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배양육이 가져올 미래
―이번 식량 사태의 주요 원인인 공판장 중매인 조합장 이씨가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이씨는 농협의 모 지부장에게 금품을 건네 대출서류를 조작하여 거액의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던 중매인 4명을 포함한 직원 30여 명도 같은 혐의로 체포되었고 달아난 20명은 수배 중입니다.
유지하에게 대항한 자의 말로는 언제나 이렇다.
처음에는 다소 우위에 서 있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전세가 역전되어 마지막에 이르러선 처참하게 파멸하게 된다.
덩치가 국가급에 이르면 모를까, 어중이떠중이가 모여 봐야 절대 버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중매인 일당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평이었다.
―건드릴 게 없어서 독재자를 건드리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그동안 실물 경제에는 손 안 댔으니까 이번에도 개입 안 할 거라고 믿었던 거지.
―물량 걷어놓고 유지하하고 협상할 계획이었다던데. 솔직히 스마트팜에서 삼겹살이 쏟아져 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야.
―유지하가 알고 보면 되게 음흉하다니까. 다 대책이 있으면서 사람들이 불만 터트리게 놔둔 거 아냐.
―그게 아니고 스마트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 기다린 거지. 지금 봐. 언론이 스마트팜 취재한다고 난리잖아.
이번 사태를 잠재운 주역인 캄차카반도의 스마트팜은 언론의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
그간 유지하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던 언론사도 은근슬쩍 취재 요청을 넣었고 정부는 별도의 항공편을 마련했다.
그리고 스마트팜에 대한 실상이 낱낱이 알려졌다.
한국인들은 도시만큼이나 거대한 규모의 스마트팜이 완전히 무인화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는 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저만한 규모를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운영해 왔단 말인가?
―아마 북한 지역에 들어가는 스팸이 저기서 생산되는 것일 확률이 높다.
―규모도 그렇지만 설비와 알고리즘이 더 놀랍다. 특히 저 배양실은 대체 어떻게 구성했는지 수수께끼다.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특파원이 배양육을 먹어 봤는데, 진짜 고기와 구분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쩌면 전 세계 육류시장 전체가 뒤집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엔 가격대가 다소 높다. 한국은 워낙 식료품 물가가 높으니까 대체품이 될지 몰라도 세계에서 통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이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삼겹살 100그램당 3,000원이란 가격은 돼지사육 농가를 박살 낼 수 없어서 일부러 높게 잡은 것뿐이라는걸.
유지하는 국무회의에서 그 점을 강조했다.
“3년 안에 양돈 농가를 설득하세요. 스마트팜이 물량 쏟아내기 시작하면 삼겹살의 경우 100그램당 500원까지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나…….”
“이거 도저히 경쟁이 안 되겠는데요.”
평소 놀라운 정보를 많이 접한 관료들도 이 발언에는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보조금 확실히 지급하고 일자리까지 알선해 준다고 설득하세요. 민간 기업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의 스마트팜 관리공단이라고 하면 그나마 나을 겁니다. 비서실장.”
“예, 대통령님.”
배성민 비서실장이 고개를 들었다.
“그 기업의 본사 이전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현재 서류는 대부분 이관되었고 남부지방에 부지를 선정하는 중입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관리공단 설립에 들어가세요. 이 건에 한해서는 비서실장에게 맡기겠습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끝내겠습니다.”
누가 그랬던가.
유지하가 양심 없는 유통업자 몇 명을 체포하는 선에서 끝낼 리 없다고.
후속조치가 있을 거란 말이 많았고 실제로 스마트팜 관리공단이 대통령 직속으로 준비 중이었다.
이 기관을 신라그룹에서 맡지 않는 이유는 많은 인력을 고용하기 위함이다.
본격적으로 스마트팜이 가동되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는 식료품은 비용 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영농인들의 파산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들을 흡수할 기관이 필요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몰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스마트팜의 도입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실제 고기와 흡사해도 진짜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도 상당하다. 그 사람들까지 배려해야 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은 돼지고기 전체를 국가가 관리하게끔 하고 싶은 모양인데, 유사시 이번 사태보다 더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스마트팜은 굉장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뼈나 내장 등의 부속품은 생산하지 못하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양돈 산업을 완전히 도태시켜선 안 된다.
배성민 비서실장도 그 점을 우려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대통령님께서 즐겨 드시는 감자탕도 자취를 감출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유지하가 말문이 막혀 입을 닫는 광경을 처음 봤다.
그는 청와대 요리사가 흐뭇해할 만한 아무거나 잘 먹는 식성을 가졌다.
따로 요구하는 건 거의 없었지만 감자탕만큼은 가끔 물어보곤 했다.
공교롭게도 요리사가 한 것보다 시중 음식점의 것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 바람에 비서관이 감자탕을 사들고 와야 했다.
배성민은 그의 얼굴이 완전히 굳은 것을 보고 희한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이분도 기계는 아니구나…….’
워낙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 가끔 기계로 착각하곤 한다.
잠시 후 충격에서 벗어난 유지하가 입을 열었다.
“…진짜 고기를 원하는 취향이 일부 있으니 소수의 농가는 유지시키기로 합시다.”
언제나 효율만을 원하는 독재자답지 않은 결정이지만 가끔은 이런 면도 있어야지.
관리공단에 투입될 재원 얘기가 잠깐 나왔지만 워낙 이런저런 사업을 많이 쳐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추경 편성 없이 예비비로 충당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정권은 북한이라는 거대한 짐을 달고 있음에도 추경을 별로 하지 않았다.
의회가 없으니 유지하가 원하면 바로 할 수 있는데도.
이렇게 된 까닭은 모든 공공기관, 공기업, 지자체의 예산 심사를 인공지능이 맡았기 때문이다.
유지하가 전에 말했던, 만 원짜리라도 루시아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게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그 결과 이해가 가지 않는 전시행정과 세금낭비로 지적되던 지자체의 행사 등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더 이상 멀쩡한 도로를 갈아엎는 짓은 못 한다는 이야기다.
워낙 간섭이 심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럴 거면 차라리 자치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고 실제로 유지하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국무회의의 주제는 남아도는 우유로 바뀌었다.
“버터가 비싼데 그 우유로 만들지 않는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지요?”
“우리 젖소에서 나온 우유로 치즈를 만들면 왠지 맛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환경 자체가 달라서…….”
사료를 먹는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와 넓은 목장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가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우유는 밍밍하다는 평이 많았고 치즈도 그랬다.
사실 진짜 문제는 우유가 남아도는 현상 자체였다.
1리터에 4,000원을 넘나드는 가격에 소비자들은 학을 떼고 수입산 멸균우유에 시선을 돌린 지 오래였다.
더 최악인 것은 연동제 때문에 우유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유를 필요로 하는 유제품과 제빵 등의 분야까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낙농가가 계속 줄고 있음에도 원유는 해가 갈수록 더 남아도니 말 다했지.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그간 이득을 보장받아 온 낙농업계는 연동제의 완화를 제시했으니 유지하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2013년에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가 만악의 근원이군요. 만 명도 안 되는 낙농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5천만, 아니, 7천만이 고통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 시간부로 연동제를 폐지합니다.”
드디어 올 게 왔다.
관료들은 대통령의 입에서 또 무슨 폭탄 같은 발언이 쏟아질지 바짝 긴장했다.
앞으로 국내 유통업계와 전쟁을 치르게 생겼다.
* * *
한일 양국이 단교한 후 한국은 일본에 대한 관심을 거의 끊었다.
언론에 일본이 언급되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고 정부 차원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했다.
UN 회의에서 일본 외교관이 이에 대해 발언이라도 하면 아예 무시해 버렸다.
이렇듯 교류가 끊겼음에도 한국은 의외로 잘 버티고 있었다.
워낙 잘 준비했고, 유지하의 존재가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평가였다.
―잘 버티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은 더 이상 일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좀 다르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나 언론에 일본이 언급되지 않는 것에 비해, 일본 포털 사이트의 해외뉴스는 거의 한국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외국이 한국밖에 없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한국 측에서도 일본과의 단교를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이 꽤 많았다.
일본의 음식이나 문화, 여행 등은 확실히 매력적임을 부정할 순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콘텐츠도 상당히 많이 늘었다.
관광공사에서는 국토부와 협의를 끝내고 북한지역의 개마고원을 여행하는 상품을 계획 중이었다.
당초 유지하는 북한지역의 정상화를 위해 10년을 봉쇄한다고 말했는데 그게 약간 완화된 것이다.
비록 반입물품이 엄격히 제한되고 쓰레기는 모두 회수해야 하는 등 이런저런 제한이 많지만 그래도 개마고원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벌써부터 티비와 미튜브에선 한반도의 호랑이를 촬영할 수 있느냐로 온갖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한편 신라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다양한 게임도 매니아들을 완전히 만족시켰다.
그간 한국은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오타쿠형 콘텐츠에서는 약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작 툴이 발표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말하자면 개인이 제작 툴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당신의 상상력뿐. 지금 바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세요.
물론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3D 모델링을 해야 하는 등 난이도가 만만찮았지만 도전 욕구를 일으키는 데에는 충분했다.
많은 크리에이터가 자작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선보였고 이는 많은 투자로 만들어진 CG 애니메이션에 뒤쳐지지 않는 퀄리티를 자랑했다.
일본은 이런 동향을 아주 상세히 보도했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국내의 뉴스보다는 한국의 뉴스가 훨씬 클릭수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돼지고기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배양육이 발표되자 그야말로 일본의 티브이를 한국이 점령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배양육 연구는 일본과 이스라엘이 선도하고 있었기 때문.
TV도쿄를 제외한 방송사에서는 연일 배양육 관련 특집을 내보내기에 바빴다.
―삼겹살을 완벽 재현했다는 의문의 배양육 전격 해부!
―과연 일본의 닛신 연구소에서 자랑하는 로얄 미트의 맛을 따라올 수 있을 것인가!
이 특집에 게스트로 초대된 인물은 소이치 교수.
도쿄대 농학부 교수로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양국은 공식적으로 단교하긴 했지만 민간의 교류까지 완전히 끊어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유지하 정권은 표면적으로는 일본을 증오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민간에서 요청을 하면 선선히 들어주곤 했다.
신일본유신회를 비롯한 극우세력은 그것마저 일본을 장악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지만 소이치 교수는 그에 대해 부정했다.
오늘 그가 나온 이유도 일본인들이 가진, 한국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사실은 말이죠, 저는 최근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에에에~”
“대단하네요. 한국은 일본인을 완전히 증오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어이없는 패널들의 반응에 소이치 교수는 대놓고 한숨을 팍팍 쉬었다.
“증오라기보다는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 뉴스 어디를 찾아봐도 일본에 대해 보도하지 않아요. 그쪽은 완전히 국내 문제에 집중해 있죠, 우리와 다르게.”
불편한 진실을 토로하니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고 보다 못한 사회자가 나섰다.
“자자, 오늘은 한국의 배양육에 관한 게 주제이니까요. 거기에 집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좋습니다. 하여튼 연구차 한국에 방문했는데 마침 돼지 품절 사태가 발생했더라고요.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나로서는 역경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역경.”
“예, 역경입니다. 왜냐하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한 나라 같았으면 금수조치를 풀기 위해 애를 썼겠죠. 하지만 그 사람, 유지하 씨는 달랐습니다.”
유지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패널들이 눈에 띄게 불편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단교의 주인공이고 워낙 마찰을 빚어왔던 터라 감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일본인 전부가 그런 감정을 가진 건 아니지만 이 특집의 패널은 중년층 이상으로 구성되었다.
젊은 층을 패널로 섭외하면 친한적인 발언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소이치 교수는 그런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스마트팜에서 배양육을 선보여 한국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우리 언론에선 과연 맛은 있을까, 식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의심하지만 제가 먹어 본 결과 어지간한 브랜드에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브랜드라고 하면 쿠로부타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거지요?”
“제 직업 특성상 여기저기 초대되어 고기를 먹을 일이 많습니다만 한국의 배양육은 거기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 그런가요.”
다른 사람도 아닌 도쿄대 교수가 호언장담하니 패널들도 작게나마 호응했다.
그런데 한 중년의 연예인이 불쑥 물었다.
“그거 비싸지 않습니까? 몇 주 동안 수천 톤 이상의 물량을 쏟아냈다고 하는데 한국이 파산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우리한테 손만 안 내밀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소이치 교수는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들은 한국을 그렇게 증오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구나.
그는 즉석에서 태블릿을 켜서 새로이 설립된 스마트팜 관리공단의 홈페이지를 보여 주었다.
“유지하 대통령의 직속기관입니다. 스마트팜 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어떤 기술로 배양육을 만들어 냈는지 간략하게나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소이치 교수의 입에서 바이오프린터, 초미세 입자노즐, 효소접착제 등의 용어가 튀어나왔다.
패널들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그는 입에 침을 튀기며 설명하기 바빴다.
“이건 단순한 조립이 아닙니다. 실제 근육과 지방이 자라는 과정을 압축시켜서 비용을 크게 줄였습니다.”
“하지만 100그램당 400엔이라는 가격을 매기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싸다고 할 순 없는데요.”
한 패널이 묻자 그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기존의 농가를 배려하기 위한 일종의 유예조치입니다. 이 페이지를 보면 3년 후에는 가격을 약 65엔까지 다운시킬 예정입니다.”
“65엔??”
“그, 그건 대단하네요.”
어지간하면 반응하지 않았을 패널들이었지만 이 숫자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배양육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닛신의 로얄 미트가 100그램당 2,000엔이 넘었기 때문이다.
보통 기술의 발달에 따라 비용은 내려가기 마련이지만 배양육 연구는 혈청과 줄기세포를 추출하므로 한계가 있었다.
“이 65엔이라는 가격은, 그 한계를 완전히 벗어던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더 이상 환경 문제로 고통받지 않아도 되는 깨끗한 고기를 만들었다는 거죠.”
이 배양육은 유럽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 것이 분명했으나 관계가 최악이라 수출될 가능성은 낮았다.
그나마 수출할 곳이 있다면 미국이나 러시아, 중동이 거론될 것이다.
이제 패널들은 조용해졌고 스튜디오엔 교수의 목소리만 쩌렁쩌렁 울렸다.
“저렴하고, 깨끗하고, 맛도 있는 꿈의 고기가 탄생한 겁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 배양육 기술은 참다랑어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에에에?”
“설마, 교수, 농담이지요?”
참다랑어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참 부족하기에 북태평양 어장에서 주로 충당했는데 테라섬 때문에 공급이 뚝 끊겼다.
언론에서는 중년층이 유지하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 참다랑어 어장을 차지한 것을 꼽았다.
소이치 교수는 패널들을 천천히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이 홈페이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소고기, 닭고기, 생선, 심지어 조개 등 동물성 단백질 식재료 전반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단지 계획일 뿐이잖습니까?”
누군가가 반발하듯 외치자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래서 유지하 씨가 말한 것 중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까?”
“…….”
“블랙메탈 배터리부터 언옵테늄에 이온 추진기, 인공지능, 다이아몬드 반도체… 다 열거하기도 힘들군요. 이제 여기에 배양육까지 추가되었는데 어떻습니까. 일본은 이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도태되었다고요.”
작심하고 한 발언이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최근에는 우리도 많이 따라잡았다고 들었는데요.”
“레일건은 이미 전력화했고 블랙메탈 장갑판도 해군 함선에 추가하고 있어요. 일본은 뒤떨어지지 않았단 말입니다.”
“이온 추진기도 착실하게 성과를 내고 있어요. 교수는 한국을 너무 다니다 보니 사상이 그쪽에 물들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이다.
최근 강력한 하이퍼맨들이 대거 등장한 덕분에 블랙메탈과 에테르 연구에도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하이퍼맨들이 죽도록 고생한다는 점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마츠다 행정부에선 그들이 착취당한 끝에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는 걸 필사적으로 숨겼다.
그러니 일본인들은 잘나가는 일본의 모습만 볼 수밖에 없었다.
소이치 교수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강조했다.
“한국의 배양육이 가져올 미래는 자명합니다. 곧 UN 기후협약 회의가 시작되지요? 현 경제 규모를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을 억제하려면 가축의 사육두수를 줄이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에 고개를 숙여서라도…….”
갑자기 오디오가 나가는 바람에 마지막 단어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특집을 시청하던 일본인들은 어렵지 않게 그 단어를 연상할 수 있었다.
반발이 난로불 타오르듯 일어났다.
―뭐? 재수교? 절대 안 된다.
―한국이 먼저 고개를 숙인다면 모를까 어림도 없다.
―최소 유지하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보상이 필요하다.
당연하지만 유지하는 이런 상황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서해를 가득 메운 수백 척의 어선에 집중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