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30
기수는 여인들을 독려했다.
“왜들 이래? 자! 다시 시작해보자.”
아무도 반응하지 않자 기수는 당운영의 팔을 잡아 당겼다.
“투약이 몇 번 남았더라?”
“나 몸살 났어. 손 치워.”
“어허! 오빠한테 손 치우라니.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혼 좀 나야겠네.”
“제발….”
당운영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기수는 그녀의 몸이 다섯 명 중 가장 마찰 피로도에 약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뒤를 홱 돌아봤다.
그러자 자신 쪽을 향했던 머리들이 급격히 회피하는 게 보였다.
“야! 내가 곰이냐? 죽은 척 하면 넘어갈 줄 알고?”
그러나 다들 전사자 코스프레를 멈추지 않았다.
“좋아. 그럼 오늘은 이만 하자.”
기수의 말에 비로소 여기저기서 신음이 들리며 알몸들이 꿈틀거렸다.
기수는 그녀들을 달래서 한 자리에 모았다.
“자, 자… 몸은 피곤해도 입은 움직일 수 있지?”
기수는 기어이 그녀들에게 마무리를 하고, 몸을 씻고, 옷을 입은 뒤 밖으로 나왔다.
참으로 상쾌한 하루였다.
시장기를 느낀 기수는 장원 밖으로 나갔다.
저녁에 능소화와 만날 객잔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난주성은 예전에 처음 왔을 때보다 안정적인 모습이었고, 거리에 사람도 많았다.
화양문이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기수는 가능하면 찾기 쉬운, 그리고 사람들 시선으로부터 떨어진, 동시에 음식도 맛있는 객잔을 찾기 위해 서너 군데 후보를 정하고 직접 들어가서 음식도 시켜먹어 봤다.
그리고 장원으로 돌아와 작은 쪽지에 선택한 객잔 이름을 쓰고 여러 번 접어서 소매 안에 넣은 후 능소화가 나와 있음직한 장소로 찾아갔다.
용봉련에 소속된 젊은 무림인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 어디인지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나가 보니 과연 그녀가 보였다.
반가운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곧 주변을 의식해서 표정을 감추었는데 기수가 보기엔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그러나 능소화에게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용봉련 소속 젊은 무림인들이 기수에게 얘기를 걸어온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경외감 때문에 감히 먼저 접근을 못하지만, 젊다는 게 좋은 거라서 용봉련 청년들은 혈매궁주와 적극적으로 안면을 트려고 했다.
기수는 그들을 스스럼없이 대했다.
비룡검문 호법 시절에 알던 얼굴도 많아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어쩌다 보니 술자리가 마련되고, 기수는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며 그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본분은 잊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자리에서 일어선 것이다.
“연공할 시간이라 먼저 가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일일히 이름을 불러주며 포권으로 작별을 고했다.
신진고수들은 혈매궁주가 자기 이름을 기억해준다는 사실에 감격했고, 또 일부는 연공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그의 엄격한 자기관리에 감탄했다.
물론, 그가 일어서는 진짜 이유를 아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능소화는 기수와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몰라서 엉거주춤 따라 나섰다가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작은 물체를 보고 잽싸게 잡아 소매 안에 감추었다.
손가락에 전해지는 감촉으로 쪽지라는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기수에게 무관심하다는 태도를 보이며 돌아서서 장원을 한 바퀴 돈 후 약속장소를 찾아갔다.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수는 그녀를 2층의 방으로 안내했다.
문이 닫히자 능소화는 주변을 둘러보고 약간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침상이 놓인 방에서 남녀가 문을 닫고 술을 마시는 게 과연 아미파 제자로서 적절한 처신인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론은 곧 나왔다. 상대가 혈매궁주라면 괜찮다는 것이었다.
점소이가 음식과 술을 나르고 나가자 기수는 그녀의 잔을 채워주었다.
“미녀와 이런 자리를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이야. 건배!”
“저야말로 영광이에요. 건배!”
두 사람은 단숨에 잔을 비웠다.
기수는 연거푸 잔을 채웠고, 석 잔을 연달아 마시게 되었다.
능소화는 화끈한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약간 진정이 되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왜 문파 이름에 혈자를 넣었어요? 무림맹 사람들이 처음에 그것 때문에 얼마나 거부감을 느꼈는지 아세요? 사마 세력일지도 모른다고…”
“하하!… 확실히 그쪽에서 많이 쓰는 글자이긴 하지. 우리는 그냥 사문의 이름을 물려받았을 뿐, 내가 지은 게 아냐.”
“그랬군요. 기소협의 사부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네가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분이었지.
“하핫!… 무슨 조사라도 받는 기분이군.”
“아! 그러셨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워낙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일이다 보니…”
“그것보다 소화. 너에 대한 얘기를 좀 했으면 좋겠는데…”
“딱 한 가지만 대답해주세요. 동창과는 원수가 맞나요? 그리고 장군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
“그건 질문이 두 갠데… 어쨌거나 둘 다 맞아.”
“그럼 관리인가요?”
“그건 아냐. 우리는 일월신교 토벌을 위해 잠시 강남에 가서 장군부를 도왔을 뿐이고, 지금은 여기 와서 동창을 돕고 있지. 즉, 국가의 위기 앞에선 원수와도 손잡고 일 할 정도로 공과사를 철저히 구분한다고나 할까…”
“아! 굉장해요…. 은원은 쉽게 잊기 어려운 건데…”
그녀의 두 눈이 대책없이 하트 형상으로 바뀌는 것을 감지한 기수는 슬그머니 위기감 조성의 테크를 타기 시작했다.
“자! 그런 얘기는 그만 하고 우리 오늘의 만남을 마음껏 즐기자고. 한 잔 더 해. 내일이면 죽어 없어질 지도 모르는 게 무림인의 삶이니까 말야.”
능소화의 밝게 웃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말씀 싫어요.”
“나도 싫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쩌겠어?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적은 삼황맹도 아니고, 제갈세가도 아냐. 그 뒤에 미증유의 거대 세력이 숨어 있어.”
“정말요?”
“응. 내가 그들 중 한 여인과 싸워봤는데, 하마터면 죽을 뻔 했어.”
“거, 거짓말! 기소협보다 더 강한 고수가 있다고요? 그것도 여인이?”
현현각주를 죽인 남자, 창칼을 녹여 쇳물로 녹이는 남자보다 더 강한 고수가 있다는 말은 선뜻 믿기 어려웠다.
기수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오행류 상생순환을 익힌 지금 한귀비와 다시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은혈대법이었다.
결함이 있는 수법이라고 해도 전투력이 급증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꺼림칙했다.
‘파이어뱃과 스팀팩 맞은 마린이라…’
자기도 스팀팩을 맞으면 가능성을 좀 더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은혈대법은 그들이 익힌 일양심법에 특화된 거라서 자기가 익히면 어떤 부작용이 추가될지 몰랐다.
설령 부작용이 없다고 해도 회복기간이 그렇게 길면 다른 사도가 나타났을 때 무방비상태로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거짓말이 아냐. 천하엔 바닷가의 모래만큼이나 많은 고수가 있다고. 나보다 강한 자를 지금 당장 꼽으라고 해도 두 명이 더 생각나는 걸.”
합비는 확실히 자기보다 강한 상대. 천마교 교주는 그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100%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능소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무학의 길은 끝도 없군요. 기소협에게도 그런 상대가 있다니…”
“난데없이 음종이 쳐들어와서 무림맹 여러 장문인들을 죽였던 게 바로 이곳 난주지? 오늘밤에라도 제갈세가의 배후가 쳐들어오면 같은 일이 반복될지 몰라.”
“기소협이 있어도요?”
“아까 얘기했잖아. 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수가 한둘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어쩌면 이 밤은 우리 생애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는 거지.”
“아!… 그런 얘기 정말 싫어요.”
“강호인이 되는 순간 각오해야 하는 일인데 뭘…”
“그렇긴 하지만…”
기수는 타이밍 좋게 능소화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아미파 수제자하고 과연 원나잇스탠드가 가능할 것이냐!’
보통의 경우라면 힘들겠지만, 능소화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또 무림 여인들의 정조 관념이란 게 언제 흔들려도 이상하지 않은 거라서 기대가 많이 되었다.
“기소협.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 후후… 해 봐.”
“백서린, 양여옥, 호운혜, 당운영과 기소협은 무슨 관계에요?”
오오! 여자의 직감이란 건가? 예리한데?
“아무 관계도 아닌데.”
“혹시 그들 중 누군가와 사랑을 속삭인다거나… 그런 사이는 아닌가요?”
“아니. 절대로 아냐.”
속삭일 시간이 없어. 줄 서서 기다리기 때문에.
그나저나 다들 지금은 회복을 했으려나?
좀 심하게 다룬 것 같긴 하지만 사매들이라면 충분히 감당했을 수준. 이쪽은 아무래도 좀 더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소화가 다시 물었다.
“아까 보니까 기소협은 용봉련의 청년 고수들과도 아주 잘 어울리던데…, 혈매궁엔 왜 여인들만 있나요?”
“아! 그건…. 사문의 규율에 따르는 거야.”
“매화궁이니까 여자만 제자로 받는 건가요?”
“뭐 그런 셈이지…”
“그럼 궁주와 제자 사이는…”
기수는 대답을 잘 해야 하는 타이밍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문파들이랑 똑같아. 사부와 제자 사이는 아버지와 자식 같은 관계지.”
“정말요?”
“아무렴.”
사매와의 관계는 다르지만…
능소화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결심한 듯 고개를 들며 말했다.
“기소협. 오늘 저를 안아주세요.”
“힉!”
기수는 딸꾹질을 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비명을 질렀다.
‘안돼!~ 이건 너무 쉽잖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면서 단계를 다 밟아보고 싶었는데 안아달라니.
물론 싫지는 않았지만 기-승-전-결 중 승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결로 넘어가버린 것 같아서 허탈한 느낌마저 들었다.
“소화. 그게 무슨 말이야?”
“기소협은… 내가 이제까지 보아 온 사람들 중 최고 고수에요.”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무슨, ‘난 천하제일인의 여자가 될 거야.’라고 결심이라도 했던 건가?
뭐,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우선 술기운, 무림맹 내 다른 여자들보다 먼저 차지하겠다는 욕심, 오늘이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는 무림인의 막연한 불안감. 밀폐된 장소에 단 둘만 있는 설레임. 그런 것들이 복합된 것 같았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이 절세고수라는 점일 것이다.
현대로 치면 재벌가의 상속자쯤 되려나?
여자들 입장에선 어떻게든 잠자리로 끌어들여서 임신했다고 옭아매고 싶은 남자.
물론 지금 시대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남자가 잘 나면 여자 쪽에서 적극적으로 달라붙는다는 점에선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다섯 미녀들도 자기가 절대 강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수가 대답을 하지 않자 능소화가 볼을 붉히며 물었다.
“제, 제가 너무 천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어제부터 낌새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건 솔직히 너무 쉽지 않은가.
“아! 역시,,, 제가 실수한 거군요.”
능소화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기수는 그녀 옆으로 자리를 옮겨 가만히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줘서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야.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기소협….”
기수는 검지로 그녀의 턱을 치켜 올리고 입맞춤을 시작했다.
과정이 쉬웠건, 어려웠던,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하려면 그녀를 그냥 보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회가 있을 때 득점을 하지 못하면 다음 이닝에 반격을 당하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가.
일단 시작을 하고 보니까 뜨겁고 촉촉한 입술의 감촉, 술 냄새. 그런 것들이 기수의 가슴에 불을 확 질렀다.
기수는 천천히 혀의 사용비율을 높이면서 능소화의 등과 허리, 무릎과 허벅지를 손으로 더듬었다. 그녀의 달뜬 호흡은 점점 피치를 높여갔고, 마침내 기수의 손은 그녀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아!~ 기소협…”
따듯하고 말랑말랑한, 보드랍고 탄력 있는 감촉이 손바닥에 가득 전해져왔다.
기수는 그녀를 번쩍 안아 침상으로 가서 뉘었다.
그리고 옷을 하나씩 벗겨냈다. 능소화는 몹시 부끄러워했지만 기수는 서두르지 않고, 그렇다고 멈추지도 않고 그녀를 알몸으로 만들어갔다.
‘와! 조물주는 진짜 대단해. 어떻게 여자들을 전부 다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지?’
무림맹 다섯 여인 중에 몸매 짱을 꼽으라면 백서린이 1순위였다.
그런데 능소화는 그녀와는 다른, 그러면서도 대단히 관능적인 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뚜렷한 가슴의 라인이 탐스러웠고, 허리에서 골반을 지나 허벅지로 이어지는 곡선 역시 심한 갈증을 유발했다.
기수가 핥듯이 알몸을 내려다보자 능소화는 계속 이불을 끌어당겨 가리려고 했다.
그러나 기수는 그런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가만히 좀 있어 봐.”
“부끄럽단 말예요.”
“아냐. 이건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 돼. 나를 믿어. 특히 이 다리…”
기수가 중원에 와서 특히 아쉬웠던 점은 여름이 되어도 다리 구경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물론, 현대라고 해도 예쁜 다리 만나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쪽에선 아예 다리를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비교가 안 되었다.
능소화의 다리는 경공술을 상당히 오래, 제대로 연마했음을 짐작케 하는 라인, 그리고 근육의 탄탄함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를 손으로 쓰다듬던 기수는 능소화가 계속 부끄럽다고 하자 옷을 벗었다.
“이제 나도 알몸이니까 공평하지?”
능소화는 겁먹은 표정으로 한 지점을 자꾸 쳐다봤다.
그녀는 남자 경험이 아직 없지만 남녀간의 결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는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기수의 몸 한 부분은 뭔가 비상식적인 크기로 느껴졌다. 그게 자신의 몸과 도대체 어떻게 결합이 가능한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아무리 자기가 먼저 원해서 옷을 벗은 것이라고 해도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