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97
제 897화
괴어인들의 도시.
지켜본 바로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대다수가 제국어를 사용했다.
괴어인 안에서도 계층이 철저하게 나뉘어 있는 모양.
순혈에 가까운 괴어인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한다.
단, 인간이었다가 ‘축복’을 받았거나 그의 자식으로 보이는 자들은 중원어를 썼다.
삿갓 사이로 내다본 세계는 대충 이런 모습이었다.
‘의외로 생각보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네.’
자세히 살펴본바.
제국인이나 다름없는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괴어인들만 쓰는 화폐가 있고, 그 화폐를 벌기 위해 일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여보. 잘 다녀와요.”
“걱정 말라고. 이번에 내가 대어를 잡아서 두둑하게 포상금을 받아 올 테니까.”
대다수는 어업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물을 등에 지고서 수로로 걸어 들어간다.
그러고는 그대로 잠수.
바다로 향하는 식이다.
그렇게 바다에서 물고기를 잔뜩 잡아서 돌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사람 고기를 매일 먹거나 하는 건 아닌 모양이네.’
어찌 보면 유호와 비슷할지도?
유호도 과거에는 인간을 잡아먹었다고 하지만, 대학원생이 된 지금은 입도 안 대고 있는 상황.
대신에 짐승의 육회나 간을 먹는다.
얘들도 물고기로 단백질 보충이 가능한 모양이다.
‘상층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일부는 물고기 대신 금 조각을 가지고 수로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해저에도 금광 비슷한 게 있는 모양이다.
또 한 가지 기이한 것은 미의식이 인간과 확실히 다르다는 점이랄까?
일반적으로 인간이라면 작은 머리, 곧은 코와 턱선, 균형 잡힌 큰 눈이 미의 기준이다.
허나 이들이 하는 걸 봐서는 확실히 다른 미적 기준을 가진 듯했다.
조각상도 약간 인간의 미의 기준과는 벗어나 있다.
게다가.
괴어인들 중에서는 외모로 인기가 있는 이도 있었는데, 그건 진천희가 지구별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본 적이 있는 양서류와 닮았다.
‘우파루파……가 인기가 있네.’
몸의 곡선을 보면 여성이다.
그런데 얼굴은 우파루파. 그리고 피부가 뽀얗다.
그런 우파루파 괴어인에게 다른 괴어인들이 껄떡거리는 게 보인다.
이런 동네나 윗동네나 사람 사는 동네는 다 똑같은 모양이다.
‘우파루파가 귀엽긴 하지. 아, 정확한 명칭은 아홀로틀이라고 부르던가?’
메타묭 관상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포겟몬 세계에서 메타묭은 무엇이든 변할 수 있는데 특유의 눈코입은 안 변한다.
이모티콘으로 치면 (· _ ·) 관상.
옆으로 기울이면 :l 관상.
그런 얼굴이 인기가 많아 보였다.
그렇게 지켜보던 중.
뿌우우우우.
뱃고동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무릎을 꿇고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제히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저마다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주문 같기도 하고, 괴성 같기도 한 언어.
괴어인들의 토착 언어인 모양.
그리고 저 멀리 바다로 이어진 동굴에서부터 무언가가 천천히 물살을 가르고 튀어나온다.
[우와…. 저런 게 다 있었어?] [용……은 아니고. 이무기? 정도 되려나요.]그것은 커다란 뱀 혹은 이무기라고 불러야 할 무언가였다.
머리만 해도 사람 두셋 정도는 쉽게 삼킬 수 있어 보였는데, 그 머리 위에는 얼마 전 습격을 감행했던 타하파가 타고 있었다.
습격 때 저 괴물을 쓰지 않은 것에는 아마도 이유가 있을 터.
‘그 습격 당시에 저런 녀석이 끼어들었다면 쉽지 않았을 테니까.’
느껴지는 기세가 육각영독사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준할 정도는 되어 보였다.
영물 중에서도 상위급 영물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진짜 이상하게도.
‘실험 표본 망친 유호보다는 안 무섭게 느껴지네?’
왜일까.
다들 저 이무기의 기세를 느끼기만 해도 공포로 몸이 굳는데 진천희만은 별 타격이 없었다.
그때 표본 망했으니 다시 해와야 한다고 했을 때의 유호가 열 배, 아니 백배는 더 무서웠다.
‘음……. 뭔가 격(?)의 차이 같은 게 있나 보군.’
그런 놈을 대학원생으로 부려 먹고 있는 교수는 생각했다.
그때 거대한 이무기 얼굴이 수로의 도로에 닿았다.
타하파가 그 자리에 내리고, 다른 이들이 하나둘 수로에서 나타나 도로로 올라선다.
[저놈들 우리를 공격한 다음 중간에 어디 갔다가 온 모양인데?] [그렇겠지.]진천희 일행은 습격을 받은 후 별채로 이동해서 정보를 수집한 후 움직였다.
몇 시진 정도의 시간을 소모한 셈.
그동안이면 진즉에 이 해저 도시에 오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러니 어딘가에 들른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는 말은.
‘역시 저놈들의 근거지가 이곳 외에도 존재한다는 거겠지.’
진천희는 타하파가 다른 괴어인들과 무어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괴어인 하나가 아직 평범한 인간인 여인을 데려와 타하파 앞에서 울면서 뭐라고 소리치는 게 보였다.
여인은 병색이 완연하고, 빈말로도 건강하다고 볼 수 없는 상태다.
타하파가 자신의 손에 상처를 내더니, 그 피를 여인에게 먹인다. 그러자 타하파의 곁으로 다른 괴어인들과는 복장이 조금 다른 이가 다가왔다.
그는 품에서 고급스러운 검은 금속의 상자를 꺼냈는데, 그 상자를 열자 검붉은 환단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타하파가 그 환단을 들고 우렁차게 소리쳤다.
-축복! 축복! 축복을 받아 하등한 인간 종에서 벗어난다! 우리! 늙지 않는다. 우리! 병들지 않는다. 우리! 빨리 낫는다! 자. 축복을 내린다!
그러고는 타하파가 그 환단을 여인의 입에 넣자 변화가 시작되었다.
간질 환자처럼 여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얼굴의 외형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피부는 더 매끈해졌는데, 약간 도마뱀 비슷하지만 귀여운 인상의 괴어인으로 변했다.
(· _ ·)
우파루파, 아, 아니. 아홀로틀 관상이다.
-우와, 미인! 미인! 너 축하한다!
타하파가 크게 축하했다.
그러자 여인을 데리고 나온 괴어인이 오열하며 괴어인이 된 여인을 끌어안았다.
[저런 모습이 괴어인 사이에서는 미인으로 통하나 봐? 약간 잘 보니까 이쪽 미의 기준도 이해가 되네~ 귀여운 거 좋아하는구나.] [메타묭 상이지. 남자든 여자든 메타묭 상을 여기 애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그때 천우가 작게 뇌까렸다.
진천희와 사마현은 태연한 반면, 천우는 상당히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
하기사 어디서 이런 걸 봤겠나.
흑선으로 활동했다고 해도 결국 인간의 일.
이거야말로 비인외도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가 이상한 걸지도.’
그동안 깨닫지 못했지만, 비인외도에 지나치게 물들어 있는 걸지도 모른다.
타하파는 그렇게 한 명에게 축복을 내려주고는 그의 부하들과 함께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곳에는 크고 웅대한 저택이 있다.
이 지하 도시 전체의 크기가 거대하니, 저런 장원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 형태는 다른 건물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진천희로서도 처음 보는 양식.
보는 이로 하여금 기묘하고 기괴한 감각이 들게 한다.
보고 있다 보면 시선이 훅 빨려 들어가고, 계속해서 보고 싶어지는 느낌.
‘이거 섭혼술처럼 정신에 작용하는 건물인가 본데…….’
섭혼술.
강호식 세뇌 기술이다.
무공으로 분류해야 할지, 주술로 분류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것.
강호에 확실히 존재하고, 어디선가 쓰인다고 알고는 있다.
특히 마교나 혈선교 같은 곳에서 사용한다는 것도.
하지만 진천희는 아직까지 섭혼술을 직접 당해본 적은 없었다.
북해빙궁에서 겪었던 과거의 기억을 들추는 진법이 그나마 섭혼술과 유사했을 것 같긴 하다.
실제로 섭혼술로 큰 사건이나 사고를 일으킨 악당들이, 최근 강호에 출두하지 않은 탓도 컸다.
사람들은 당하지 않은 위험에 관심 갖지 않는다.
[형. 저건……. 사도(邪道)예요.] [천우, 뭔가 아는 게 있어?] [예전에 흑선으로 임무를 받고 움직이다가 저런 걸 몇 번 봤어요. 무당의 이름을 걸고 광신적인 추종자를 만들던 자였죠.] [뭐? 무당파에도 그런 놈들이 있다고?]어이가 없다.
물론 도사가 되었다가 속세로 나오면서 파계를 하고 흑도에 물들어 산적과 다름없는 짓을 하는 놈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협을 이루라 검을 가르쳤는데, 하산시키자마자 인간 백정이 되어 양민의 고혈을 짜내는 짓.
아무리 인성을 보고 검을 가르친다고는 해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지 않나.
그것은 정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뇌 중의 하나니까.
‘그런데 사이비 교단도 세우는 미친놈이 있긴 하구나.’
[사실상 본 파의 이름만 가져다 쓴 놈들이었지만요. 그런 것도 흑선이 처리해야 하거든요.]굳이 진짜 무당파에서 배운 게 아니더라도 그 이름을 사칭하는 놈들도 있겠지.
무당파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
당연히 무당의 검이 단죄해야만 한다.
단순 사칭도 아니고 그 이름을 빌려 광신 추종자를 만들어 사이한 짓을 벌였다면 죽여야 마땅하리.
[형. 결국 저 장원에 들어가서 조사를 해 봐야겠는데?] [딱 봐도 저기에서 아까의 그 축복이라는 환단을 만드는 것일 테니 그래야겠지.]저기가 악의 근원이다.
* * *
지하 도시지만, 여기서도 낮과 밤의 개념은 있는 모양이었다.
밤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가게는 문을 닫기 시작했고 괴어인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행인들의 발걸음도 끊어지고, 이제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세 명이 은밀하게 돌아다니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곧바로 장원으로 향하는 셋.
그리고 기감으로 내부의 인기척을 파악하고서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 안으로 스며든다.
[형. 이놈들……. 장원을 지키는 호위 병력 같은 건 아예 안 놓았는데?] [이 지하 도시에 누가 침입할 거라고 생각을 안 한 거겠지. 아니면 침입을 해도 알아서 처리를 할 수 있다 믿거나.]양민 괴어인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기세가 강호인에 버금간다.
사람은 붙잡아다가 물속에 삼 분만 머리 박아 놓으면 다 해결될 일 아닌가.
인간은 물에서 숨을 쉴 수 없는 종족이니까.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까지야.
그때 천우가 말했다.
[형. 안채에서 연기가 나는데요.]장원 담을 넘으니 제법 환한 풍경이 펼쳐졌다.
야명주와 등불을 사용해 사방을 밝히고 있었다.
지하 장원.
아니, 위치상으로 보면 해저 장원이라고 해야 할까?
아름다운 정원에는 생전 한 번도 본 적 없는 희귀한 정원수들이 서로 다른 색으로 꽃을 피웠고.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산호도 살아있는 게 마치 진짜 바닷속처럼 조경을 해놓았다.
사람만큼 커다란 진주도 보였다.
‘이런 걸 품었을 정도면 조개가 얼마나 큰 걸까.’
아름다운 조경을 지나니 천우의 말대로 큰 굴뚝이 보였다.
굴뚝에서는 무언가를 태우고 있는지 연기가 풀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건 좀 희귀한 일이긴 했다.
관찰한 바로는 괴어인들은 음식을 만들 때도 불을 피우지 않았으니까.
주식은 날생선인 듯했다.
그런 곳에서 연기를 태운다? 당연히 수상한 일이다.
세 사람은 곧바로 안채 대들보에 거꾸로 달라붙어 내부로 숨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