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47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눈앞의 젊은 회장은 지금까지 허언을 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여기까진 제가 아니라 루시아가 정립한 이론입니다.”
“루시아가?”
안용훈 박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메타버스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루시아는 KFE 내부에서도 상당한 인기였다.
연구원들은 물론이고 그조차도 루시아를 구입해 이것저것 가르치곤 했다.
물론 루시아가 대단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개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를 가르치면 최소 둘을 깨닫는 영특함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 연구원들은 서버에 저장된 내용을 출력하는 것뿐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루시아는 분명한 인공지능이며, 그가 전해주는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기특한 제자였다.
“하지만 루시아는 지식을 습득하는 기능은 있어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지는 못했는데···”
“시중에 출시된 루시아는 메타버스 서버의 일개 단말일 뿐입니다.”
“그 말은 메타버스 서버에 루시아의 본체가 있다···”
“솔라퓨전에 오셔서 같이 연구하시면 될 겁니다. 저는 핵융합 쪽에는 그다지 지식이 없습니다만 루시아는 아니더군요.”
“···”
인공지능과 핵융합을 연구한다.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농담 비슷하게 말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예언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특이점이 온 것인가?
지금도 세간은 인공지능의 윤리와 책임 문제로 떠들썩하지만 그는 연구 외엔 관심이 없는 외골수였다.
유지하는 솔라퓨전에 들어오는 시설과 장비 목록을 보여주었다.
“저희는 시뮬레이션뿐만이 아니라 진지하게 설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 같아 보이는군요. 하지만 내 연봉을 감당할 수 있을지···이렇게 보여도 20년 이상 핵물리학을 연구한···”
“2억을 맞춰드리겠습니다. 5천 한도에서 마음대로 쓰실 수 있는 카드도 지급하죠.”
안용훈의 눈에는 유지하가 내민 손에 카드가 끼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거미줄이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얽매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같이 나온 연구원들이 좀 있는데···”
“대우는 최고로 해드리겠습니다.”
“그, 그럼···”
조심스럽게 손을 잡자 유지하가 웃었다.
“앞으로 소장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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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곧 유럽으로 들어올 블랙메탈 배터리가 경쟁법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후 르네 경쟁담당위원이 이에 대해 상세히 발표했다.
―블랙메탈 분해기는 알려진 바에 의하면 블랙메탈을 가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신라에너지는 이 분해기의 독점적인 생산자로서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EU의 경쟁법은 신규시장을 창출한 기업과 아이디어를 보호합니다. 그러나 신라에너지는 분해기를 시장에 공급하려는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분명한 경쟁법 위반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집행위원회는 신라에너지에 경쟁법을 역외적용하고자 합니다. 신라에너지가 입증 가능한 자료를 제출하거나 조치를 할 때까지, 블랙메탈 배터리의 입출항은 무기한 보류됩니다.
시장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EU의 경쟁법은 어떤 의미에선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강력하다.
과징금도 계속 높아져서 전 세계 매출의 10%를 징수할 때도 있었다.
―아직 배터리 만들지도 않았잖아.
―요즘 트렌드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거. 미리 대비할 여유를 주는 거지.
―나한테는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거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걸. EU를 완전히 포기하진 못할 거 아냐.
―EU 내에선 루시아 관련해서도 말이 많던데. 아마 출시하긴 힘들 듯.
―그나마 자진 상장폐지를 해서 다행이네. 안 했으면 주가 쭉쭉 빠졌을 거야.
신라그룹은 이런 날을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상당수의 계열사를 상장폐지한 상태였다.
거의 개인기업으로 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리는 없다고 다들 생각했다.
―근데 모양새가 너무 안 좋네. EU 기업들이 손해를 보게 생겼잖아.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챙기고 싶은 게 있겠지. 아마 초전도체?
―EU가 탄소배출 관련해서 얼마나 민감한데. 핵융합이면 그걸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니까.
실제로 EU는 2035년까지 내연자동차를 없애고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변한 기후와 큰 관련이 있었다.
여름만 되면 홍수에 대형화재가 빈발하고 겨울에는 극한의 한파에 폭설까지 전 유럽이 골골 앓는 지경이었다.
EU에게 있어 핵융합 발전은 단순히 에너지원 확보가 아니라 생존 그 자체였다.
그런데 신라그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신라그룹에선 EU의 이번 발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독일 자동차기업들의 똥줄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한참 블랙메탈을 채광하고 배터리를 만드는 공정만 남았는데 갑자기 불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양보하지 않으면 전기차 출시는 꿈도 못 꾸게 생겼다.
다들 신라그룹이 급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여유만만이었다.
유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테라 헤비 발사체의 개량형을 발표했다.
“이번 발사체에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의 로봇이 탑재됩니다. 도합 1톤의 언옵테늄을 싣고 올 예정이며, 각국과 공평하게 나눌 생각입니다.”
“EU를 제외한 것은 이번 경쟁법 역외적용 건과 관련이 있습니까?”
프랑스 기자가 물었고 유지하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지하의 뒤로 테라 헤비 발사체가 조용히 솟아올랐다.
진짜 감정이 없는 게 맞을까?
선착순 한 국가
EU의 반응은 매우 빨랐다.
테라 헤비 발사체가 대기권을 벗어나고 하루도 되지 않아 EU 집행위원회 르네 경쟁담당위원이 신라그룹을 방문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행보로 EU가 얼마나 급했는지 말해준다.
유지하는 노년의 위원을 정중하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위원님.”
“유감입니다. 기어코 EU의 로봇을 빼다니요.”
르네 위원의 말투에선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은 투정이 묻어나왔다.
하긴 EU에 존재하는 우주 관련 연구시설과 대학만 몇 군데인가.
제대로 언옵테늄을 연구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불타올랐을 텐데 발사 직전에 빠졌으니 황당하겠지.
하지만 이쪽도 할 말이 많다.
“그건 제가 드려야 할 말입니다. 왜 가만히 있다가 경쟁법을 역외적용하겠다고 하셨습니까?”
“···신라에너지의 행보가 EU가 지향하는 가치와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의사가 아니고요? 몰랐다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중국이 로비하는 게 여기까지 들려올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닙니까?”
자르뎅 UN 사무국 국장이 여러 대사관을 돌아다니며 중재자 역할을 한 정보는 이미 입수한 바 있다.
예전에 그가 유지하에게 제안하러 왔을 때 마이크로드론을 붙인 것이다.
르네 위원은 정색하며 말했다.
“회장, EU 집행위원회는 중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대신 프랑스와 독일, 영국이 투자 약속을 받았을 겁니다.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
한참 침묵이 이어진다.
물밑에서의 치열한 협상과 거래의 결과를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의문에서일까?
르네 위원은 화제를 돌렸다.
“아시겠지만 경쟁법이 있는 이상 블랙메탈 배터리는 EU에 발을 들이지 못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EU에 자동차기업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제 미국과 일본 자동차가 세계시장을 휩쓸겠군요.”
“수수료를 포기할 겁니까? EU 시장을 통째로 포기할 겁니까?”
“필요하다면요.”
덤덤히 말하는 유지하에게 르네 위원은 충격을 받았다.
블러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인질을 잡긴 했는데 그 인질의 가치가 0이군요. 이제 내가 외면하면 어떻게 됩니까? 슬그머니 제재를 철회하고 배터리를 들일 겁니까?”
그럴 수는 없었다.
집행위원회가 칼을 뽑은 이상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만약 그게 번복된다면 두고두고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유지하가 EU시장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선언한 이상 제재를 계속하기도 어려웠다.
이쪽의 목을 조르는 형국이 되니까.
르네 위원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데 유지하가 유들유들하게 말했다.
“물론 EU는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선택할 것이니 절대 제재를 철회하지 않겠죠. 그 선택, 지지합니다.”
르네 위원은 이건 틀렸다고 판단하고 공격의 방향을 돌렸다.
“···아시겠지만 EU는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핵융합발전은 우리에게 가능성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노년 명배우의 연기처럼 중후하고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유지하는 그의 속내를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문제는 언옵테늄이었군요. 이 사건 전에 내가 독점을 선언했습니까?”
물론 아니었다.
언옵테늄에 대한 분배는 이미 여러 국가와 논의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는 투자금에 따라 비율이 인정되지만 인구수나 기여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게 된다.
스타필드가 독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U나 영국은 바로 이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미국과 러시아 등은 현실적으로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하고 로비를 선택했을 뿐.
르네 위원은 손을 저었다.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달에서 발견된 언옵테늄은 인류 모두의 재산입니다. 지금까지 그것을 명문화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죠.”
“저와는 약간 생각이 다르시군요.”
“···EU는 언옵테늄을 인류 공동의 관리 하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 UN 총회에서 기조연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단한 영예 아닙니까?”
“글쎄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르네 위원은 마음이 급해졌는지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한 마디만 하십시오. 언옵테늄은 인류 모두의 것이라고. 그러면 모든 체재가 철회되고 회장께선 노벨 물리학상을 타실 겁니다.”
“그걸 EU 집행위에서 선정할 줄은 몰랐는데요.”
“후보로 추천할 수는 있지요. 명예와 돈을 동시에 챙기실 겁니다.”
“기조연설에 노벨 물리학상이라···별 가치가 없는 것들이군요.”
“···예?”
그게 가치가 없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르네 위원의 얼굴이 충격으로 굳어졌을 때 유지하가 말했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아주 멋진 거미줄을 준비하셨군요. 블랙메탈 배터리 제재에 기조연설에 노벨상까지.”
“인류와 EU를 위해서입니다.”
”인류를 빼고 중국을 집어넣어야겠죠? 어쨌거나 제안을 들었으니 답변을 해드려야겠군요. 거절하겠습니다.“
“···결국 언옵테늄을 사유화하기로 하셨군요.”
“진짜 사유화가 뭔지 보여줄까요? 1kg당 1억 유로면 어떻습니까? 물론 다른 국가에는 만 달러에 파는 겁니다.”
“그건 인류를 배신하는 행위입니다!”
“자꾸 EU와 인류를 동일시하는데, 그러지 마십시오. EU의 인구는 5억도 안 됩니다. 당신들은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아니란 말입니다.”
르네 위원은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
2차 대전 이후로 세계정세의 주도권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에 넘겨주었지만 그래도 EU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었다.
일개 기업의 수장이 깔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이쪽의 카드가 거의 바닥난 것도 사실이었다.
남은 것은 단 하나.
평화를 위한 단결을 발동해 우주조약의 개정안을 안보리에 상정하는 것뿐이다.
거만한 기업가라고 해도 안보리의 압력까진 무시하지 못하겠지.
르네 위원은 인사도 않고 일어서서 나가려 했다.
유지하가 그의 뒤에 대고 말했다.
“일주일 내로 제재를 풀지 않으면 내 나름대로의 제재를 하겠습니다.”
“협박은 통하지 않습니다. 설령 그게 초전도체라 해도.”
“예언 하나 할까요? 당신을 포함한 집행위는 임기를 제대로 끝마치지 못할 겁니다.”
미친 소리를.
르네 위원은 문을 쾅 닫고 나왔다.
온 몸에 스며든 불쾌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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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스멀스멀 퍼졌다.
EU는 제재를 풀지 않았으며 아우토바터리에서 생산한 블랙메탈 배터리는 결국 EU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당장 생산라인이 멈추게 생긴 독일의 자동차기업들이 비명을 질렀다.
―스케줄 지연은 절대 안 된다. 십만 명의 고객들이 차를 기다리고 있다!
로비스트가 줄줄이 파견되었지만 EU 집행위원회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제재를 철회하면 앞으로 EU의 모든 행정적 집행이 의심받게 될 것이다.
또한 평화를 위한 단결을 믿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유지하는 몰랐겠지만, 러시아만 끌어들이면 얼마든지 우주조약을 개정할 수 있다.
비상임이사국이야 구워삶으면 그만이고 한국은 EU의 무역제재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그들이 염려하는 것은 단 하나, 유지하가 언옵테늄 채굴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만 네 국가는 그런 선택을 할 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블랙메탈은 그렇다 쳐도 초전도체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의 압력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도 그럴까?
―만약 모든 것을 포기한다 해도 미국이 스타필드를 인수할 것이다. 기업을 해체해도 그 인력과 기술은 남는다.
계획은 완벽했다.
이제 러시아만 잘 구슬리면 끝난다.
그것을 위해 베이징을 점령한 실세 국무위원이 크렘린을 방문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상임이사국의 권한을 활용해 안보리를 소집했다.
안건은 평화를 위한 단결이었다.
―달에 존재하는 초전도체 언옵테늄은 인류 공동의 재산이다. 이를 한 기업이 독단적으로 채굴한다는 건 인류의 평화와 미래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스타필드는 언옵테늄을 공평하게 분배할 것이라 공언했지만 우리가 보기엔 기준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
―따라서 언옵테늄을 포함한 외기권의 자원을 인류가 공동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대한 우주조약 개정안을 표결에 붙이고자 한다.
―찬성한다.
중국은 첫 타자로 찬성표를 던졌다.
애초에 물밑에서 이 계획을 주도한 것이 그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블랙메탈 뿐만 아니라 초전도체에서도 배제되었다.
물론 유지하가 여지를 남긴 만큼 새로 정부를 구성해 협상에 들어간다면 일이 잘 풀릴 가능성도 있다.
외교관의 무례와 납치행위에 대한 대가가 결코 작진 않겠지만 중국은 그걸 감당할 수 있는 국가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대국이 소국의 인민에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전 인민이 일치단결하여 작은 기업에 불매운동을 전개하자!
안타깝게도 신라그룹은 중국에 파는 물건이 별로 없었다.
원래 내수기업에 가까웠고 일본이라면 모를까 중국과는 큰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신라전자에서 모니터나 컴퓨터 등을 수출하지만 그룹 전체의 덩치가 확 커진 지금에 와서는 티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불매운동은 순식간에 흐지부지되었고 최후의 수단으로 안보리를 움직였다.
중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의 이해관계가 모처럼 일치했던 것이다.
미국은 당연하다는 듯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제 한 국가만 남았다.
러시아.
―러시아에 10년 간 5천억 루블의 투자를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언옵테늄 분배에서 중국 몫을 약간 양보했다.
―이 조건을 거부할 리는 없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묶이는 경향이 있었다.
블루팀 레드팀으로 나뉘어 서로 거부권을 날려댄 탓에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이다.
이미지뿐 아니라 실제로도 러시아는 서방 국가보다는 중국과 친밀했다.
커져만 가는 중국에 대한 부담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막대한 투자에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유지하가 급히 모스크바에 가는 듯싶더니 러시아가 그를 국빈으로 맞아들인 것이다.
성대한 환영행사가 열렸고 러시아의 곡예비행팀 러시안 나이츠가 크렘린 상공을 가로질렀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크렘린궁 앞에서 유지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지각도 무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미소를 띠고 그와 악수를 한 후 크렘린궁에 들어가는 모습에 세계는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번 사태를 이끈 국가들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가 유지하를 선택했다고?
―이건 말이 안 된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게 틀림없다.
―중국은 정중한 대접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건 뭔가? 빨리 설명해라.
그리고 러시아는 보란 듯이 우주조약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서 평화를 위한 단결은 부결되었다.
EU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것이다.
―이제 EU는 어떡하지? 완전히 각을 세워버렸는데 이거 감당이 되나.
―뭐 대단한 일이야 있겠어? 초전도체 분배 관련해서 약간 손해 보는 정도겠지.
―EU와 완전히 척지지 않으려면 적당한 선에서 멈출 수밖에.
―그건 그렇고 유지하 진짜 대단하네. EU 가 염치불구하고 덤볐는데 막아낸 거잖아.
―거미줄을 2중 3중으로 쳐놨는데 막상 걸린 게 곤충이 아니라 새였던 거지.
―그럼 이제 새가 거미를 잡아먹을 일만 남았나?
―설마···EU 덩치가 너무 큰데.
세계가 유지하의 입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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