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297
#닥터 플레이어 297화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카네의 돌을 부수려면 저 불길하기 짝이 없는 가짜 천문 술사를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안 갈 수도 없었다.
‘그릇’, 하단전이 진탕하는 탓에 라이프, 나헬, 본슬론, 엘무드, 미엔 등은 평소보다 훨씬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거의 마나 유저만도 못한 속도의 움직임.
물론 워낙 검의 경지가 깊으니 둔한 움직임에도 마물의 틈을 노려 분투했지만, 마물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상자가 나올 게 분명했다.
‘제길, 몰라!’
레이몬드가 각오하는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환자를 위한 용기에 스킬, ‘강철의 심장’이 발현됩니다!]고대 유적 때 B등급으로 숙련도가 올라서일까?
이전보다 조금 더 용기가 나는 느낌이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무섭지만, 가슴속은 한결 차분해졌다.
또한, 효과는 그뿐이 아니었다.
B등급으로 오를 때 생긴 부가 효과. 주변인들에게 영향이 곧바로 발현되었다.
[당신의 결연한 의지에 사람들이 감동합니다!] [주변인들도 더욱 강력한 용기를 발휘합니다!]특히 엘무드, 미엔.
‘우리를 위해 또다시! 아아, 주군. 어째서 당신은 못난 우리를 이렇게나 위하는 것입니까?’
그들은 이를 악물고 레이몬드의 양옆에 섰다.
레이몬드에게 달려들 마물을 대신 몸으로라도 막기 위해서였다.
“주군, 오늘 제 목숨을 주군께 바치겠습니다! 제가 죽으면 하늘로 가지 않고 귀신이 되어 꼭 주군의 곁에서……!”
“……이런 상황에 고구마 발언은 삼가 줄래? 그렇지 않아도 심란하니까.”
레이몬드는 질색인 얼굴을 하였다.
그때, 마물들이 레이몬드의 앞에 나타났다.
‘으아아. 많잖아.’
엘무드와 미엔이 죽음을 각오한 얼굴로 레이몬드의 앞을 막아섰다.
“가십시오, 주군!”
[가세요, 선생님!]‘어떻게 가! 저 앞에도 많다고!’
레이몬드는 울상을 지었다.
눈앞에 나타난 마물 말고도 첩첩산중이었다.
작정하고 숫자로 밀어붙이려고 한 건지, 마물의 숫자가 진짜 끝이 없었다.
‘인간적으로 내가 저렇게 많은 마물들을 어떻게 상대하냐고!’
그때,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크르르.]마물들이 눈치만 볼 뿐, 레이몬드를 향해 덤벼들지 못했다!
‘어, 뭐지?’
레이몬드는 눈을 깜빡하다가 곧 이유를 깨달았다.
‘설마…… 드래곤 슬레이어 스킬?’
[드래곤 슬레이어(불완전)]분류 : 호신
등급 : 유니크
숙련도 : D
-하위 마물 종에게 강력한 위압(불완전)을 발현합니다!
-숙련도가 올라갈 시 더욱 많은 종에게 강력한 위압을 발현 가능합니다!
일전 고대 유적에서 드래곤을 잡고 얻은 스킬로 하위 마물들에게 강력한 위압감을 주는 게 가능했다.
‘정말로?’
레이몬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물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진짜?’
레이몬드는 제대로 해보았다.
일부러 표정 연기를 펼쳐 위압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스킬, ‘강철의 심장’과 ‘드래곤 슬레이어’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하위 마물들에게 더욱 강렬한 위압감이 발현됩니다!]마물들의 안색이 하얘졌다.
정말 레이몬드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 아니?”
그 모습을 본 검은 사제는 깜짝 놀라 외쳤다.
마물들이 놈을 두려워하다니?
‘이게 어떻게 된?!’
한편, 그 모습을 본 마스터들은 각자 답을 내놓았다.
라이나가 부채로 마물의 목을 베며 감탄했다.
“아아, 어메이징. 저건 선천 마법사들이 타고난다는 마물 제압 능력이 분명해요!”
라이프가 마물의 머리를 자르며 라이나의 말을 끊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오.”
“……네?”
“저건 천무지체가 타고난다는 용호투기(龍虎鬪氣)이오.”
“……마물 제압 능력 같은데요?”
레이몬드 쪽으로 가려는 마물의 목을 베며 은근슬쩍 나헬이 끼어들었다.
“실례지만, 타국의 아크 메이지여. 저건 용호투기가 맞아 보입니다. 저분에게서 위대한 기사의 영혼이 보입니다.”
거기에 지팡이를 들고 분투하던 카탈 왕국의 아크 메이지 가넥트 경도 한마디 하였다.
“크흠, 제가 생각하기엔 저건 마물 제압 능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분에게서 어마어마한 마법의 향기가 납니다.”
“아니, 가넥트 경. 저분은 마법사가 아니라, 위대한 기사가 될 분입니다. 지금 들고 계신 것도 검 아닙니까?”
“아니, 마법의 향기가…….”
“이 나헬의 말을 무시하는 거요?”
“…….”
참고로 카탈 왕국 내 서열을 따지면 군부 최고 실권자인 나헬이 가넥트보다 한 끗발 위였다.
라이프도 거들었다.
“유일한 스승인 내가 보기에 내 제자는 마법을 싫어하오.”
라이나도 지지 않았다.
“……호호, 이상하군요. 곧 스승이 될 제가 보기엔 천상 마법사의 자질인데 말이에요.”
전설의 재능을 눈앞에서 목격해서일까?
소드 마스터 2명, 아크 메이지 2명은 체면도, 심지어 지금 처한 상황도 잊고 신경전을 벌였고, 구석에서 본슬론은 혼자 의기소침하였다.
이번에야말로 레이몬드가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격외의 천재란 걸 깨달은 것이다.
물론 레이몬드는 그런 마스터들의 설전이 짜증 날 뿐이었다.
‘시끄러워, 정신 사납게! 마스터 주제에 도움도 안 되면서!’
다 얄밉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최대한 위압감 넘치게.’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마물들은 겁에 질려 옆으로 비켜 물러섰다.
마치 강물이 갈라지는 기적을 보는 것 같은 광경.
모두가 경탄하였지만, 정작 당사자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물들 무섭다고.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야.’
강철의 심장은 ‘심장’을 굳건하게 해주지만, ‘머릿속’의 두려움을 없애주진 않는다.
그래서, ‘이성적’으로는 여전히 두려운 상태였다.
레이몬드는 주문을 외우듯 말했다.
‘괜찮아. 내게는 드래곤 슬레이어의 위엄이 있어. 마물들도 덤벼들지 못할 거야. 이제 저 나쁜 놈만 해치우면 돼.’
레이몬드는 가짜 천문 술사를 보면서도 억지로 용기를 내보았다.
‘저놈 분위기만 무섭지 실제로 강하진 않을 거야. 마물들을 무력화했으니 해치울 수 있을 거야.’
그래, 저 가짜 천문 술사 놈.
무섭게 서 있지만, 실제로 강하진 않을 거다. 제발, 그래야 했다.
‘내 힘이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이변이 일어났다.
“크큭, 또 예상을 뛰어넘는군. 천무지체, 선천 마법사라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뭔가 비장의 수를 사용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 목숨을 바칠 수밖에.”
‘……뭐?’
레이몬드의 얼굴이 굳었다.
목숨을 바친다.
정확히 뭘 하려는 건지 모르지만, 목숨을 바치는 거니, 어마어마한 수작일 것이다.
레이몬드는 다급히 놈을 만류했다.
“아니, 잠깐! 너희 같은 악인이라도 생명은 소중한 법. 지금껏 악행을 용서해 주고 위로금으로 돈도 줄 테니, 그런 짓은……!”
다급히 외쳤지만,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검은 사제는 단도를 꺼내더니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찔러넣으며 외쳤다.
“내 생명을 바치나니, 강림하소서! 세상을 멸망시킬 붉은 피의 주인이여!”
“……!”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심장을 찔린 놈의 몸이 생명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는 대신, 핏빛 기운에 휩싸였다.
펄럭.
놈의 눈을 감싸던 검은 천이 풀어졌고, 선혈처럼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가 선명하게 떠졌다.
“강신술(降神術)!”
라이나가 외쳤다.
레이몬드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저게 강신술이라고?’
자신의 몸에 강력한 외부의 존재를 강림시키는 비술을 뜻한다.
놈은 사악한 존재를 강림해 ‘마인’이 된 듯했다.
“피하세요, 전하! 저놈은 마나가 아닌, 혼돈의 힘을 사용해 결계에 영향을 받지 않을 터. 최소 트리플 A랭크 이상의 힘을 발휘할 거예요!”
레이몬드는 깜짝 놀랐다.
트리플 A 이상!
최소 익스퍼트 최상급은 되어야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내, 내가 저런 걸 어떻게 상대해! 도망가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었다.
아무리 레이몬드가 전설의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도 트리플 A등급의 마인을 상대하는 건 절대로 무리였으니까.
“도망가십시오, 전하!”
“피해야 합니다!”
그때, 가장 가까이 있던 엘무드, 미엔이 다급히 달려와 레이몬드의 앞을 가로막았다.
“주군, 피하십시오! 저희가 저놈을 상대하겠습니다! 죽어서 꼭 주군의 곁에 머물겠습니다!”
“냐옹!”
주군과 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레이몬드는 오히려 복장이 터지는 얼굴을 했다.
‘너희가 그렇게 나서면 오히려 내가 놔두고 못 도망가잖아, 이 고구마들아!’
레이몬드는 원래 다른 이들의 말에 따라 도망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엘무드, 미엔이 자신의 앞에 나서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등을 돌리는 순간, 둘은 순식간에 죽임당할 거다.
‘제길, 어쩌지? 싸워? 하지만 내가 어떻게 트리플 A급을 상대해!’
그때, 가짜 천문 술사…… 아니, 마인이 핏빛 기운에 쌓인 주먹을 휘둘렀다!
“크윽!”
엘무드는 간신히 막았지만, 원래도 상태가 안 좋아 몸이 크게 흔들렸다.
거기에 이어지는 두 번째 일격!
결국, 레이몬드는 파창 검을 꺼내 들었다.
기어스 왕국의 싸가지 왕자에게 빼앗은 이름 모를 비싼 보검이었다.
‘엘무드, 앞으로 네 식단은 모두 고구마다! 소고기 따위 주지 않을 거야!’
동시에 우르르 메시지가 떠올랐다.
[환자를 위해 나서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스킬, ‘치료사의 호신술’이 발현됩니다!] [상대가 강력합니다! ‘거인을 쓰러뜨린 난장이(+5)’ 효과가 발현됩니다!] [위기 상황에 스킬, ‘생존 본능’이 발현됩니다!] [스킬, ‘힐러의 살신성인’이 발현됩니다!]참고로, 현재 레이몬드의 레벨은 무려 290이 조금 넘었다.
카탈 왕국에서 불꽃 길을 걸으며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한 덕분이다.
덕분에 현재 그의 기본 스탯은 이러했다.
[스탯]체력 : 103
감각 : 98
그런 스탯이 이렇게 폭등하였다.
[체력 : 103 → 215] [감각 : 98 → 220]그뿐이 아니었다.
마물의 대적자!
일전 고대 유적의 환영에서 드래곤의 환영을 무찌른 후 얻은 스킬이었다.
스탯이 다시 한번 상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