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92
91화. 다행이야 (4)
기자들은 양춘각의 짜장면을 먹었고, 감탄했다.
“와! 진짜 맛집이네!”
“맛있다!”
“이거 고기 탱탱한 거 봐라!”
“채소가 살아 있네!”
그때 위에서 유하영이 내려왔다.
하태복이 뒤에서 유하영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유하영의 경호원이었으니까.
유하영의 품에는 뽀뽀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꼬롱이가 앉아 있었다.
“아빠!”
그녀의 등장에 기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왜? 우리 딸?”
“나 놀이터로 놀러 나갈래요!”
하태복이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1층에는 내려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빠한테 꼭 말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해서요.”
“괜찮아.”
그때 임소영이 유하영에게 말했다.
“하영아. 아직 점심 안 먹었잖아. 그리고 오늘은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했지.”
“네. 이상한 사람들이 저를 괴롭힐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나가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나 심심해요.”
유하영은 침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유치원도 못 가구. 정훈이랑 윤주랑 숨바꼭질하기로 했는데.”
그녀의 말에 순간 기자들은 죄책감이 느껴졌다.
‘우리가 지금 5살 아이를 데리고 뭐 하고 있는 거지?’
‘하아…… 우리는 정말 인간쓰레기인가 봐.’
하지만 죄책감도 없는 기자가 있었다. 그는 유하영에게 말을 걸었다.
“저, 하영아. 오늘 아침에 나온 기사 아니?”
그 말에 기자를 제지하려던 하태복보다 유하영의 말이 더 빨랐다.
“기사가 뭐예요?”
“그러니까, 기사가 뭐냐면은…… 이런저런 소식을 말하는 건데…… 아, 그러니까.”
기사 쓰는 것이 직업인데, 왜인지 기사가 뭐냐는 말에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아, 아무튼, 이해용 선생님이 네 아빠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아빠 아닌데.”
“어?”
“우리 아빠 저기 있는데요. 이해용 선생님은 하부지인데. 사탕도 주고 좋은 하부지에요.”
“어…… 그런데 기사에는…….”
“바본가? 우리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꼬롱이랑 뽀뽀도 아는데.”
“꼬롱이랑 뽀뽀가 누군데?”
“애들이요.”
유하영은 품의 뽀뽀랑 머리에 앉아 있는 꼬롱이를 가리켰다.
“…….”
기자들은 할 말이 없어졌다.
“하하하하하!”
그때 옆에서 유순태가 크게 웃었고, 임소영과 김지은 그리고 강소와 하태복까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맞네! 하영이 말대로 바보네!”
“그러게.”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동의했다.
“사실 유전자 검사라는 것도 있지만 대응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어서 그냥 있는 것뿐인데 말이지.”
“뭐 하러 골치 아프게 대응하냐? 하영이가 네 딸인 거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그러니까. 하하하.”
너무나도 태연한 가족들의 모습에 유하영에게 한 방 먹은 기자들은 이제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하태복이 말했다.
“그럼 하영아. 이제 2층으로 올라가자. 밥 먹기 전까지 동화책 읽어 줄게.”
“음. 양치기 소년 읽고 싶어요.”
“그래, 알았다.”
그렇게 유하영은 하태복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갔고, 기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야, 양치기 소년이라면…… 어라? 이거 뭐지?’
유하영의 2연타였다.
그리고 강소는 속으로 씩 웃었다.
‘제법이야.’
유하영이 다섯 살이라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여러모로 뛰어났다.
그런 아이가 상황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내려온 건가? 기자들 놀려 주려고? 하하하.’
그는 고개를 돌려 김지은을 보았다.
투덜거리지만 그뿐인 것을 보니 분명 오늘 아침 김지은은 나름대로 처리를 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 결과가 이제 곧 나타날 터.
그때였다.
한 기자의 핸드폰이 울리고, 다른 기자들의 핸드폰 역시 동시에 울렸다.
“뭐? 거짓 기사였다고?”
“정정보도를 낸다고?”
“대국민 사과?”
“허! 그 신문사가?”
“하긴, 왜 메이저에서 안 오나 했지.”
“그나저나 그 오비엽 기자는 언제 한번 경을 칠 줄 알았어.”
그들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사가 거짓인 것을 알았으니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죽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때 강소가 말했다.
“계산은 이쪽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침.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뉴스 메뉴에는 크게 정정보도가 나왔다.
그 기사에 강소는 씨익 웃었다.
그의 예상대로 김지은이 먼저 손을 썼다. 그렇다면 이제 강소의 차례였다.
‘그나저나 구석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지 않을까 걱정인데?’
상관없었다. 고양이 목에 강철을 두르면 쥐의 이빨만 부러질 테니까.
* * *
서울의 한 카페.
오비엽 기자는 터진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 채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아오, 아파 죽겠네.’
사장에게 얻어맞아 이마가 깨지고 몸 곳곳에 멍이 들었다. 거기에 해고까지 당했다.
입술도 찢어져서 뭔가를 먹을 때마다 쓰라렸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젠장!’
왜 하필 건드려도 적룡길드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아이를 건드렸는지,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오비엽의 친구이자 다른 신문사의 직원이었다.
같은 나이였지만 그는 데스크를 맡고 있었다.
친구는 오비엽 앞에 앉았다.
“왜 불렀냐? 나 바쁜 거 알잖아?”
“아아, 미안하다.”
“쯧쯧, 얼굴 꼴이 그게 뭐냐?”
“사장 새끼가 팼다.”
그 말에 친구는 혀를 찼다.
“들어 보니까 팰 만했더만.”
“이 자식이!”
오비엽의 말에 친구는 코웃음 쳤다.
“그럼 신문사가 공중분해 될 뻔했는데 안 패냐? 나 같으면 멍석으로 말아 놓고 팼을 거다.”
“……아, 진짜!”
“그래서 왜 불렀냐?”
그 물음에 오비엽은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그 전에 뭐 마실래?”
“방금 커피 마시고 왔다. 그리고 그리 오래 시간 못 내는 거 알잖아. 그러니까 용건이나 말해.”
“그게 말이지.”
오비엽은 지갑을 다시 넣으며 말했다.
“혹시 자리 남는 거 하나 있냐?”
“자리?”
친구는 오비엽을 보며 그리 되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자식아. 그러게 왜 적룡길드를 건드려.”
“……내가 건드리고 싶어서 건드렸냐.”
“너는 왜 내가 네가 사 주는 커피도 안 마시는지 눈치 못 깠냐?”
“어?”
순간 멍해졌던 오비엽은 눈을 깜박였고, 서서히 얼굴이 일그러졌다.
드디어 상황이 파악된 것이었다.
“설마…….”
친구가 말을 이었다.
“이미 어제 저녁에 모든 언론사에 리스트 돌았다. 너도 알지? 적룡길드가 웬만해서는 리스트 돌리는 짓 안 하는 거.”
“…….”
친구는 마치 최종선고와도 같은 말을 내뱉었다.
“너 이제 기자질 못해.”
“…….”
“그러게 내가 뭐랬냐? 추측성 기사 그만 쓰라고 했지? 너는 공정하고 정확해야 하는 언론인의 수치다. 수치야.”
“사, 살려 주라! 어떻게 안 되냐?”
“내가 널 어떻게 돕겠냐? 이미 기자연대에서도 널 퇴출하기로 결의했다는데.”
“그, 그런…….”
“그러니까 진작 잘하지.”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는 이만 간다. 앞으로 부르지 마라.”
친구는 그대로 자리를 떴고, 오비엽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가만 안 둬! 용서 못해!’
그는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적룡길드에 대한 원망으로 불타올랐다.
‘유하영! 그 꼬마의 뒤에 적룡길드가 있다는 거지? 흐흐흐. 그러면 양춘각이 통째로 사라지면 어떤 기분일까?’
오비엽은 이미 복수심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날 밤.
오비엽은 양춘각으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휘발유 한 통이 들려 있었다. 그의 계획은 양춘각에 불을 질러 버리는 것이었다.
이미 인생이 바닥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그는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양춘각에 도착한 오비엽은 휘발유 통의 뚜껑을 열었다.
그때였다.
“……!”
뭔가 등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소름이 돋았다.
마치 등 뒤에서 맹수가 그를 노리는 것 같은 그런 공포가 느껴졌다.
그리고,
휙-!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과 함께 오비엽은 사라져 버렸다.
그곳에 남아 있는 건 휘발유 한 통뿐이었지만 그것도 다시 한 번 바람이 부는 순간 곧 사라졌다.
* * *
다음 날이었다.
“우아함! 잘 잤다!”
유순태는 크게 하품을 하며 내려왔다.
“어? 청소 다 한 거냐?”
강소는 씩 웃었다.
“양파도 썰어 놨다.”
“오! 땡뀨!”
유순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는 양파 까는 게 제일 싫단 말이지. 양파 한 번 깔려면 눈물이 앞을 가리니.”
그 말에 강소는 빙그레 웃었다.
“그래? 나는 아무렇지도 않던데.”
오늘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강소는 재료를 다듬으며 어젯밤을 떠올렸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오비엽은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미 강소가 양춘각을 진법으로 보호하고 있으니 불을 질렀어도 그 불은 오히려 오비엽을 태웠을 터.
강소는 오비엽을 데리고 인벤토리로 들어갔고,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을 주는 열매와 악몽에 시달리게 하는 열매를 먹였다.
그리고 집에 얌전히 잘 돌려보냈다.
너무 자비롭다고?
강소는 절대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염왕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니었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 하겠지.’
깨어 있을 땐 불타는 고통을 느끼고, 잠이 들면 악몽에 시달릴 테니까.
평생 말이다.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너무한다고?
강소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강소가 없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테니까.
게다가 강소의 자체적인 조사 결과 이미 오비엽 때문에 자살한 사람도 있었다.
‘자업자득이지.’
강소는 그렇게 생각 할 뿐이었다.
그는 어젯밤의 일에 대해 유순태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
분명 놀라고, 걱정할 것이 분명하니까.
유순태 가족은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되었다.
궂은 일, 더러운 일, 그리고 피를 뒤집어쓰는 일은 자신의 몫이었다.
이미 살육으로 더럽혀진 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손으로 유순태 가족의 행복을 지켜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족했다.
* * *
그날 양춘각의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강소는 음료수 한 병을 가지고 병문안을 갔다.
이해용의 병문안이었다.
“어서 오게나!”
이해용은 강소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간 격조했습니다.”
“아니야. 그동안 나 때문에 식구들이 많이 힘들었을 거 아는데 내가 어찌 그리 생각하겠어.”
“일은 다 해결 되었습니다.”
“나도 기사는 봤어.”
“그러셨군요.”
강소는 의자에 앉았다.
“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뭔가?”
“그날, 양화대교에는 왜 가셨던 겁니까?”
강소의 물음에 이해용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결혼했나?”
“아직입니다.”
“그렇구먼. 애인은 있고?”
“없습니다.”
“자네처럼 멋진 남자가 애인이 없어?”
“인연이 없었습니다.”
강소의 말에 이해용은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나는 부인과 결혼한 지 3년 만에 그곳 선유로도 나들이를 갔었네. 핑계 같지만 나는 조연배우였는데 갑자기 섭외가 밀려와서 상당히 바빴거든.”
“…….”
“그날 부인과 참 즐거웠어. 그리고 양화대교 앞에서 부인은 임신 사실을 말해 주었어.”
강소는 그날 이해용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추억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만 나보고 천국으로 오라는 것 같아.”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9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