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82
39화. 비행기를 타고 (1)
강소는 TV를 보았다.
[네. 이곳은 영종도의 인천공항입니다. 올해 3월 완공되어 새 단장을 마친 인천공항을 국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곳을 보시면…….]지금 강소가 보고 있는 방송은 인천공항의 운영을 앞두고 인천공항의 곳곳을 소개하는 특집 방송이다.
격변의 시대가 오기 전, 인천공항은 제 1공항과 제 2공항이 있었다.
그 두 개의 공항이 모두 수복되었지만, 아직은 여객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1공항만 사용하기로 했다.
“2공항도 좋다고 그러던데.”
그걸 보던 유순태의 말에 강소가 되물었다.
“그래?”
“격변의 시대를 겪었지만 생존해 있는 어르신들이 아직 많으니까.”
“우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지만, 그분들에게는 추억이겠구나.”
강소는 말을 이었다.
“저기서 비행기라는 것을 타면, 마음대로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거냐?”
“응.”
그 말에 강소는 전에 수안곡 마을에서 발견한, 부모님이 남긴 앨범을 떠올렸다.
그 앨범에는 전 세계 곳곳의 유명 관광지 앞에서 찍은 부모님의 사진이 있었다.
강소는 부모님이 사진을 찍은 곳에 직접 가서 사진도 찍고 부모님이 느꼈을 감동을 그 역시 느껴 보고 싶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당장 갈 수는 있었다.
그에게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실제로도 블랙맨을 처리하러 몇 번 오갔고.
하지만 부모님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이니만큼,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식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었다.
강소는 고개를 돌려 양춘각 밖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오며 바로 앞 공원에 피어 있는 꽃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었다.
벌써 5월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주 금요일에 하영이 컴백 무대가 있었지?”
“맞아.”
이번에 민하 걸즈의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
앨범의 이름은 [Fly High]
높이 날아오르라는 의미이다.
민하 걸즈의 두 멤버가 모두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아기 새가 날기 시작하듯이 민하 걸즈도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그런 뜻으로 지은 앨범명이라고 했다.
“고영민 실장님도 바쁘시겠네.”
“그렇겠지.”
“그래도 언론 쇼케이스는 하지 않잖아.”
강소의 말에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 필요가 없으니까.”
즉, 기자들을 모아 놓고 그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저희 노래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고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기자들이 알아서 ‘민하 걸즈 최고’라고 기사를 써 줄 테니까 말이다.
몇 년 전에 유하영을 엮어서 소설을 쓰려고 했던 기자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후, 기자들은 민하 걸즈에 대해서는 알아서 몸을 사렸다.
그때 강소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네 형님 오신다.”
“어? 형님?”
“그래, 하영이 외삼촌.”
“아!”
그 말에 유순태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향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임송규가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어? 내가 오는 거 알고 있었어?”
“하하하.”
유순태가 멋쩍게 웃자, 임송규는 옆에 서 있던 강소를 보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앉으십시오.”
“그래.”
임송규 옆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는 임송규의 전담 경호원이었다.
임송규가 자리에 앉자 강소가 물었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부탁하지.”
그 말에 강소는 즉시 커피를 탔다. 그리고 회복의 기운도 잔뜩 불어 넣었다.
딱 봐도 임송규는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기 때문이다.
강소는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앞에 놓았다.
“드시죠.”
“아, 고맙네. 자네가 탄 커피를 마시면 이상하게도 힘이 난단 말이지.”
“그래서 제가 탄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 제법 계십니다.”
그때 경호원이 말했다.
“총회장님. 독극물 검사하셔야 합니다.”
“뭘 번거롭게…….”
임송규가 중얼거렸다.
“마음만 먹으면 이 지구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분인데…….”
“네?”
“아, 아니네. 혼잣말일세.”
하지만 경호원은 임송규의 말을 들었다. 그 역시 각성자니까.
그 말을 놓칠 리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 지구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대체 이 남자가 누구기에…….’
그는 강소라는 남자를 보았다.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군.’
강소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총회장님. 경호원 분의 말씀대로 하시죠. 총회장님의 몸은 총회장님 것이 아닙니다. 고 여사님을 생각하셔야죠.”
“험, 험험. 그건 그렇지.”
임송규는 그리 말하며 반지의 보석 부분을 쭈욱 빼서 커피에 담갔다 뺐다.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음.
그제야 임송규는 커피를 마셨다.
“크으! 맛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실 때 위에서 임소영이 내려왔다.
“오빠! 왔어?”
“그래. 채영이도 오랜만이네.”
“오사초! 아녀!”
유채영의 인사에 임송규는 유채영을 안아 주었다.
요즘 유채영은 아빠 엄마 소리를 곧잘 했고, 짧은 단어도 조금이지만 말할 수 있었다.
“채영이 잘 지냈어?”
“응!”
“제법 무거워졌네. 하하하.”
임소영이 유채영을 다시 받아 들어 옆의 유모차에 태우며 말했다.
“그런데, 어쩐 일이야? 요즘 바쁘잖아?”
“바쁘지.”
임송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이렇게 온 건 말이지…… 다름 아니라 결혼식 때문에…….”
“아!”
유순태가 말했다.
“드디어 식을 올리시는군요.”
“그래, 날짜는 이번 5월 말로 잡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그 물음에 임소영은 유순태를 보았다.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형님.”
유순태는 임송규가 자신들에게 날짜에 대해 물어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임송규의 가족은 그들뿐이었으니까.
결혼만큼은 가족들이 모두 함께 모여, 축복받는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일 터.
“그날,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고마워.”
임송규는 말을 이었다.
“험험, 그리고 말이지…… 사실은 내가 함께 혼수도 고르고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있어야지.”
그 말에 임소영이 물었다.
“그럼 웨딩드레스도 같이 못 봐?”
“아, 그건 간신히 시간을 좀 뺐어. 다른 건 못해도 그건 반드시 같이해야지!”
“잘 생각했어.”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 고 여사랑 같이 혼수를 고르고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서.”
“누구 돈으로 사는 건데?”
그 직설적인 물음에 임송규가 대답했다.
“당연히 내 돈이지. 고 여사에게는 그냥 몸만 오라고 했으니까. 집은 지금 사는 집에서 살고 이런저런 가전제품 같은 건 지금 쓰는 것도 아직 산 지 얼마 안 되었고 익숙한 게 좋다고 하셔서…….”
그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서 침대만 하나 새로 장만하기로 했거든.”
“하긴…….”
임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침대는 싱글 침대니까. 알았어. 여사님이랑 같이 가서 침대 고를게.”
“부탁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런데 하영이는 학교 잘 다니고 있지? 예비소집일 에 보긴 했는데 아는 척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가만히 있느라 혼났다.”
“호호호.”
임소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하영이, 학교에서 군기 반장이라던데?”
“응?”
그 말에 임송규가 피식 웃었다.
“피는 어디 안 가는구나.”
* * *
그 시각.
유하영은 학교에서 수업 중이었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1학년들은 오전 수업만 하고 하교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해도 오후 2시까지 수업을 했다.
아무튼, 지금 시간은 2시 10분.
청소 시간이다.
격변의 시대가 되면서 아이들의 교육 목표는 ‘자립’이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이 되면 자신이 사용한 학교는 스스로 청소하는 것 역시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유하영이 맡은 청소 구역은 교실이다.
그때 슬금슬금 도망가려던 반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아니, 애초에 유하영의 눈을 피해 도망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백승오. 박철은!”
“어?”
“왜?”
“청소해야지.”
“싫은데? 싫은데?”
“우리가 왜 청소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귀하게 자라서 그런 거 못 해.”
그들의 말에 유하영이 받아쳤다.
“귀하게 자란 거하고, 청소 못 하는 거랑 무슨 관계인데? 청소는 규칙이고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어.”
유하영이 말을 이었다.
“넌 청옥 초등학교 학생 아니야?”
“…….”
“그리고 너희만 귀하게 자란 거 아니야. 나도, 우리 모두 귀하게 자랐어.”
유하영은 그들에게 빗자루를 건네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청소 잘 하자. 알았지?”
그녀에게서 자연스레 발산되는 위압감은 S급의 위압감이다.
다른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유하영은 확고하게 1학년 1반의 군기반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든 학교의 일과가 끝났다.
유하영은 종례를 마치자마자 얼른 교문 앞으로 나왔다.
“하영아!”
“아! 민아 언니!”
저 멀리서 노민아가 도도도 달려왔다.
노민아 역시 전학의 형태로 청옥 초등학교에 다녔다.
교문 앞에서는 차현태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노민아와 유하영을 보자 얼른 다가왔다.
“가시죠.”
“네!”
그렇게 그들은 RD엔터로 출근했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그 말은 즉, 금요일까지 약 3일이 남았다는 거다.
노래도 나왔고 녹음도 끝났기에 이제 남은 건 연습, 연습, 연습이다.
“하영아!”
“민아야!”
그때 연습실에 누군가 놀러 왔다. 그들은 헤븐스 차일드이다.
“오빠들이다!”
“안녕하세요.”
“연습하느라 힘들지? 우리가 간식 사 왔어.”
그들의 손에는 치킨과 피자가 들려 있었다. 사실 그건 민하 걸즈였기에 가능한 간식이었다.
다른 아이돌이었다면, 데뷔 전 빡세게 몸매 관리를 하느라 그런 것은 일체 입에 댈 수도 없었으니까.
“우와아아!”
“맛있는 거다.”
“얼른 와. 따뜻할 때 먹자.”
“응!”
그들은 연습실에 둘러앉아 음식들을 펴 놓고 먹기 시작했다.
오늘도 즐거운 RD엔터의 댄스 연습실이었다.
* * *
다음 날.
강소와 임소영은 외출을 했다.
임송규와 고혜미가 쓸 침대를 사기 위해서다.
“잘 다녀와.”
“그래. 다녀오마.”
유순태는 집에 남기로 했다.
만약 조금 늦게 오게 된다면 양춘각 영업에 지장이 생긴다면서 남기로 한 것.
강소의 경우는 여차하면 그냥 튀어 오면 되었으니까.
“엄마! 빠빠.”
유채영이 손을 흔들어 주었고, 임소영은 유채영에게 말했다.
“엄마 얼른 다녀올게.”
“웅.”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빨간 경차를 타고 움직이기로 했다.
물론 운전은 강소가 했다.
부우웅-.
그들은 곧 임송규의 집에 도착했고, 임소영의 전화를 받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고혜미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여사님.”
“네. 반가워요.”
고혜미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그이에게 말은 들었지만, 미안하네.”
그녀의 말에 임소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무슨 그런 소리를 해요. 가족이 될 사이에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호호호. 그런가요?”
강소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H 백화점이다. 약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그들은 가구 매장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강소는 고혜미를 경호하고 있는 경호원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고혜미와 임송규의 결혼 이야기가 본격화되면서 경호원이 두 명 더 늘어났다.
그중에 한 명은 강소도 알고 있었다. 전에 호신용 아티펙트를 준 적이 있으니까.
‘여전히 열심히 경호하시는군.’
가구 매장은 백화점 5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온 김에 이것 저곳 보고 갈까요?”
“그럴까요?”
그렇게 두 여자는 1층부터 백화점을 훑기 시작했고, 강소는 그 뒤를 따라갔다.
문득 강소는 유순태가 가게 핑계를 대면서 왜 오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였다.
백화점 전체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3층 의류매장에서는 고객 여러분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부디 오셔서 여러분의 운을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지금부터 3층 의류매장에서는…….그 방송에 고혜미가 눈을 반짝였다.
“어머! 이벤트라니? 가 볼까요?”
“좋아요!”
그리고 강소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는 그녀들의 뒤를 따라 3층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무슨 이벤트인가 봤더니, 뽑기 이벤트였다.
커다란 기계의 손잡이를 돌리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캡슐 증 하나가 랜덤으로 나온다.
그 캡슐을 반으로 쪼개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종이에 1등부터 10등까지가 적혀 있다.
“1등 상품이 뭐죠?”
임소영의 물음에 고혜미가 말했다.
“저기 써 있네. 항공…… 권?”
강소가 설명을 덧붙였다.
“항공권이군요. 4인 항공권을 준다고 합니다. 노선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항공권이라고 적혀 있군요.”
그 말에 임소영과 고혜미에게서는 엄청난 기세가 느껴졌다.
“항공권…….”
“항공권이란 말이죠?”
그녀들은 얼른 줄을 섰고, 강소도 그녀들 뒤에 섰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었고 곧 고혜미의 순서가 되었다.
“자! 돌리세요!”
손잡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2부 – 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