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41
하지만 거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목적이 뭔지 물어봐도 되겠소?”
“별거 아닙니다. 스마트팜을 세울 겁니다.”
“그거라면 한국에서 해도 될 텐데?”
“거기에는 농민이 없으니까요.”
하긴 한국에서 대기업이 스마트팜을 하긴 힘들다.
여러 대기업이 시도했으나 농업계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계획을 철회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온갖 규제도 스마트팜의 발목을 잡는다.
“땅이라면 남반구에 적당하게 임대해줄 곳이 있을 텐데, 그쪽은 생각 안 해봤소?”
“아르헨티나나 마다가스카르도 매력적인 후보지이긴 합니다.”
다만 마다가스카르의 경우 예전에 한국 기업이 130만 헥타르에 달하는 땅을 임대했다가 논란이 심해지자 포기한 전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그 감정이 남아있기에 땅을 임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정이 있군. 우선이라고 했으니 뭘 더 요구할지 들어보겠소.”
“이건 절대 새어나가서는 안 됩니다. 만약 외부에서 이 소리를 들을 경우 저는 모든 약속을 무위로 돌릴 겁니다.”
“나만큼이나 과격하시군. 말씀해보시오.”
유지하는 짐짓 목소리를 낮췄다.
“북한에서 손을 떼십시오.”
뜬금없는 소리에 푸틴은 당황했다.
“북한? 갑자기 무슨 소리요?”
“말 그대로입니다. 북한을 없는 나라로 취급하십시오. 이야기를 듣지도 말고, 지도부의 방문도 거절하십시오.”
“···”
뭔가 이상하다.
유지하는 일개 기업가가 아니지만 북한을 언급할 이유는 없었다.
중국과의 거래가 끊겨 시름시름 고사해가는 그 가난한 나라에 뭐 볼 일이 있다고.
“혹시 북한에서 사업을 할 계획이오?”
“아닙니다. 이유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곧 알게 되실 겁니다.”
“만약 내가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초전도체와 추진기는 러시아에 가지 않을 겁니다. 물론 제 3자를 통해 수입하는 것도 못합니다. 수량이 넉넉하진 않을 테니까요.”
이건 협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에겐 꽤나 달콤하게 들리는 제안이기도 했다.
북한과의 교류라고 해봐야 정말 별 것 없는 수준이다.
기껏해야 연해주에 북한 노동자가 천 명 정도 들어와 있고 민간에서 약간 무역을 하는 정도다.
그에 반해 한국과의 교류는 러시아 경제에서 꽤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거기에 초전도체와 이온 추진기가 더해진다면 중요성은 말 할 것도 없다.
푸틴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초조해진 표정을 감췄다.
그런 그에게 유지하가 쐐기를 꽂았다.
“제안이 유효하려면 저희의 능력도 확인시켜드려야겠죠. 스타필드는 이번 달 안에 다시 달에 갈 겁니다. 언옵테늄 원광을 500kg정도 가져올 생각인데 절반을 드리죠.”
세틀러호에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생색은 최대한 내는 게 좋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 초전도체 실험의 유혹을 참을 수 없었다.
“추진기 샘플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데···”
“원하시는 규격과 스펙에 맞춰드리죠. 이 정도면 만족하시겠습니까?”
그는 한쪽에 접혀진 지도를 다시 폈다.
“캄차카 반도 어디부터라고 했소?”
인류연합을 먹여 살릴 식량을 생산할 귀중한 땅이다.
50년 뒤면 돌려줘야 하지만 유지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하나로 통합될 테니까.
특이점이 왔다
1월 중순 통영에 위치한 신라중공업에서 신형 채광선이 진수되었다.
작년 설계에 들어간 지 약 1년 만의 일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머지않아 자국에 올 신형 채광선이 물에 뜨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유지하에게 말했다.
“좋은 거래였소. 언젠가 모스크바에 들러준다면 국빈으로 대접하겠소.”
“환대 감사합니다. 올해를 넘기진 않겠습니다.”
지난 1년은 그야말로 블랙메탈의 시대였으나 사람들은 실질적인 체감을 하지 못했다.
블랙메탈 배터리를 채택한 제품은 수도 없지만 일단 나와야 말이지.
물론 한성전자의 오리온 스마트폰이나 신라오토의 윈드러너가 출시를 예고했지만 생각 외로 시간이 꽤 걸렸다.
실제로 적용하는 게 꽤 어려웠던 모양.
아무튼 1월 중으로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은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와 오리온 스마트폰 일주일 내내 사용해도 배터리 15% 남는 거 실화냐
―윈드러너 SUV가 진짜짘ㅋㅋㅋ 그거 신라오토 임원들만 타는 차라고 했었는뎈ㅋㅋ
―블랙메탈 배터리하고 4레벨 자율주행 조합 실화냐···가슴이 웅장해진다···
―님들 이제 운전 맡겨놓고 자도 됨?
ㄴ안돼 미친놈아
ㄴ레벨 4인데 왜 안됨?
ㄴ잠자도 되는 건 레벨 5임
―근데 미래자동차 이제 어캄? 30년까지 블랙메탈 배터리 못 받는다고 기사 났는데.
―신라오토 규모가 좀 작긴 한데 투자 받아서 공장 늘리면 금방 점유율 잡아먹을듯.
―안 그래도 지금 미래그룹 돈 안 되는 계열사 매각한다고 난리임.
그 계열사엔 로봇공학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래자동차그룹은 과거 이 기업을 1조에 사들였으나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시장에 내놓았다.
이제 새 주인을 찾아야 하지만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덤블링을 하고 사람처럼 뛰는 2족 보행 로봇은 확실히 신기하지만 당장 이익을 창출하진 못한다.
군사용으로도 쓰기가 어려웠는데 엄청나게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당시 필드테스트를 지켜본 장교는 이런 소감을 남겼다.
―장갑차만큼이나 시끄럽고 까다로운 수리를 요구한다. 정식으로 편제에 들어올 경우 우리 병사들은 적과 싸우는 대신 이 깡통을 VIP처럼 모셔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기업은 미국 국방부와도 협업을 진행했기에 다른 국가의 기업이 기술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한 마디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재로선 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인 셈이다.
이렇듯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미래그룹은 초조해졌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거의 막힌 시점에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데 갖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보다 못한 유형석 회장은 이런 지시를 내렸다.
―현금 확보가 최우선이다. 헐값이라도 팔아라.
최종적으로 제시된 가격은 3천억이었다.
이때 신라그룹이 나섰다.
유지하는 매킨리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한 통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인수했다.
미래자동차 입장에선 피눈물이 나올 만했지만 재선이 확정된 미국 대통령의 요구는 어쩔 수 없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그렇게 신라그룹의 계열사가 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다들 루시아가 모니터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며 환호했다.
―루시아 눈나ㅏㅏㅏㅏㅏ
―제발 안드로이드! 제발 안드로이드!
―저거 엄청 시끄럽던데 아직 안드로이드는 무리일듯
ㄴ블랙메탈 배터리 적용하면 안 되나?
ㄴ그럼 가격이···
ㄴ1억이라도 산다 제발 출시좀
ㄴ피부하고 모터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불쾌한 골짜기가 생길 수밖에 없음.
ㄴ유지하 형이 다 해결해줄 거임!
이렇듯 기대가 폭발하는 가운데 유지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임원진과 통화했다.
다들 젊은데다 너드 계열이라 새로운 주인을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껏 주인이라는 기업인들이 당장 돈이 될 만한 로봇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돌이 정신이 투철한 로버트 레이버 CEO는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긴 했으나 내심 불만을 가졌다.
어차피 이 젊은 한국인도 비슷하겠지···
하지만 유지하는 전화상으로 뜻밖의 말을 했다.
―당분간 투자만 하겠습니다. 원래 만들던 거 계속 만드세요.
로버트 CEO가 흠칫했다.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은 건 인간을 모방한 안드로이드인데 괜찮겠습니까?”
―바로 그걸 원하는 겁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저희 적자가 장난이 아니라서.”
―단,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유지하는 사람을 통해 리니어 액추에이터 하나를 보냈다.
―잘 뜯어보세요. 적용할 게 있을 겁니다.
임원진은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아두이노인 줄 알았는데 개조를 좀 했네.”
“블랙메탈이 이렇게 가볍구나. 귀하신 몸이라 만져본 적이 있어야지.”
“이거 서보가 기성제품이 아닌데요?”
“일단 프로그램 올려봐. 작동 보고 이야기하자고.”
다들 공돌이에서 출발한 사람들이라 빨리 작동시키고 싶어서 난리였다.
“프로그램 로드하고···됐다.”
마침내 리니어 액추에이터가 움직였다.
인간의 관절 비슷한데 너무 부드럽게 움직여서 다들 깜짝 놀랐다.
“씨발 뭐야 이거?”
“서보 제어 코드를 어떻게 넣은 거야?”
“로버트 당신 관절보다 부드러운데?”
누군가 한 농담에 다들 왁자지껄 웃었다.
정작 농담의 대상이 된 로버트 CEO는 꽤나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신라그룹에 이런 제품을 만드는 곳이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친구이자 임원인 마이클이 그의 등을 탁 쳤다.
“이봐,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 물건이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하지.”
만든 사람이 유지하라 그런지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이온 추진기와 초전도체로 미국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든 주인공인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진지하게 그가 만든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앞당기고 있지 않나 논의하기도 했다.
이제 인공지능의 설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오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고민하다 옆의 모니터에서 졸고 있던 루시아에게 물었다.
“루시아, 이거 어떻게 생각해?”
“하음···좋은 물건이네요. 블랙메탈 배터리만 있다면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조용하고···부드럽게···”
비용에 앞서 작동하는 것만 생각하는 걸 보면 로버트는 천상 너드다.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우리에게 줄까?”
“유지하씨는 도전적인 정신을 높이 산다고 들었어요. 일단 전화해 보세요.”
“잠깐만, 명함을 어디 처박아 뒀는데···”
“이런 망할, 빨리 찾아!”
임원들이 동원되어 서랍을 뒤진 끝에 유지하의 명함이 나왔다.
“보스, 로버트입니다. 블···벌써 보냈다고요? 3세트? 감사합니다! 훌륭한 선택입니다!”
“예스!”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던 임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축 쳐져 있었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연구동이 활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새해 들어서 대선이 핫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거의 당선 확정인 후보자보다는 인공지능 루시아가 이뤄낸 성과에 주목했다.
그간 한국의 국과연이나 신라하이텍 등의 방산분야는 엄청난 해킹시도에 시달려 왔다.
감시형 드론은 물론이고 신형 K-3전차와 새로 연구하기 시작한 레일건 등 극비에 해당하는 자료가 많았기 때문이다.
각 기관도 나름 대비는 했으나 하드웨어 펌웨어를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외부에서 내부망을 뚫는 게 어려우니 저렴한 장비를 파는 업체를 만들어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 장비라 각 기관은 펌웨어까지는 살펴보지 않았고 그대로 보안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펌웨어 업데이트 프로그램은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는 관리자 정보의 탈취를 시도했다.
이 사건은 다음날 연구원들이 접근 데이터를 살피면서 발각되었다.
국과연이 통째로 뒤집힐 위기에 처했지만 한 연구원이 루시아가 이걸 막아냈다는 사실을 알렸다.
“루시아가 이걸 막았습니다! 틀림없어요!”
“뭐야, 누가 루시아 켜놨어?”
“사실은 그게···”
한 연구원이 개인 컴퓨터에 켜놓고 간 루시아 실드 버전이 발단이 되었다.
이 루시아는 강력한 안티해킹 애드온을 탑재한 버전이었다.
대단한 기대 없이 테스트나 해보자 하고 받아둔 것인데 담당 연구원이 루시아와 놀다가 끄지 않고 집에 간 것이다.
그리고 해킹이 시도된 밤, 루시아는 눈부신 활약을 해냈다.
외부에서 탈취된 관리자 계정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그걸 완벽히 막아내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시도도 완벽히 차단했다.
루시아에게 커널 접근 권한은 주어져 있지 않았기에 하룻밤 내내 방어만 했던 것이다.
연구원들은 그 생생한 전투 흔적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와 그걸 막아내네···”
“보통 뚫리는데 루시아는 제대로 된 권한이 아니라고 판단했나 보네요.”
“사실 정보 빼가도 뭐 암호화 걸려 있어서 못 풀었을 겁니다.”
“그래도 컴퓨터 켜놓고 간 거는 시말서 써야죠. 대체 왜 보안규정 안 지킵니까?”
최종적으로 해킹은 실패했지만 사건의 발단이 된 직원은 시말서를 쓰고 수의계약을 맺은 업체는 검찰조사를 받게 되었다.
물론 사이트를 내리고 어딘가로 도주했기에 증거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사건이 조금 과장을 보태 언론을 탔다.
―루시아, 대한민국 국방기밀을 지켜내다!
―완벽 보안지킴이 루시아 전격 해부.
―모 화이트해커, 루시아는 기계처럼 분석하고 사람처럼 판단하기에 뚫을 방법이 없다 극찬.
안 그래도 이미지가 좋았는데 이 사건으로 루시아는 완벽하다는 여론이 조성되었다.
국도교통부에서는 그간 루시아가 판정한 과실비율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인에까지 적용했다.
성급한 사람들은 루시아에게 정부기관 감사 권한을 주자고 난리를 쳐댔다.
―시민단체한테 돈 좀 그만 뿌리라고!
―50만 원짜리 쓰레기통 장난하나 루시아 도입해서 예산낭비 적발했으면 좋겠네.
―적발은 하는데 징계를 안 하는게 문제임. 이 새끼들 죄다 한통속이야.
―뭐 사업하기 전에 전부 루시아한테 검토 받고 추진해야 함.
―그냥 루시아가 대한민국 행정망 금융망 전부 장악하는 거 어떰? 걸리는 새끼는 바로 사형시키는 거임.
ㄴ그거 마음에 드네.
ㄴ반박시 범죄자.
ㄴ한 10만명 죽어나가는 거 아님?ㅋ
ㄴ나랏돈 빼먹는 새끼들은 죽여야지.
워낙 여론이 거세어 공중파에서 이 주제로 토론을 하기에 이르렀다.
찬성파는 지금까지 루시아는 완벽한 알고리즘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족속들을 죄다 적발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를 폈다.
반대파는 개인기업이 만든 알고리즘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갑자기 고장 나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찬반양론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쉽게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곧 있으면 대선이라 여론은 금방 가라앉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지하게 특이점이 왔으며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그 특이점의 중심에 유지하가 서 있다는 것도.
.
.
.
1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스타필드에서 쏘아 올린 테라 헤비 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에 착륙했다.
이 발사체에는 달에서 채집한 언옵테늄이 무려 500kg이나 실려 있었다.
또한 광범위한 탐사를 통해 언옵테늄의 대략적인 매장량까지 추산해냈다.
스타필드에선 그 숫자를 바탕으로 채산성을 계산했고 개량형 테라 헤비 발사체면 충분한 이득을 거둘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스타필드의 발사체를 이용할 경우입니다. 다른 발사체를 이용했을 경우 채산성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질문 받겠습니다.”
손을 든 일본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잠깐 확인 좀 하겠습니다. JAXA의 지원을 받아 발사체를 만든 게 사실입니까?”
유지하는 부정하지 않았다.
“몇몇 데이터를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JAXA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스타필드도 없었을 거라는 말이군요.”
특유의 음습함이 언제 나타나나 했더니.
스타필드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으로 정신적인 자위를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여기서 반박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포털 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도배될 것이다.
―테라 헤비 발사체에 JAXA의 지분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
―스타필드의 CEO, JAXA의 지원이 없었다면 자립할 수 없었을 거라고 고백.
―일본은 스타필드의 아버지였다!
물론 유지하는 그런 기사가 나가도록 내버려두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확인시켜 드릴까요? 스타필드의 발사체에 JAXA의 기술이 얼마나 적용됐는지?”
기자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노트북에 발사체 모델이 표시되었다.
유지하는 부품 하나하나를 지워나갔다.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미션 컴퓨터에 쓰이는 몇몇 보드와 실링 등의 자잘한 부품뿐이었다.
그럭저럭 지식이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 별 거 아니네, 하는 발언이 튀어나왔다.
“비율로 따지면 한···0.1% 정도 되겠네요. 무게로 따지면 그 이하고. 이걸 범용 부품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까?”
“···“
기자가 입을 다물자 유지하가 테이블을 짚고 딱하다는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