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38
제 338화
“사람이야 늘 뽑고 있었단다. 세력이 확장되는데 인력이 필요한 것이야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 다만 너에게 그 보고서를 보여 주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다. 그것이 무엇인 것 같으냐?”
이 또한 소각주로서의 시험인가.
진천희는 그동안의 운영 흐름을 계산하고, 스승님의 의중을 짚어냈다.
그것은 이제 진천희에게 있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음…… 중요한 간부를 뽑아야 하는 거군요.”
스승님이 흐뭇하게 웃으신다.
정답.
“그렇지. 지금까지는 특정 직책에 맞는, 혹은 특정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뽑아야 했다면, 이제는 총괄하는 이를 영입해야 한단다.”
‘즉, 적어도 자회사의 이사급, 혹은 CEO급 하나를 뽑아야 한다는 거군.’
현대로 비유하자면 대충 이런 뜻이 되리라.
거기까지 생각하며 서류를 읽고 있으니, 부담감 때문일까.
눈이 핑글 돈다.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나…….’
단순히 인사권에 대한 훈련을 넘어서는 일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단순하게.
일단 최상의 인재란.
강호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고, 판단력이 좋으며, 행정 능력마저 갖춘 인재를 뜻하는 거겠지.
‘그런데 이런 인간이 어디 있어? 보통은 다 어딘가의 수장이나 책사나, 뭐시기 간부 같은 걸 이미 해먹고 있겠지.’
제갈세가는 현원전단신공으로 두뇌 자체가 뛰어나게 증진된다.
무공도 강호에서 명문대파로 취급받을 만큼 고강했었고.
허나, 제갈세가를 제외하고는 머리가 좋아지는 무공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가 없다.
다른 문파들도 전부 무공도 좀 되면서, 판단력과 행정력을 갖춘 인재는 귀하다.
실제로 각 가문의 가주나 문파의 문주들도 일단 우선순위는 행정이나 정치력이 아닌 무공의 강함에 두고 정한다.
당장 무당파만 해도 장문인이신 정형 진인께서는 정 자 배 중에서 가장 강한 무공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렇다고 이분이 정치력이 좋냐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그게 문제였다.
허나, 한 문파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무공이 가장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게 바로 도산검림, 강호.
‘으으음…… 이래서 강호 문파들이 매번 망하고 새로 생기는 건가…….’
괜히 화무십일홍이 아니다.
천재적으로 강한 무인이 나타나 개파조사가 되어 문파를 만들어도 딱 삼 대(三代)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다.
괜히 강호의 구파일방 팔대세가가 대단한 게 아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하나의 집단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
어마어마한 확률 끝에, 문무겸전의 초인이 문주로 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파는 쇠락하게 된다. 그게 강호였다.
무당도 그 길을 겪을 뻔하지 않았던가.
‘아니…… 그런 귀한 인재가 왜 백린의각에 이력서를 보내겠냐.’
그렇다고 막 뽑을 수도 없다.
“영 인재가 없네요.”
“어려운 문제이지. 그래서 명문대파들의 경우 이런 중간 관리를 하는 간부를 양성하는 육성법이 따로 존재한단다.”
그러면 정형 진인께서는 그런 육성 코스를 거치고도 무당을 그딴 식으로 운영하셨단 말인가.
‘오우…… 잘못된 교육의 예군, 이거.’
죄송합니다. 정형 진인. 하지만 무당파 운영을 잘하셨던 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까딱하면 말아 드실 뻔하셨습니다.
“뭐, 일단. 어디서 뿅 하고 나타날 거 아니면 키워서 써야죠.”
“후후후후. 재미있는 표현이구나.”
‘그런데 확실히 백린의각에는 그런 양성 코스가 없단 말이지…… 스승님이 능력이 없어서 안 만드셨다기보다는…… 과거에는 시한부 인생으로 미래가 없으셨기에 안 만드셨을 거야. 지금 와서는 만들기도 늦었고.’
진천희는 이런저런 계산을 이어 가며 서류를 살폈다.
그러다 문득 서류 한켠의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어라, 이 사람이 우리에게 올 수가 있나요?”
“그 건은 조금 재미있는 상황이란다. 하오문에서 동맹의 표시로 인재 파견을 원하기에 가능한 일이지.”
“첩자 의심을 받지 않을까요……?”
물론 그가 진천희를 팔아 하오문의 권력을 취할 일은 없다.
애초에 구명지은의 은혜를 입은 후.
진천희를 위해 몇 번이나 목숨을 내놓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던 양반이었으니까.
스승님이 웃었다.
“후후후후. 드러난 첩자는 첩자가 아니란다. 반간계로 쓸 수도 있고, 연락책도 가능하지. 그리고 한가하게 첩자로 일하게 내버려 둘 정도로 넉넉히 일 시킬 것도 아니고 말이다.”
스승님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말을 이어 나갔다.
“흐음…… 게다가 이미 수없이 널 위해 목숨을 건 자라, 딱히 첩자 노릇을 하지도 않을 게다. 하오문에서도 친백의신룡파로 분류되니까.”
그 말에 진천희의 눈이 커졌다.
“친백의신룡파라는 것도 있어요?”
“네 의동생인 사마현, 그리고 금혈방주 황금왕 묘이령, 무월, 무화 남매. 거기다가 너에게 치료받은 이들 중에도 꽤 많은 숫자가 너를 지지하고 있지. 물론 그만큼 네 반대파도 많지만 말이다.”
“하하하.”
“하지만, 네 손으로 하오문도의 목숨을 끊은 일이 없기에 은원의 셈을 하기도 애매하고. 이런 경우는 강호사에 한 번도 없는 일이긴 하지.”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렴.
스승님은 작게 속삭이고는 시선을 돌렸다.
아마 복잡한 심정일 터였다.
분명 강호사에 없을 일이나, 무인으로서 언제까지 누구의 목숨도 빼앗지 않고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스승님은 수만, 수십만 번은 반문해 보았을 터.
진천희는 그런 스승님을 일부러 모른 척했다.
그저 자신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시작한 일일 뿐, 엄청나게 특별한 선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진천희는 현대인의 정신이 얼마나 나약한지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어려운 길이란 건 알고 있었고.
언젠가는 어쩌면 이 손에 피를 묻힐 수도 있다는 각오는 해 두었다.
허나, 그것을 가능한 한 뒤로 미루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하…… 어쩐지 쑥스럽고 그러네요. 딱히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여전히 스승님은 제자를 복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더니 이윽고 커다란 손으로 제자의 눈을 덮었다.
“피곤해 보이는구나. 좀 자는 건 어떠니?”
“그렇긴 한데…… 일단 이 사람, 만나는 보죠. 의중이야 만나서 직접 살펴보면 알겠죠.”
“그런 것치고는 마음을 정한 모양이구나.”
“하하하.”
제자는 작게 웃을 뿐이었다.
스승은 커다란 손 밑에서 제자의 안구가 꼼지락거리는 걸 느낀다.
이 작은 머리로 얼마나 많은 계산을 하고 있는 걸까.
너무 많은 것들을 책임지려고 해서 걱정이었다.
흩어진 서류들 중 하나에는 두 글자가 귀퉁이에 적혀 있었다.
무월(無月).
누이인 무화(無華)가 분타주로서 하오문의 권력 일부를 잡는 데 성공했다.
주변 상황이 안정되자 이제 무월이 직접 백린의각과 하오문의 가교가 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
진천희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허나, 일단 만나는 봐야겠지.’
과거의 은(恩)이 돌아오는가.
* * *
진천희의 의동생들이 수련하는 것을 틈틈이 제갈린도 도와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천희 자신도 굉장히 바쁘다 보니 그가 일하는 동안에는 스승님이 일종의 임시 교관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형보다 혹독했다.
형은 그래도 간식이 있었다.
이것만 끝내고 뭘 먹자, 뭐 해 줄게.
한 번만 더 하자.
당근과 채찍이 오갔다면 이쪽은 채찍뿐.
“싫으면 그만두면 되는 일 아닌가. 어째서 내 귀한 시간을 의욕 없는 놈들에게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천우는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경멸스럽게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갈린을 통해 처음 알았다.
대체 왜 저딴 새끼한테 형이 가 있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화경에 들지 못한 건 한 명뿐이군. 흠…… 지능이 낮으니 어쩔 수 없는 건가. 하긴, 권제께서는 지능이 다소 열등하다 하더라도 행실이 바르다면 도(道)에 이를 수 있다 늘 말씀하셨으니.”
이건 들으라고 하는 혼잣말이었다.
사마현에게도 똑같았다.
“눈치가 빨라도 몸이 느린데 무슨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군. 느긋한 것과 굼뜬 건 하늘과 땅 차이거늘. 하, 내 제자가 그토록 붙잡고 수련시켰는데도 하등한 몸뚱이만큼은 어찌하지 못했구나. 쯧.”
제갈린과 제갈놈.
진천희 곁에 있을 때와는 이미 말투부터가 다른 새끼이지 않은가.
지금 백린의선에게 열의라고는 한 톨도 없다. 그건 당연했다. 동생들도 알고 있다.
일단 제자 몸이나 좀 덜 갈리게 애나 좀 봐준다는 의미로 와 있다는 건 모두 이해한다.
그러나 인성. 인성이…….
제갈린이 물었다.
“어검술도 못 해, 십천군을 혼자 잡지도 못해, 몸뚱이가 금강불괴인 것도, 검으로 산을 가르지도 못하는 저능한 네놈들이 대체 왜 내 의각에서 숨을 쉬고 있는 거지?”
……기준이 너무 높다.
그 전에 그건 지금의 진천희도 못 하는 것 아닌가!
제갈린은 한숨을 작게 쉬고는 동정을 담아 말했다.
“의술을 배우기에는 지능도 열등하니 안타깝구나.”
“…….”
으득-
까드득-
사마현과 천우의 목에 핏대가 솟았다.
오랜만에 피가 머리로 쏠린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꼈다.
‘와아…… 형~ 하오문 정보가 오히려 축소된 거였네?’
특히나 혼자 화경에 이르지 못한 천우의 모멸감은 극에 다다랐다.
‘하하하, 스승님, 백린의선은 정말 사람 새끼가 아니군요. 사문 욕을 안 하고 이렇게 사람을 도발하는 것도 재주입니다.’
너무 빡이 쳐서 웃음만 나왔다.
그때 저벅, 걸음 소리가 들렸다.
“희야. 왔니?”
목소리 톤이 바뀐다. 이미 다른 새끼 아닌가 싶을 지경.
스승님의 진면목을 모르는 진천희가 되물었다.
“아. 네, 수련 중일 텐데 제가 방해했나요?”
광주리를 보아하니, 이번에는 간식으로 먹을 닭튀김을 해 온 모양이다.
진천희가 옆을 보니 괴성을 지르며 사마현과 천우가 수련을 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인지 능력 개발이 아닌, 매우 기본적인 초식 수련.
목각 인형을 부숴 버릴 것처럼 목검을 휘두르는 걸 보며 진천희가 눈을 크게 홉떴다.
“오늘따라 둘 다 열심히 하는데요? 물론 평소에도 농땡이를 부린 건 아니지만.”
“열등한 지능과 저능한 몸을 고치려면 수련밖에 답이 없느니.”
“네?”
바삭-
스승님은 가슴살을 하나 집어 먹었다.
그런 제갈린을 보며 둘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어쨌든 화경은 초반 목표일 뿐.
반드시 저 제갈린 놈의 상판때기를 반으로 갈라 주기로.
이 순간만큼은 동생들 모두 한마음 한뜻이었다.
* * *
그렇게 동생들이 수련의 의욕을 자연스럽게 고취시키고 있는 한편.
백린의각 외당 총관을 뽑기 위한 면접을 위해 사람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