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83
40화. 비행기를 타고 (2)
톡, 토도독.
곧 파란색의 캡슐이 나왔고, 고혜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캡슐을 열어 보았다.
캡슐의 쪽지에는 6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네! 6등입니다!”
6등 상품은 고급 수건 세트였다.
다음으로는 임소영의 순서였고, 그녀가 손잡이를 돌리자 빨간색 캡슐이 나왔다.
캡슐을 열자 나온 쪽지에는 2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네! 2등입니다!”
2등 상품은 무려 소고기 세트.
1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임소영은 만족한 표정이었다.
다음으로는 강소의 순서.
자신을 보며 기대하는 눈빛의 고혜미와 임소영을 보며 강소가 말했다.
“너무 기대하지 마십시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커지는 겁니다.”
“그래도 모르는 거죠.”
“맞아요. 강소 삼촌의 손은 행운의 손이니까요.”
“하하하.”
강소는 손잡이를 돌렸고, 곧 캡슐이 하나 나왔다.
데구루루르.
그는 캡슐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안에 들어 있던 종이를 폈다.
“1등, 이군요.”
“어머나! 세상에! 진짜 행운의 손이시네요!”
고혜미의 말에 임소영이 말했다.
“제가 말했잖아요. 강소 삼촌의 손은 행운의 손이라고요.”
* * *
그 시각.
각성자 협회 본부, 은탑은 오늘도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 협회장님. 김명희 과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일을 하던 성진호는 인터폰에서 들리는 말에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 네.
곧 문이 열리고 김명희가 들어왔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있는 성진호를 보며 말했다.
“지원 1과장이었을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건 옷이랑 머리 스타일밖에 없네.”
“또 있어.”
성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는 거. 이따가 H그룹 총수와도 만찬이 있거든.”
“아, 항공기 때문이지.”
“그렇지. 그곳에서 투자한 항공기가 제법 되니까. 하지만 그 항공기의 보안을 전부 그쪽에 맡겨 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비행기 운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공중의 마수들을 처리할 수 있는 헌터들이다.
하지만 그 헌터들이 만약 딴 맘을 먹는다면 비행기의 승객들이 위험해지는 것.
“그러니까 목줄은 이쪽에서 쥐고 있어야지.”
성진호는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쩐 일이야? 설마 내 얼굴 보고 싶어서 온 거야?”
그의 말에 김명희가 피식 웃었다.
“이야! 그 성진호가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도 하고…… 놀랍네.”
그 말에 성진호는 얼굴이 빨개졌다.
“왜? 나, 나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아니, 좋아서. 나에게는 솔직해서 좋아.”
“험, 험험.”
성진호는 헛기침을 했고, 김명희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포터총회 총회장님 결혼하신다네.”
“역시 감찰과. 정보가 빠르네. 그래서 내일 만나자고 하시는구나.”
“그런데 말이야, 진호야.”
“응?”
“우리는 언제 결혼해?”
“…….”
그 말에 성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협회장이 되기 전에 결혼 먼저 할 것을 그랬어.”
“그러니까.”
김명희도 같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냥 혼인신고만 하고 같이 살까?”
“아니, 그건 안 돼.”
성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왜?”
“웨딩드레스도 못 입혀 주는 못난 놈이 되고 싶지는 않거든.”
성진호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곧 날 잡을 수 있을 거야. 설마 나 은퇴한 다음에 결혼식 하겠어?”
“그런 말 하지 마.”
“응?”
“설마가 사람 잡는 건 유명한 클리셰잖아.”
“그, 그런가? 하하. 그나저나 영감님은 어떻게, 잘 살고 계시나? 은퇴하고 어째 연락 한 번이 없으시네.”
그 말에 김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잘 살고 계셔. 강은혜 여사님하고 아주 알콩달콩 재밌게 사시더라고. 질투 날 정도로.”
* * *
목요일.
양춘각의 브레이크 타임이다.
강소는 핸드폰을 꺼내 민하 걸즈의 팬클럽 사이트에 들어갔다.
역시나 화제는 내일 있을 팬 쇼케이스와 컴백 무대이다.
내일 아침, 유하영은 학교에 가지 않고 곧바로 RD엔터로 가야 했다.
그리고 오전 10시쯤 방송국에 가서 사전 녹화를 하고 점심을 먹은 후 방송국 인근에 마련한 곳으로 가서 팬 쇼케이스를 해야 했다.
그리고 오후에 방송국으로 다시 가는 등의 바쁜 스케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강소는 게시판을 살폈다.
[내일 팬 쇼케이스 티켓을 쟁취하신 행운의 초코빵들 계신가요?] [접니다] [저도 갑니다] [흑흑. 부럽네요] [저는 예비 번호 1번입니다] [저런…… (안타까움)] [연말 이후로 첫 번째 무대라니! 감격입니다] [팬 쇼케이스는 못가지만, 방청권을 쟁취했습니다] [저는 TV로 봐야겠네요] [내일 우리 민하 걸즈, 항공 샷으로 찍으면 카감 가만 안 둡니다]강소는 피식 웃었다.
그 역시 내일이 무척 기대되었다.
‘그나저나, 비행기 표를 어떻게 한담…….’
저번에 백화점에서 얻은 비행기 티켓 4장이 문제였다.
그의 손이 행운의 손이라 그런지, 아님 그게 운명이었기에 그런 건지 백화점 행사에서 비행기 티켓에 당첨된 것.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걸 누구에게 어떻게 줘도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좀 더 생각해 봐야겠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라갔다.
그사이, 김지은은 퇴근 준비를 마쳤다.
“그럼 저 먼저 가 볼…….”
그때였다.
후드드득.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비가 오네요.”
“그러게.”
유순태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하늘이 어두워져서 비가 오겠구나 하긴 했는데…….”
비는 제법 많이 오고 있었다.
우산을 써도 바지 밑단이 다 젖을 정도로 세찬 비였다.
그때 강소가 다가와 말했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의 손에는 차 키가 들려 있었다. 계단을 올라간 것은 빨간 경차의 차 키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아! 그러면 되겠네.”
유순태의 말에 황진혁과 허만철 그리고 맹철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역시 멋지십니다. 행님.”
그렇게 김지은은 강소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퇴근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소와 김지은이 탄 차는 적룡 길드를 향해 달렸다.
“내일은, 비가 그치겠죠?”
김지은의 물음에 강소가 대답했다.
“네. 내일 아침에는 비가 그칠 겁니다.”
“그럼 다행이에요. 내일 비가 오면 이것저것 많이 불편하니까요.”
김지은의 말에서 주어가 빠져 있었지만, 강소는 알아들었다.
“내일 하영이 무대 때문에 걱정이시군요.”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 하영이도 민아도 잘할 겁니다.”
“그렇겠죠.”
비가 오는 가운데, 이렇게 단둘이 차 안에 있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해졌다.
강소는 라디오를 켰다.
[여러분은 지금 정은채와 함께 하는 오후의 산책길을 함께 하고 계십니다. 다음 사연은요, 부산에 사시는 분의 사연입니다. 이름은 이 가명입니다. 가명으로 해 달라고 하셔서요. 후후]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사는 이 가명입니다. 저는 지금 한 책방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데요, 함께 아르바이트하는 오빠가 자꾸 신경 쓰입니다. 오빠만 보면 마음이 괜스레 두근거리고 간질거리고…… 이거 사랑 맞죠? 그런데 오빠도 저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늦게 끝나는 날이면 집 근처 놀이터까지 데려다주고, 어쩌다 손이 부딪치면 얼굴이 붉어지거든요. 제가 모쏠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저희 지금 썸 타고 있는 거 맞나요?] [글쎄요. 이렇게 편지로만 봐서는 잘 모르겠네요. 세상에서 가장 미묘한 게 남녀 관계니까요. 그래도 저는 이 가명 님의 썸을 응원합니다. 노래 들려 드립니다. 제이유의, ‘우리는’]곧 음악이 흘러나왔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서 있기만 할 건가요?
우리는 왜 서로
다가가지 못하는 거죠?
사실 나도 내 맘을 모르겠어]
강소는 라디오를 괜히 켰나 싶었다.
“노, 노래가…….”
김지은의 귓불이 붉어져 있었다.
“좋네요.”
“그렇군요. 하하.”
두 사람은 멋쩍게 웃었다.
민망해지려는 찰나, 차가 적룡 길드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살펴 들어가십시오.”
“감사해요.”
김지은이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없었다.
“어?”
강소가 웃었다.
“사소한 잔재주입니다.”
하지만 김지은은 알아차렸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세상에! 내 위에 오러로 막을 형성해서 빗방울을 막아 주다니!’
하지만 그녀가 감동한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다.
‘세심해!’
그때 저 멀리서 경호원으로 보이는 자가 우산을 가지고 달려왔다.
“그럼 저는 이만.”
강소는 인사를 하고 다시 양춘각으로 향했다.
아직 라디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 사이는 뭔가요?
누가 좀 알려 줘요]
강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라디오의 노래가 지금 그의 마음을 말해 주는 듯했다.
문득, 승전기념 콘서트 때 나타났던 노파의 말이 떠올랐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안다네. 하지만 무수한 선택을 거쳐 오며 이제 자네의 악과 선의 저울은 평행을 이루었다네. 그러니까, 이제 자네는 자네의 삶을 살게나.”
‘나의 삶…….’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차에 자율주행 모드가 있어서 다행이군.’
* * *
다음 날 아침.
유하영은 일찍 출근했다.
그리고 RD 엔터에서 예쁘게 꾸몄다.
이번 그녀들의 스타일 컨셉은 ‘여행’이다.
앨범명이 [Fly High]였고, 인천공항도 다시 운영을 재개하니 시류에 맞춘 컨셉이다.
그래서 유하영과 노민아는 마치 소풍을 가는 듯한 옷을 입었다.
그리고 유하영은 깜찍한 크로스백을, 노민아는 작은 배낭을 메었다.
“다 되었습니다!”
백은하의 말에 그녀들은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대기실로 나가자 그녀들을 본 차현태와 하태복 그리고 지민현은 감탄했다.
“어머!”
“역시…….”
“팬들이 엄청 좋아하겠군요.”
차현태는 차 키를 꺼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출발할까요?”
.
.
.
팬 쇼케이스.
양춘각 아르바이트를 하루 쉰 김지은은 대왕 초코빵으로서 초코빵들을 진두지휘했다.
팬클럽의 간부들은 그녀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모든 참가자가 착석 완료했습니다.”
“응원 물품 배부 완료했습니다.”
“참가 신청한 기자들 역시 준비를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쇼 케이스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 주세요.”
“네!”
그리고 김지은은 천천히 팬 쇼케이스에 참석한 이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순간, 그녀는 움찔했다.
“어? 저, 저분은……?”
낯익은 모습의 한 노파가 눈에 띄었다. 그녀의 이름은 강은혜.
전 전략실장이다.
평소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은 잘 모르지만, 김지은은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럼 그 옆의 할아버지는 설마…….’
외모변환 아티펙트를 착용했지만, 김지은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오러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니, 두 분이 여기는 대체 왜 계시는 건가요?’
그리 생각하던 김지은은 피식 웃었다.
오늘 알게 되었다.
윤한종과 강은혜도 초코빵이라는 것을.
* * *
미국.
엠마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보고 있는 건 어제 방송되었던 음악 방송의 민하 걸즈 출연분이다.
열 번, 아니 백 번을 더 봤다.
그런데도 그녀들에 대한 갈증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아, 직접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만나서 악수도 하고 싶고, 사인도 받고 싶었다.
그리고 직접 앞에서 노래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들과 자신의 거리는 너무 멀었기에 이렇게 영상으로 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 투덜거리던 그녀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팬클럽에 남겼다.
[여기는 미국입니다. 우리도 민하 걸즈를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그녀의 글에, 그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의 인천공항을 다시 운영한다고 하던데] [우리는 원한다. 민하 걸즈의 콘서트를]그 글에 달린 댓글은 순식간에 만 개를 돌파했다.
그리고 몇몇 미국 초코빵들은 RD엔터에도 메일을 보내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 몇몇은 곧 몇천, 아니 몇만이 되었다.
* * *
RD 엔터의 회의실.
그곳에서는 사장을 비롯한 이들이 회의 중이었다.
“민하 걸즈가 대단하긴 하군.”
“그러게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저희 홈페이지를 터트렸죠? 이번에도 터트렸네요.”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고영민은 웃으며 사과했다.
진짜 죄송해야 할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어떤가?”
사장이 말을 꺼냈다.
“세계 투어에 대한 가능성은?”
그의 물음에 고영민이 즉시 대답했다.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시장성이 차고도 넘칩니다.”
“그렇군.”
고심하던 사장이 말을 이었다.
“그럼 시행하도록 하지. 민하 걸즈의 월드 투어.”
그렇게 민하 걸즈의 월드 투어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한 달에 한 나라만 가는 것으로 해야겠군.”
사장의 말에 고영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거,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하겠군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2부 – 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