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2
이게 말이 되는가?
대박을 감지한 기자들이 빠르게 노트북을 두들겼다.
엠바고 따윈 없었기에 순식간에 현장에서 기사가 작성되어 각 포털에 올라갔다.
―한국, 차세대 배터리 전쟁에서 일본에 압승하다.
―신라에너지, 전고체 배터리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배터리 개발.
―유지하 대표이사, 2차 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배터리 개발 자신.
시연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이런 기사가 번역되어 일본 뉴스 사이트에 올라가는 바람에 댓글이 수백 개나 달렸다.
반응은 대부분 헛소리하지 마라, 어차피 조선의 날조 등으로 매우 좋지 않았다.
인공지능 아르마는 이 모든 상황을 면밀히 기록했다.
마스터는 따로 지시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주행에 들어가겠습니다. 동승하실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십여 명이 지원했고 즉석 제비뽑기로 승객이 결정되었다.
“그럼, 출발합니다.”
이윽고 스마트캠을 덕지덕지 장착한 차량 두 대가 나란히 출발했다.
저들의 주행은 24시간 동안 1초도 빠짐없이 공개된다.
따라다니는 차량도 있어서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제 저 차들이 부산 찍고 연구소로 돌아오는 거임?
―두 번 왕복하고 연구소 주위 돌면서 배터리 방전될 때까지 주행한다고 함.
―스마트캠 몇 개 달았고 사람도 셋이 탔고 생방송 송출에 따라다니는 차까지 이거 조작 가능하냐?
―진지하게 조작 가능하다고 믿는 놈들은 정신병원 가봐야 함.
―와 씨발 그러면 진짜 1회 충전에 2천킬로 달리는 전기차가 진짜 나오나? 일본 완전 뒤집어지겠네.
―일본은 이미 개발해놨을 듯? 상식적으로 신라에너지가 개발했는데 다른 연구소가 개발 못할 리가 없잖음.
―그게 맞지. 애초에 연구비가 수십 배나 차이나는데.
―아니면 양산이 어려운 거 알고 묵혀놨을 수도 있음. 일본애들 그런 거 잘하잖아.
―지금쯤 일본 기업들 이 방송 보면서 낄낄 웃는 거 아니냐? 그럼 진심 쪽팔리는데.
시청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을 때, 유지하는 누군가를 만났다.
시연회에 참석한 박현구 총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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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방패막이 정도로 쓰여 왔다.
덕분에 임기는 1년 남짓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치적 생명도 길지 않았다.
야당과 언론 등지의 공격을 막아서는 방패 역할을 하다 보니 신선함도 명망도 잃어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총리가 그런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현 박현구 총리는 4년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로 세간에서는 한국 정치권이 아닌 다른 뒷배가 있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전형적인 중국통이군요. 중국 대학을 나와 주중 대사를 역임했으며 재계서열 15위 NCC(Next China Corporation)의 고문을 맡기도 했습니다」
유지하는 아르마의 설명을 들으며 그와 인사를 나눴다.
“자네 체포영장 발부되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잘 극복하고 멋진 물건을 개발해냈군. 정말 축하하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시연회에 참석한 총리가 축하 이외의 말을 할 이유가 없다.
굳이 불편한 과거를 꺼냈다는 건 움츠러들게 만들어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뜻.
“감사합니다. 바쁘실 텐데 어쩐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허허, 이거 내 귀엔 왜 빨리 안 가냐는 말로 들리네만.”
“아뇨. 공사가 다망하신 분이 저를 부르실 때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다른 고위 관료나 장성은 벌써 시연회장을 떠났다.
시연회에 참석했고 보도자료 받았으니 나머지는 실무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박현구 총리는 이 잘생긴 청년의 기를 꺾는 데에 실패했음을 느꼈다.
3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세간의 평이 사실인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니 내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신형 배터리, 블랙메탈로 만들었나?”
“예.”
“의외로 순순히 말하는군. 기업비밀이라고 하며 버틸 줄 알았는데.”
“블랙메탈이 나타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습니까? 실컷 연구했겠고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자네 말대로 여러 연구소에서 블랙메탈을 연구했네. 그 중에선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 낸 곳도 꽤 있어. 대중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말일세.”
“미국과 중국, 일본 정도겠군요.”
“다수의 연구소가 같은 결론을 냈네. 이건 2차 전지 시장을 뒤엎을 만한 신소재지만 현 상태로는 쓸 수 없다는 거야.”
“양산이 어렵다는 겁니까?”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일세. 제멋대로 분열이 일어나는 금속을 어디에 쓰겠나? 심지어 재현도 어려워.”
트랜스폼이 일어나는 조건을 모르니 나오는 말이다.
블랙메탈을 가공하기 위해선 상당한 수준의 에테르 감응력이 필요했다.
감응력은 훈련으로 되는 게 아니라 타고 나는 것으로, 유지하가 거기에 속한다.
물론 이 시대에도 감응력을 가진 사람이 극소수 존재하나 트랜스폼을 통제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저희 연구원들도 개발에 어려움을 토로하곤 했었습니다.”
“역시 그렇겠지. 해서 내가 제안 하나 하겠네.”
박현구 총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명함을 건넸다.
레이오 연구소.
NCC그룹 산하의 전기차 기업 레이오에서 운영하는 연구소다.
한국에 여러 전기차를 출시했지만 중국산이라는 선입견 탓에 많이 팔리진 않았다.
다만 각종 프로모션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매년 출하량을 늘려가고 있었다.
“블랙메탈 관련해서 얘기할 게 많을 거야. 언질을 줬으니 자네를 정중히 대우할 걸세.”
“알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얘기를 나눠보기로 하죠.”
박현구 총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행실은 좀 그래도 똑똑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말귀를 못 알아들은 걸까?
“조건이 두 개나 붙었군. 시연회 끝나면 바로 연락하게. 블랙메탈 관련해서는 레이오의 연구가 훨씬 우위일세. 그쪽과 협력하면 자네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정말 그렇다면 총리가 나서서 이렇게 채근할 이유가 없다.
“죄송합니다만, 저희의 연구 성과가 레이오보다 낮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허. 어른이 좋은 뜻에서 조언해주는 거야. 레이오 연구소가 한 해 쏟아 붓는 R/D비용이 얼마인지 아나?”
“들으나마나 저희보다는 훨씬 높겠죠.”
“그럼 잘 처신해야 할 게 아닌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날려버릴 셈인가?”
“제 처신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국무총리님.”
“···”
얇은 입술이 슬쩍 비틀려졌다.
굳이 직함을 입에 올린 것은 한국의 고위공무원이 왜 중국 기업과 협업을 요구하느냐는 불만의 표시일 것이다.
‘대세가 뭔지도 모르는 멍청한 놈 같으니.’
중국은 이미 한국에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그건 절대 피할 수 없는 장강의 물결과 같았다.
“···알았네. 대신 나중에 내게 뭐라 하지 말게. 충분히 기회를 주었으니.”
“배려 감사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혀 감사한 얼굴이 아니었다.
건방진 놈.
박현구 총리는 입을 꾹 다물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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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배터리 시연회가 8시간째 진행되고 있었다.
판교에서 출발한 차량 두 대는 벌써 부산 광안리를 배경으로 영상 촬영하고 다시 올라가는 중이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충전이란 행위는 일체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주행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니 조작은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오픈 때만 해도 10만여 명을 오갔던 생방송 채널은 순식간에 50만 명을 돌파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의 화제는 단연 시연회에 쏠려 있었다.
―지금 700km돌파했는데 언제 충전함?
―충전 안하고 논스톱으로 달린다잖아.
―이 정도는 일본 전기차들도 쌉가능.
―근데 승객들 말 들어보면 아직 배터리 쌩쌩하다던데? 70% 이상 남았다고 함.
―아니 씨발 상식적으로 3배가 말이 되냐고. 어디서 외계인 납치했냐?
―외계인 납치는 미국이 전문인데.
―요즘 미국이 납치하는 외계인은 문과야!
―어차피 이거 내일 아침까지 하는 거 아님? 지켜보면 되겠네.
처음 발표될 때만 해도 긍정적인 반응은 많지 않았으나 시연회가 투명하게 진행되자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적인 사람들도 존재했다.
청담동 모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신하윤, 유성준이 그런 부류였다.
“어차피 저거 양산 안 돼.”
“오전에 못 들었어? 충분히 양산 가능하다고 했잖아.”
“희망사항이야. 내가 일본에 알아봤는데 양산은 불가능이야. 왜인 줄 알아?”
“···”
유성준은 상체를 살짝 숙이고 귀를 기울이는 그녀의 자세에 만족했다.
“뭔데, 빨리 말해.”
넌 기필코 내가 침대에 눕히고 만다.
그는 음흉한 눈빛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신형 배터리, 블랙메탈로 만드는 거야. 이름은 들어봤지?”
“검고 단단한 거?”
“일반인들 인식에는 그 정도겠지. 근데 연구소 정도 되면 제법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거든. 파나소닉 연구소가 그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보채기는.
유성준은 입술을 핥으며 낮게 속삭였다.
“그 블랙메탈을 배터리 소재로 쓰려면 조건이 하나 있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지.”
“무슨 능력을 가져야 되는데?”
그가 꺼낸 스마트폰에서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영상이 재생되었고 남자의 손과 접촉한 블랙메탈이 형태를 바꾸며 분해되었다.
신하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거 뭐야, 금속이 무슨 레고도 아니고.”
“신기하지? 파나소닉에서 수만 명을 상대로 테스트해서 딱 한 명 찾아냈어. 저 조각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 굉장한 배터리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신라에너지가 최초가 아니야.”
“···그럼 이 사람을 써서 배터리 만들면 되잖아.”
“양산이 불가능하다고 했지? 이 사람도 블랙메탈을 통제하진 못해.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이 규격화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
“나도 그쯤은 알아.”
유성준은 가볍게 혀를 찼다.
“유지하 그 새끼, 연구소에서 이거 주워듣고는 대박이다 싶었겠지. 연구원들이 말렸을 텐데 발표한 거 보면 주가 폭등시키고 한 몫 챙기려 했던 게 분명해.”
“걔가 그렇게 멍청하진 않은데···”
“응? 지금 편들어주는 거야?”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직접 만나고 느낀 결과 그는 예전의 유지하가 절대 아니었다.
여유로운 눈빛과 행동거지를 보면 사람 자체가 바뀐 것 같았다.
이제 유성준은 완전히 이겼다 싶었는지 카페에서 담배를 빼물었다.
“후···사람 안 바뀌어. 이번 건은 검찰도 그냥 넘어가진 못할 걸. 아마 실형 받을 거야.”
“···”
“흐흐, 시연차에 탑재할 배터리 만든다고 나름 고생 좀 했겠지. 근데 그러면 뭐해? 양산이 안 되는데. 저 새낀 파나소닉 같은 곳에서 이미 이야기 끝난 걸 가지고 허세를 떨고 있었던 거야.”
길게 뿜어내는 연기에서 시원한 감정이 드러났다.
신하윤은 이마를 잔뜩 찡그린 채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음 날이 되었다.
시연차 두 대는 당초의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판교의 도로를 달리다 연구소로 복귀했다.
오전 9시 30분이었다.
“고생하고 돌아온 분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차량 두 대가 들어오자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모든 것이 공개된 시험대에서 검증받았으니 더 이상 조작의 여지는 없었다.
윈드러너 두 대는 항속거리 2,000km를 달성했고 그 어떤 트러블도 겪지 않았다.
이제 신형 배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공급할 것이냐를 밝힐 때다.
“이제 모든 것을 밝히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것이 블랙메탈입니다. 신형 배터리의 재료죠.”
시연대 앞 테이블에 큐브 형태의 금속체가 놓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 기자단 속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일본 파나소닉 연구소에서 입장문 발표했답니다!”
“그 신형 배터리···양산이 안 된다는데요?”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빨리 입장문 확인해봐!”
다들 급한 대로 번역기를 통해 입장문을 확인했다.
유지하는 여유롭게 입장문 전체를 출력해 모니터에 띄웠다.
“파나소닉에서는 이 배터리를 양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모양이군요.”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닛케이의 후쿠다 기자입니다. 그에 관련해서 질의할 것이 있습니다.”
일본 유수의 경제 전문지에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특파원을 보낸 모양이다.
“말씀하시죠.”
허락을 얻은 그는 직원이 가져다주는 마이크를 쥐고 일어났다.
“양일간 발표된 신형 배터리는 블랙메탈로 만들어진 것입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군요.”
기자가 이렇게 발언하자마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양산이 안 되는 거였어?”
“그럼 시연회 이건 왜 한 거야?”
후쿠다 기자는 웅성거림에서 용기를 얻었는지 큰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블랙메탈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하나 필요합니다. 규격대로 분해해야 한다는 거죠. 파나소닉은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연구소에서 공통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이 금속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즉, 불가능.”
그는 미리 준비한 듯 유창하게 설명을 쏟아냈고 한국인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구나.
신라에너지에서 시연회 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구나.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시연회는 선동이며 기만에 불과했다.
애초에 양산이 불가능한 걸 왜 거창하게 발표한단 말인가?
하지만 유지하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그는 후쿠다 기자의 발언을 끝까지 경청한 후 천천히 물었다.
“혹시 제가 블랙메탈을 분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해봤습니까?”
“이미 파나소닉 연구소에선 테스트를 끝냈습니다. 최종적으로 블랙메탈을 분해할 수 있었던 사람은 단 하나. 그조차도 조각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았고 능력의 발현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은 어차피 유지하도 똑같을 거라는 가정을 담고 있었다.
“잠깐 앞으로 나와 주실 수 있을까요?”
설마 열 받아서 때리려는 건 아니겠지?
사람들이 말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지하가 기자의 팔에 장치를 끼워주었다.
“일본인이시니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있겠죠. 아무거나 떠올리면서 만져보세요.”
“일본인이라고 애니메이션 좋아한다는 건 착각입니다. 그런 건 오타쿠나···”
후쿠다 기자의 손이 큐브에 닿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철컹철컹하며 블랙메탈 큐브가 일정한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본의 상징적인 로봇인 건담의 모습이었다.
유지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런 로봇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본의 아니게 취향을 공개당한 기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수면 밑의 움직임
“보시는 대로, 이 장치는 블랙메탈의 형태를 바꿀 뿐만 아니라 분해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가벼운 손짓에 따라 블랙메탈이 분해되어 작은 구체 모양으로 변했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고체 전해질로 쓰기 딱 좋을 정도로 분해되었다.
“이런 바보 같은···”
후쿠다 기자의 입장에서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는 파나소닉을 밀착취재하며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특집기사를 냈다.
연구소는 물론이고 일급기밀로 취급되는 공정까지 견학한 바 있었다.
파나소닉의 연구원들은 블랙메탈에 관해 하나같이 손을 저었다.
―우리의 기술로는 이 금속을 가공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죠.
―블랙메탈은 신의 금속입니다. 뭐랄까, 우리에게 아직 자격이 없는 거죠.
블랙메탈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수만 명중 단 하나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능력 발현이 불규칙적이라 도저히 양산에 써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사장이 선보이는 능력은, 아니 기술은 명백히 완성단계에 와 있었다.
후쿠다 기자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블랙메탈 조각에 가져갔다.
“이 장치만 있으면 양산이 가능합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구체적인 양산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그게 지금부터 발표할 내용이죠.”
자신감 있는 목소리에 기자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사실 그를 비롯한 파나소닉 중역들은 신라에너지의 발표에 대해 다소 건방지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일본이 실패했는데 한국이 성공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의 금속을 주가조작 용도로 써먹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용서할 수 없다.
말은 하지 않아도 다들 그렇게 생각했고, 입장문의 발표를 미루었다.
시연회가 무르익었을 때 한 방 먹여서 완전히 침몰시키려는 계획이었고 후쿠다 기자는 그 첨병이었다.
그런데 그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적어도 신라에너지가 개발한 장비는 블랙메탈을 완벽히 다뤄내는데 성공했다.
후쿠다 기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퇴장해 버렸다.
그리고 유지하는 담담한 어조로 앞으로의 비전을 설명해 나갔다.
“이 시연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신라에너지는 블랙메탈 배터리를 양산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블랙메탈의 수급까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 이미 알려진 블랙메탈의 산지가 존재합니다.”
커다란 모니터에 세계지도가 나타났고 광점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