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01
#닥터 플레이어 301화
그래, 이건 마에스트로가 지금껏 만들어낸 물건 중 최고의 역작이었다.
먼 곳에서 마에스트로는 생각했다.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한 것이지.’
마에스트로는 ‘그들’의 명을 받아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첫째는 십자연맹제국의 일부 국가를 암중에서 장악하는 것.
둘째는 바로 지금 사용한 이 물건을 완벽히 완성해 내는 것이다.
‘아직 미완성이라 절대로 이렇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거였지만.’
‘마에스트로’는 속으로 생각했다.
강력한 위력을 지녔지만, 이 물건은 완성품이 아니었다. 여러 단점이 있었다.
치명적인 쇼크를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하지만, 작용 시간이 짧았다. 시간이 지나 체내 농도가 옅어지면 독성이 반감하였다.
레이몬드가 짐작한 대로 어떻게든 바이탈을 잡으며 버티면 회복 가능하다는 말이다.
더구나 추가적인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양산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건 라팔드 지방의 마정석 광산에서 얻은 마나의 생명력을 이용해 만든 물건. 하지만 양산에 실패해 또 구현해 낼 수가 없어. 그래서 카탈 왕국의 드래곤 하트를 얻으려 한 거였는데.’
이 물건을 양산하는 데는 드래곤 하트를 재료로 사용하는 게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에 소진해서 다시 재료를 구해야 해. 라팔드 지방에서 벌였던 일을 또다시 벌여야 한다니. 골치 아프군.’
마에스트로는 쓰린 속을 부여잡았다.
마정석 광산에서 생명력을 뽑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드로튼 왕국의 폭군 베라드 대공이 도와주었기에 간신히 해냈던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물건을 사용해 재료를 다 소진했으니 또다시 같은 수고를 해야 했다.
프로젝트 달성에 커다란 지장이 생긴다.
‘어쩔 수 없지. 지금 저놈들을 잡지 않으면 난 끝장이니까.’
이번 일로 그의 정체가 드러났다.
여기서 저들을 몰살시키지 않으면, 그는 끝장이었다.
‘레이몬드, 네놈을 해치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겠지.’
마에스트로는 이를 바득 갈았다.
레이몬드! 레이몬드! 레이몬드!
저놈 때문에 지금껏 얼마나 커다란 피해를 본 건지 몰랐다.
저놈만큼은 지금 반드시 죽여야 했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여기서 살아날 수는 없을 거다.’
과연 레이몬드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드디어 레이몬드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레이몬드는 창백한 안색으로 어떻게든 환자들을 살리려고 뛰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에스트로는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크큭. 모두 고통 속에서 죽임당하리라!
그렇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나직한 음성이 장내에 들려왔다.
“역시 예상대로 되었군요.”
부드러우면서 차분한 인상의 여인이었다.
다들 놀란 얼굴을 하였다.
전혀 생각지 않은 인물, 에스텔 성녀였다!
그녀가 어딘지 무거웠던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아 반짝이는 눈빛으로 시체, 마에스트로에게 말했다.
“드디어 체크메이트예요.”
* * *
체크메이트.
장내의 모두 눈을 깜빡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단 한 명, 마에스트로만이 그 말을 이해했다.
마에스트로는 에스텔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그녀가 배신한 것이다!
[죽고 싶은 거냐?]에스텔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건한 그녀의 눈빛은 이미 결심이 굳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 웃기는……!]마에스트로는 코웃음을 쳤다.
[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심판하라, 맹약의 낫이여!]마에스트로는 먼 곳에서 시동어를 외쳤다.
‘그들’이 에스텔의 심장에 심어놓은 주박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순간, 언제든 에스텔의 심장을 멈추게 해 목숨을 취할 수 있게.
그래서 에스텔은 지금껏 그들에게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과연, 마치 심장에 화살이 꽂힌 듯 에스텔은 커다란 격통을 받았다.
에스텔은 나직한 비명과 함께 몸을 휘청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바로 죽지 않았다.
마에스트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심판의 낫은 심장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다. 바로 즉사해야 하는데?
에스텔은 하얗게 웃었다.
“잊고 있나 보군요. 내 스페셜 힐을.”
마에스토르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의 스페셜 힐은 생령의 축복.
카탈 왕국 국왕의 생명을 연장했던 것처럼, 억지로 생명을 이어나가게 할 수 있었다.
멈춘 심장도 억지로 더 뛰게 할 수 있는 거다.
[그래 봤자 잠깐에 불과할 터. 네년의 남은 생명은 이제 몇 분도 남지 않았다.]“그래도 상관없어요.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
에스텔은 큭큭 웃음을 흘렸다.
그래, 충분했다.
그녀가 하려는 일을 하기에는.
그녀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하늘이 보였다.
저런 하늘을 보는 건 ‘그들’과 손을 잡은 이후 처음이었다.
그녀의 세상은 항상 어두운 회색이었으니까.
‘진즉 이랬어야 했는데.’
에스텔은 씁쓸히 생각했다.
용기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
그때, 한 인물이 에스텔에게 달려왔다.
“에스텔 왕녀님!”
레이몬드였다.
에스텔은 빙긋 미소를 짓더니 뜻밖의 말을 하였다.
“고마워요.”
“네? 네?”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는 레이몬드는 당황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였다.
에스텔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분 덕분에 난 용기를 낼 수 있었지.’
그래, 에스텔이 이런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레이몬드 덕분이었다.
그의 숭고함을 처음 접하고 난 후, 에스텔은 그날 자신의 방에서 끝없이 울었다.
자신의 추악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심하게 되었다.
더는 죄악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스스로 모든 죄악을 끊는 것. 이게 내가 선택한 구원이야.’
물론 순순히 떠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순간 숭고한 빛 레이몬드를 구해내고, 지금껏 그녀를 지옥에 빠뜨렸던 마에스트로에게 한 방 먹이고 떠나리라.
쿨럭.
에스텔의 입에서 결국 와락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었다.
스페셜 힐, 생령의 축복으로도 한계가 오고 있었다.
억지로 뛰게 하는 심장이 천천히 느려졌다.
“지, 지금으로서 저 환자들을 치료할 유일한 방법은…… 힐로 생명력을 강하게 해 버티게 하는 것뿐이에요.”
레이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생각하던 방법이다.
‘힐로 생명력을 강하게 하면 쇼크를 버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해낼 방법이 없었다.
한 명이면 모를까, 이 많은 사람에게 강력한 힐을 쓸 수가 없었다.
‘그건 에스텔 성녀라도 마찬가지야. 마나의 한계가 있어.’
그때, 에스텔이 고개를 저었다.
“하,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이 있어요.”
“……네?”
에스텔은 무언가를 꺼내었다.
레이몬드의 눈이 커졌다.
카탈 왕국의 왕관.
드래곤 하트였다!
“어, 어떻게 그걸?”
에스텔은 대답 대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이, 이 드래곤 하트에 내재한 힘을 이용하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힐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레이몬드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머나먼 옛날, 카탈 왕국의 건국 시조 레니스 성자가 커다란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갈 때 드래곤 하트의 힘을 이용해 그들 모두를 살려냈다고.
그러니 드래곤 하트의 힘을 이용하면 이들 모두에게 힐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드래곤 하트의 힘을?”
“이, 이 왕관에 건국 시조 레니스 성자가 새겨놓은 마법진이 있어요. 정해진 주문을 외우면 드래곤 하트의 힘을 끌어와 힐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에스텔은 힘겹게 설명했다.
“다, 단 이건 하나의 문제가 있어요.”
“무엇입니까?”
“문헌에 따르면 드래곤 하트의 힘이 사라지게 된다고 해요. 십 년은 기다려야 회복된다고.”
레이몬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드래곤 하트의 힘이 사라지면 소피아를 구하려는 계획도 실패였다.
‘아, 안 돼. 내가 왜 그런 고생을 했는데.’
하지만…….
“끄으…….”
“하아, 하아.”
수많은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다.
드래곤 하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저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제길, 어쩌지.’
그때, 에스텔이 말했다.
“다, 당신이 소피아 공주를 위해 드래곤 하트를 바란 건 알고 있어요. 대, 대신 제가 드래곤 하트를 대체할 물건을 구할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
“제, 제 동생…… 실벤느라면 드래곤 하트를 대체할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레이몬드는 눈을 크게 떴다.
실벤느는 페닌슐라 왕국 왕녀파의 수장이자, 혈인 능력과 결합한 마법으로 백성들을 위해 이름 높은 이였다!
‘실벤느 왕녀가 그렇게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에스텔의 눈빛을 보니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그, 그러니…….”
에스텔은 힘겹게 말했다.
찰나의 순간.
레이몬드는 필사적으로 갈등하였다.
그리고 선택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들 모두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런 짓은 소피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저 많은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면 소피아는 그를 어마어마하게 혼낼 게 분명했다.
에스텔은 고맙다는 듯 옅게 웃었다.
“……제 이야기를 하면, 실벤느는 전하께 도움을 줄 거예요. 대신, 그 아이에게 한 가지 말만 전해 주실 수 있겠어요?”
“말씀하십시오.”
“……제가 많이 사랑한다고, 행복 하라고 전해 주세요.”
“……!”
에스텔은 드래곤 하트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레니스 성자가 남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 숭고한 의지를 담아 환자를 위하나니.”
조금은 낯이 간지러운 주문 내용이었다.
힐러가 환자를 위하는 의지를 고백하는 주문.
“환자의 눈물을 닦고자, 여기 나섰으니.”
드래곤 하트에서 황금색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마나가 에스텔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드래곤 하트에 내재된 어마어마한 마나를 몸으로 받아 상단전을 통해 발현하는 거구나.’
레이몬드는 대략적인 방식을 이해했다.
에스텔은 마지막 주문을 외웠다.
“나 이제 위대한 힘을 통해 환자를 위하는 숭고한 의지를 세상에 발현하려니.”
파아앗!
에스텔의 몸이 빛에 둘러싸였다.
한없이 성스러우면서 마치 하늘의 천사가 광채를 뿌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팍, 빛이 꺼져버린 것이다!
“아, 아니?! 성녀님?”
레이몬드는 당황해 에스텔에게 다가갔다.
에스텔은 하얀 안색으로 전신을 떨고 있었다.
‘드래곤 하트가 날 거절했어?’
주문의 마지막 순간, ‘전언’이 들려왔다.
그 짧은 음성에 에스텔은 절망했다.
‘서, 설마 이전 내 죄악들 때문에?’
에스텔은 카탈 왕국에 전해져 내려오는 하나의 문구를 기억해 냈다.
‘오로지 환자를 위하는 숭고함을 지닌 이만이 위대한 힘을 쓸 수 있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