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60
17화. 선택 (3)
임소영의 말에 임송규는 마시던 차를 뿜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결혼이라니?”
“나 사랑하는 사람 있어. 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아이돌은 어쩌고…….”
그 말에 임소영은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저번에 그 일이 있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
“과연 내가 원하는 게 만인의 연인이 되는 것인가, 한 사람의 연인이 되는 것인가와 같은 고민 말이야.”
제법 진지한 그 말에 임송규는 묵묵히 듣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참 고민한 끝에 결정했어.”
“그렇구나.”
임송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그 상대가 누구냐? 나도 모르게 생긴 애인이라니…… 이 오빠 섭섭하다.”
“그렇게 섭섭할 거 없어. 오빠도 아는 사람이니까?”
“응?”
“오빠네 길드원이거든. 이럴 게 아니라 같이 길드로 가자. 내가 오빠에게 내 애인 소개해 줄게.”
* * *
유순태는 아침부터 긴장한 상태였다.
어젯밤.
그는 임소영과 함께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그전에는 그저 동생 같은 마음이었지만, 그녀가 성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이상하게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을 꿈꾸는 그녀였기에 자신의 존재가 그녀의 꿈을 방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만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임소영은 그런 유순태에게 말했다.
결혼을 전제로 정식으로 교제하자고.
그리고 오늘 임송규에게 말한다고 했고,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꿀꺽.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임송규와 백동호 그리고 함진평과 길드 내 선배들이 임소영을 얼마나 아끼는지 무척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안녕하세요.”
“길드장님 오셨습니까?”
“소영이도 왔네?”
임송규가 출근했고 그 뒤를 임소영이 따라 들어왔다. 임송규의 표정을 보니 아침에 임소영이 말한 듯했다.
“그럼 소개할게, 오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임소영은 유순태에게 다가왔고,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 순간,
모든 이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마치 메두사의 눈을 본 것 같이 말이다.
툭.
그 정적은 누군가 서류철을 떨어트리면서 깨졌다.
“어, 그, 그, 그,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네가 말한 그 남자가.”
“응. 맞아.”
그 순간 임송규의 잇새로 이가는 소리가 들렸다.
“너였냐? 이 자식이! 내 동생을!”
그리고 주변에서 분노에 찬 짐꾼 선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의 요정을!”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 생선을 문다더니!”
“이 자식이!”
그 험악한 분위기에 임소영이 외쳤다.
“누구든 순태 오빠 건드리면 내가 가만 안 둬!”
그 외침에 램프 포터 길드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오, 오빠라니…….”
“아무리 친해도 꼭 누구누구 씨라고 하던 소영이가…….”
“으허어억!”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유순태는 임소영의 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임소영은 다른 네 명의 데뷔조원들을 불러 모았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유하의 물음에 임소영이 말했다.
“나, 아이돌 되는 거 포기하려고.”
“네?”
“어, 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녀들은 깜짝 놀랐다. 당연했다. 지금까지 아이돌을 바라보며 함께 달려왔다.
그리고 이제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돌을 포기하겠다니!
“왜 그래요? 언니?”
“무슨 일 있어요?”
그녀들의 걱정과 의문에 임소영이 말했다.
“그런 건 아니야. 함께 하고 싶은 남자가 나타났거든.”
“네?”
“사실 내 진짜 꿈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야. 그리고 지금 그 남자를 잡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아.”
그때 가장 어린 메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그래도, 흐윽! 그래도 언니랑 같이 데뷔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미안해. 이런 이기적인 결정을 해서.”
묵묵히 임소영의 말을 듣고 있던 하나가 물었다.
“언니가 이렇게 말을 한다는 건, 고민이 끝났다는 뜻이겠죠?”
“맞아.”
“알겠어요.”
“고마워. 너희는 반드시 너희의 꿈을 이뤄. 내가 응원할게.”
그렇게 멤버들과 이야기를 마친 임소영은 곧바로 RD엔터에 하차 결정을 알렸다.
그녀의 결정에 많은 사람이 만류했지만, 그녀의 결정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을 뵈어도 될까요?”
“사장님을?”
“네. 그동안 신세도 많이 졌고 해서요.”
임소영의 말에 그녀의 담당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께 한 번 여쭤볼게.”
곧 만나겠다는 답이 왔다.
임소영과 그를 담당했던 매니저와 실장은 함께 사장실로 들어갔다.
“그래, 아이돌 데뷔를 포기하겠다고.”
“네.”
“아쉽군요. 임소영 양은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돌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찾은 진짜 꿈이 있거든요.”
“눈을 보니, 이미 결정을 굳혔군요. 그 꿈이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응원할게요.”
그녀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동안 여러모로 살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전에 그런 일도 있고 해서 좀 더 살핀 것뿐입니다.”
“그래도 사장님은 참 좋은 분이세요.”
“하하하.”
사장 이윤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나가게 된 김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편히 이야기하세요.”
“사장님께서는 네이밍 센스와 미적 감각이 영 별로라는 건 알고 계세요?”
“…….”
그 말에 매니저와 실장이 놀라 임소영을 보았다.
“RD엔터는 아이돌을 기획하고 유지하는 능력이 업계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어요. 그리고 그분들은 그냥 놔둬도 알아서 잘하실 분들이죠. 그러니까 사장님께서는 그들에게 적당히 성과급을 뿌리면서, 경영에 전념하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잠시 후,
이윤수는 간신히 평정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
“그, 그러니까 내 네이밍 센스와 미적 감각이 별로라고요?”
“네.”
“저, 전혀 그렇게 생각 못 했는데…….”
매니저와 실장은 방금 임소영의 폭탄 발언보다 이윤수의 그 말에 더 놀라 사장을 보았다.
그 시선에 사장은 말을 잃었다.
방금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임소영의 발언이 사실이라는 것을.
“……참고하죠.”
임소영은 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임소영은 실장과 매니저와 함께 사장실에서 나왔다. 사장실에서 조금 멀어지자, 실장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임소영을 타박했다.
“에휴, 너는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해서…….”
“저니까 이런 말을 하죠. 솔직히 다른 분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해요? RD엔터에 적을 두고 계신데.”
“하긴…….”
매니저가 말했다.
“그래도 속은 시원했습니다. 그동안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했으니까요.”
“하하, 그건 나도 동감이지만.”
매니저는 임소영에게 말했다.
“너, 설마 사장님을 뵙고 싶다고 했던 게 그 말을 하고 싶어서였냐?”
“네.”
임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신세 진 건 갚아야죠.”
“고맙다.”
“그런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임소영은 RD엔터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때의 그녀는 알지 못했다.
RD엔터와의 인연이, 다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 * *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예정대로 코튼 핑크는 데뷔했다.
데뷔와 함께 빠르게 차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지만, 임소영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유순태와 임소영의 결혼식이다.
“축하해.”
“축하한다. 크으윽!”
신부 대기실에 들른 이들은 임소영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임소영은 참 예뻤다.
이제 그들은 유순태와 임소영의 행복을 빌어 주어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한편,
결혼식장 앞에서는 유순태와 그 부모님, 그리고 임송규가 서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함진평이 유순태에게 다가왔다.
“행복하냐?”
“아, 혀, 형님.”
“그래, 행복해야지. 우리 소영이를 신부로 맞이하는데 얼마나 행복하겠냐?”
“소영이랑 함께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그래, 믿는다.”
함진평은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결혼식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중간에 임송규가 울음을 터트리는 사소한 일이 있었기는 했지만 말이다.
덕산 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유순태와 임소영은 임송규의 집으로 먼저 향했다.
유순태의 부모님이 그리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다녀왔습니다.”
“저희 왔어요.”
“어서 와라.”
임송규의 집에는 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백동호와 함진평 역시 함께 있었다.
“고 여사님, 점심 준비가 되었습니까?”
“거의 다 되었어요.”
“아,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도 돕겠습니다.”
유순태의 말에 백동호가 그를 눌러 앉히고는 말했다.
“우리가 돕지. 너는 그냥 있어.”
“……네.”
결국 거실에는 유순태와 함진평만이 남게 되었다.
유순태는 싸늘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함진평의 눈치를 보았다.
어쩐지, 편하지가 않았다.
“순태야.”
그때, 함진평이 그를 불렀다.
“네, 형님.”
“우리 소영이 잘 부탁한다.”
“네.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그때,
함진평은 스윽 유순태에게 가까이 왔고,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너, 소영이가 울면서 신세 한탄이라도 하면 그땐 송규 형님께 죽기 전에 나에게 먼저 죽는다.”
“…….”
유순태는 왜 함진평이 얼음칼날이라 불리는지 오늘에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
.
.
유순태와 임소영의 신혼집은 유순태가 새로 마련한 아파트였다.
이에 대해 유순태는 미안해했다. 하지만 임소영은 웃으며 말했다.
“전에 살던 판잣집에 비하면 호화주택이에요. 그리고 제가 좋아서 선택한 거니까 미안해하지 말아요. 자꾸 미안해하면 내가 더 미안하잖아요.”
“아, 알았어.”
“그냥 우리는 앞으로의 행복만 생각해요.”
“그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결혼해 줘서 정말 고마워.”
그렇게 그들의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2년이 지났다.
* * *
램프 포터 길드.
임송규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포터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았다.
“음, 여기 B-0105112 게이트에는 이렇게 보내면 되겠지.”
최근 열린 게이트에 들여보낼 짐꾼을 인선하고 있던 그때였다.
쾅-!
문이 벌컥 열리며 백동호가 들어왔다.
“형님!”
“헉! 깜짝이야! 뭐, 뭐냐?”
“큰일 났습니다.”
“큰일?”
“이번에 애들이 들어간 B-0225098 게이트가…… 레벨 체인지 되었습니다.”
“뭐?”
“그래서 A급이 되었습니다.”
“A급? 잠깐, 거기 들어간 애들은 아직 A급에 들어갈 짬이 안 되는 녀석들이잖아.”
“네, 그리고…… 거기 순태 녀석도 들어갔습니다.”
“젠장!”
잠시 후,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들었는지 임소영이 램프 포터 길드로 뛰어왔다.
“오빠! 뭐야? 이게?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진정해.”
임송규의 말에 임소영이 울먹이며 말했다.
“어떻게 진정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무사히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흑…….”
임소영은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게이트 레벨 체인지 현상이 일어난 지금, 안에 들어간 이들 중 상당수가 살아나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짐꾼들은…… 전멸이 확실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마침내 유순태가 들어갔던 게이트가 열렸다. 그 말은 즉 클리어했다는 뜻이다.
피 말리는 심정으로 그 게이트를 지켜보고 있던 임송규는 다급하게 게이트 입구 앞으로 향했다.
“어, 어어! 나온다!”
그 말에 임송규와 다른 길드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게이트 입구를 바라보았다.
제발 한 명이라도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
“무장이 없는데…… 짐꾼들이야?”
“짐꾼이네?”
안에서 나온 짐꾼은 모두 9명이었다.
“저런, 짐꾼이 한 명 죽은 건가?”
문제는 나오지 않은 짐꾼이 유순태라는 것이다. 이에 임송규는 안도와 함께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에휴, 하필이면 그 녀석이…… 소영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그때였다.
“어?”
백동호가 외쳤다.
“형님! 순태입니다! 순태가 나옵니다.”
그 말에 임송규는 두 눈이 커졌다. 정말 유순태가 나오고 있었다.
머리와 팔다리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었지만, 들어갔던 헌터 팀의 팀장과 함께 마지막으로 게이트에서 나온 것이다.
임송규는 결국 그에게 달려갔다.
“야! 유순태! 이 자식아!”
“형님…….”
유순태는 임송규를 보았고, 빙긋 웃었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졌다.
* * *
“으윽…….”
유순태는 눈을 떴다.
온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정신 들어? 오빠?”
그때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임소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유순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응. 나 살았나 보네.”
“무슨 그런 소리를 해?”
“헤헤, 미안.”
“나, 너무 무서웠어. 정말 정말 많이 무서웠어.”
“…….”
“나랑 아기만 두고 오빠가 죽을까 봐.”
“아기?”
“응.”
임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신 3개월이야.”
그 말에 유순태가 말했다.
“나 그럼 아빠가 되는 거야?”
“응.”
임소영의 대답에 유순태는 눈을 감았다.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왜 울어?”
“그냥, 눈물이 나오네. 하하하.”
울고 있지만, 웃음이 나왔다.
행복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1부 – 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