 생각 없어요?”
그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여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없습니다.”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시는데요?”
“저는 양춘각 배달부입니다.”
그의 대답에 유하는 피식 웃었다.
“혹시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말해요. 제가 팍팍 밀어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유하가 고개를 돌려 임소영을 보았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강소 씨 노래를 들으니까, 언니 생각이 나더라.”
“나?”
임소영의 물음에 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순태와 강소에게 말했다.
“첫날, 지하 연습실 복도에 언니가 서 있었거든요. 중학생인 줄 알았는데 고등학생이더라고요.”
임소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네. 눈이 엄청 커져서 그럼 우리보다 언니예요? 라고 했잖아.”
“그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유하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때 신고식으로 노래를 한 곡 불렀거든요. 그때 언니 노래 듣고 우리 모두 기가 확 죽어 버린 거 알아요?”
“호호호, 그랬어?”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노래방에서 안사람 노래 듣고 깜짝 놀랐거든. 처제들이 받은 충격이 이해 가네.”
“생각해 보니까, 하영이가 언니 닮은 것 같아요.”
유하의 말에 강소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유순태가 보여 준 임소영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니 유하영이 누굴 닮았는지 알 것 같았었다.
“만약 형부 안 만났으면 우리 언니, 완전 톱스타였을 텐데…… 아 진짜! 형부가 책임져야 해요!”
“내가 진짜 잘못했네. 미래의 팬들에게 사과라고 해야 하나? 하하하.”
“하하하하.”
그 말에 모두 웃었다.
“그런데, 순태야.”
강소가 유순태를 불렀다.
“안주인하고 어떻게 만난 거냐? 듣기로 임송규 총회장님께서 소개해 주셨다고 하던데?”
“아, 맞아.”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그때가 생각나네.”
* * *
그날은 무더운 여름이었다.
“아, 덥네요.”
유순태는 하늘의 해를 손바닥으로 가려 보았지만, 말 그대로 손바닥으로 하늘거리기였다.
“그런다고 태양을 피할 수 있겠냐?”
그 모습에 백동호가 피식 웃었고, 유순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긴 하네요. 하하하.”
“게이트 안에서는 날카롭고 빠릿빠릿한 놈이 게이트 밖에만 나오면 어째 맹해지냐?”
“그거야, 죽을 염려가 없으니까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그렇긴 하네요.”
곧 그들은 램프 포터 길드 건물에 도착했다.
그들은 길드 직원들을 위한 아이스크림을 사 온 것이다.
그리고 손이 남는 유순태가 백동호를 도와서 다녀온 것이고.
“아이스크림 드세요!”
“길드장님이 사시는 겁니다.”
그들의 말에 모든 이들이 반색하며 아이스크림을 받아 갔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길드장실로 향했다.
예의상 길드장실에 먼저 들러야 했지만, 임송규가 자신에게는 제일 나중에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호 삼촌.”
“어?”
뒤를 돌아본 백동호가 활짝 웃었다.
“소영이구나! 우리 조카 왔네!”
순간 유순태는 두 가지 이유로 놀랐다.
첫 번째는, 백동호가 그렇게 활짝 웃는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소녀 때문이었다. 무척 예쁘고 귀여웠으니까.
“동호 형님. 삼촌…… 이요? 조카분이세요?”
그때, 문이 열리고 임송규가 나왔다. 백동호의 말을 들은 듯했다.
“어서 와.”
“오빠.”
그때 임송규가 고개를 돌려 유순태에게 말했다.
“아, 둘이 처음이지? 인사해. 내 동생 임소영, 그리고 여기는 우리 길드의 루키 유순태.”
“안녕하세요. 임소영입니다.”
“유순태입니다.”
그게 유순태와 임소영의 첫 만남이었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임송규의 물음에 임소영이 말했다.
“오늘 쉬는 날이라서, 오랜만에 동호 삼촌이랑 진평 삼촌 보고 싶어서 왔지. 그런데 진평 삼촌은?”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 곧 들어올 거야.”
“그럼 진평 삼촌 보고 가야겠다.”
“그렇게 해.”
그 사이 유순태는 슬그머니 빠졌다. 그리고 체력 단련실로 향했다.
‘나는 운동이나 좀 해야겠다.’
헌터들뿐만 아니라 짐꾼들도 체력이 상당히 중요했다. 그렇기에 길드 내부에 체력 단련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유순태는 워밍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체력 단련을 시작했다.
웃통을 벗은 유순태의 배에 선명한 왕 자가 새겨졌고, 그걸 보며 주변에서 운동하던 선배들이 감탄했다.
“와, 이 자식! 몸 좀 보게?”
“엄청난데?”
“어떤 식으로 운동한 거야? 비결 좀 알려 주라.”
“그냥 기본대로 한 것뿐인데요.”
운동하던 유순태는 땀을 닦으며 운동 기구에서 내려왔다. 목이 말라서였다.
하지만 물병은 텅 비어 있었다.
“이런, 물을 떠 와야겠네.”
그는 물병을 들고 체력 단련실 밖으로 나갔다. 정수기가 복도에 있었기 때문이다.
“진평 삼촌!”
“소영아!”
그 소리에 유순태는 고개를 돌렸다. 막 일을 마치고 돌아온 함진평이 임소영을 발견한 것이다.
“……!”
그 순간 유순태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언제나 딱딱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 때문에 얼음칼날이라 불리던 함진평이다.
그런 그가 활짝 웃는 얼굴로 임소영에게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 소영이, 언제 왔어?”
“방금 왔어. 진평 삼촌 보고 가려고.”
“이런 예쁜 녀석이라고!”
“삼촌두! 나 19살이야.”
“내 눈에는 여전히 애기다. 애기.”
“치이.”
그 알콩달콩한 대화에 유순태는 그만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그때,
탁.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짐꾼 선배였다.
“소영이는, 동호 형님과 진평 형님을 웃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지.”
“그, 그렇군요.”
“그러니까 경고하는데, 혹시라도 넘볼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게 좋을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저 아이 19살이잖아요. 미성년자랑 교제는 범죄 아닙니까? 그리고 저는 미성년자랑 교제하는 그런 파렴치한 놈 아닙니다.”
“그래, 넌 그런 면에서는 단호하지.”
그는 유순태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역시 넌 듬직한 녀석이야.”
“하하하. 감사합니다.”
며칠 뒤,
유순태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시각은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이런저런 잡무를 돕느라고 시간이 좀 지체된 것이다.
그때,
“우리랑 좋은 시간 보내자니까?”
“자꾸 튕기네?”
“아가씨, 우리 좋은 남자들이야.”
껄렁한 목소리였다. 딱 봐도 여자에게 들이대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하아, 저 새끼들…….”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그는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어이, 형씨들. 이 좋은 밤 뭐 하는 거야?”
“넌 뭐야?”
“웬 시비야?”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라. 저분은…….”
순간, 유순태는 움찔했다. 불량배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여자는 아무리 봐도 며칠 전 봤던 임소영이었기 때문이다.
‘길드장님의 여동생이 여기는 왜?’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커, 흠, 저분을 보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썅!”
그때 상대방이 선빵을 날렸다.
유순태는 가볍게 피하며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부웅-! 붕-!
휙-! 휘익!
약간의 소란 후, 상황이 정리되었다.
“너!”
“두, 두고 보자!”
불량배들은 후다닥 도망갔고, 유순태는 임소영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아, 감사해요.”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지금 RD엔터에서 데뷔조에 계시다고…….”
“맞아요. 헤헤.”
임소영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이렇게 밤중에 나오는 건 금지되어 있을 텐데…….”
“몰래 나왔어요.”
“몰래 말입니까?”
“네. 초콜릿 사려고요. 저희 초콜릿 먹는 거 금지거든요. 다이어트 중이라서요.”
임소영이 말을 이었다.
“저도 그렇지만 애들도 스트레스가 쌓여 있어서요. 스트레스를 좀 풀어 주고 해야 하거든요.”
“그건 그렇죠.”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초콜릿은 사셨습니까?”
“아뇨. 가던 중이었거든요.”
그 말에 유순태가 말했다.
“제가 같이 가 드리겠습니다. 어떤 미친놈이 또 찝쩍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감사하죠. 헤헷.”
곧 그들은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샀다. 그리고 숙소가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여기가 저희 숙소예요.”
“그렇군요.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저기, 부탁이 있는데요. 오늘 저 본 거 비밀로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 들어갈게요.”
임소영은 건물의 벽 빗물 배수관을 잡고 가볍게 벽을 타고 올라갔다.
“…….”
무척 날렵하게 3층까지 올라가 창문으로 쏙 들어가는 그 모습에 유순태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이거, 내가 돕지 않아도 충분히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걸까?’
괜한 오지랖이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
“하아…….”
숙소에 무사히 들어온 임소영은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모두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솔직히 아까 불량배들과 마주친 상황이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약점을 공략하여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곤 했다.
솔직히 그런 상황을 맞닥뜨린 사람들이 몇 있었다. 하지만 못 본 척하고 지나갔다.
그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괜히 끼어들어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유순태는 못 본 척하지 않았다.
‘정말 좋은 남자야.’
임소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초콜릿을 잘 숨겨 놓았다.
‘이거면 한 일주일은 버틸 수 있겠지?’
* * *
일주일 뒤.
게이트에 들어갔다 나온 유순태는 집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와 친한 선배가 게이트에서 목숨을 잃었다.
길드 건물에서 운동에 매진해 봐도, 슬프고 심란한 마음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흘러야 하는 건가?’
그때였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에 유순태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1부 – 1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