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 Returns to School Days RAW - chapter (151)
29. 정화 작업 (1)
이번 대산 사건.
그 여파로 진경희 교감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박형준의 연락에, 그녀는 연신 손톱을 물어뜯었다.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전에, 선생들을 주도해서 김현성을 최대한 괴롭혀 주십시오. 억지로 트집을 잡든 명분은 알아서 만드시고, 제가 바라는 바는 김현성이 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김현성은 영악한 새끼라서, 분명히 시험을 방해하려는 골든 서클의 목적을 눈치채겠지요. 그렇게 신경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일차적인 목적은 달성입니다.]“……으흠.”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블랙아웃 작전을 진행하면서, 진경희로서도 통제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생겼다.
선생들 사이에서 불신이 생겨난 것이 첫 번째고, 학생들도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두 번째였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김현성을 대놓고 괴롭히라니. 김현성이 골든 서클이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상황에, 의문을 보였던 사람들이 ‘확신’을 보이기에 충분한 행보였다.
“당분간은 조금 자제하는 게 어때요? 요새 학교에서 말이 많아요. 무리하게 일을 진행했다가는, 골든 서클과 대성 미래 고등학교의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게 분명해요. 일단은 상황을 관망하고…….”
[진경희 교감 선생님.]말을 툭 끊었다.
싸늘하게 얼어붙은 목소리가, 진경희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골든 서클과 대성 미래 고등학교. 아니, 정확히는 진경희 교감 선생님은 저희와 한배를 탔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번에 확실한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한다면, 어차피 저나 선생님이나 이번 일에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외부인이라고 해서 이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입니다. 전, 절대 혼자 죽지 않습니다.]“아니, 그게 무슨!”
[왜요. 그것도 모르고 이 일에 발을 들였습니까? 선생님, 그렇게 순진한 사람 아니지 않습니까.]말문이 막혔다.
그녀도 알았다.
비리라는 것은.
한번 발을 들인 순간,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영원히 비리가 밝혀지지 않아 행복하게 사는 결말이 아닌 이상, 언제든 같이 파멸할 수 있었다.
진경희가 분노를 삼키며 말했다.
“……알겠어요. 일단 계획대로 진행하죠.”
* * *
블랙아웃.
그 사건 이후로 학교의 분위기가 변했다.
최명훈을 비롯한 부상자들은 아직 치료를 위해 등교하지 않았고, 대성 미래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김현성을 경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혼자서 수십 명을 때려눕힌 행보에 존경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들었고, 김현성이 언급했던 ‘골든 서클’이라는 집단에 많은 소문이 따라붙었다.
골든 서클이 정말 존재하는 걸까.
명수찬이 강재욱을 의뢰한 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이 학교생활을 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걸까.
복잡한 시기였다.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악의는,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미성년자들이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복잡한 시간이 흘러갔다. 대성 미래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김현성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 아직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 무렵.
선생들의 행동이 변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행동하려던 그들이, 어느 순간 대놓고 김현성을 향한 악의를 드러냈다.
“김현성, 너 왜 늦었어?”
수학 시간이었다.
이전 수업이 국어였는데, 국어 선생님의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자 수학 선생님이 사나운 눈빛을 보였다.
“국어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켜서 늦었습니다.”
“심부름?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해? 심부름은 심부름이고, 수업은 수업이야. 곧 수업이 시작되는 상황인데, 전국 1등이라는 새끼가 이만 수업 가야 한다는 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업에 늦어? 뒤로 나가. 뒤로 나가서 손 들어, 이 새끼야!”
억지였다.
그래도 따라야 했다.
선생이라는 직함이 주는 의미에, 김현성은 뒤로 나가 손을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현성, 수업 중에 딴눈을 팔아?”
“내가 지난 수업 시간에 말하지 않았나. 김현성, 너한테 ‘이 문제’와 관련한 숙제를 준비하라고.”
“이래서 성적 좋은 애들이 문제야. 학교 수업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 따로 공부해 와서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잖아.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선생들이 의욕을 잃는 거야. 나가. 이 수업이 네게 그만한 가치가 없다면, 나가서 혼자서 공부하라고!”
매 수업.
김현성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었다.
뒤에 나가 손을 드는 것은 양반이고, 벌점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선생이나 아예 복도로 내쫓는 선생도 있었다. 김현성의 같은 반 친구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진실을 모른다지만, 그들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련의 상황.
김현성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선생들의 집요한 괴롭힘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본인에게 소리치는 고성을 흘려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담임인 장원기가 말했다.
“김현성. 요새 수업 태도가 매우 불량하다던데. 당장 반성문 써 와. 만약 반성문을 설렁설렁 쓰거나 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나로서도 널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 알겠어?”
노골적이었다.
김현성은 지금.
반성문을 어떻게 쓰든, 그 처벌이 반드시 내려지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 * *
점심시간이었다.
친구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놀 때, 김현성은 강요받은 반성문으로 인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신의 시간을 제약하고.
처벌을 강요하고.
골든 서클의 계략일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김현성은 반성문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괜찮아?”
동급생 친구였다.
그가 다가오자, 몇몇 친구들도 이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선생들이 일부러 널 건드리는 거 맞지? 골든 서클, 그 개새끼들에게 돈을 받아먹고 널 괴롭히는 거잖아.”
“맞아.”
“……어?”
“맞다고. 골든 서클의 지시로 날 괴롭히는 거.”
시선을 마주쳤다.
동급생으로서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진실을 안다고 한들, 그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김현성이 말했다.
“너는 골든 서클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 같아? 참 같잖아. 얼마 전만 하더라도 학교 폭력을 내세워서 날 처리하려던 사람들이, 지금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날 괴롭히고 있어. 방법이 없는 거겠지. 최명훈, 조민석. 앞뒤 없는 애들을 밀어 넣었는데도 내가 건재하니까, 선생들로서는 위협을 느끼고 최대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쥐어짜 내고 있는 거겠지. 재밌지 않아? 이 학교라는 공간이 보호하는 한, 골든 서클이 아무리 대단한 집단이라고 한들 이게 그 녀석들의 최선이라는 의미야. 그동안 그들이 추구해 왔던 방식이기도 하고.”
언젠가.
골든 서클은 폭발하고 말 것이다.
본인들의 규율을 어기고, 학교라는 문턱을 넘어 본인들의 악의를 표출할 것이다.
바라는 바다.
의도적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들이 더는 참지 못하도록, 그동안의 규율을 지키면서는 절대 자신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그러니까 너도, 너희도.”
동급생을 포함한 모두.
아닌 척 귀를 기울이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너무 겁먹지 마. 우리보다 오랜 세월을 살았고 많은 것을 이룬 만큼, 선생들이나 골든 서클이나. 그만큼 잃을 게 많다는 의미니까. 너희를 건드렸을 때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너희는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손해를 강요받는 입장에 놓이게 될 거야. 그 사실을 명심해.”
* * *
점심시간이 끝났다.
다음 수업이 없는 장원기는, 본인의 자리에 앉으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현성, 이 독한 새끼.”
조금 전.
김현성은 기어코 반성문을 써 왔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반성문을 보면서 짜증이 치밀었다.
이쯤 되면 폭발할 법도 했다.
지난 며칠간 선생들은 노골적으로 김현성을 건드렸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뺨을 날리는 상황에도 김현성은 단 한 번도 반발하지 않았다. 계획과는 달랐다. 툭툭 건드려서 김현성의 컨디션을 깎아 먹으려는 의도도 있지만, 만약에 문제를 일으키면 엮어서 사건을 키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멀쩡했다.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얼굴을 보자니, 오히려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었다.
“속에 능구렁이가 수백 마리가 있는 것이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고등학교 3학년짜리가 어떻게 저렇게 반응할 수가 있어? 오냐,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그래 봤자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결국.
선생이 유리한 싸움이다.
학생을 평가하는 선생들이 악의를 품는다면, 학생은 일방적인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다.
죄책감은 없었다.
김현성을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미 대성 미래 고등학교 선생들의 치킨 게임(chicken game)이 시작되었다. 장원기와 같이 죄가 확실한 사람들은 김현성을 무너트리는 일에 진심이었다.
툭.
반성문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애초에 반성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반성문을 쓰는 행위로 괴롭히는 게 목적이었기에, 빽빽하게 채워진 반성문의 내용은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시선을 거두고 일을 하려던 장원기가 흠칫 놀랐다.
버리면서 살짝 확인했던 내용이, 머릿속에서 암세포처럼 번져 나갔다.
“……설마.”
황급히 쓰레기통을 뒤졌다.
반성문의 내용을 확인한 그는, 눈을 부릅뜨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런 미친 새끼가!”
확실했다.
김현성.
이 녀석은 정상이 아니었다.
* * *
이미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도 장원기는 담당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해, 한창 수업을 받던 김현성을 끌고 나왔다.
쾅!
상담실의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김현성 앞에 반성문을 던졌다.
툭.
“이거 뭐야?”
“뭐긴요. 반성문이잖아요.”
“이 씨발 새끼야. 이게 반성문이라고? 이게 네 잘못을 반성하는 내용이라고?”
눈이 돌아갔다.
학생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반성문의 내용은 이랬다.
그건.
명백한 조롱이자, 일종의 고발이었다.
장원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김현성의 말처럼.
시계는 골든 서클에게 받았고, 술집을 오가는 사치스러운 생활 또한 골든 서클이 제공해 준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김현성이 전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성난 얼굴로 분노를 토해 내면서도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김현성으로 인해 비리가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장원기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끼익.
김현성이 의자에 앉았다.
담담한 얼굴로 장원기를 올려보았다.
“선생님. 제가 재밌는 이야기를 해 드릴까요? 만약에 대성 미래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비리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걸 대대적으로 고발한다면 과연 골든 서클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으세요?”
“너 지금 무슨 소리를……!”
“의도가 뻔하잖아요. 지금 골든 서클이 선생님들을 내세워서 제 시험을 망치려는 게. 그래서 시험해 볼 생각이에요. 사실 지난 폭력 사건을 대대적으로 공개한다면, 이런 저급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절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어요. 아무리 집행 정지로 학교의 처벌을 유예한다고 한들, 형사 사건마저 틀어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궁금하지 않아요? 골든 서클이 사건이 커지는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절 죽이려고 할지, 아니면 소모품인 당신들을 버리는 간단한 방법을 택할지.”
반성문.
그 안에는 제한적인 정보가 담겨 있었다.
선생들의 비리.
골든 서클을 배제한, 골든 서클로서는 정확히 토사구팽(兔死狗烹)하기 좋은 수준의 폭로.
“지금 확인한 그 반성문. 지금쯤이면 교육청에 신고가 들어갔을 거예요. 그러니까.”
김현성이 히죽, 웃었다.
“얼른 준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