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483
#닥터 플레이어 483화 – 외전 31
“아니?!”
“성왕께서 왜?”
예상치 못한 사태에 학회장의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성왕이 떨리는 손을 레이몬드를 향해 뻗어왔다.
[부디…… 절 도와주십시오.]툭, 성왕이 뻗은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성왕의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쿵 낮게 충격음이 울렸다.
‘뭐, 뭐야, 이게?!’
레이몬드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왜 성왕이 갑자기 쓰러져?! 이게 무슨 전개냐고?!’
찰나,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 살려야 해!’
성왕이 속으로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는지, 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살려야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바이탈 먼저!’
레이몬드는 곧바로 쓰러진 성왕의 맥을 짚었다.
없었다.
놀랍게도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
‘이유는?’
갑자기 심장이 멎는 이유는 몇 가지 없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부정맥과 심근 경색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레이몬드는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닐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특히 성왕은 자신이 이렇게 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쨌든 심폐 소생술 먼저! 심장을 돌아오게 해야 해.’
단상 아래에서 멀리서 제자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레이몬드는 제자들이 도착하기 전, 마법을 발현했다.
‘정령’ 마법이었다.
[꺄르르! 무슨 일이야?!]‘여기 쓰러진 환자 심장 좀 압박해줘! 지난번 배운 것 있지? 심폐 소생술!’
[어? 그거 힘든데?]‘나중에 소고기 냄새 맡게 해줄게!’
[소고기 좋아!]바람의 정령들이 성왕의 흉부 쪽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리 레이몬드가 교육해놓은 덕에 심폐 소생술의 규칙에 맞게 딱 정확한 깊이. 속도로 가슴을 압박했다.
그렇게 바람의 정령에게 가슴 압박을 맡긴 레이몬드는 다음 조처를 하였다.
심전도 확인이었다.
이것도 마법으로 대체했다.
‘일렉트로 디텍션(Electro-detection)!’
메디컬 메지션의 능력으로 재창조한 마법으로 심장의 전기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심실세동(V.fib)이야!’
심실세동이 생겨 심장 마비가 왔을 시 치료법은 하나였다.
강한 전류를 심장에 흘려보내 잘못된 전기 신호를 리셋하는 제세동.
레이몬드는 곧바로 제세동에 나섰다.
한 손을 오른 어깨에 다른 손을 왼쪽 가슴 밑에 대고는 마법을 발동시켰다.
‘라이트닝!’
파직!
레이몬드의 손에서 뻗어 나간 전류가 심장을 휩쓸었다.
‘결과는?’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일렉트로 디텍션으로 전기 신호를 살폈다.
‘심실세동이 사라졌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마법에 포착되는 심장의 전기 신호가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심실세동이 아니었다.
‘ST 분절 상승? 심근 경색?’
ST 분절 상승은 심근에 문제가 생기며 신호 전달 체계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통 심근 경색 때 상승한다.
‘아니야. ST 분절 상승이 있지만, 달라.’
ST분절뿐 아니라, 심장의 전기 신호가 방향을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다 엉망이었다. 일반적인 심근 경색의 전기 신호가 아니었다.
그때 심실세동이 다시 나타났다.
‘이런! 라이트닝!’
다시 급하게 제세동을 하였다.
심실세동은 사라졌지만, 망가진 전기 신호는 여전했다. 심장도 계속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힐을 써볼게요.”
오르비아가 딱딱히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파아앗!
찬란한 빛이 오르비아의 손에서 펼쳐졌다.
아까 성왕이 보여준 만큼은 아니지만, 대륙에서 손꼽는 힐러답게 강력한 힐이었다.
하지만.
파창!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힐이 산산이 흩어졌다.
“쿨럭?”
오르비아가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섰다.
“성녀님?!”
오르비아가 입가에 피를 닦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성왕의 몸 안에 무언가가 힐을 밀어냈어요.”
“그런…….”
레이몬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힐을 밀어내다니? 도대체?’
그때, 레이몬드의 감각에 한 가지 이질적인 느낌이 포착되었다.
‘잠깐? 이건?’
깊고, 음험했으며, 두려움이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정확히 성왕의 심장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기운이 성왕의 심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건가?’
그런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혼돈의 일종인 건가?’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 기운이 심장을 먹어치우고 있어.’
먹어 치운다.
끔찍한 표현이었지만 진짜였다.
기운은 마치 성왕의 심장이 먹이라도 되는 듯 흉포하게 심장을 갉아먹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레이몬드는 마침 옆으로 다가온 라이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저 기운을 몰아낼 방법이 있겠습니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라이나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혼돈의 기운과 강력한 포식의 저주를 결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저런 포식의 저주는 대상을 완전히 먹어치우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아요.”
“그런…….”
“단, 하나 방법이 있는데. 바로 저주에 걸린 부위를 잘라내는 것이에요.”
레이몬드는 하얀 안색을 하였다.
‘심장을 잘라낼 수는 없잖아.’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성왕이 어째서 이런 저주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레이몬드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성왕은 지금껏 일어났던 일의 배후가 아니었다.
또 다른 희생자였던 것이다.
‘이곳 철의 제국에 온 것도 내게 도움을 청하려고 온 거야.’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심장을 먹어치우는 저주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말인가?
‘아니야. 어떻게든 치료해야 해.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벌써 3분 이상 지났다.
성왕은 강대한 천족이니 인간과 다르게 심장이 멎어도 더 오래 시간 버틸 수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여기서 더 시간이 지나면 장담할 수 없었다.
‘성왕이 천족인 걸 감안해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아마 10분. 정말 길어도 15분. 그 안에 저 기운을 없애는 건 무리야.’
레이몬드는 판단을 내렸다.
심장을 살릴 수 없다면, 일단 심장이 멎어도 숨을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했다.
방법이 있었다.
“린든, 크리스틴 경, 에크모(ECMO)를 넣겠습니다. VA형으로.”
에크모.
폐나 심장의 기능이 완전히 망가졌을 시 외부에서 대체하는 기계였다.
지금 같이 심장의 기능이 소실되었을 때에도 일단 생명을 이어가게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지만.’
에크모의 역할은 망가진 장기를 대체해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을 억지로 연장해 주는 게 에크모 역할의 끝이었다.
생명을 연장하는 사이 망가진 심장을 회복시켜야 했는데, 지금 성왕 같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도 심장이 회복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도 해야 해. 이대로 죽게 놔둘 수는 없어.’
레이몬드는 쓰러진 성왕을 바라보았다.
면사가 옆으로 흩어지며 어제 본 여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어제 여인은 왜인지 간절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성왕은 그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바란 것이다.
‘성왕은 적이 아니야.’
살려야 할 환자였다.
‘살려서 내 호구로 만들어주겠어!’
성왕이 호구가 된다.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소환, 에크모!’
[‘힐러의 아공간’ 스킬이 발현되었습니다!] [3만 페나의 기부를 약속하십시오!]이런 상황에도 깨알같이 돈을 지불하였고, 레이몬드와 크리스틴은 성왕의 혈관에 에크모를 삽입하였다.
푸욱!
다리의 대동맥과 대정맥에 혈관이 들어갔고, 카테터가 심장의 우심방까지 들어가자 린든이 외쳤다.
“온(on) 하겠습니다!”
우웅!
에크모에 삽입된 마정석이 빛을 뿜었다.
현대 지구와 다르게 레이몬드가 만든 에크모는 마법의 원리로 만든 것이다.
온갖 마법 공학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에크모에 설치된 마법의 힘으로 성왕의 몸에서 피가 돌았고, 성왕의 안색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일단 죽음은 막은 것이다.
‘후우.’
낮게 한숨을 내쉰 레이몬드는 장내를 돌아보았다.
학회장의 모두가 경악해 그들을 보고 있었다.
“……일단 학회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몬드는 무겁게 말했다.
“전 성왕의 치료에 집중하겠습니다.”
* * *
하지만 레이몬드도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일단 사망을 막기는 했는데,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
성왕의 망가진 심장을 회복시켜야 했다.
하지만 무슨 방법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이미 심장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했어.’
레이몬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왕의 심장에 자리한 저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심장을 갉아먹었다.
아까 사건이 일어난 후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성왕의 심장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천족인데, 심장이식을 할 수도 없고.’
이렇게 심장이나 폐가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질 경우 유일한 해결책은 장기이식이었다.
하지만 장기이식은 여러 문제로 무리였다.
‘심장이식 수술은 나도 아직 쉽지 않아.’
심장이식 수술은 모든 수술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가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레이몬드도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성공해 낸다고 해도 문제야. 면역을 조절할 수가 없어. 거부반응이 일어날 거야.’
장기이식을 하면, 면역을 억제해야 한다.
굉장히 섬세한 조절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심각한 감염증에 걸리게 되고, 반대로 약하게 억제하면 거부반응에 이식한 장기가 망가진다.
문제는 성왕은 인간이 아니라 천족이라는 점이다.
뱀파이어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아인종과 인간은 면역 체계가 비슷하면서 다르다.
데이터가 전혀 없는데, 장기이식 후 면역 조절을 하는 건 무리였다.
‘인공 심장 마도구도 안 되니.’
레이몬드는 패왕 노르기언 때를 떠올리며 인공 심장 마도구를 이식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안 되었다.
패왕 노르기언에게 이식한 인공 심장은 엘바드(L-VAD)로 마도구를 이식한 것이다.
그런데 성왕에게 엘바드 마도구를 이식하려고 했는데, 몸에 닿는 순간 마도구가 오작동을 일으켰다.
‘성왕이 지닌 기운에 마도구가 버티지 못하는 거야.’
인공 심장 마도구는 복잡한 마법 술식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성왕이 체내에 지니고 있는 강한 기운에 술식 회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진짜 인공 심장을 이식할 수도 없고.’
레이몬드가 학회장에서 선보이려고 했던 인공 장기는 콩팥과 신장이었다.
심장은 구현하지 못했다.
‘어쩌지?’
그때, 로즈가 고뇌하는 레이몬드에게 다가왔다.
“고객님, 아마 성왕은 배후가 아니었던 것 같지요?”
레이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황상 그래 보였다.
“아마 성왕도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로즈는 팔짱을 꼈다.
“좋지 않군요.”
이건 성왕이 배후인 것보다 더 나쁜 일이었다.
성왕은 명실상부한 대륙 제일의 초인이다.
그런 성왕을 저런 상태로 만들다니. 도대체 범인은 얼마나 대단한 이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