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00
고원달은 탁지연을 반가이 맞았다.
“어서오시오! 하하하…. 우리 양형의 의제라고요?”
“처음 뵙겠습니다.‘
탁지연은 포권과 함께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인사했는데, 그 말꼬리가 살짝 떨렸다.
원수의 집안.
그 한가운데 들어와서 원수 중 한 명과 얼굴을 마주하니까 감정적으로 동요가 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고원달은 자기처럼 고귀한 신분의 사람을 처음 만나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는 탁지연에게도 자리를 권했지만 그녀는 앉지 않았다.
“제 실력은 형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어찌 나란히 앉을 수 있겠습니까?”
고원달은 더 권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능력을 인정했으니까 급여는 좀 깎을 수 있겠다고 혼자 주판알을 굴렸다.
상견례를 무사히 마친 탁지연은 기수와 함께 거처로 왔다.
약선문이 어마어마하게 큰 장원이지만 보표의 동생에게까지 거처를 내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탁지연은 기수와 한 방에서 지내게 되었다.
다행히 침상은 따로 쓸 수 있었다.
그녀 입장에선 전혀 불만이 없었지만, 아주 몹시, 대단히 불만을 품게 된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자기가 자던 뒷방 침상을 빼앗긴 금련이 기수에게 물었다.
“주인님. 주인님의 동생분도 주인님처럼 정력이 대단한가요?”
기수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는 남녀 관계를 싫어해.”
탁지연의 정체가 들통나면 큰일이다.
“시, 싫어한다고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 정력 세다고 하면 함 할라고?”
“아잉…. 그게 아니고요. 전 오로지 주인님 밖에 없어요.”
“정말?”
“당연하죠…… 그런데, 주인님…. 혹시 이 대 일로 해보셨어요? 여자가 둘인 거 말고 남자가 둘인 거로요.”
아무래도 미련을 못 버리는 금련이었다.
기수는 그녀가 딴마음 먹지 못하도록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저 아이는 집안이 가난해서 원래 내시로 팔려갈 운명이었어.”
금련은 깜짝 놀랐다.
“어머! 정말요?”
“그래서 어렸을 때 그걸 잘랐기 때문에 아예 남자 기능이 없어.”
“어머머! 끔찍해라!”
“막상 그렇게 되었는데 운명의 장난으로 내시는 되지 못했지. 그래서 그 이후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어.”
“어, 어떻게요?”
“평상시엔 점잖아 보이지만 여자가 자기에게 추파를 던지거나 하면 완전히 포악한 성격으로 돌변해서 막 검으로 찔러 죽여.”
“저, 정말요? 말도 안 돼….”
“나도 타일러도 보고, 말려도 봤지만, 남자에게 있어서 성욕은 기본 중의 기본이잖아. 그런데 여자를 안고 싶어도 몸이 안 따라주니까 그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는 거지. 한 번 돌아버리면 나도 못 말린다니까.”
“그, 그럼 진짜로 사람을 죽인 적도 있나요?”
기수는 좌우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이건 비밀인데,… 저 녀석 고향에선 지금 수배중이야. 살인범으로…. 젊은 여자만 일곱인가 여덟 죽였을 걸.”
금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나 많이요?”
좀 많이 불렀다 싶었지만 표정이 바뀌어선 안 될 일이었다.
“내 말 못 믿어? 무림인이라는 게 본래 살인을 밥먹듯이 하잖아.”
“그, 그렇군요.”
금련은 잔뜩 겁먹은 표정이 되었다.
기수는 비로소 안심했다.
이제 그녀가 몰래 탁지연의 아불 속으로 파고들어 정체가 탄로 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또한 자기 침상에 들어와서 탁지연에게 나쁜 인상(?)을 남기게 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었다. 시녀들에게 소문까지 내주면 더욱 땡큐였다.
기수는 애당초 탁지연과 함께 다니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주지 않았다.
고원달은 기수만 자신의 보표로 인정해서 어딜 가건 탁지연의 동행은 허용하지 않았다. 장원 안에선 위험한 일도 없는데 보표를 둘씩이나 거느리고 다니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결국 탁지연은 이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게 되었다.
먹고, 자고, 깨어 있는 시간엔 계속 검술 연마.
달라진 점이라면 우선 마당이 넓어졌고, 기수에게 좀 더 자주 조언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매 끼니 식사가 나오니까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는 데 시간 빼앗기지 않게 되었고, 편한 잠자리와 좋은 옷이 주어진다는 것 정도였다.
탁지연은 옷을 맞추는 날 몹시 긴장했다.
줄자로 치수를 재다 보면 자기 몸의 비밀이 밝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으로 가슴을 동여매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이상하게 옷 치수 재는 시녀가 손을 바들바들 떨고 눈도 못 마주치는 게 지나치게 긴장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재지도 않고 대충 줄자를 펼쳐 눈대중으로 치수를 적은 후 서둘러 나가버렸다.
영문을 모를 일이었지만 탁지연 입장에선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수는 거처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그녀가 갑갑해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탁지연은 원수의 소굴로 들어온 이후 무공 연마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확실한 동기 유발이 된 것이다.
기수는 자기가 보고 온 것을 탁자 위에 손으로 그려서 탁지연에게 기문진법 유무를 묻는 방식을 택했다.
비효울적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진전이 있었다.
특히 그 과정에 기문진법의 기초를 배우게 되었다.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워낙 머리가 좋은 기수이다 보니 그래도 조금씩 눈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탁지연에게서 뭔가를 배운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다.
밤에는 한 방에서 지내는 게 서로를 자극할 법도 했는데, 기수가 첫날부터 운기조식으로 날밤을 꼬박 새는 시범을 보인 이후로는 탁지연도 공연히 설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함께 운기조식 하는 건전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젊은 청춘남녀, 특히 서로의 본 얼굴이 어떤지 알고 있는 선남선녀가 한 공간에서 밤을 지내면서 그리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면에서 탁지연은 기수를 존경하고, 믿게 되었다.
기수는 여자 생각이 없었다.
매일 오후에 두 지하실을 오가며 지냈기 때문이다.
탁지연이 장원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이전과 달라질 건 없었다.
고원달은 여전히 자신의 취미를 즐겼고, 그 시간은 기수에게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금련에게 눈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새 멤버의 확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부용 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것들이 어째서 경쟁을 하지 않지?’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경쟁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인원이 늘어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존슨을 소유하는 시간은 N 분의 1로 줄어들겠지만 그건 그쪽 문제고, 기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그래서 부용에게도, 금련에게도 절대로 티나지 않게, 은근히 종용해보았지만 결국 인원 증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요것들이 담합했구나!’
기수는 마침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평소에 엄청난 앙숙으로 알고 있었는데 필요할 때는 의견 조율도 하는 모양이었다.
‘담합은 대기업들이나 하는 나쁜 짓인데….!’
기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느끼고 일부러 찾아가는 텀을 바꾸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예 하루 쉬면서 탁지연과 검술 수련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변화가 찾아왔다.
아침을 먹고 나가는데 금련이 따라 나와서 말했다.
“오늘은 저희 지하실로 꼭 와주세요.”
“왜?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어?”
“예. 반드시 오셔야만 할 일이예요.”
기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담합은 나쁜 거라니까. 경제 선진국에선 엄청난 벌금과 함께 경영자를 형사 처벌 하는게 기본이라고. 후후후….!’
그런데 금련의 표정이 이상했다.
상당히 긴장한 안색이었고, 약간은 겁먹은 것 같기도 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어쨌거나 꼭 오셔야 돼요. 설명은 나중에 해드릴게요.”
“그러지 뭐.”
기수는 선심 쓰듯 그녀의 청을 수락했다.
그리고 자유시간이 되자마자 곧장 지하실로 향했다.
불 켜진 지하실 방.
의외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달랑 한 명의 시녀였다.
‘다른 멤버들은 어디 갔지?’
기수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 시녀는 상당히 긴장한 것으로 보였다. 동그란 어깨가 가늘게 경련하고 있었다.
기수는 그녀의 옷차림이 남루한 것을 보고 살짝 실망했다.
허드렛일 하는 시녀들의 옷이었다.
그러나 처지나 신분에 상관없이 사랑해주자고 마음먹었다.
“고개 들어 봐.”
기수는 그녀 맞은편에 무릎 꿇고 앉아서 검지손가락으로 그녀 턱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허걱! 대박! 완전 대박! 이거 뭐 신데렐라 코스프레도 아니고 옷하고 얼굴이 어쩌면 이렇게 미스매치냐?’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고 있는 그녀는 이제까지 동침했던 어떤 시녀보다 예뻤다.
시녀를 떠나서, 극히 만나기 힘든 미모였다.
거짓말 한 번 한 피노키오처럼 오똑한 코, 밸런스 완벽한 얼굴 윤곽, 가늘고 원만하게 뻗은 눈썹 아래 크고 맑은 눈, 도톰하고 육감적인 입술, 옷깃 사이로 슬쩍 보이는 쇄골의 라인과 뽀얀 살결, 옷으로 다 가려지지 않는 가슴의 볼륨까지 한눈에 파악되면서 기수의 심장을 폭발적으로 박동하게 만들었다.
기수는 그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너 이름이 뭐야?”
대답이 없었다.
“나이는?”
역시 대답이 없었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며 외면할 뿐이었다.
기수는 그녀가 아직 20은 안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답을 안 한다고 진도가 안 나갈 것 같으냐?’
기수는 양손으로 그녀의 양볼을 꽉 눌러 잡았다.
깜짝 놀라 동그랗게 뜬, 겁먹은 듯 보이는 그녀의 큰 눈이 귀엽기 짝이 없었다.
기수는 그녀 붉고 도톰한 입술에 자기 입술을 덮었다.
“으음….”
소녀는 크게 놀란 듯 몸을 뒤척이며 벗어나려 했지만 기수의 억센 팔이 허리를 감아 안자 도망칠 곳이 없었다. 결국 길고 뜨거운 키스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좋아할 거면서 튕기기는….”
기수는 여전히 수줍어하는 그녀의 이마부터 목까지 입맞춤을 해주며 옷 사이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흑…..”
소녀가 다시 몸을 빼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헛된 저항이었다.
기수는 손바닥에 전해지는 팽팽한 반탄력에 놀랐다.
‘20대 후반 사이즈에 10대 후반의 탄력이라…. 죽이는데?’
기수는 손을 한 단계 더, 속옷 안쪽으로 넣어 맨살을 움켜쥐었는데 살결의 보드랍고 매끄러운 감촉이 끝내줬다.
“와! 너 진짜….”
기수는 나중에 금련에게 보답을 해주리라 마음먹었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시녀를 찾아왔단 말인가.
게다가 아무도 함께 오지 않은 것은 4시간 동안 어떠한 방해도 없이 천천히, 마음껏 드시라는 배려 아니겠는가.
기수는 오랜만에 한 파트너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상대가 충분히 긴장을 풀고 흥분할 수 있도록, 기수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단계적으로 애무해주었다.
원래 지하실에서 기수는 늘 애무를 받기만 하는 쪽이라 오랜만에 역할을 바꾸는 게 재미있었다. 특히나 상대가 이렇게 예쁘고, 매번 손이나 혀가 닿을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며 몸을 바르르 떠는 경우라면 더 더욱 즐거웠다.
기수의 혀가 쇄골을 지나 가슴골로 파고들자 소녀의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숨소리도 더욱 격해졌다.
옷이 젖혀지고 속옷이 위로 올라가고, 기수의 혀는 마침내 가슴의 정상에 도달했다.
‘와! 색깔이 진짜 곱네…. 이건 뭐….’
보석을 찾은 기분이었다.
시녀 옷 속에 진짜 기대치 않던 명품 속살이 숨어 있었다.
기수의 입술과 혀가 뜨거운 타액과 함께 압박과 마찰을 반복하자 소녀는 거의 숨 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며 기수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움켜잡았다.
“아야! 손아귀 힘이 세기도 하네….”
기수는 짝짝이 가슴이 되지 않도록 이동하여 애무해주면서 오른손을 치마 속으로 넣었다. 올라가는 동안 허벅지 살결을 스치게 되었는데 그 매끄러움과 탄력이 또한 장난이 아니라서 잠시 목적지를 까먹고 다른 곳을 주무르게 되었다.
‘우와! 이 단단한 근육! 이거…. 어쩌면…..’
피부가 매끄럽고 보드라운 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단단한 탄력이 명기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켰다.
기수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입을 떼고 걷어 올린 치마 밖으로 드러난 그녀 다리를 확인해보았다.
“오우! 왓더퍽!”
원래는 ‘왓 어 롱 렉!’이라고 해야 맞는 문장이겠지만 뇌가 그런 쪽으로 돌아갈 여유가 없었다. 패션모델을 연상시키는 길고 곧은 다리이면서 종아리가 미끈하고 허벅지에 살(이라기보다는 근육)이 올라서 곡선이 예술 그 자체였다.
기수가 그동안 상대했던 여인들을 전부 고려한다고 해도 10위권 안에 들 것 같은 예술 각선미였다.
‘얘는 무슨 일을 맡은 시녀이기에 이런 몸을 가졌을까?’
무슨 일을 하건 상관없었다.
기수가 치마를 훌렁! 걷어 올리자 소녀는 꺅!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막으려 했다.
그러나 기수의 손이 더 빨랐다.
붉은 비단으로 만든 속옷을 잽싸게 끌어당겨 발목까지 내려 한쪽 발을 빼고, 그녀의 양쪽 무릎을 잡고 다리를 활짝 열었다.
그리고 펼쳐진 정경에 기수는 탄성을 토했다.
“오우! Shit!”
이번에도 상황에 맞지 않는 영어.
영어가 시공간을 잘못 넘어와서 참 고생이 많다.
기수 눈앞엔 숲은 커녕 풀이 단 한 포기도 없는 분홍빛 옹달샘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