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3
기자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물었다.
“저 광점이 블랙메탈 산지입니까?”
“그렇습니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만 기재했죠. 보시다시피 각국의 영해에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공해, 아니 해저에 존재하네요.”
UN은 해양법에서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고 못박아놓고 있었다.
특정 국가가 사유화하는 것은 어지간히 막나가는 것이 아닌 이상 불가능했다.
유지하는 동해의 광점을 가리켰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에도 블랙메탈의 산지가 존재합니다. 저희 쪽에서 3년간 독점적인 채광권을 확보한 상태이고요.”
“이야···”
“역시 빠르네.”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제 블랙메탈은 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원자재를 압도하는 시세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캐서 가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질문 있습니다. 동해의 채광권을 확보했다고 하셨는데, 준비도 끝났습니까?”
“기반 자체는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각국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유지하는 그렇게 말하며 화면을 띄웠다.
블랙메탈 분해기를 장착한 집광기, 그리고 복합처리 플랜트를 포함한 채광선이었다.
“소개하겠습니다. 블랙메탈 채광선입니다. 꼭 이런 형태로 건조되는 것은 아니므로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블랙메탈을 채광하기 위한 장비와 선박이 등장했다.
시연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질문할 시간도 없이 즉석에서 기사를 써내려갔다.
덕분에 유지하는 자문자답하며 시연회를 이끌어야 했다.
“이 복합처리 플랜트는 블랙메탈 채광을 위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집광부터 시작해서 양광, 탈수, 건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망라합니다. 즉 이 배만 있으면 본격적인 블랙메탈 채광이 가능해집니다.”
“핵심은 역시 집광기에 장착된 분해기라고 할 수 있겠죠. 그간 블랙메탈은 원광이 아니면 채광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상황이 다를 겁니다.”
“실례합니다.”
이번에는 CNN의 데이비드 기자였다.
그는 어설픈 한국어로 대화하려 했지만 유지하가 먼저 영어를 꺼냈다.
“영어도 괜찮습니다.”
“좋습니다···질문 하나 하죠. 지금 발표를 봤을 때 앞으로 블랙메탈 생태계가 만들어질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신라에너지의 위치는 어떻게 됩니까?”
“우리는 대단한 수익을 원하지 않습니다. 플랜트와 배를 팔고, 블랙메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수수료를 얻게 됩니다. 그게 전부죠.”
“위탁생산도 가능합니까?”
“아뇨. 가공은 한국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블랙메탈은 일단 한국에 들어가야 한다?”
“바로 그렇죠.”
사람들은 그제야 유지하의 구상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깨달았다.
블랙메탈을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한국에 있으므로 공장까지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특정한 기술을 독점하는 기업을 결코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미국과 잘 협의하겠습니다.”
데이비드 기자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앉아버렸다.
한동안 유지하의 발표가 이어졌다.
블랙메탈 탐사에서부터 채광선 건조, 공장 건립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규모의 계획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하나만 해도 2차 전지 시장 전체를 뒤흔들 엄청난 이슈였다.
사람들은 의문 하나를 품게 되었다.
―기술이나 계획이 대단한 건 인정하는데 과연 신라에너지에 그런 역량이 있을까?
그들이 아는 신라에너지는 최근 주가가 조금 올랐을 뿐인 직원 100여 남짓한 소규모 기업이었다.
심지어 신라그룹도 전 세계를 상대로 세일즈를 하기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이었다.
―역시 다른 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밖에 없겠지.
마음대로 결론을 내린 기자들은 떡값을 많이 찔러준 그룹의 이름을 기사에 슬쩍 끼워 넣었다.
이런 게 여론 형성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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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회 결과가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의외로 반향은 크지 않았다.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CNN 등 권위 있는 언론사에서 특집기사를 내면서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의 에너지 기업에서 블랙메탈을 이용한 배터리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CNN의 미튜브 채널에선 이게 진짜인지 문의하는 댓글이 수천 개나 달렸다.
―에너지밀도가 전고체 배터리의 3배라고? 그런 게 한국에서 개발됐다고? 지금 장난해?
―이 친구들 진짜 24시간 넘게 차를 돌렸어. 항속거리 2K를 증명했다고.
―너희들 일본인 기자 얼굴 봤어? 양산 불가능하다고 열 올리다가 증거 나오니까 영혼이 탈출했던데.
―거짓말일게 뻔하지. 신라에너지는 직원 100명도 안 되는 회사야. 개발할 역량도 의지도 없다고.
―위의 일본인 친구, 너무 울지 마. 그래도 건담 하나만큼은 알렸잖아.
―잠깐만, 그러면 블랙메탈은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부터 그걸 확보하려고 난리를 쳐대겠지. 특히 공해상에 있는 게 문제야.
―남중국해에 크게 빛나는 점 봤어? 중국이 인공섬 건설한 그 주변이야.
―전쟁이 터질지도 모르겠는데.
―겨우 배터리 하나로?
―겨우가 아니라 이건 자원 전쟁이야. 블랙메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자국의 2차 전지 산업이 좌우된다고.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각국 수뇌부는 회의에 들어갔을 걸.
―친구들, 신라에너지 홈페이지에 정보가 엄청나게 올라왔어. 지금 당장 가보자고.
그리고 대한민국의 이현성 대통령도 긴급회의에 들어가 있었다.
“흐음···꽤 충실하게 구성해놨군요.”
그의 말대로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는 간결하면서도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돈되어 있었다.
아마 문외한이 살펴보더라도 몇 분 후에는 핵심을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관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신경을 많이 썼군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내용은 없습니다.”
“분해기의 작동원리와 배터리의 구조 같은 것들 말입니까? 그걸 홈페이지에 게재할 수는 없죠. 일단 기밀일 텐데.”
“하지만 블랙메탈이 뭔지는 알아냈을 것 아닙니까? 최소한 정부에는 공유해 줘야죠.”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현구 총리였다.
이현성 대통령은 노트북을 옆으로 치웠다.
“블랙메탈이 뭔지는 학자들이 규명해주겠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신라에너지의 행보입니다. 해수부 장관, 국내의 블랙메탈은 유지하씨가 확보했다고요?”
“예···울릉도 근해의 자원채굴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원래는 삼척해양개발이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몇 주 전에 유지하씨가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을 확인했고요.”
“듣기로 3년간 독점적으로 채광할 권한이라던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광구도 아니고 특별한 자원도 없던 곳이라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지역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회수해야 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박현구 총리에게 집중되었고 대통령이 상체를 숙였다.
“유지하씨가 채광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부정이라도 저질렀습니까?”
“신라에너지는 직원 수 1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규모입니다. 그런 기업이 한시적이라도 블랙메탈을 독점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압박을 넣어 빼앗자?”
“대통령님.”
박현구 총리는 숨을 깊게 들이쉰 뒤 빠르게 말했다.
“블랙메탈은 2차 전지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런 것을 철없는 재벌 3세에게 맡기시겠습니까? 구치소를 제 집처럼 드나들던 사람이란 말입니다.”
유지하가 좀 그렇긴 하지.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악명을 한 번은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한때 망나니였다 한들 이 안건과 무슨 상관입니까?”
“망나니 행태가 어디 가겠습니까? 그는 신라에너지의 주가가 폭등하기 전 그룹의 지주회사로부터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명백히 내부자 거래에 해당합니다.”
“금감위 보고서는 채권 상환을 위한 지분 인수로 볼 수도 있다고 했는데, 아닙니까?”
“결국 정보를 언제 입수했느냐가 관건이 되겠죠.”
조사에 들어가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이현성 대통령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총리. 혹시 시연회에 가서 싸우기라도 했습니까?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까.”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박현구 총리의 발언은 과한 점이 있었다.
금융법 관련해서 혐의가 있다면 금감원에서 알아서 할 것을 왜 총리가 나서나.
“그를 압박해서 한국 국적을 벗어던지게 하고 싶습니까?”
“아, 아닙니다, 대통령님. 무슨 말씀을.”
어쩌면 이게 본의일지도 모른다.
정곡을 찔렸는지 그가 입을 다물자 이현성 대통령이 정리에 나섰다.
“우리는 순리대로 가야 합니다. 유지하씨의 채광권 획득에는 문제가 없으며, 블랙메탈과 배터리 관련해서 재촉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오찬 형식으로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괜찮겠지요.”
그때 날카로운 소리가 두 번 울렸다.
이현성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건네는 수화기에서 누군가의 보고를 받았다.
“···중국 광저우 해군기지에서 군함 몇 척이 출항했다는군요. 정기훈련은 아니고.”
광저우 해군기지라면 남해함대에 속한다.
남중국해 지도의 스프래틀리 군도 옆에 광점 하나가 선명하게 빛났다.
“중국은 필사적일 겁니다. 자국 영해에 블랙메탈 산지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행동에 나설 줄은···”
“미국이나 주변 국가들도 가만히 있진 않을 테고···한동안 시끄럽겠군요.”
어쩌면 전 세계의 바다가 시끄러워질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회의 종료를 선언했다.
“관련 부서는 주변의 동향에 귀 기울이시고 정보를 수집해 내게 제출하세요.”
국무위원들이 밖으로 나가자 그는 유선상으로 국정원장을 호출했다.
“원장, 납니다. 다름이 아니라 유지하씨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예, 그렇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 아니겠습니까?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누가 들었다면 배터리 기술 하나 가지고 유난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능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배터리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그조차도 업계에 혁신이 일어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제 세계는 블랙메탈을 보유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로 나뉠 것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유지하에게 유형무형의 다양한 압력이 가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최소한 외국의 압력은 해소해줘야겠지.”
현재 한국의 힘으로 그게 가능할진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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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가 붙었습니다. 세종문화사의 직원으로 위장한 국정원 요원입니다」
“어느 쪽이야?”
「대화를 분석한 결과 이현성 대통령의 지시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사람 성향은 어때?”
「침몰하는 배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장 같은 느낌입니다. 시대만 잘 만났어도 꽤 유능하다는 평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럼 놔둬. 나름대로 보호하려고 붙였을 거야.”
유지하는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동해로 달렸다.
겨울 대게가 맛있다는 핑계를 대고 고생하는 김도형 과장에게 가보기로 한 것이다.
신라에너지의 직원들에게도 일주일의 유급휴가를 주었는데 뒷좌석에 앉은 아버지는 그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다···시연회로 업계가 뒤집어진 이 시기에 속 편하게 대게 먹으러 간다는 건···”
“괜찮습니다, 아버지. 어차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할 수 있는 게 없다?”
“100명도 안 되는 인원인데 세계를 상대로 무슨 세일즈를 하겠습니까. 연말연초 분위기가 가라앉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겁니다.”
“공고는 냈고?”
“이력서를 분류해서 자동으로 걸러내는 알고리즘을 적용했습니다. 휴가 끝나고 출근하면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을 겁니다. 자잘한 사업들 정리해서 돈도 좀 있으니 배터리에 올인해야죠.”
그러니까 배터리 하나를 위해서 곁가지를 다 쳐내고 회사를 정비한 것이다.
유경석은 회사 망친다고 사람들이 쏟아낸 조롱과 비난을 아들이 어떻게 견뎠는지 기특하기만 했다.
뒷좌석에 앉은 정혜원 여사가 운전하는 아들의 어깨를 살짝 주물렀다.
“우리 아들이 알아서 할 거야, 그렇지?”
“물론이죠.”
“그래도 만나봐야 할 사람이 많을 텐데···제안도 그렇고 말이다.”
“마침 청와대에서 초청이 왔습니다. 심각한 얘기는 아니고 같이 밥이나 먹자더군요.”
유경석의 몸이 시트에서 튕기듯 일어났다.
“청와대에서 보자고 했다고? 그게 사실이냐?”
“혼자는 아니고 관계자들도 동석합니다. 아마 배터리 관련해서 조율을 좀 하려는 것 같습니다. 블랙메탈 얘기도 하겠죠.”
“허허, 좋은 일이구나.”
말은 담백하게 했지만 유경석은 내심 뛸 듯이 기뻤다.
청와대 오찬에 초청된다는 건 아들의 입지가 대단하다는 걸 나타내는 지표였다.
신라그룹을 총괄하는 그조차도 한 번 초대받았을 뿐이었고 그마저도 대통령과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의 청와대 오찬의 주인공은 아들이 되리라.
기쁨과 흥분에 겨워 뭔가 말을 하려는데 아내가 그의 손을 잡고 눈빛을 보냈다.
―우리 아들이 정말 잘하고 있잖아요. 좀 지켜봐요.
유경석은 기자들은 만나보는 게 좋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하며 시트에 몸을 기댔다.
차량이 영동고속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을 때, 유지하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 전에 말씀드렸던 보석 혹시 찾아보셨어요?”
에테르 크리스탈을 말하는 것이다.
아르마가 언론사 데이터를 뒤진 결과, 에테르 크리스탈과 똑같은 모양의 보석이 한국에 유통되었다.
수백 년간 바다에 잠들어 있던 악마의 보석이란 스토리로 경매에 출품되었는데 누가 낙찰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런 보석을 낙찰 받을 정도면 재력가임이 분명하므로 어머니를 통해 수소문한 것이다.
정혜원 여사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지만 보석이나 장신구에는 약간의 조예가 있었다.
“으응, 그거. 엄마가 알아봤는데 한성그룹 사모님께서 낙찰 받으셨다고 그러더라고.”
“한성그룹 사모님이면···”
“그 하윤이 엄마 있잖니.”
“아하.”
신상을 알았으니 해결된 거나 다름없다.
모조품을 만들어 바꿔치기하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정혜원 여사는 아들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모양이었다.
“근데 아들, 갑자기 보석은 왜?”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동해 침몰선 기사 읽다보니까 눈에 띄어서요.”
“진짜지? 혹시 마음에 둔 아가씨가 있는 건 아니고?”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나.
유지하는 멈칫했다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분간은 일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일하고 싶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유경석 부부는 흐뭇한 마음이 되어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더 믿음직하고 잘생겨 보였다.
그리고 세 사람을 태운 차량이 삼척에 도착하자 김도형 과장이 마중을 나왔다.
“사람이 완전히 탔네 탔어.”
“우리 아들이 일을 너무 많이 시킨 모양이죠? 미안해요, 김 과장님.”
“아이고, 아닙니다, 사모님. 이게 나름 보람이 있다니까요.”
화기애애하게 인사하고 식당으로 가는데 느닷없이 속보가 날아들었다.
―속보입니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들이 독도 근해에 출현했습니다. 해경이 대응에 나섰습니다.
김도형 과장이 혀를 찼다.
“쟤네들 또 저러네.”
“자주 저랬습니까?”
유지하가 묻자 그는 말도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요즘 부쩍 빈도가 늘었어요. 해경이 출동하면 철수하긴 하는데···뭘 할지 몰라서 무섭습니다. 그냥 둥둥 떠 있어요.”
“···”
순시선들이 단체로 독도에 몰려올 이유란 딱 하나뿐이다.
블랙메탈.
그 달콤한 먹이에 상어 떼가 찾아왔다.
바다의 선물
“일본 새끼들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지?”
“저 배들 그냥 확 엎어버려야 된다니까.”
대게식당은 티비를 보며 일본을 욕하는 손님들로 시끄러웠다.
최근 일본은 저런 식으로 독도 근해에 출현해 한국 해경에 부담을 끼쳐왔다.
딱히 시비를 걸어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긴급출동 자체가 많은 돈이 든다.
순시선들의 덩치가 큰 까닭에 이쪽도 제민급 등이 나서야 하고, 그 인건비며 기름 값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니니까.
“대포 달고 있으면서 뭐하는 거야? 시원하게 쏴버리라고.”
“아저씨 그랬다간 전쟁 나요···”
“나면 뭐 씨발 지들이 어쩔 거요?”
“우리만 손해죠 뭐. 일본 군함들 몰려오면 우리가 상대가 됩니까?”
“서해에선 짱깨 어선이 지랄해, 동해에선 쪽바리 순시선이 지랄해, 이런 씨발 개호구가 있나.”
사람들의 대화에선 일본에 대한 분노와 속 시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국의 처지에 대한 자조가 묻어났다.
“어쩔 수 있습니까···우리가 약한데···꼬우면 강해져야죠.”
“개새끼들.”
언제나 그렇듯 대화는 외국에 대한 질펀한 욕으로 끝났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2021년 정점을 찍었던 국방비는 해가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KF-X, CVX 등 벌려놓은 사업은 많은데 수습되는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지엽적인 것에 불과했다.
한국이 처한 진짜 문제점은 성장 동력을 잃어간다는 데에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활황이던 반도체는 미국의 반도체에 밀리기 시작했고 자동차는 일본과 중국에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
경제성장률은 둔화되었고 실업률은 폭증해 국가신용등급이 IMF 이후 처음으로 BBB-를 찍게 되었다.
특히 22년 터진 부동산 사태가 컸다.
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아파트 매매가가 금리 상승과 자영업자에서 촉발된 연쇄 파산 등으로 내려앉기 시작한 것이다.
대출을 못 갚아 파산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이는 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