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메가시티가 아니면 죽음을!
플레이그 스웜 사태 이후, 미국은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에 착수했다.
번스타인 대통령의 구상은 서부 3개 주를 완전히 분리하려는 것이었다.
여기에 하와이와 괌 등이 찬성하고 나섬에 따라 분리위원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언제나 그렇듯 일단 반대하고 봤지만 이 참에 갈라서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죽어도 유지하를 인정하지 못하겠으니 떨어져서 살자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과 버지니아가 찬성 의견을 밝히고 나서면서 여론에 불이 붙었다.
미국의 잔존파는 다른 곳은 몰라도 뉴욕과 버지니아는 절대 안 된다고 강경하게 나섰다.
―뉴욕은 서부가 아니라 동부이고 이번 사태에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왜 인류연합에 붙으려 하나?
―맨해튼 사태에서 워낙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리고 뉴요커들 상당수가 인류연합에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크다.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지식인층은 대체로 인류연합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자유와 인권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은 제외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뉴욕은 그렇다 치더라도 버지니아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주민투표에서는 찬성표가 65%나 나왔다.
―원래 이런 투표는 관심이 많은 사람만 하게 되어 있다. 이건 무효다.
―외부에서 그런 소리를 해봐야 신경이나 쓸까? 이건 버지니아의 문제다.
―미국은 연방이며,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 대통령은 대체 뭐 하나? 1957년처럼 빨리 진압해라.
1957년에 연방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어디까지나 흑인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현재의 미국엔 맞지 않는 사례고 미군도 유명무실해져서 병력이 없었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번스타인 대통령은 분리를 강행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사정없이 공격해대는 기자들을 상대로 인류연합에 들어가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발표했다.
“오늘날 플레이그는 우리들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의 경제는 멈추고 있으며, 각국은 도시 재건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나라 전체가 와해되는 곳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메가시티는 비교적 평온했습니다. 물자는 빠짐없이 공급되고 있었고 유언비어도 돌지 않았습니다. 메가시티만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겁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미국이 통합의 대열에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이미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워싱턴과 오리건 주가 참여 의사를 보였습니다. 이곳에 메가시티 아메리카가 세워지면 진지한 통합이 시작될 것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발언했다는 데에 세계는 충격을 받았다.
미친놈이라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반응도 있었다.
확실한 건 세계가 반으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메가시티를 비롯한 인류연합과 그 외로.
러시아는 이미 국민들이 빨리 통합하라고 난리였고 독일마저 티비 프로그램에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출연해 통합의 이득을 분석하고 있었다.
혹자는 그게 독일의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인류연합은 연방제의 성격을 띠고 있긴 하지만 인공지능의 관리 특성상 자유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재난사태에서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포칼립스 영화가 평화롭던가?
―유지하도 최고평의회에 힘을 실어주는 등 권력 이양을 하려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우리도 빨리 들어가서 나름의 발언권을 가지는 게 이득이다.
과연 독일인들은 합리적인 민족이다.
EU에서 정식으로 탈퇴하고 인류연합에 들어가자는 논의에 불이 붙은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투표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찬성이 78%로 압도적이었다.
아무래도 독일은 유럽 한복판에 있었기에 동유럽과 남유럽의 참상을 직접 느낄 수 있었던 게 컸다.
이렇게 통합 건으로 미국과 유럽이 들썩이자 일본도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도 들어가야 하나?
―반대다. 일본은 이번 사태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시기상조다.
상당수의 일본인들은 테라섬의 옆에 있었기에 지리적으로 덕을 봤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스 플릿이 테라섬을 지키면서 일본까지 봐준 것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작전반경이 워낙 넓으니 일본까지 보호된 것에 가까웠다.
일본 언론에서는 인류연합이 강한 것을 인정하고 메가시티도 훌륭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일본인과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놨다.
“스마트팜에서 참다랑어 살코기가생산이 되고 있지 않고 있어요. 이건 중대한 문제입니다.”
“역시 대뱃살은 포기할 수 없네요.”
“그리고 거주 형태가 뭐랄까… 너무 한국식이죠. 일본인이 선호하는 형식은 아닙니다.”
이들은 메가시티의 거주구가 너무 붙어 있어 개인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이런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주로 중장년층이었다.
이들은 인류연합은 인정했지만 자신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
―우수한 일본 인력을 데려다 쓰려면 이 정도는 안 되지.
―조금 더 거주시설에 신경을 쓰는 편이 좋지 않을까? 최소한 2층 집은 되어야지.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일본의 젊은 층은 계속 유출되고 있었다.
통계국에선 젊은 층의 인구 유출을 파악했다가 사색이 되었다.
―한 달 동안에 무려 17만 명이 인류연합으로 이민을 갔다. 이는 심각한 사태다.
―이 17만 명의 대부분이 20, 30대로 매우 젊다. 일본의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의 노령화는 원래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인류연합이 인구를 빨아들이는 바람에 당장 조치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인류연합에 소속되기엔 반대하는 여론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기껏해야 메가시티를 들이는 것이 일본인들이 허락하는 선이었는데 그건 유지하가 거절했다.
“메가시티는 인류연합의 재산입니다. 따라서 관리권한도, 감독할 주체도 인류연합에 있습니다. 그걸 용납할 수 없다면, 메가시티도 없습니다.”
일본 영토 내에 인류연합이 들어앉는 형세가 되므로 어지간한 일본인은 속이 불편할 것이다.
오키나와와 쓰시마를 비롯한 수많은 섬을 내줬지만 본토만큼은 안 된다는 여론이 다수였다.
―메가시티는 어디까지나 일본의 돈으로 짓고 일본이 관리권한을 가져야 한다. 그 외의 어떤 방법도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일본이 입은 피해는 경미하다. 일본은 신이 지켜주는 나라다!
어스 플릿이 옆에 있었기에 겸사겸사 지켰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않은 듯하다.
다만 젊은 층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좁다고요? 우리는 도쿄에서 2평 남짓한 방에서 살고 있는데.”
“어차피 일본에는 일자리가 없잖아요. 최저임금 받는다고 조롱해도 거긴 물가가 되게 싸거든요.”
기자가 아름다운 사계절이 없어서 본토가 그립지 않겠느냐고 묻자 다들 웃었다.
“사계절은 한국에도 있어요. 1시간 만에 남국의 바다에서 서핑하다가 시베리아에서 극한 캠핑을 할 수도 있는데 일본이 뭐가 그리워요?”
“적당히 CP만 유지하면 그 모든 게 공짜입니다. 일본에서 해외 여행하려면 돈은 그렇다 쳐도 시간이…….”
“루시아쨩! 내가 지금 간다!”
그들은 웃으며 초공동열차를 타기 위해 도킹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업계까지 메가시티로 이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의 고민이 계속되었지만 해결책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조용히 뚜껑을 덮으려 노력할 뿐.
아무튼 인류연합과의 통합 문제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나라의 기틀이 유지되는 곳치고 통합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동유럽의 어떤 국가는 진작 러시아와 통합되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시위하다가 정부군에 의해 과격하게 진압되기도 했다.
이런 곳은 차라리 나았다.
어설트 아머의 경로에 있었다는 것 때문에 최소한의 기틀은 유지되고 있으니까.
진짜 문제는 중동에서 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새로운 국왕이 된 무함마드가 심각한 어조로 유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친구여. 나와 내 가족 20여 명과, 왕족 천여 명을 아무런 조건 없이 메가시티 퍼시픽에 들여보내 주십시오. 3천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유지하조차 놀랄 만한 거금이 제시되었다.
그것도 달러.
하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곤란했다.
“유감입니다만, 국왕 전하. 메가시티 입주권을 얻기 위해선 누구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번스타인 대통령은 심사를 받지 않았잖습니까?”
다 말한 모양이군.
유지하는 쓴웃음을 지은 뒤 말했다.
“전하께서 메가시티 입주권을 원하시면 드릴 겁니다. 어지간한 조건은 전부 충족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안 됩니다. 번스타인 대통령의 가족도 전원 심사를 받았습니다.”
상류층 가정이라 별문제가 있진 않았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왕족 명부에 이름만 올려놓고 술과 마약에 찌든 자가 한둘이 아니며 범죄에 연루된 자도 꽤 많았다.
무엇보다 자존심만 높아서 메가시티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사우디 왕족들이 바레인으로 넘어가서 저지르는 행각은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무함마드 국왕이 재차 부탁했음에도 유지하의 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통화가 종료된 후 유지하는 중동을 잠깐 들여다보곤 혀를 찼다.
“여긴 완전히 엉망이군.”
대부분이 유지하의 정보를 믿지 않은 데다가 어설트 아머의 궤적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덕분에 상당수의 도시가 철사병에 당해 기반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여러 유전이 박살나 강제로 감산을 해야 하는 것은 덤이다.
메가시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침입 시도가 있었다는 아르마의 보고가 들어왔다.
영상을 보니 테러리스트들이 수십 미터나 되는 외벽을 공격하고 있었다.
타타타타!
쿠쾅!
소총과 RPG로 아무리 공격해 봐야 블랙메탈로 된 외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십 명의 테러리스트는 외벽을 향해 뭐라 욕설을 해대다가 별안간 등장한 방어포대에 전멸했다.
「시신은 현재 워커로 다 치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테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워낙 사정이 안 좋으니까.
사우디 국왕이 왕족을 피신시키려 할 정도면 민심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다.
유지하를 증오하며 수십 년 뒤에 보자고, 인구로 압도하겠다고 선언한 이슬람 율법학자들도 더 이상 입을 나불대지 못했다.
당장 살 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종교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곳곳에서 시위를 빙자한 약탈이 벌어졌고 모스크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유지하는 시리아의 한 모스크가 화재로 전소되는 장면을 보며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안타까운 건 있지만 그는 신이 아니라서 모든 이를 수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다른 메가시티를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메가시티에 들이는 건 쉽지만 안에서 난리를 칠 거야. 그러니까 그쪽에서 오는 요청은 전부 무시하라고 비서실에 전해.”
문제를 일으킬 걸 뻔히 알고 있는데 설득하려 드는 것은 바보짓이다.
「네, 알겠습니다.」
* * *
2035년이 되면서 철사병으로 인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인류는 플레이그의 위협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두 번의 공격이 더 있었고, 수십 마리의 플레이그 골리앗이 지구에 나타났다.
이 골리앗이란 개체는 나이트급보다 대형화되고 중장갑을 보유해 메가톤급 핵무기로도 죽지 않았다.
덕분에 영국과 중동이 처참하게 박살나 수많은 이재민이 생겨났다.
인류연합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처리했는데도 그렇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플레이그와의 전쟁이 눈앞에 다가왔다는걸.
그리고 메가시티 이외에 플레이그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걸.
그때까지 메가시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정치인들이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시민들이 불같이 화를 내며 연일 시위를 이어갔다.
―이 꼴이 되었는데도 소유권 타령이냐? 대체 몇 명이 죽어야 메가시티를 도입할 거냐!
―정치인들이 문제다! 그놈들이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 들고 있다!
―놈들을 죽이자!
온갖 이유로 도입을 반대한 정치인들의 신변이 위험해졌다.
경찰 병력이 동원되었지만 불타는 여론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다.
그리하여 메가시티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정작 인류연합은 미지근한 자세를 취했다.
“인공지능에 의한 관리와 인류연합의 소유권.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메가시티는 건설되지 않을 겁니다.”
소유권은 해결되었다.
각국 시민들이 빨리 도입하라고 난리를 치고 살해 협박까지 하는 통에 버틸 수 있는 정치인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한 관리가 문제가 되었다.
현재의 메가시티는 드론으로 감시하고 인공지능이 판사 역할을 해 범죄자를 우주감옥으로 보내버리는 기가 막힌 시스템을 구축해놨기 때문이다.
자국민을 외국의 시스템에 맡긴다는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 여기저기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어떤 사람들은 다 때려치우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사람이 몇 명이나 죽어야 항복할 거냐? 겨우 메가시티 도입하나 싶었는데 독재 체제라서 안 된다고? 그럼 메가시티에 민주주의라도 이식할 줄 알았나?”
“어차피 정치인들은 메가시티 도이치에 한 자리 마련해 놨거든. 그러니까 느긋한 거야.”
“더 이상 저 새끼들한테 정치를 맡길 순 없다!”
프랑스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발생했다.
기껏 친 유지하 정권을 뽑아놨더니 메가시티 도입을 망설이는 것을 보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거의 68혁명에 버금가는 규모였고 이는 유럽 각국으로 번져나갔다.
정치인들은 공식적인 석상에 나와서 인류연합과 논의를 거치는 중이라고 변명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변명하지 마라! 양해각서 따윈 들고 오지 마라! 유지하의 집무실에 있는 현황판만 보겠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메가시티 도입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현황판뿐이었다.
이 현황판은 유지하의 집무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메가시티 퍼시픽부터 도이치까지 망라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백상 남은 메가시티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저거 세 칸밖에 안 되겠는데?”
“세 곳이 다 확정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끝이지 뭐. 정치인들부터 조져야 돼. 메가시티가 아니면 죽음을!”
한편 이런 소동은 한반도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한때 인구수 천만을 자랑했던 서울은 500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사람들은 황량한 거리 분위기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우리 아파트 완전 망했어요. 평당 1억을 주고 샀는데 지금은 반의반 토막도 안 된다니까. 부동산에선 매물도 안 받아줘.”
“거리에 노인들밖에 없다니까. 진짜 나라 망하는 거 아니야?”
그들의 시선에서 서울은 아직까지 인류연합의 중심지였다.
유지하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니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인류연합의 중요한 시설물은 메가시티로 옮겨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벌써 이전했고 사적지 같은 곳도 에테르 역장으로 통째로 뜯어 메가시티 사우스에 전시해 놓았다.
회색 빌딩으로 가득 찬 곳에 뜬금없는 해인사는 많은 이들의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저거 해인사 아니야? 어떻게 통째로 가져온 거야?”
“에테르 역장으로 어떻게 했겠지.”
“야, 그게 문제가 아니라 다음 목표는 석굴암이야.”
“진짜 미쳤네.”
사실 사적을 옮기는 것은 이미 미국이 성공한 바 있었다.
이집트의 아부심벨 대신전이 그 예로 1만 개가 넘는 조각으로 분할하여 안전한 고지대로 옮겼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4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인류연합은 그걸 며칠 만에 해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의 사람들은 기존의 도시를 버리고 메가시티로 입주하기 시작했다.
사실 예전 한국인들은 입주권을 얻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드론에 의해 감시당하다 보니 어지간한 조건을 달성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나마 영어가 장벽이었는데 입주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생활도 실시간 번역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려면 영어가 꼭 필요했다.
“아니, 나이 많은 사람은 새로 언어 배우기도 어렵잖아. 왜 그런 제한을 걸어놓은 거야? 자기도 한국인이었으면서.”
아마 이 미스테리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한반도가 조용히 넘어가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온갖 홍역을 앓아야 했다.
워낙 총기가 많은 국가인 만큼 막나가는 사람도 많았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출장소에서는 연일 쫓겨나는 사람들로 줄을 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대체 내가 왜 못 들어가는 건지 설명해 봐.”
픽업트럭을 밖에 세워놓은 거구의 사나이가 루시아 상담원에게 으르렁댔다.
그녀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음… 유지하 반대 시위에 72번 참여하셨네요. 지구평평설을 지지하는 단체의 회원이시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나도 사람이라고. 사람이라면 들여보내야 되는 거 아냐?”
“총점 8점으로 입주 심사에 최종 탈락하셨습니다. 번복은 없으니까 힘들게 텍사스에서 올 필요는 없어요.”
“10점 만점에 8점이면 좋은 거 아니야?
“100점 만점인데요. 그중에서 영어가 5점이고요.”
실질적으로 얻은 점수는 3점이었다.
남자는 어이가 없어서 하하하 웃다가 느닷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루시아는 그보다 더 힘이 세었다.
어느 사이엔가 주먹이 잡히고 남자의 이마에 핏줄이 새겨졌다.
“너, 너희들은 로봇 삼원칙도 없어?”
“없으니까 좀 꺼져요.”
잔뜩 화가 난 남자는 주차장에서 자기 소유의 픽업트럭으로 난동을 부리려 시도했다.
하지만 갑자기 날아온 드론에 붙잡혀 차량 채로 어디론가 날아갔다.
루시아는 그 광경을 보며 벌벌 떨기 시작한 한 남자에게 웃어 보였다.
“자 다음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