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73
혈천제의 천기오뢰강 시전은 순조롭지 않았다.
기수는 걸리는 부분을 가르치는데 애를 먹었다.
자기는 단전을 셋으로 나누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곳에서 곤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멸절강기 때는 운용이 단순해서 큰 문제가 없었는데, 천기오뢰강은 몸 안의 두 겹과 몸 밖의 세 겹의 진기 성질을 각각 다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심법으로 진원지기를 키운 경우 구현해내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혈천제는 실력으로 교주에 오른 사람답게 이해도가 빨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좀 쉬었다 하는 게 어때?”
“아냐. 외인보다 교주가 못 해서야 말이 안 되지. 안 그래?”
그녀의 말을 듣고 기수는 결심했다.
‘앞으로는 실력을 숨겨야겠군.’
천기오뢰강처럼 여러 겹을 가지는 강기는 북궁심법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즉, 혈천제는 절대로 자기보다 강한 강기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게 기수의 판단이었다.
꼬박 하루를 투자하여 반복 지도받은 덕분에 혈천제는 비로소 다섯 개의 진기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됐어! 해냈어!”
“축하해! 이제 보니 너도 천재구나!”
기수는 함께 기뻐해주었다.
자기처럼 각각 따로 만들어 더하는 식이 아니라 한 번 일으키면 음과 양이 자동으로 교차 생성되는 방식이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혈천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폐관수련에 들어가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거야. 그동안 비폭대라수도 완성시켜 줘. 부탁해.”
“워우! 지금 당장 간다고?”
“미안. 나와서 한꺼번에 해줄게.”
혈천제는 기수가 원하는 게 뭔지 알기에 잡히지 않으려고 경공까지 써서 잽싸게 도망쳤다. 그녀 역시 기수와의 잠자리를 좋아하지만 지금은 신공 완성이 더 급했다.
혼자 남은 기수는 입맛을 다시다가 결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사실, 혈천제와 함께 있는 동안은 내색을 안 했지만, 천기오뢰강은 자신에게도 엄청난 영감을 주는 무공이었다.
그동안 오랜 숙제로 남아 있던 오행 상생순환의 마지막 고리.
수류의 호신강기를 바로 천기오뢰강으로 대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팔괘에서 수는 하나의 양을 두 개의 음이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천기오뢰강의 기본 구성과 부합되는 면이 있었다.
기수는 일단 천기오뢰강을 마음만 먹으면 즉시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까지 연습했다.
‘이거 하나만 있어도 다른 강기는 다 필요 없는 거 아닌가?’
그 정도로 믿음이 갔다.
물론, 혈천제 입장을 생각해서 마교도들 보는 앞에선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이런 수준의 무공을 배우게 된 것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운기에 충분히 익숙해지자, 기수는 상생 순환의 아홉 단계를 순환시킨 후 마지막 열 번째 고리에 천기오뢰강을 접목시켜 보았다.
‘어라! 어라! 이게 아닌데…’
순환이 폭주 형태를 띠려고 했다.
잠시 순환을 멈춘 기수는 이론적으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점검해본 후 조심스럽게 순환을 재시도 했다. 그렇게 들어갔다 멈추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10번째에 이르러 순환 고리가 이어졌다.
“오오옷!….”
기수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예전에 합비에게 물어봤을 때는 아홉 고리를 돌리다가 열 고리를 돌리면 9에서 10만큼의 증진 효과를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10번째 수의 음에 해당하는 고리가 완성된 순간까지는 9에서 10으로 효과가 증진된 게 맞지만, 거기서 목의 양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히트였다.
뭔가 가속도가 붙는다고 할까.
‘이거 굉장한 일이 벌어지는 거 아냐?’
기수는 열 고리 순환을 반복해서 돌려보았다.
마치 언덕 위에서 눈덩이를 굴리면 점점 커지면서 굴러 내려가듯, 가속도가 붙은 상생순환은 이전보다 굵고 두툼한 진기 줄기를 세 단전에 흐르게 만들었다.
‘더! 더!…’
기수는 순환이 한 바퀴 돌 때마다 점점 더 강해지는 진기 줄기에 크게 만족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무한정 커지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단계를 넘어서자 몸이 견디기 어려워했다.
‘무리하면 안 되지.’
기수는 일단 순환을 중단하고 호흡을 갈무리한 뒤 운기조식으로 진원지기의 상황을 정리했다.
늘어난 내공을 대략 어림잡아 보면 투자한 시간으로 비교했을 때 9고리과 10고리의 성과 차이는 2배가 넘는 것 같았다.
‘그래. 이거라면 장무검과의 간격을 더 빨리 좁힐 수 있어!’
이제까지의 절반의 시간만 투자해도 같은 효과, 같은 시간을 투자하면 2배 효과.
게다가 덤으로 감손우라늄 장갑판 위에 반응장갑 추가한 것 같은 복합 방어력까지 얻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었다.
‘혈천제. 요 이쁜 것!’
자기가 답답해서 연구를 요구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녀 덕분에 기연을 얻었으니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시녀를 불러서 물어보니, 그녀는 현재 폐관수련 상태라고 했다.
“스스로 나오실 때까지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기수는 입맛을 다셨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시녀를 슬쩍 살펴보았는데, 뭐랄까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때 시녀 뒤에서 소혼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주님 안 계신 동안 교내의 대소사는 내게 맡기셨어.”
“아! 그래?”
그녀가 시녀보가 10배는 더 나았다.
“네가 궁금할까봐 얘기하는데, 사저는 의식을 되찾았어.”
“아! 다행이다.”
“네가 진기를 마구 불어넣어 준 덕분인지, 주화입마에 걸렸던 사람치고는 회복도 아주 빨라. 고마워.”
“하핫! 뭐.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고맙기는… 아! 그보다 강호 소식 좀 들은 거 있어? 놈들의 동정이라던가…”
새로운 무공을 익힌 것도 좋지만 신경을 끊고 지낼 수는 없었다.
“글쎄… 한 가지 우스운 소문이 돌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면서 그녀는 기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우스운 소식 말고 역도들 얘기를 해 봐.”
“네가 감시하라고 맡겨 둔 그 푸줏간 주인에 대해서는 매일 세 번씩 보고가 들어 와.”
“뭐 하고 있는데?”
“꼼짝도 안 해. 고기만 열심히 팔고 있어.”
기수는 놈들이 무슨 꿍꿍이일까 궁금해서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소혼랑이 기수의 가슴을 손으로 밀어 그를 다시 객사로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공평하게 해야 할 게 있어.”
“어! 어! 왜 이래? 넘어지겠다.”
“엄살 부리지 마.”
안으로 들어온 소혼랑은 등 뒤로 방문을 걸어 잠갔다.
“사저의 내공만 증진시키는 건 불공평하잖아? 안 그래?”
“내공증진이 아니라 치료였어. 치료.”
“어쨌거나…”
말하는 도중에 소혼랑의 저고리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기수는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야. 이러다 너희 교주 들어오면 어쩌려고?”
소혼랑은 생긋 웃었다.
“내게 전권을 맡기셨다는 얘기 안 했던가? 걱정하지 마.”
“그래?… 괜찮단 말이지?”
기수도 씩 웃었다. 다다익선이란 아주 좋은 사자성어가 있는 나라에서 사명을 게을리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침상과 욕실을 오가며 원하는 만큼 섹스를 즐겼고, 음양대법을 펼친 후 한 번 더 서로의 몸을 탐했다.
“으음…”
기수가 미간을 찌푸리자 소혼랑이 물었다.
“왜 그래?”
“나오려고 해서…”
“안에 할래? 아니면 입으로 받아줄까?”
“그걸 질문을 해야 되냐?”
“호호!… 알았어.”
결합을 푼 소혼랑은 제대로, 격렬하게 마지막 과정을 처리해주었다.
행복하게 마무리 한 기수는 애정 듬뿍 담긴 표정으로 소혼랑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그녀가 혀로 입술 주변을 한 바퀴 핥은 후 말했다.
“맛있는 거 줘서 고마워.”
기수는 씩 웃은 후 물었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그게 진짜 맛있냐?”
“응. 정신적으로.”
“아! 정신적으로…”
기수는 다른 게 또 궁금해졌다.
“혹시 나하고 다른 남자하고 맛이 다르냐?”
“그건 몰라. 다른 남자 건 입으로 받아본 적이 없거든.”
잠을 잔 적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왜?”
“세상 남자들이 다 너처럼 그걸 요구하는 줄 알아? 그리고 설령 요구한다고 해도 들어줄 이유도 없고… 솔직히 자청해서 먹을 정도는 아니니까…”
“그럼… 나는 왜…”
“넌 특별하지. 내게 천상의 기쁨을 선사해주잖아. 그러니까 거기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게 당연하지. 호호호!….”
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혼랑이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사실, 이곳에서 만난 미녀들은 현대로 데려갔을 때 영화배우 뺨 칠 미모의 소유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들이 굴욕적이라고도 할 수 있고, 비위가 상할 수도 있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해주는 것이 다 기브 앤 테이크의 원리에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기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자!’
소혼랑은 옷을 입고 나가면서 말했다.
“잠시 쉬고 있어. 먹을 걸 들여보내줄 테니까.”
“고마워.”
안 그래도 시장기가 돌던 참이라 그녀의 배려가 고마웠다.
기수는 완성된 오행 상생순환을 연속으로 돌리면서 그 효용에 만족했다.
‘역시 열을 채워야 되는 거였어.’
합비에겐 사실 좀 미안했다. 그에게서 기본 컨셉을 배운 후 다른 경로의 기술들을 채워 넣고, 오리지널인 그는 불가능한 상생순환의 신 기법을 개발하기까지 했으면서 정작 제자는 되지 않았으니 괘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너그럽게 자기를 풀어주었으니, 무공뿐만 아니라 인품도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손자하고 잘 돼야 할 텐데…’
자기 핏줄에게 전해주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기식을 조절할 때 문이 열리고 두 명의 시녀와 한 여인이 음식접시를 들고 들어왔다.
탁자 위에 접시와 술병 등을 놓고 두 시녀는 나갔지만 여인은 남았다.
기수는 힐끔거리며 그녀를 살펴보았다.
나이는 20대 중후반.
팔다리가 길고 늘씬한 체형인데다 갸름한 얼굴이 꽤 예뻤다.
살짝 마음이 움직였지만 처음 보는 여인. 게다가 기도로 짐작하건데 마령급은 될 것 같은데 손님 신분으로 결례를 범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왜 안 나가고 거기 서 계십니까?”
“예? 나가라고요?”
그녀는 몹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 무슨 볼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아! 하지만 저는 궁주님의 시중을 들러 왔습니다.”
“하핫! 밥은 나 혼자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 여인이 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기수는 순간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가만있어 봐. 아까 소혼랑이 나가면서 먹을 걸 들여보내준다고 하면서 야릇하게 웃었단 말야. 혹시 먹을 거라는 게…’
기수는 확인을 위해 여인에게 물었다.
“시중을 든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입니까?”
“그러니까…. 음양대법을…. 배우기 위해서 왔어요.”
“아 놔…!”
기수는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음양대법을 하라고 들여보낸단 말인가.
‘소혼랑 얘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니 호법이 그런 명령을 내렸을 것 같지는 않았다.
‘혈천제가 폐관수련 들어가기 전에 명령을 내린 건가?’
그녀의 뜻이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주십시오. 대법은 그냥 하겠다고 해서 막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러자 여인이 무릎을 꿇었다.
“궁주님. 제발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어떻게든 사부님의 원수를 갚고 싶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어렵거나 힘들어서가 아니라…”
“부탁드립니다!”
여인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수는 난감했다.
여자 쪽에서 이렇게 결연한 태도로 함 해달라고 나오는데 거절하는 것은 널리 미녀들을 이롭게 한다는 자신의 사명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음양대법이 어떻게 이루어진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예. 방법도 알고, 구결과 운기법도 우호법님에게 이미 배웠습니다.”
기수는 혈천제와 소혼랑에게 이 일에 대해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들이 아주 작정을 했구나. 나를 도대체 뭘로 보는 거야? 인간 영약?’
여인이 불안한 표정으로 다시 간청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모두 고치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음양대법은 상호관계가 중요합니다. 채음보양이나 채양보음처럼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래서 바로 되는 게 아니라 일단 정서적으로 맞아야 됩니다.”
“속궁합이 좋아야 효과도 좋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습니다. 대법 이전에 궁주님 마음에 드는지 일단 한 번 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아! 그것 참…”
일단 써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하라는 식이라고나 할까.
기수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