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69
제 1269화
“쟈시도요?”
그 말에 쟈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주술력이 대폭 성장했다고 할 수 있지. 본래 내 주술은 정령들과의 계약에 의한 것. 여기 화 제국식으로 말하자면 고대의 주술이네. 이샤 역시 완연한 정령이 되었고, 사실. 저들 삼도사들도 정령이나 다름없는 자들 아닌가?”
정령과의 계약.
쟈시 주술의 근본 중 하나.
그런데, 주술당의 당주로서 짚어 보자면 뭔가 희한하게 돌아가는 모양.
그 밑에 삼도사가 속해 있고.
또한 형식상 포로로 배달되어 온 귀곡문도들이 있으며(거기에는 심지어 귀곡문주도 세트로 포함되어 있다.)
거기에 모산파의 문인들도 계약직으로 일하는 상황!
즉.
“이것들 전부가 일종의 계약으로 취급되어 나 자신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지. 이제 고향을 다 뒤져도 나보다 강한 주술사는 없을 거다.”
“어, 엄청나군요. 이샤가 엄청 커진 것도 그것 때문이군요.”
이샤가 손을 흔든다.
뭐라고 말하는지까지는 들리지 않지만, 대충 좋다는 뜻 같았다.
진천희가 물었다.
“그러면 다 좋은 일 아닌가요? 그런데 문제라도……?”
“문제는 없다. 제안을 하려는 거지. 지금이라면 신기를 벼려낼 수 있네.”
“신기요?”
“그래. 신기. 지금 만들 수 있는 거라면……. ■■■■겠군. 이미 견본도 있으니까.”
그는 고향의 단어를 내뱉었다.
하지만 진천희로서도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
진천희는 그의 발음을 하나하나씩 따라 해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트리슐라……군요.”
트리슐라.
산스크리트어로 삼지창.
혹은 단창을 뜻한다.
그냥 삼지창이나 단창이 아니고.
신이 사용하는 신성하고 고귀한 창을 뜻하는 단어였다.
“네가 보낸 서신을 읽으면서 생각했지. 견본으로 딱 좋다고.”
그리고 쟈시가 말한 견본이란.
‘바로 하백의 삼지창.’
“거기에 하백의 몸통과 창을 챙겨 왔다고 했지 않나……. 이것도 어마어마한 귀물이지.”
“신의 몸이라서요?”
“그래.”
응룡의 이빨의 경우에는 유호가 챙겨 가서 뭔가를 하고 있지만.
이 하백의 몸통과 삼지창은 딱히 유호가 진천희에게서 챙겨 가지는 않았다.
진천희가 생각했다.
‘그렇군. 유호는 쟈시와 삼청관 삼도사의 실력이 제법 올라왔음을 알고 있었던 거야. 물론 쟈시도 대주술사지만 삼도사들도 오래 묵은 요괴들이니까…….’
특히 양력대선 같은 경우 보패까지는 못 만들어도, 그 밑의 급인 법기는 아주 잘 만들어 낸다.
지금 진천희도 요긴하게 쓰는 공간 확장 주머니 같은 것.
여기서 잠깐.
보패란?
인간이 쥐어도 인선급의 힘을 발휘하게 해준다.
일전 귀곡문에서 만든 것이 그것.
그리고.
신기는 보패라고 불러도 된다. 신기와 보패는 동급.
이렇게 볼 수 있는 것.
“뭐,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가 바로 ‘신기’라고 할 수 있지. 보패는 엄연히 말해 신선이나 가능하니까.”
진천희가 물었다.
“검은 안 되나요?”
“만들 수야 있겠지만. 견본이 있는 트리슐라보다는 위력이 떨어질 테지.”
“삼지창이라… 창법은 십보십창 정도가 전부이긴 한데…….”
진천희가 턱을 문지른다.
쟈시가 말했다.
“굳이 무기로 쓰지 않아도 쓸데는 많을 터. 특히 이번처럼 홍수나 가뭄에 요긴…….”
“…당장 만들죠.”
‘홍수와 가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신기? 이건 못 참지.’
강호인이 보면 이딴 걸 어따 쓰냐 하겠지만.
위정자에게는 그야말로 나라를 건국해도 될 신기 그 자체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진천희.
‘역시나 좋아할 것 같더니만…….’
쟈시가 피식 웃었다.
“좋다. 그렇게 하지.”
거기까지 말하고는 쟈시가 촤악 먼저 몸을 일으켰다.
쟈시 어깨에 앉아 있던 정령.
이샤가 황구에게 인사한다.
컹!
황구는 이샤가 좋다.
‘…….’
문득 이샤가 손을 흔들더니, 황구의 이마에 꽃잎이 생겼다.
커응?
대체 이게 뭐지.
***
컹컹!
목욕을 끝낸 후.
밖으로 나오는데 황구가 앞발로 이마를 계속 긁었다.
“거기 뭐 나기라도 했어? 이상하네.”
진천희는 황구의 이마를 살폈지만 멀쩡해 보였다.
‘주인은 이 꽃잎이 안 보이는 거야?’
왜인지 그건 황구 눈에만 보이는 것 같았고-
끄응?
황구는 고민하다가 꽃잎을 텁 하고 먹었다.
‘맛있다!’
육포와는 다르다. 달달하다.
혀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진짜 간식은 아닌데, 진짜 간식이야!’
황구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신력’이고.
이샤가 황구에게 백린의각 하의원들에게 받은 신앙의 힘을 나누어 준 거라는 걸 황구는 몰랐다.
다만 이샤가 준 ‘간식’이 맛이 있어서 이샤가 더 좋아졌다.
“황구야, 너 뭐 먹었어. 입 벌려 봐!”
크릉!
“벌려 봐, 퉤 해. 퉤!”
눈앞의 개는 바위를 씹고, 독단을 으적으적 먹어도 멀쩡할 거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견주의 습관이 기어이 입을 벌리고 만다.
“어라?”
하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진천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먹은 척한 거야? 뭐지, 방금 분명 쩝쩝댔는데.”
‘주인아, 나는 너의 어리석은 눈도 사랑한단다.’
인간은 아까 그 꽃잎을 못 보나 보다.
그래도 괜찮다.
황구가 다 먹었으니까.
천재 개는 이샤가 더 좋아졌다.
아무튼.
진천희는 쟈시에게 이제 트리슐라인지 드라큘라인지 모를 신기 제작을 맡기고.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백린의각 운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을 보면.
제갈린과 유호가 없어도.
내총관인 무월이 사실상 전권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에.
의각의 운영에 문제는 없다.
‘언제나처럼 강호인들이 배 뚫려서 실려 오고.’
그런 강호인들을 치료하고.
희귀병과 난치병 환자가 왔다가.
여러 가지 의술로 살거나 죽고.
그런 백린의각의 하루하루가 강물처럼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당연하지만.
진천희는 백린군의 주인인 의국백 제갈린을 대신하여 백린군을 통치하는 태수이기도 했으므로-
‘크아아악! 이쪽 일도 밀렸다!’
태수로서의 밀린 업무도 보러 갔다.
백린동군청과 백린서군청으로 나뉘어져 있기에.
동군청장과 서군청장에게 상황을 보고받기로 했다.
***
진 태수가 직접 감사 겸 보고를 받는다는 말에 관료들 모두가 긴장했다.
아침 정회.
쭉 늘어서 있는 관료들.
동군청장. 서군청장.
두 사람 뒤로 그 둘을 보좌하는 관리들 모두가 함께 긴장을 하고 있었다.
태수 진천희!
짬이 생긴 관리들이야 좀 표정이 낫지만.
오늘 처음으로 진천희를 보는 신입들의 얼굴은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기 그지없었다.
‘백린군. 아니. 강소성에서 전설적인 행정가!’
‘본직은 의원이고. 실제로 신의 소리 듣지만. 관리들 사이에서는 황제 폐하보다 무섭다는 소리를 듣는 인물이라던데!’
‘미치겠구만……. 아, 하필 말단직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돼서 오시다니!’
모두의 긴장 속에서 진천희가 도착했다는 말이 울리고는 곧바로 문이 열린다.
“오우, 굿모뉭이에요우! 여러부우운~”
이상한 소리를 하며 들어오는 진 태수.
고참들은 그런 진천희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도 아름다운 미모이시군.’
‘저 인간은 대체 왜 피부에 주름 하나 안 생기지? 강호인은 원래 그런가.’
진천희는 상석에 앉아 고양이처럼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오늘 날씨도 좋은데 환기 좀 시키죠. 다과는 가배로 주세요.”
가배.
즉, 커피!
공손세가와 운룡표국이 상행을 활발히 함에 따라.
저 먼 곳까지 나가 가배가 수입되어 오고 있는 상황.
특히 진천희는 여기에 소젖이나 크림을 얹어서 먹는 악랄한 짓을 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냥 평범한 가배를 원한다.
공손히 가배가 끓여 나온다.
평소라면 진천희는 따뜻한 가배파, 허나 오늘은 차갑게 얼려서 먹었다.
아아메!(아이스아메리카노)
“크으, 오늘 같은 날에는 아아메지.”
격무를 앞둘 때는 따뜻한 가배보다 차가운 가배가 더 당기는 것은 왜일까.
진천희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제갈세가의 특성이라고 치고.
다들 긴장했다.
‘태수님이 가배를 얼려 먹었다.’
‘혹, 좋지 않은 징조는 아닌지 걱정이군.’
‘왜 멀쩡한 가배를 굳이 얼려 드시는지 모르겠어. 괴식인가.’
차 문화권인 이곳은 가배를 차갑게 먹는 것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열양공을 익힌 강호인은 차를 통에 넣어 그것을 열 양기로 덥혀 먹을 정도로 찬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문화라 할 수 있겠지.
그런 상황에서 진천희의 아아메는 가히 기이하다 할 수 있었고.
“자, 그러면 장계들을 한번 읽어 볼까요.”
진천희는 올라오는 장계들을 파라락 소리를 내며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현원전단신공의 느린 시간 속에서 진천희가 읽는 속도는 보통 관료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
‘저 정도면 그냥 훑어보는 것 아닌가.’
‘저걸 무슨 수로 읽는 거지?’
‘대충 읽으시는 거 아닌가?’
그런데 진천희는 그 장계들을 읽으면서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이쪽은 다시 써서 올려야 하는 장계.”
“?”
“또 이쪽은 다시 쓰긴 해야 하나, 계산이 틀린 거라……. 다시 계산해 오셔야 하는 거고요.”
“…….”
“이쪽은 감찰팀 내려갑니다.”
“!”
관료들의 눈이 커진다.
그들은 진천희 도서관이 초 단위로 움직이며 인간 액셀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다만-
‘감찰이 내려간 부서는 아주 조져지겠군.’
단순히 숫자가 틀린 수준이면 좀 고생스럽더라도 검산을 하면 된다.
하지만.
감찰을 내려보낸다는 것은.
비리가 존재하거나 서류 누락이 존재한다는 뜻이니-
‘철야는 확정이겠군.’
‘와, 저쪽 큰일 났다. 하필 통사(通事) 쪽에서 터졌네.’
통사는 쉽게 말해 새외의 상인들과의 무역을 중계하고 통역하는 직책을 뜻한다.
당연히 회계와 함께 움직이며 해외 관련 조세 업무도 일부 담당하고 있다.
‘중간에 돈 꼬불치기 좋은 곳이긴 하지. 새외 상인들이야, 돈 좀 쥐여 주고 밀매라도 해가면 이득이니까.’
특히나 백린의각에서 만든 약들은 새외에서도 인기다.
다만 새외에 파는 것은 따로 세금이 발행되어 더 비싸게 사가야 한다.
그럼에도 그 돈 주고 구매하는 것은.
어쨌든 새외로 들고 가면 구매가의 몇 배나 되는 가격에 팔리기 때문.
들리는 말에 의하면.
왕족만 잘 잡으면 열 배도 넘게 주고 사 가기도 한다고.
실크로드를 타고 정력제도 같이 팔리고 있는 상황.
거기다 새외는 화주의각보다 백린의각 것이 더 좋다고 평해지는데.
그것은 태수님의 새외행으로 인한 명성이 한몫했을 걸로 짐작된다.
아무튼.
만약 비리의 경우라면 경중을 따져 최소 곤장, 최대 극형일 터이고.
‘미치겠군.’
몇몇 관료들은 겨드랑이가 땀으로 흠뻑 젖기 시작했다.
‘진 태수님은 뇌물도 안 통하는데 어쩌지?’
‘잘 속여 넘어간 줄 알았는데 대체 장계 어디가 틀린 거냐!’
‘다른 성에 근무할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걸 잡아내다니.’
‘와, 일 났네! 눈치가 귀신이라고는 들었는데,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이야.’
이윽고-
탁.
진천희는 일단 통과된 장계들만 따로 모았다.
‘살아남았다!’
‘허억허억허억, 진 태수 악귀 같은 새끼, 이 상황에서도 웃고 있냐!’
‘어머니, 제가 방금 백린군 아침지회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진천희는 관리들의 요동치는 의념을 모르는 척.
말을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