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91
경찰 추산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실제 인원은 그것을 훨씬 웃돌아 언론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헬기에 탄 기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중계했다.
―지금 경복궁 일대가 시민들의 행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들은 유지하를 부르짖고 있으나 공허한 목소리에 불과합니다···
행렬에는 심지어 그간 유지하를 반대한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지하를 쫓아내면 모든 것이 바로잡힐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우리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북한지역은 아사자가 발생하기 직전이고 정국은 어지럽다. 대한민국에는 바로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죽었으니 돌아올 일이 없었다.
시민들이 독재자를 위한 노래를 부르며 청와대로 향하고 있을 때, 진짜 유지하는 세틀러호의 함교에서 그걸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등장하시면 되겠네요. 시민들의 열망이 극에 달했습니다.”
아르마의 조언이었다.
그는 지난 45일간 세틀러호에 있으면서 테라 섬의 메가시티를 점검하고 전력을 증강시켰다.
이제 인류연합은 섬을 방어할 최소한의 전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것을 위해 45일을 쓴 것은 아깝지만 한국 내부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언제까지 반대 여론을 안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유지하가 물었다.
“적극적인 가담자는 몇 명이지?”
“도합 261명입니다. 나머지는 대세가 결정되자 마지못해 지지를 선언한 인원입니다.”
“그들까지 다 숙청하는 건 어려우니까 261명을 처리하는 선에서 끝내기로 하지.”
정권을 잡은 세력의 무능함이 충분히 드러났고 일본이 미끼를 던져줬으니 지금이 등장하기에 적기다.
몸을 풀고 수트를 걸치자 아르마가 넥타이를 매주었다.
“가자.”
그렇게 유지하는 아르마와 함께 군웅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그를 발견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 사람 유지하 아니야?”
“설마···죽었잖아.”
“죽었다고 발표한 거지 죽은 걸 확인한 건 아닌데?”
“얼굴이 너무 닮았어···체격도···”
옆에 아르마가 서자 비로소 사람들은 깨달았다.
유지하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졌고 누군가가 울먹거리듯 말했다.
“대통령님 살아계셨군요···”
어떻게 살아있었는지는 모르고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국민들에게 유지하는 단순한 독재자 이상의 존재였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지도자.
그가 돌아왔다.
대숙청
유지하가 돌아왔다.
당연하게도 한승재 이하 수뇌부들은 이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직접 죽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기 사람들 사이에서 걷고 있는 저놈은 뭡니까?”
“···”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특히 직접 유지하의 얼굴을 확인한 장익환 대령은 황당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아니, 그놈은 유령이라도 된단 말인가?
“의원님, 분명히 말하는데 내가 확인했습니다! 얼굴 똑같고 지문까지 완전히 같았다고요!”
“그럼 저놈은 가짜란 뜻이군요···”
이렇게 말하는 한승재의 얼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인상을 팍 쓰고 쉴 새 없이 입술을 씰룩이고 있는 도중에 시선은 유지하에게 못 박혀 있었다.
아마 그의 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열등감이리라.
유지하는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여성 팬에게 포옹을 받기도 하면서 청와대를 향해 오고 있었다.
수많은 인파 가운데에서도 그가 걸으면 길이 되었고 응원의 열기가 만들어졌다.
심지어 헬기에서 촬영하는데도 대통령이란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올 지경이었다.
“유! 지! 하!”
“우리 대통령이 돌아왔다아!”
“한승재 꺼져라! 장익환 사형!”
작게 잡아도 수십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그렇게 외치며 행진하고 있었다.
숫자가 이 정도가 되면 그 어떤 수단도 무의미하다.
경찰들도 멍하니 그들의 행렬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고 시민들의 숫자는 가면 갈수록 늘어가기만 했다.
배성민 비서실장은 왠지 한결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유지하와 한승재, 둘 다 적법한 지도자는 아니지만 전자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소한 능력은 확실하니까.
어떻게 살아있는지는 차치하고, 일단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는 흥분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
“의원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장익환 대령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요? 차벽 펼치고 물 뿌리고 해서 막아야지! 그리고 저놈을 잡아서 내 직접 확인해야겠어.”
“나는 대령이 아니라 의원님에게 여쭙고 있는 겁니다. 어쩌시겠습니까?”
“···”
그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청와대 경비단을 생각하겠지만 그들이 누구의 명령을 들을지는 뻔한 노릇일 것이다.
경호처장은 안 좋은 물을 뺀다며 문외한을 임명하는 바람에 아직 지휘권조차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
경호원들이 처장을 무시하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몽땅 쳐냈다면 좋았겠지만 전문적인 경호 인력이 한정적이라 일부를 그대로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보호하지 못한 유지하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또 드론은···
100만 대나 되는 드론은 유지하가 죽은 뒤 일제히 컨테이너로 돌아갔다.
이걸 부수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재질이 블랙메탈이라 모든 시도가 무산되었다.
이 드론들이 다시 날아오른다면 한국군 전체가 동원되어도 저지하긴 힘들 것이다.
의자 등받이를 잡은 한승재의 손바닥이 축축해질 무렵,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헬기에 탄 기자가 흥분하며 외쳐댔다.
“지금 저기 보이십니까? 서울 곳곳에서 드론이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수십만 대의 드론이 봉인을 뚫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비로소 한승재와 장익환은 유지하가 돌아온 것을 실감했다.
“···잠깐 나가 있으세요.”
그가 무엇을 결심했는지는 집무실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가자 장익환 대령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인질을, 인질을 잡아야 합니다!”
“인질을 잡아서 뭐 어쩌게요? 국민들이 그걸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놈이 인질 걱정해서 우릴 살려둘 것 같냐고!”
당연히 그럴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보통사람에겐 관대하지만 자신이 정한 선을 벗어난 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테라 섬에 끌려간 사람만 몇 명인가.
더군다나 둘은 직접적으로 그의 죽음 아닌 죽음과 연관되어 있었다.
이번에 붙잡히면 아마 유럽과의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사형을 지시할 것이다.
후원자들도 비슷한 신세가 되겠지만.
한승재가 포기한 채 서 있는데 보다 못한 장익환 대령이 그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갑시다. 이대로 얌전히 죽어줄 수는 없습니다! 몸이라도 빼서 후일을 도모해야죠!”
“뭘 어떻게 반격을 합니까. 이제 인공지능이 인터넷을 감시할 텐데.”
“그럼 이대로 죽자는 겁니까?”
“애초에 왜 죽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했다니까요! 본인이 확실하다니까!”
“그럼 밖에서 돌아다니는 저건 안드로이드입니까!”
위기상황에 내분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둘을 이어주는 것은 끈끈한 무엇이 아니라 얄팍하기 그지없는 권력욕이었다.
지지기반이라도 튼튼하면 상관없겠지만 역대 최악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취약했다.
그러니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장익환 대령은 뭐라도 해보려고 후원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쥐새끼 같은 놈들.”
폰이 바닥에 내팽개쳐졌고 한승재 의원은 빙긋 웃었다.
“배가 침몰하면 제일 먼저 위험을 감지하는 게 쥐라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현명한 겁니다. 이젠 유지하한테 선을···”
그때 밖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둘은 본능적으로 서로를 쳐다보곤 후다닥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목숨을 포기한 듯한 한승재도 숨을 헐떡이며 뛰기 바빴다.
어떻게든 이 자리만 벗어나면 살 길이 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깁니다! 이쪽으로!”
부하들의 안내에 따라 본관을 나갔지만 청와대 앞뜰은 이미 수백 대의 드론이 장악하고 있었다.
“쏴! 쏘라고!”
장익환 대령이 고함을 쳤지만 아무도 총을 쏘지 못했다.
북한 시가전에서 수백 대 1의 교전비를 선보인 드론과 맞붙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부하들은 그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둘을 숲으로 이끌었다.
“의원님! 대령님! 이쪽으로!”
드론에게서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소형 이온 추진기를 장착해 차보다 빠르고 야생동물보다 정확한 밤눈을 가졌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얼마 가지도 못하고 환한 빛이 그들을 비추었다.
빛 속에서 걸어 나온 것은 피부가 씌워지지 않은 수십 대의 무장한 안드로이드였다.
장익환 대령이 씹어뱉듯 투덜거렸다.
“씨발, 지들이 터미네이터야 뭐야?”
타타타타―!
유지하는 아르마와 함께 총소리를 들으며 엉망이 된 본관에 들어섰다.
2층 집무실로 올라가자 배성민 비서실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계셨군요···”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은 해야 할 것부터 합시다. 러시아 대사한테 연락해서 핫라인 연결하라고 하세요.”
이거다.
지도자란 능당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떻게 할까 비서실장에게 대책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그가 자리를 떠나자 아르마가 말했다.
“주동자 261명 전원 생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일곱 명 발생했고요.”
“죽지 않게만 살려놓고 테라 섬으로 전부 이송시켜. 그리고 그룹 다시 가동하고.”
“네, 알겠습니다.”
아르마가 지시를 처리하는 동안 유지하는 티비를 쳐다봤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민들이 청와대 앞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유지하!”
“유지하!”
열렬한 환호 속에서 더 이상 그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동자들을 숙청하고 나면 이제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끝났군.”
이제 한국은 그의 소유다.
유지하는 집무실 의자에 앉았다.
.
.
.
밤새 소동이 일단락되고 유지하가 청와대와 정부기관을 장악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티비를 통해 그의 시체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벽부터 급보가 속속들이 날아들면서 유지하의 생존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기자들이 급히 팀을 꾸려 청와대 춘추관으로 향했고 거기엔 유지하가 생전의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바로 기자회견 열 테니 준비하세요.”
그리고 얼마 뒤 그의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송출되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죽은 게 아니었구나.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이제 45일간 권력을 잡고 전횡한 무리는 모조리 끝장이라는 걸.
유지하는 프롬프터도 없이 일장연설을 쏟아냈다.
“국민 여러분, 그간 무능력한 세력의 횡포를 참아내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대한민국은 제가 맡겠습니다.”
이날은 건국 이래 한반도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가장 많이 들린 날이었을 것이다.
그가 다시 권력을 쥔다는 것은 통제가 강화된다는 뜻이지만 다들 그것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지난 45일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개판이었던 탓이다.
누구든 이 사태를 책임져야 했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유지하가 유일했다.
그는 당당한 어조로 국민들에게 선언했다.
“45일간 대한민국은 멈춰 있었습니다. 아니, 퇴보에 퇴보를 거듭했습니다. 범죄율은 치솟았고 외국은 한국을 무시했으며 자금줄이 말라 아사자가 발생할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겁니다. 저는 이미 이번 사태의 주동자 261명을 체포했고 드론과 인공지능을 재가동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곧 안정될 것입니다.”
“동해에 들어온 러시아 태평양 함대와는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십 척에 달하는 러시아 전투함들이 줄줄이 물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방송을 청취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런 외침이 연달아 들릴 정도였다.
“유지하 총통 만세!”
아마 장난삼아 외친 것이겠지만 그를 환영하는 열기가 엄청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유지하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사태의 주동자들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 상관없이, 모두 무효임을 선언합니다. 한국은 45일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지금까지 추진하던 모든 계획이 재가동될 것입니다.”
“시민점수제를 비롯한 인공지능 감시망도 당연히 적용될 겁니다. 그리고 제가 뜻밖의 소식을 접했는데, 독도에 일본 자위대가 들어와 있다더군요. 부상자 몇 명 외에는 인명피해가 없다니 다행입니다.”
그때부터 유지하의 얼굴이 굳어지고 표정이 싹 사라졌다.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독도를 점령하다니 그 과감함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당장 나가라는 말은 안하겠습니다.”
하지만 유지하가 가만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구태여 경고하지 않는 것은 이미 조치를 취해놨기 때문이리라.
그는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를 공격해 점령한 대가를 치를 겁니다. 이상 기자회견 마칩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인공지능 루시아가 가동되었고 전국의 인터넷망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드론이 다시 거리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그제야 유지하가 복귀한 것을 실감했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두 가지로 쏠렸다.
이번 사태의 주동자들에 대한 처벌과 일본의 독도 점령에 대한 대책이다.
전자는 다들 극형을 예상했다.
―최소한 주동자 몇 명에겐 사형이 선고되겠지.
―죽일 수는 없으니까 감형 없이 가둬두지 않을까?
―글쎄, 유지하라면 진짜 죽일 것 같은데.
―EU 눈치도 봐야 되잖아. 아니 유지하가 눈치 안 보는 사람은 맞는데 현실적으로 FTA를 무시할 수가 있나···
여론은 사형까진 안 갈 것이라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EU와의 FTA 협정문에는 사형에 대한 문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유지하는 EU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대부분의 절차가 생략된 재판이 시작되었다.
정부 홈페이지에 재판소 사이트가 열리더니 인공지능이 하나하나 판결해 나갔다.
「피고 : 대한민국 국회의원 한승재」
「혐의 : 주동자들과 모의해 권력을 찬탈하고 국정을 농단함」
「판결 : 사형」
모니터에 증거가 주르륵 나열되었고 안드로이드 둘에게 붙잡혀 있던 한승재가 발악하기 시작했다.
“놔! 권력을 찬탈한 건 유지하 너잖아! 법원 어디 갔어! 나는 정당한 재판을 받고 싶다고!”
나이에 맞지 않는 힘찬 발버둥은 안드로이드가 전기충격을 가하자마자 끝났다.
한승재가 축 늘어진 채로 끌려 나갔고 장익환 대령도 마찬가지 판결을 받았다.
총 261명의 판결이 끝나기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판결은 전원 사형이었다.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전부 사형 실화냐···
―설마 진짜 죽이진 못하겠지? 아무리 유지하가 막나간다고 해도···
―아까 보니까 주동자 중에 유형석이 있던데···그 사람 유지하 큰아버지잖아···
―배터리 안 대줘서 조카한테 화가 많이 나셨나 보네. 쯧쯧···
사법부에선 당황해 유지하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오히려 꾸지람만 듣고 말았다.
“당신들도 공범 아닙니까? 수색영장도 없이 멋대로 신라그룹에 쳐들어가 뒤지는 걸 보고만 있었어요?”
“···차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법무부 장관은 젊은 독재자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가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법부는 원래 권력의 시녀였고 최근 혼란에 휩쓸리기보다는 자기보신에 열중하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대외적으로는 중립이라고 발표했지만 그걸 믿는 놈이 멍청이지.
그 결과 사법부의 영향력이 자꾸 축소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그나마 유지하가 사법부까지 폐지하려 들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무리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가 있어도 그 거대한 시스템을 당장 대체할 순 없었다.
“아무튼 이번 판결은 그대로 진행될 겁니다. 그렇게 알고 서류작업 해 놓으세요.”
“대통령님, 그렇게 하면 EU와 마찰이 생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