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383
‘아아! 이건 감동이야….’
기수는 자신을 감싸오는 탁지연의 타이트함, 뜨거움, 매끄러움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탄했다. 신축성 있는 조임에 막 소름까지 돋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쾌감에 마냥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눈앞에서 적나라한 결합이 이루어지자 나머지 다섯 사매들이 미쳐버린 것이다.
기수는 그녀들에게 번쩍 들려 침상에 자빠졌고 로데오 대회의 말이 되어야 했다.
탁지연이 다가와 한 번 더 진한 입맞춤을 한 뒤 물었다.
“궁주. 지금 이 방을 둘러싸고 있는 강기가 뭐 하는 거야?”
“응. 외부와 소리를 차단하는 막이야. 이번에 새로 배웠어.”
“소리가 밖으로 안 나간다고?”
“응. 외부의 소리도 듣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쨌거나 차단은 확실해.”
“그럼 마음껏 소리 질러도 되는 거네?”
“그렇다니까.”
그 대화를 들은 사매들은 자신들의 소리를 전부 다 내기 시작했다.
코인 노래방에 7명이 동시에 들어가 헤비메탈 부르는 것처럼 귀가 먹먹했다.
7명의 옷들은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춘매, 추매, 동매, 풍매, 설매, 그리고 탁지연.
반가움과 섭섭함, 그리고 약간의 분노와 굶주림으로 폭발하는 그녀들의 로데오는 기수도 감당하기 쉽지 않을 만큼 격정적이었다.
기수는 사죄의 마음을 담아 말로, 입으로, 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해 그녀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만족시켜주었다.
번갈아 착석하는 위치 때문에 호흡이 좀 불편하기도 했지만 기수는 꿋꿋이 이겨냈다.
그렇게 세 바퀴 정도가 돌자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2차전은 욕실.
찬물밖에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다시 3차전은 침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고 아침이 왔다.
기수는 기분 좋은 피곤함을 만끽하며 사매들의 알몸에 둘러싸인 채 아침 해를 맞았다. 존슨과 골반이 얼얼했지만 보람이 있는 밤이었다.
지나온 얘기, 앞으로의 목표들을 모두 얘기해주자 동매가 물었다.
“그럼 그 년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탁지연이 잽싸게 인물평을 했다.
“생긴 건 꼭 여우가 둔갑한 것 같던데…”
그 말에 사매들 모두 동의했다.
여자 입장에서 봐도 예쁘다는 의미였다.
기수는 약속을 어긴 마당에 공주의 신분까지 노출할 수는 없다 생각하고 적당히 둘러댔다.
“무공을 익힌 궁녀야. 황제가 각별히 아끼기 때문에 금패를 주고 이번 일을 맡겼다고 들었어.”
“동창과 장군부에 명령 내리는 금패를 줄 정도라면 총애가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궁주. 감히 황제의 여자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아?”
황제의 딸이니까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황제는 비빈과 궁녀가 수백, 수천 명인데 두 명쯤이야 뭐… 하핫!”
사매들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이 안 되기로 따지면 지금 7명이 알몸으로 한 침상에 얽혀 있는 것도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기는 했다.
설매가 물었다.
“설마 그 둘을 우리 모임에 끼워 넣을 생각은 아니겠지? 궁주.”
“6명도 벅차.”
“얘는 안 그런 것 같은데?”
그러면서 두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존슨은 밤새 그렇게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피가 몰리면서 팽창했다.
설매의 머리가 아래쪽으로 내려간 사이 추매가 물었다.
“그럼 우리 앞으로 그 여우를 상관으로 모시고 명령을 들어야 하는 거야?”
“으으… 아아~! 그건 아니지… 궁녀들을 돕는다고 해서 그들의 명령에 따를 필요는 없어. 금패는 장군부와 동창에만 해당되지 우리 혈매궁은 아냐. 으윽!….”
다른 혀가 감지되어서 신음이 저절로 나왔다. 곧바로 혀 추가!
결국 4차전이 시작되고 말았다.
정오가 넘어서 아침도 아닌 점심을 먹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공주와 아투사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탁지연이 냉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았다.
“초청한 것도 아닌데 여긴 왜 왔죠?”
공주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탁지연이 아닌 기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야! 너. 늦어도 한 시진이면 된다고 했잖아.”
“아! 미안… 사매가 여섯이다 보니 여섯 시진이 걸려버렸네. 하핫!…”
넉살 좋게 웃는 모습에 공주의 분노는 폭발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공주의 신형이 총알처럼 기수를 향해 날아갔다.
기수는 볶은 야채가 들어 있는 접시를 던지고 의자에서 몸을 뺀 후 그녀의 일격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쿵! 하는 타격음과 함께 기수의 몸이 뒤로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쏟아질 정도의 강력한 충격에 기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운룡비결의 위력인가? 굉장한데?’
그러나 큰 타격은 없었다. 공주가 식당에 들어올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공을 끌어올려 방비했기 때문이다.
공주는 미친 듯이 손발을 휘둘러 기수를 공격했고, 기수는 분광권을 펼쳐 그 공격들을 전부 다 막아냈다.
이제까지는 그녀가 때릴 때 맞아주었다.
미안한 마음 반, 귀여워서 애교로 반.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인간 양기수는 주예림한테 맞아도 되지만, 혈매궁 궁주는 그래선 안 되는 것이다.
상대가 그 누구라도, 설령 황실의 공주라고 해도 사매들 앞에서 맞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기수가 정색하고 나오자 공주는 그게 더 화가 나서 진기를 끌어올렸다.
단단한 물건을 깨트리는 게 아니라 짓눌러 버리는 운룡비결의 무시무시한 운기법이 제대로 발휘되자 기수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 역시 운룡비결을 운기할 줄 안다는 사실,
예전엔 살초 없이는 공주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워서 결국 맞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힘 대 힘으로 맞설 수 있었다.
한 번씩 손이 교차할 때마다 두 사람이 디딘 바닥이 움푹 파이고, 건물 전체가 들썩일 정도의 충격이 전해지자 사매들 모두 깜짝 놀랐다.
여우의 무공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탁지연은 무기 시렁으로 달려가 검을 집어 사매들에게 던졌다.
“정신 차려! 매화육궁진 발동!”
사매들은 즉시 대형을 갖추고 진을 가동시켰다.
그러자 실내에 또 다른 기도가 강렬하게 팽창했다.
기수는 그 기운을 읽고 탄성을 토했다.
자기가 없는 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양대법으로 열심히 키운 내공을 강시사냥 하면서 실전 단련한 것 같았다.
탁지연이 말했다.
“궁주! 언제든 말만 해.”
신호만 떨어지면, 자신들의 궁주를 핍박하는 여우를 협공으로 죽여 버리겠다는 의지가 사매들 표정에 드러나 있었다.
“대기! 대기!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어.”
그러자 공주가 괴성을 질렀다.
“네가 날 이길 수 있다고? 꿈도 꾸지 마!”
그녀의 공세가 더욱 강화되자 기수도 거기에 맞춰 내공을 끌어올렸다.
운룡비결의 짓누르는 힘이 먹혀들지 않자 공주는 단정홍을 사용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두 가지 진기를 운용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고난도의 시도인데 반해 기수에겐 아주 쉬운 일이었다.
결국 공주는 반격을 당해 오히려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그녀가 두세 걸음 뒤로 밀리자 매화육궁진은 오히려 한 걸음 다가섰다.
아투사는 기수와 공주가 이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싸울 줄은 몰라서 그저 당황하여 발만 구르고 있었지만 혈매궁 여섯 여인이 다가오자 그들 앞으로 뛰어들었다.
공주를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매가 그런 그녀를 보고 냉소를 지었다.
“다치기 싫으면 저리 비키렴.”
그녀들이 보기에 공주는 무서운 고수지만 아투사는 아니었다.
아투사 역시 자신의 무공이 혈매궁 여인들만 못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은 맨손인데 반해 혈매궁 여인들은 검진을 펼친 상태.
그러나 아투사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그녀의 양손이 합쳐졌다가 벌어지면서 새파란 뇌전이 빠지직! 거리자 혈매궁 여섯 사매는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괴이한 수법에 깜짝 놀란 것이다.
아투사 덕분에 공주는 기수와의 싸움을 1:1로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실전경험이란 측면에서 공주는 기수를 따라갈 수 없었다.
한 가지 고무적인 일이라면 한귀비와 싸울 때보다 내공이 상당히 깊어진 걸 확인했다는 점이었다. 음양대법의 효과가 누적되어 나타날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수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기울어진 승부를 되돌릴 수 없었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르고 분노도 극에 달한 공주는 갑자기 손을 멈추었다.
고수들끼리의 치열한 대결 중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공주는 기수를 때릴 수 없다면 차라리 그의 주먹이나 장에 격중되고 싶었다.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기수는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라 손을 거두었다.
“리, 림아!”
공주는 원한 가득한 눈으로 기수를 노려보다가 두 눈에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기수는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공주는 홱! 돌아서서 식당을 빠져나갔고, 아투사가 뇌전을 거두고 그녀를 따라갔다.
“언니! 언니!”
기수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여자의 눈물이라는 무기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공주이다 보니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자존심 강하고 드세던 여인이 얼마나 마음 아프면 울기까지 하겠는가.
‘내가 좀 심했나?’
오랜만에 만난 사매들과 밤을 보낸 건 잘못한 일이라고 할 수 없었다.
혈매궁 궁주로서 지지 않고 맞선 것도 불가피한 선택.
하지만 공주와 아투사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시키지 못한 것은 잘못이었다.
“나 좀 가보고 올게.”
탁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달래줘요.”
다른 여자들에게 기수를 빼앗긴 기분이 어떤지 잘 이해하는 탁지연이었다.
기수는 가발을 찾아 쓰고 여장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
석초가 놀란 얼굴로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가 물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공주와 싸우면서 워낙 강력한 진동들이 발생하다 보니까 장원 전체에 그 소리가 울렸던 모양이었다.
기수는 대충 둘러댔다.
“저희들과 혈매궁이 손잡고 강시 잡는 일을 함께하기로 했어요.”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쿵쿵거리던 소리는….”
“서로 실력을 좀 확인해봤죠.”
“아! 그, 그러셨군요.”
석초와 헤어지고 별채로 들어가 보니 조백호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공주의 눈물에 그도 당황한 것이다.
침실로 들어가 보니 아투사가 공주를 달래고 있었다.
기수는 그녀 앞에 앉아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미안해. 약속을 어겨서.”
“저리 꺼져! 개자식아!”
기수는 문을 잠그고 돌아와 강기막을 펼친 후 다시 말했다.
“난 그녀들의 궁주야. 어쩔 수 없었어.”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변명이 아니라 내 입장을 밝히는 거야. 너를 만나기 전부터 난 그녀들의 궁주였어.”
“그래. 가서 잘 해 봐. 앞으로 여긴 얼씬도 하지 말고.”
“그럴 수는 없어. 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너희 두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지금은.
“그게 다른 여자들하고 밤을 보내고 와서 할 소리야?”
“혈매궁 궁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잖아. 내 입장을 조금만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공주는 눈물을 닦고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우리 둘이 일곱 째, 여덟 째가 되라고?”
기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디 감히 10위권 이내 진입을 바라냐?’
순서로 따지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방금 얘기했잖아. 너희들은 내 마음 속에서 첫 째, 둘 째야. 일곱 여덟이 아니라고.”
공주와 아투사의 표정이 살짝 풀리는 것 같았다.
기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일처제가 확고한 현대에선 씨알도 안 먹힐 얘기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시대엔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잽싸게 덧붙였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역모도 막고 단검도 찾고 싶어. 제발 너희들을 돕게 해 줘.”
공주가 역모룰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투사가 세 번째 보물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알기에 한 말로, 약간 치사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효과는 최고였다.
공주가 훌쩍거림을 멈추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기수가 얼마나 필요한지, 혈매궁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저울질을 해보는 게 분명했다.
그녀가 기수에게 물었다.
“혈매궁 문도들이 잘 협조할까?”
“당연하지! 역모란 말 듣고 바짝 긴장하는 거 못 봤어? 다들 기본 개념이 아주 잘 잡혀 있어. 게다가 솜씨까지 좋으니까 금상첨화라고.”
“좋아! 대신. 너는 꼴 보기 싫으니까 여기서 나가.”
“아, 알았어.”
일단 좋다는 말이 나온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기수가 일어서자 공주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냐! 가지 마. 오늘 여기 있어.”
“그럼 그렇게 하지.”
“단, 우리 근처로는 올 생각도 하지 마. 저 방에서 따로 자.”
“알았어.”
나름대로 벌을 주려는 모양인데, 기수는 아무래도 좋았다.
사실 어제 좀 무리한 것도 있어서 휴식은 반가웠다.
기수는 근신하는 표정과 태도로 작은방에 들어가 조용히 운기조식을 했다.
기나긴 오후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집중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공주와 아투사는 기수에게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
혈매궁 사매들도 기수를 부르러 오지 않았다.
좀 어색하고 적막한 분위기였지만 기수는 그냥 운기조식에 집중했다.
모처럼 차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밤이 점점 깊어지고, 10시쯤 되었을 무렵.
기수의 예민한 귀에 물소리가 들려왔다.
‘자기 전에 목욕을 하는 모양이군. 어라? 둘이 함께?’
기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