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God wants to live in peace RAW novel - Chapter 241
마신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241화
* * *
“오늘은 금액대가 꽤 되시네요.”
“그런가.”
“네. 오늘도 현금으로 드리면 되겠습니까?”
“오늘은 통장으로 입금해 줬으면 한다.”
“통장으로…… 말입니까? 30억을?”
“무슨 문제라도 있나?”
문제가 있냐니…… 있는 문제도 없는 문제로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황태수가 기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제라뇨. 절대 없습니다. 다만 사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30억을 한 번에 송금해 드리면 국세청에서 조사가 나올 텐데…….”
힐끔.
“아무리 옛날하고 화폐 가치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30억이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국세청에서 바로 냄새 맡고 조사하다가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니 증여세를 때릴 겁니다.”
물론 이 30억은 마정석에 대한 대금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불법적인 루트로 마정석을 획득했다.
그러니 황태수의 말처럼 자금 출처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관청에서 보기에는 황태수가 댓가 없이 서준에게 30억을 증여한 셈이 되는 것이다.
“알고 있다. 10억 정도 되겠지.”
“예. 차라리 예전처럼 30억 원어치 로또 당첨 용지를 구해다 드릴까요?”
적극적인 황태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만마의 대원수가 아니던가!
기껏 머리 굴려 묘안을 떠올렸건만 정작 만마의 대원수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됐다. 괜한 관심 끌고 싶지 않다.”
“크흠…… 알겠습니다. 다만 오늘 안에 처리해 드리는 건 힘들고 내일까지 시간이 걸릴 듯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서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오늘 황태수를 찾아온 건 마정석 처분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마정석 처분은 핑계에 가까웠다.
천신들을 해치운 이후, 황태수가 영 뜸하길래 찾아와 본 것이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눈에 알짱거리던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아.”
“더 하실 말씀이라도?”
“근처 은행까지 바래다줬으면 하는데.”
“굳이 말이십니까?”
서준이 와락 인사를 구겼다.
“싫다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형건이 호출하겠습…….”
“고 이사님한테 이런 일을 시킬 순 없지.”
“……저는 됩니까?”
“된다.”
“……가시지요. 바래다드리겠습니다.”
* * *
“그러니까, 그게 진짜 장난이었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니…… 전부다?”
“몇 번을 묻는지 모르겠군.”
운전대를 잡은 황태수가 룸미러를 바라보며 눈을 샐쭉하게 치켜떴다.
“에이…… 아니죠? 괜히 절 그 뭐냐. 시험에 들게 하시려는 거죠?”
“내가 뭐 얻을 게 있다고 시험에 들게 하겠나.”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뒷자리에 앉아 있는 저 괴물이 정말 악마라면 왜 번거롭게 시험에 들게 하겠는가?
당장 영혼을 담보 잡아 버리고 말지.
하지만 아직 의문이 다 가신 건 아니었다.
“그럼 구라다이노무시키라고 하신 건 뭡니까? 그건 진짜 악마 이름 같던데?”
“천천히 발음해 봐라. 어떻게 들리는지.”
“구라다이노무시키.”
“더 천천히.”
“구라다 이놈의…… 아? 사장님 요새 연기 공부 하십니까? 무슨 연기를…… 하아. 장난은 대체 왜 친 겁니까?”
“반응이 재밌길래.”
황태수는 내심 이를 갈았다.
뭐? 반응이 재밌어?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퍽이나 재밌다.
‘하여간 이거 말이 장난이지, 하는 짓은 영락없는 악마라니까. 그래, 좋다. 앞으로 네 별명은 괴물이 아니라 악마다, 악마.’
단숨에 괴물에서 악마가 된 서준.
썩 괜찮은 별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악마는 지성이라도 존재하지 않겠나.
그러는 사이 도착한 가게.
서준이 차에서 내렸다.
“오늘 수고해 준 보답으로 경고 하나만 해 주지.”
“경고요?”
“당분간 박연이 사무실에 자주 찾아갈 거다.”
“박 선생님이 왜?”
“그건 박연한테 물어봐라.”
“아, 예. 아무튼 경고 감사합니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로 들어갔다.
“괴물2가 사무실에 자주 올 거라 이거지? 앞으로는 예희운수로 출근해야겠다.”
* * *
끼이이익-
적색 신호가 떨어지자 고급 세단이 부드럽게 멈춰 섰다.
이제 막 서준을 가게에 데려다주고 TS 실업으로 돌아가는 황태수였다.
그는 연신 툴툴거리고 있었다.
“내가 자기 장난감도 아닌데 왜 자꾸 장난질인지 모르겠네. 무심코 던진 돌에 올챙이 맞아 죽는단 말도 모르나? 누군 아주 오줌까지 지릴 뻔했구만. 그리고 뭐? 반응이 재밌어서 장난 좀 쳤던 거라고?”
창문을 내린 황태수가 퉤! 침을 뱉었다.
“그리고 자식이 은행을 갈 거면 괴물…… 아니. 악마답게 혼자 가면 될 걸 가지고 무슨 운전 시다를 시켜, 시키긴?”
서준의 앞에서는 절대 하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며 황태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탈칵! 탈칵!
그런데 라이터 바퀴가 자꾸 헛돌았다.
“에이, 시발! 오늘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욕지거리와 함께 라이터를 내던진 그의 눈에 문득 정류장이 들어왔다.
한데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뭐에 쫓기듯 흩어지는 게 아닌가?
“뭐지?”
고개를 갸웃거린 황태수는 차를 갓길에 댄 뒤 귀를 기울였다.
금방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채무 관계에 있는 남자 둘과 여자 하나.
그둘 사이에 군인과 노인이 끼어든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싸움이 시작되었다. 싸움이 시작되자 발을 동동 구르는 할아버지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출동하려면 한참 걸릴 텐데.”
아니, 한참이 뭔가?
아마 상황이 종료된 뒤에 올 거다.
“우근아! 우근아! 그만들 하시오! 내가 잘못했소! 내가 잘못 했으니 제발 그만하란 말이오!”
노인의 절규.
황태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백발의 노인이 새파랗게 어린놈들 앞에서 사정하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열 받은 상태인 황태수에게는 더더욱.
“하여간 시펄. 이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 게 노인 공경이 없어요, 노인 공경이. 옘병할.”
담배를 꺼내 문 황태수는 필터를 아그작 아그작 씹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러다 사람 잡겠다, 그만해라.”
“어떤 시발 새끼가!”
흉터가 희번덕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흉터의 눈에 담배를 아그작 아그작 씹고 있는 황태수가 들어왔다.
평소라면 거구의 황태수를 보고, 최소한 TS 실업의 식구라는 짐작 정도는 했겠지만 지금 흉터는 흥분한 상태였다.
자고로 흥분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법이다.
“시발 새끼가 뒤질라고!”
흉터의 윽박에 무기력하게 맞고만 있던 정우근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더니 황태수에게 소리쳤다.
“그, 그냥 가, 가십쇼!”
퍽!
“니 걱정이나 해 이 새끼야!”
“야.”
흉터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불렀냐, 시발놈아?”
“시발놈 아니고 황태수다. 불 있냐?”
그 말에 비교적 냉정을 되찾은 민머리는 흠칫 몸을 떨었지만, 흉터는 아니었다.
“없으면 어쩔 건데?”
“맞아야지.”
“이 새끼가 진짜!”
흉터가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정타로 맞았다면 웬만한 각성자들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 만큼 묵직한 주먹이었다.
황태수는 가볍게 사이드 스텝을 밞으며 주먹을 피해 냈다.
“이 씨이이이이바아아알!”
자신의 주먹이 애먼 허공을 가르자, 열이 바짝 올랐는지 흉터가 악다구니를 쓰며 황태수에게 달려들었다.
황태수도 나름 덩치가 있어 망정이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정우근이 보기에는 뿔난 황소가 달려드는 모습에 가까웠다.
황태수는 담배 필터를 아그작 아그작 씹으며 달려오는 흉터를 바라만 봤다.
‘멍청한 새끼!’
흉터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괜히 달려들고 있는 게 아니었다.
체구에서 자신이 앞선다. 그리고 그 체구를 이용해 놈의 오금을 붙잡고 넘어뜨리려는 생각이었다.
그다음?
파운딩을 퍼부어 저 X 같은 얼굴을 아작 내 줄 심산이었다.
‘됐다!’
흉터가 내심 쾌재를 내지른 그 순간이었다.
유유자적한 태도로 일관하던 황태수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세를 낮췄다.
그러고는 무지막지하게 달려오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 어깨로 메쳐 버렸다.
쿠웅!
굉음과 함께 땅이 울렸다.
어찌나 그 충격이 심했으면 흉터는 연신 컥컥거리기만 할 뿐, 감히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
“사람 봐 가면서 덤벼야지.”
“커억! 컥! 컥컥! 개, 개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황태수가 권총을 꺼내들더니 총구를 그의 발에 겨눴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끅! 끄으윽!”
엄청난 고통에 흉터는 감히 비명도 내지르지 못했다. 흉터의 얼굴과 목에 핏줄이 곤두섰다.
황태수가 흉터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욕 한 거 잘못했어, 안 했어?”
“끅! 끄으윽!”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이네.”
황태수의 권총 총구가 반대쪽 발로 향했다.
탕!
“끄으으으아악!”
“내가 왜 화가 난 줄 아냐?”
아직 흉터의 눈에 독기가 가득했다.
“모르나 보네.”
황태수가 총구를 흉터의 팔에 겨눴다.
게거품을 물고 있으면서도 독기 서린 눈으로 황태수를 노려보던 흉터의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자, 자, 잘못했, 했습니다!”
“뭘 잘못했는데?”
“저, 저, 전부 잘못했습니다!”
“알면 벌받아야지.”
탕!
“끄어억!”
결국 흉터가 고통을 못 참고 기절했다.
황태수는 민머리에게 다가갔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민머리는 황태수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마른침을 꼴깍였다.
‘사, 사람을 쏘는데 어떻게…….’
망설임이 없었다.
한두 번 쏴서 나오는 행동이 아닌 것이다!
“불 있냐?”
“이, 이, 있습니다!”
민머리가 공손하게 담배에 불을 붙여 줬다.
황태수가 연기를 민머리의 얼굴에 내뿜으며 말했다.
“내가 오늘 가뜩이나 X같은 일을 당했단 말이야? 어떤 악마 새끼가 운전 시다를 시켰거든. 그래서 시발, 두 시간 동안 담배도 못 폈어요. 근데 라이터도 말썽이네? 이 얼마나 X같냐 이 말이야. 안 그래?”
“마, 마, 마, 맞습니다!”
“근데 또 내 나와바리에서 웬 모기 새끼들이 앵앵거려? 기분이 좋겠어, 좆겠어?”
“조, 좆겠습니다.”
“그치?”
“에, 예!”
“그럼 맞아야지.”
퍼억!
“컥!”
퍽퍽퍽!
“크헉!”
퍽! 퍼억!
황태수는 샌드백 두들기듯 민머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몇 차례 주먹질을 하자 화가 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 *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황 사장님 아니었다면 제 손자 녀석 정말 큰일 치를 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굽신거리는 정태섭.
남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다는 게 아직은 어색한 황태수는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감사는 무슨. 노인장 손자 구하자고 한 것도 아니구만 뭘.”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내가 황태수인 건 어떻게 아셨데?”
“아까 사장님 본인 입으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노인장 귀는 밝으시네.”
“아! 우근아, 뭘 하고 서 있는 게냐. 인사드리지 않구.”
“으으…….”
“콜록콜록!”
바닥에 널부러진 흉터와 민머리를 바라보며 넋이 나가 있던 정우근이 정태섭의 호통에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아!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진짜 큰일 날 뻔했습니다.”
“커흠! 그러게 군인 아저씨가 무슨 오지랖이 그리 넓어? 아니다 싶으면 적당히 빠질 줄도 알아야지.”
정우근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리자 여자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