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God wants to live in peace RAW novel - Chapter 258
마신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258화
* * *
TS 실업 대표실.
황태수가 돋보기로 독특한 형태의 귀걸이를 들여다보며 침음을 삼켰다.
이름 : 비형랑의 곡옥
등급 : A(레전드리)
착용제한 : 없음
효과 : 전투시 지국천왕(持國天王)을 소환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세에 강림한 지국천왕은 44분간 머무를 수 있다. (쿨타임 44일)
효과 : 디버프를 60% 확률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착용 시 HP 3,000 상승.
설명 : 귀왕 비형(鼻荊)이 사용한 곡옥. 비형이 염라에게 부탁하여 명계에 보관하였으나 비형을 시기하던 도깨비가 훔쳐 달아나 씨름으로 자신을 이긴 김 서방에게 주었다.
황태수가 쓰고 있는 돋보기는 보통 돋보기가 아니었다.
감정 마법이 인챈트된 돋보기였다.
각성자들은 도구의 도움 없이도 아이템의 효과와 등급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게 불가능한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돋보기였다.
꼼꼼히 비형랑의 곡옥을 살펴본 황태수가 말했다.
“이건 또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어쩌다가.”
“이런 귀한 걸 어쩌다가 구하실 리가 없는데…….”
“아는 물건인가?”
“안다기보다는 들어 본 물건이죠. 비형랑의 곡옥이라고, 소환술사나 강령술사도 아닌데 별다른 조건 없이 지국천왕을 소환하는 아이템이거든요. 이런 건 언론에서 한 번씩 특집 기사로 많이 다뤄서 모를 수가 없습니다.”
“비형랑의 곡옥?”
“예. 사장님께서 알고 계시는 그 비형랑 맞습니다.”
서준은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이상한 데서 디테일한 면이 있군.’
이런 설화까지 참조해 아이템을 만들어 낸 걸 보면 말이다.
“가격은 얼마나 하지?”
“3년 전에 익명의 구매자한테 650억에 낙찰된 걸로 기억합니다.”
“650억…… 비싸군.”
“아무래도 소환 효과가 붙은 아이템은 많이 없다 보니까요. 게다가 위기일발의 순간에서 지국천왕을 소환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궁금하군.”
“예? 뭐가 말씀이십니까?”
“소환된 지국천왕.”
서준의 말에 황태수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답했다.
“비형랑의 곡옥은 착용 제한이 없어서 일반인도 소환시킬 수 있는데…… 한번 해 볼까요?”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황태수는 온몸에 전율이 이는 기분이었다.
소환술사와 강령술사는 일반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다.
등급과 레벨에 따라서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의 군사를 부릴 수 있는 게 바로 소환술사와 강령술사들이니까.
그런데 소환술사와 강령술사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소환을…… 그것도 지국천왕을 소환할 기회가 생기다니!
서준의 생각이 바뀔세라 황태수가 서둘러 말했다.
“여긴 지국천왕이 소환하기에는 좁아서 자리를 옮겨야 될 것 같습니다만.”
그 순간.
파팟!
눈 깜짝할 새에 웬 동굴이었다.
‘확실히 악마가 분명하다니까. 그나저나 여긴…… 악마의 소굴인가?’
이제 더 놀랄 것도 없었던 황태수는 여유롭게 동굴을 돌아봤다.
물론 황태수의 생각과 다르게 여긴 악마의 소굴이 아닌 12-Q 던전의 보스방이었다.
“소환해 봐라.”
“예.”
비형랑의 곡옥을 착용한 황태수가 이내 지국천왕을 소환했다.
쿠르르르르-.
대지가 거세게 흔들렸다. 흔들리던 지면이 쩍쩍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커다란 손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지국천왕의 손이었다. 지국천왕은 지면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켰다.
선 지국천왕은 고개를 뒤로 젖혀야 할 정도로 컸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가, 비형랑.
공명하는 것 같은 목소리.
그에 움찔한 황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기꺼이 돕지. 말만 하라.
한 손에는 보주를, 또 다른 손에는 커다란 대검을 쥔 지국천왕이 가늘게 뜬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황태수의 지시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밞아 버릴 기세였다.
“이런 아이템은 처음이군.”
지국천왕을 본 서준의 짤막한 감상평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지국천왕에 황태수는 저 악마 놈을 해치워 달란 말을 가까스로 삭였다.
‘지국천왕이 질 게 뻔한데, 뭐.’
지국천왕이 아니라 사천왕 전부가 강림해도 저 악마 녀석을 못 당해 낼 거다.
“그러니 값어치가 대단한 거지요. 이제 도로 집어넣을까요?”
“죽여도 다시 소환할 수 있는 건가?”
“예?”
“죽여도 다시 소환이 되냔 말이다.”
“아…… 예. 그럼요. 일회성이면 이게 650억에 낙찰됐을 리도 없겠죠.”
“괜찮군.”
눈치껏 지국천왕을 다시 집어넣은 황태수가 말했다.
“어떻게…… 이것도 같이 처분하시겠습니까?”
“아니.”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황태수가 비형랑의 곡옥을 다시 돌려줬다.
하지만 서준이 가져온 아이템은 비형랑의 곡옥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것들은 어떻게 할까요?”
“팔아라.”
“저기…… 판다고 하셔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사장님. 작은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예.”
“뭐지?”
“여쭙기 전에 혹시 당장 돈이 급하십니까?”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최정국에게 아이템을 탈탈 털어 온 건, 돈이 급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동진이를 미끼로 내몰려고 했던 괘씸죄의 일환이었다.
“아! 그러시다면 이 아이템들 처분하는 데 시간 좀 넉넉히 주실 수 있으십니까?”
“마음대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까지야. 그럼 이만.”
“살펴 가십…… 에라, 귀신 같은 놈. 그새 사라졌네.”
궁시렁거린 황태수는 서준이 남기고 간 아이템들을 바라보며 희희낙락해 했다.
‘악마 자식이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흐흐흐.’
* * *
김시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니 대표실에 아무도 들이지 못하게 한 사장님이 시간이 한참 흘러, 다짜고짜 불러내더니 괴상한 말씀을 하시지 뭔가?
‘내가 잘못 들었나?’
그래. 잘못 들은 것 같았다. 점심에 형건이와 반주를 걸쳤는데 그게 화근 같다.
그게 아니라면 총명하신 사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리가 없겠지.
“죄송합니다. 잘못 들었지 말입니다.”
“너 이 자식, 자꾸 형건이 닮아 간다.”
“죄송합니다.”
“목 좋은 곳에 전시장 좀 알아보라고. 에이치 스토어 입점시킬 만한 곳으로.”
“…….”
“이 자식, 왜 대답이 없어?”
“지금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뭘?”
“전시장 알아보라고 하신 거 말입니다.”
“제대로 들었네.”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코를 파는 황태수.
“……사장님.”
“왜.”
틱!
황태수가 튕겨 낸 코딱지가 마침 입가에 착지했지만 김시현은 닦아 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외람 된 말씀입니다만 이번 1분기 영업 이익이 작년 대비 반토막 났습니다.”
“알아.”
“……거기다 요즘 불경기가 더 심해져서 문창욱 상무님과 전재현 상무님은 2분기도 마찬가지일 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 단군 이래 불경기 아닌 적은 있었다냐? 불경기란 말은 나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소리다, 인마.”
“그런데 왜 사업을 확장시키려고 하시는지…….”
“지난 달 임원 회의에서도 이미 말은 나왔잖아. 예희 운수랑 보육원에서 나는 적자 메우려면 한시라도 빨리 주택 정비 사업에서 시공 따내던지, 새로운 돌파구 모색해야 된다고.”
“그건 맞지만…… 에이치 스토어는 저희랑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 아닙니까? 게다가 초기 자본도 만만찮고요.”
일명 H-Store.
오직 초자연적인 아이템만 취급하는 거래소였다.
그리고 이 에이치 스토어는 그 특성상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일례로 웬만한 마정석 하나가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명색이 에이치 스토어란 곳에서 마정석만 취급하진 않을 테니 과연 초기 자본이 얼마나 들어가겠는가?
때문에 백화점을 개인이 경영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에이치 스토어도 개인이 경영하는 일이 없었다.
물론 TS 실업도 기업이라면 기업이지만…….
‘대진이나 오성 그리고 심연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이지.’
경쟁도 박 터지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에이치 스토어를 위한 전시장을 알아보라니?
‘요새 술 자주 드시더니 총기가 흐려지신 건가.’
김시현이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려는 그때.
“아공간.”
츠츠츠츠-!
“헉!”
돌연 생성 된 아공간에 김시현은 볼썽사납게 나자빠졌다.
하지만 놀랄 일은 아직 더 남아 있었다.
“들어와.”
익숙하게 아공간으로 들어가는 황태수에 김시현이 조심스레 그 뒤를 따랐다.
“……!”
육안으로는 감히 그 크기를 잴 수가 없는 아공간이었다.
‘이런 반지라면…… 최소 SSS급!’
이걸 왜 사장님이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더 의문인 건 따로 있었다.
아공간에 널브러져 있는 마정석과 아이템.
“사장님 이게 대체 다…… 다 뭡니까?”
“뭐긴. 마정석이랑 아이템이지.”
“그, 그러니까, 이 많은 걸 어떻게 사장님이?”
“시현아. 나 황태수다. 이 천하의 황태수를 띄엄띄엄 봐도 너무 띄엄띄엄 본 거 아니냐?”
“예?”
“이 천하의 황태수가 믿는 구석 하나 없이 돈 안 되는 보육원을 지으려 했겠냐? 밑도 끝도 없이 에이치 스토어에 손을 대려 했겠냐고.”
“아…….”
김시현은 입을 쩍 벌린 채 침을 질질 흘렸다.
‘이 엄청난 사실들을 지금까지 숨기고 계셨다니…… 사장님이란 분은 대체…….’
어쩌면 나는 황태수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의 활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김시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 * *
대한민국에서 경찰관이란 직업만큼 극한 직업인 게 또 없다.
중앙경찰학교 시절에는 해당 비석의 문구가 초임 경찰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영화에서 보던 경찰처럼 민중의 지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란 걸 시보(試補)로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깨닫는다.
반려견을 잃어버렸으니 다짜고짜 찾아 달라는 신고부터 시작해서 거리를 나체로 돌아다니는 미친놈, 밤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치안 센터로 집합하는 주폭들까지…….
볼 꼴, 못 볼 꼴을 다 보는 게 경찰이란 직업이라 회의감이 들 때도 많지만, 사실은 보람찰 때가 더 많았다.
다른 동료 경찰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적어도 박진후와 고경수는 그랬다.
잿빛 시멘트 사이에 세워진 거대한 철문.
그 사이로 초췌한 모습의 남자가 나오자 두 사람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민석 씨!”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강민석이었다.
현대판 장발장이 따로 없는 그의 처지였지만 당시 박진후와 고경수는 그를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강민석은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고, 강민석이 신경 쓰였던 두 사람은 틈나는 대로 면회를 오고는 했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강민석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부처님 오신 날 특사로 특별 사면되었다.
다만 특사가 결정 난 건, 두 사람이 면회 오고 난 후라, 출소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하하. 어떻게 알긴요. 저희도 명색이 경찰입니다.”
“그보다 출소 축하드립니다. 여기.”
고경수가 두부를 내밀었다. 강민석은 얼떨결에 두부를 베어 물었다.
그런 강민석에 박진후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