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59
#닥터 플레이어 359화
그에게 꼭 필요한 혜택이었다!
그는 자유 도시 연합에 여러 의료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분명 도움이 되리라!
‘흐흐, 이윤을 더 많이 남긴다거나, 그런 거겠지? 좋아. 아주 좋아.’
군침을 닦고는 다른 메시지를 봤다.
‘두 번째 혜택은 뭐지? 자유 도시 연합에서 무언가 일을 진행할 때 쉽게 도움을 받는다는 건가?’
어쨌든 있어서 나쁠 것 없는 혜택이었다.
‘이제 정말 슈퍼 리치가 머지않았구나. 흐흐.’
그런데 레이몬드는 다음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설명 : 가련한 약자들을 위한 성자에게 주어지는 영광된 칭호.
명성 등급 : 성자(中)급 (국외까지 명성이 퍼짐)
부가 효과 :
*더욱 많은 사람이 당신의 명성을 칭송합니다!
*더욱 많은 가련한 약자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갖습니다!
*자유 도시 연합의 수많은 사람이 당신께 존경심을 품게 됩니다!
*당신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칭호 효과가 더욱 강력해집니다!
“…….”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뭐지, 이 쓸모없는 효과들은.’
뭔가 잔뜩 쓰여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 될 게 하나도 없었다.
계속 가난의 성자, 가난의 성자 어쩌고 하는 게 기분 나쁘기까지 하다.
‘……도대체 왜 내가 가난의 성자인 거냐고. 이 망할 시스템아.’
한숨을 팍 내쉬었다.
‘괜찮아. 이제 곧 떼돈을 벌고 황금의 성자가 될 테니. 그때쯤 되면 칭호도 바뀌겠지.’
마침 옆에 있던 미스헬트 대공이 말했다.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소? 일전 나누었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자 하오.”
“……!”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일전 나누었던 이야기.
바로, 보상이었다.
오늘 이야기 이후, 그는 드디어 빌리언 페나의 슈퍼 리치가 되는 일보를 내딛게 될 것이다.
* * *
“미안하오. 이렇게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어서.”
“아, 아닙니다.”
미스헬트 대공은 방으로 돌아온 후 소른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 누웠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지금껏 억지로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긴 했지만, 사실 굉장히 무리하고 있었다.
트리플 S급 힐러인 팡슌 백작과 레이몬드의 살핌이 아니었으면, 진즉 다시 쓰러졌으리라.
“차를 내오거라.”
“네, 아버지.”
소른이 잠시 밖으로 나갔고, 단둘이 남겨진 레이몬드는 심장이 두근 뛰었다.
‘드디어.’
무려 게이볼그 대공이다.
대륙 전체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높은 인물.
그의 인생에서 이런 대박 환자를 치료할 기회가 몇 번이나 더 찾아올까?
반드시 커다란 대가를 뜯어내야 했다.
‘하지만 신중해야 해.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볐다가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거야.’
그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는 무려 미스헬트 대공이다.
피를 나눈 제 아들조차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제거하는 철혈의 군주.
게이볼그 대공가의 가풍 자체도 피도 눈물도 없이 악독하다고 유명했다.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빚은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환수.
그런 게이볼그 대공가이니, 되지도 않는 대가를 바랐다가는 도리어 큰코다치게 될 것이다.
‘미스헬트 대공이 납득할 수 있으면서, 내게 최대한 이득이 될 보상을 받아내야 해.’
레이몬드는 바짝 긴장하여 생각했다.
오늘 대화 결과로, 그의 인생은 백팔십도 달라질 것이다.
마침 미스헬트 대공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대에게 정말 커다란 은혜를 입었소. 돌리지 않고 묻겠소. 혹시나 바라는 보상이 있소?”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순간, 겸손한 말로 이미지 메이킹을 먼저 할까, 갈등이 스쳐 지나갔으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본능적인 감이 외치고 있었다.
지금은 이미지 메이킹을 할 때가 아니라고. 지를 때라고.
“……돈입니다.”
“……!”
“보상으로 돈을 바라옵니다.”
두근. 두근. 두근.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너, 너무 속물적인 발언이었나?’
지금껏 대놓고 이런 보상을 요구한 적은 처음인지라 소심한 걱정이 들며,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아니야. 이게 최선이야.’
지금껏 숱하게 경험했던 삽질의 역사가 스쳐 지나갔다.
큰 그림을 그린다고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가 더더욱 가난의 늪으로만 빠졌던 과거들.
물론 이미지 메이킹은 중요하다.
앞으로도 성자의 이미지는 계속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적당히 해도 될 것 같았다.
‘특히 오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야. 괜히 이미지 메이킹한답시고 날리면 절대 안 돼!’
그렇게 생각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았다.
한편, 미스헬트 대공은 잠시 묘한 얼굴을 하였다.
“과연, 듣던 대로구려.”
“네?”
“오로지 백성들만 위한다더니.”
“……?”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난 돈 달라고 했는데요? 고령이라 귀가 어두운가?’
미스헬트 대공이 자신의 말을 잘못 들은 것 같아 다시 이야기하였다.
“저…… 실례지만, 제가 바란 건…….”
“알고 있소. 돈을 바랐지. 백성을 위해서 아니오?”
“…….”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는 건지 미스헬트 대공의 머릿속 회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미스헬트 대공이 레이몬드를 보며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철혈의 대공과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뭐랄까…… 마치 친근한 가족을 보는 듯한 미소였다.
“사실, 그대의 이야기는 이전부터 오랫동안 들어 알고 있었소. 그대가 아직 휴스톤 왕국에 머무를 때부터 말이오.”
“……?”
레이몬드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휴스톤 왕국 시절이면 그가 아직 유명해지기 전이다.
이 먼 자유 도시 연합의 인물이 그때부터 그의 소식을 들었을 리가 없었을 텐데?
“로즈, 그분의 VVVIP 고객이란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겨 개인적으로 그대에 대해 알아봤소.”
“아…….”
“도대체 얼마나 대담한 인물이기에 그 피도 눈물도 없는 그분께 그리도 턱턱 돈을 빌리는 건지, 궁금증이 들더군. 클클.”
“…….”
레이몬드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 난 그냥 먼저 초저리로 빌려준다고 해서 빌린 건데.’
그게 저런 이야기를 들을 위험한 행동이었다니.
하긴, 돌이켜 생각해 보면 힐러 론의 악명은 어마어마했다.
빚을 졌다가 못 갚고, 저 멀리 팔려갔다거나, 일하는 노예가 되었다는 소문을 여러 번 듣지 않았는가?
지금 레이몬드가 열심히 빚을 갚으려고 하는 것도 무서운 로즈 영애에게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컸다.
‘왠지 그 무서운 영애라면 내가 왕족이어도 아랑곳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야.’
그러며 레이몬드는 또 의문이 들었다.
‘왜 자꾸 그분, 그분이라는 거야?’
미스헬트 대공은 명백히 로즈 영애를 존칭하고 있었다.
다시 한 가지 추측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정말, 로즈 영애의 정체가?’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나 짐작 가는 게 있었다.
하지만 너무 어마어마한 경악스러운 추측이라 차마 그 이름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 미스헬트 대공이 입을 열었다.
“어쨌든 오랜 기간 그대를 지켜봐 온바. 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소. 바로 백성을 위하는 것이겠지. 같은 군주로서 그대의 높은 이상에 존경을 표하오.”
“…….”
“하지만 아무리 숭고한 이상을 품고 있다고 해도 현실의 벽은 존재하지. 돈이 없다면, 어떤 높은 이상도 허황한 꿈에 불과하오. 그렇지 않소?”
“……그렇습니다.”
레이몬드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지만, 이 정도 오해는 상관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돈을 준다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그간 많은 고민을 하였소. 그대를 위해 어떤 보상을 해야 할지. 그대가 진 빚을 모조리 대신 갚아줄까도 고민해 보았는데…… 우리 게이볼그가의 은인에게 그런 부족한 보상을 할 수는 없지.‘
‘아니, 충분한데요?’
레이몬드는 설레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참고로 그의 빚은 무려 천만 페나에 육박한다!
하지만 미스헬트 대공은 그 정도 보상으로는 턱도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대가 베푼 은혜를 생각하면, 천만 페나 따위로 입을 닦을 수는 없지.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게이볼그 대공가는 은혜를 모르지 않으니.”
“아니, 그게…….”
“그대에게는 더 큰 돈. 그러니까 그대의 이상을 실현할 만한 돈이 필요하지 않소?”
레이몬드는 어안이 벙벙해 고개를 끄덕였다.
1천만 페나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지경이지만, 보상은 더욱 클수록 좋으니까.
“아…… 네, 넵. 마, 맞습니다.”
“그래서 고민 결과, 그대에게 우리 게이볼그 시 및 여타 동맹 도시에 자유 무역 권한을 주기로 하였소.”
“자…… 뭐라고요?”
레이몬드는 잠시 말뜻을 못 알아듣다가 화들짝 경악했다.
‘자, 자유 무역 권한!’
말 그대로 자유 도시 연합과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더욱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관세 감면 권한이잖아!’
모든 국가 간 무역에는 관세가 있다.
십자연맹제국 내의 동맹국끼리도 그러했고, 특히 그 밖의 국외로 나가면 관세의 비율은 더더욱 커졌다.
자유 무역 권한은 그 관세를 무려 50%나 줄여준다. 기존 대비 절반의 관세만 내면 되는 것이다.
‘로드리고 후작이 원탁 위원회를 등에 업고 이것과 비슷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로드리고 후작조차 감면 비율이 30%밖에 안 된다고 들었어.’
레이몬드의 경우 무려 50%의 감면 혜택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혜택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나한테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레이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만약 그가 페닌슐라 왕국의 손꼽는 거상이라면 이 권한이 큰 이득이 될 것이다.
물론 그도 의료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혜택으로 큰 이득을 보기기는 어려웠다.
‘……음, 뭔가 잘못 생각하신 것 같은데. 그냥 천만 페나가 나을 것 같은…….’
아마 미스헬트 대공 본인이 워낙 거물이다 보니,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한 것 같다.
레이몬드가 다른 보상으로 바꾸어달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려는 찰나였다.
“그리고 알고 있겠지만 이건 그대에게 이상을 실천할 또 다른 힘, 권력을 안겨줄 보상이오.”
“……!”
“이 자유 무역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수많은 이가 그대의 밑으로 몰려들겠지.”
레이몬드는 흠칫하였다.
미스헬트 대공의 말에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이 혜택으로…… 돈을 벌 방법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