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52
소혼랑의 은신처로 가는 도중에 두 사람은 고을에 들렸다.
기수에게 새 옷을 사 입히고 무기도 바꾸기 위해서였다.
화양문 습격이 있던 날, 어두웠기 때문에 기수의 얼굴을 기억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옷차림이나 무기는 기억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비한 것이었다.
문주가 데려온 남자에 대해 뭐라 할 문도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이 알면 문주 입장에서는 미안한 일이었다.
도룡문은 섬서성 소화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랑사라는 큰 절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그들의 수입원이었고, 실체는 고랑사에서 한참 깊이 들어간 깊은 산중에 따로 거처가 만들어져 있었다.
사냥꾼이나 약초 캐는 사람도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험준한 산 속에 출입구 주변에 기문진법까지 만들어놓아서 길을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기 불가능했다.
기수는 우거진 숲과 기문진법에 대해 기본적으로 앨러지 반응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깊이 숨을 필요가 있나?”
기수의 물음에 소혼랑이 냉소를 지었다.
“무림맹이 얼마나 지독한데.”
기수는 무슨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와 독일군 사이의 싸움에 낀 기분이었다.
무림맹에 있을 때는 그곳 사람들이 마교를 두려워했는데, 마교 편에서 보니까 이쪽 역시 무림맹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기문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은신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험준한 산속이라 평지엔 연무장과 식당 정도가 만들어져 있을 뿐이고 집은 전부 좌우 산비탈을 파고 들어간 동굴 형태였다.
소혼랑이 나타나자 문도들이 일제히 몰려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문주님.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소혼랑은 피해 보고부터 들었다.
“사망 37명에 부상 51명입니다.”
소혼랑은 예상보다 큰 피해에 안색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기수를 노려봤다.
기수는 움찔했다. 사망 37명 중엔 자기 검에 찔려죽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이곳으로 따라 들어온 게 과연 제정신으로 한 일인가 후회되었다.
소혼랑은 부상자 치료를 지시한 후 자신의 거처로 갔다.
동굴들 중에서 가장 크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 곳이었다.
내부도 상당히 넓고 가구와 집기도 잘 갖추어졌으며 동굴 안쪽엔 연공실과 욕실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소혼랑은 보고서를 써서 전서구에 묶어 날린 후 비로소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기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안하게 됐어.”
소혼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나도 자기를 죽이려고 했었는데 뭐. 무공이 약하면 죽는 게 강호의 법칙이잖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무거워보였다.
기수는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생각나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울적해진 기분을 달래는 용서와 위안의 섹스!
기수는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당겨 가슴에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마교가 굳이 무림맹에 도전할 이유가 있을까?”
괜히 새로 원한을 만들어 피를 흘릴 필요 없이 이제까지처럼 그냥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살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소혼랑이 대답했다.
“새외무림의 공격을 받게 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무림맹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몰라.”
“하지만 교도들이 죽고 다치잖아.”
“설령 무림맹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는 나름대로 중요한 이득을 얻게 돼.”
“그게 뭔데?”
소혼랑은 잠시 망설였다.
외부인, 그것도 무림맹 사람에게 그런 얘기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굳이 감추어야 할 비밀도 아니라서 그냥 얘기했다.
“우리 천마교와 일월신교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
그동안 둘로 갈라져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느라 힘이 분산되었는데, 무림맹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면서 하나가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뜻이었다.
“내부 단합을 위해 외부의 적과 싸운다…. 말 되네.”
“마교가 하나 되면 이제까지와는 달라질 거야. 무림맹이 우리를 두려워해야 할 거라고. 호호호…!”
한참 웃던 소혼랑이 갑자기 정색하고 기수를 노려보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려들어 그의 옷을 잡아 뜯었다.
“워! 워! 왜 이러는 거야?”
“닥쳐!”
기수는 그녀의 눈빛이 욕정에 이글거리는 것을 보았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냥 당해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거친 손길과 긴 손톱이 상처를 내자 자기도 모르게 방어 초식이 나와서 그녀의 팔을 꺾고 반대로 그녀를 탁자 위에 찍어 누르게 되었다.
“나쁜 자식! 때려 봐! 때려 봐!”
흥분한 소혼랑은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오냐, 때려주마.”
기수는 그녀의 치마를 위로 훌렁훌렁 걷어 올리고 자기 바지를 내린 후 길고 단단한 막대기를 꺼내서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악! 아앙….”
소혼랑은 이미 흠뻑 젖어서 매 맞을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기수가 힘껏 때릴 때마다 비명인지, 교성인지 애매한 소리를 질러댔다.
기수는 5분 쯤 때려주다가 자세를 바꾸어 엎드리게 한 후 또 때렸다.
“손톱으로 내 가슴을 긁었으니까 맴매해야지. 맴매!”
“아흑… 아아…하아, 하아…..더 세게 때려도 돼.”
기수는 새삼스럽게 그녀와의 섹스가 즐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묘한 느낌이었다.
활란은 온갖 기교로 자신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그녀와의 섹스는 오로지 육체만 있는 느낌이었다.
말초신경에 대한 자극.
그 자체가 분명히 짜릿하고 황홀한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화양문의 두 시녀 모영과 난정 역시 기수를 즐겁게 해주는 기교와 서비스 정신을 겸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에게서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에 반해 소혼랑과는 감정의 교류가 있었다.
기수는 여자를 볼 때 얼굴 다음으로 가슴과 힙 라인, 각선미 등을 보고 판단했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가 다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와 한 번 자고 나서, 다음에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지는 것은 단지 얼마나 섹시한 모습인가와는 별개로, 감정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혼랑은 적으로 만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향한 감정에도 적대감이 강했다.
그런데 그 적대감도 감정이라서, 단지 미모와 몸매를 보고 꼴리는 단세포적인 반응보다는 더 깊이가 있었다.
거칠게 덤벼들어 옷을 찢는 그녀를 제압하고,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 아래쪽에서 끙끙거리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정말 짜릿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한 차례 광풍이 몰아친 후, 두 사람은 함께 욕실로 갔다.
목욕통은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면 몸을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의 사이즈였다.
그러나 알몸의 남녀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건 상관없었다.
기수는 왼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오른손으로는 아래쪽을 집요하게 탐색했다.
“아흑…. 아앙…..아, 난 몰라….아…좋아…”
기수의 오른손 손가락들은 뜨거운 물속에서 부드럽고도 집요하게 소혼랑의 특별한 지점들을 자극했다.
기수는 그동안 여성의 성감대에 대해 상식 수준에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활란과 난주까지 오는 동안 그녀에게 특별 집중 교육을 받아서 전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가 요구하던 것들을 소혼랑에게 그대로 적용시켜 보았는데, 모두가 다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소혼랑은 결국 기수의 존슨이 아닌 검지와 중지에 의해서 절정을 맞이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난 몰라…. 자기의 손에 가게 될 줄은 몰랐어.”
기수는 사실 아는 기술들이 몇 가지 더 있었다.
손과 입의 조합으로 자극을 더 강하게 하는 기교들이었다.
그러나 그건 나중으로 미루었다.
당장은 자기가 급했다.
기수는 목욕통에서 일어나 난간에 기대에 앉았다.
소혼랑은 그가 뭘 바라는지 알아차리고 눈을 흘겼다.
“왜 이렇게 잔뜩 화가 났을까?”
그녀는 우뚝 선 존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갑자기 중지로 딱밤을 때렸다.
“아야! 어딜 때리는 거야.”
“나만 맞는 건 억울해. 자기도 맞아봐야 돼.”
기수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입으로 때려.”
소혼랑은 기수의 요구에 응했다.
그녀의 입술과 혀의 부드러운 압박에 기수는 신음을 토했다.
“으으…..”
그때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아야! 뭐 하는 짓이야?”
소혼랑이 기둥을 깨문 것이다.
“호호호…! 맞아봐야 한다고 했지?”
힘의 우위를 분명히 알면서도 결코 고분고분하지만은 않은 소혼랑이었다.
기수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 돌아서도록 한 뒤 다리를 벌리고 뒤쪽으로 진입했다.
“넌 아무래도 매가 부족한 것 같아.”
“아아…! 때려주세요.”
기수는 열심히 때렸다.
목욕통이 들썩거리고 물이 출렁여 밖으로 넘쳐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새벽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뒹굴다가 잠이 든 두 사람은 좌우호법의 방문 때문에 잠에서 깼다.
“문주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깐 기다려라.”
소혼랑은 옷을 챙겨 입고 침실 밖으로 나가 그들을 맞았다.
“혈천제님으로부터 전문이 왔습니다.”
“그래?”
소혼랑은 쪽지를 펼쳐본 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화양문 습격 때 제자들도 많이 상하고 자신도 내상을 입어 당분간 정양을 해야겠다고 보고를 했는데, 그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제 당분간 은신처 안에서만 지내면서 기수와 꿀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소혼랑은 좌우호법에게 문도들 수련을 지휘하고 당분간 자신은 찾지 말도록 했다.
그리고 기쁜 마음에 기수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모두 얘기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우리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어. 기쁘지?”
기수의 생각은 좀 달랐다.
온종일 구멍만 파려고 여기까지 따라온 게 아니었다.
“난 다른 교도들도 좀 만나보고 싶은데.”
“뭐? 왜?”
“그냥 궁금해서. 마교도들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
소혼랑은 하루 온종일이라도 기수와 있고 싶었지만 그의 호기심을 억지로 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러면 자기를 내가 새로 거둔 시종이라고 얘기해둘 테니까 하루 네 번 식사 때마다 식당에 가서 우리 문도들하고 어울려 봐.”
“내가 왜 시종이야? 다른 거 없어?”
“무림맹 고수라고 소개할 수는 없잖아?”
그건 기수도 바라지 않았다.
만약 사실이 밝혀진다면 문도들이 자기를 공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도룡문이 멸문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좋다. 시종 하기로 하지 뭐.”
“자! 그럼 주인으로서 명령을 내리겠다. 벗어!”
“예 주인마님. 먼저 마님부터 벗기고요.”
두 사람은 웃으며 침상 위에서 뒹굴었다.
아침부터 진한 섹스를 즐긴 기수는 곤히 잠든 소혼랑의 이불을 덮어주고 혼자 밖으로 나가보았다.
도룡문 문도들은 낯선 얼굴에 경계심을 보였지만 문주의 새 시종이란 말에 곧 경계를 풀었다.
식당에 들어가 함께 식사를 하면서 기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마치 군대처럼 규율이 잡혀 있기는 했지만 상당히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람들 표정도 다들 밝고 순박해서 마(魔)자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무림맹에서 본 정도무림인들과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말투나 표정에 정감이 더 묻어나 보였다.
한참 관찰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맞은편에 앉았다.
바로 도룡문의 좌우호법인 엽청문과 만묘 부부였다.
좌호법 엽청문은 40대 초반의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였고, 우호법 만묘는 30대 중반으로, 여자치고는 큰 키에 갸름한 턱 선을 지닌 미녀였다.
엽청문이 물었다.
“넌 누구냐?”
전장에서 혼자 달아났던 문주가 난데없이 데리고 온 사내에 대해 경계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양일이라고 합니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아무 가명이나 말하긴 했는데, 솔직히 두 사람과 마주앉아 있는 게 마음 편할 리가 없었다.
‘확! 힘으로 제압해버릴까?’
그러나 궁지에 몰리기 전까지는 그냥 시종 역할이 나을 것 같았다.
엽청문이 다시 물었다.
“문주님과는 어디서 어떻게 만났지?”
“숲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쫓기는 걸 숨겨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면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셨습니다.”
사슴을 숨겨준 나무꾼 얘기가 튀어나왔는데, 다행히 엽청문과 만묘는 그런 동화책을 읽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서 큰 의심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만묘가 갑자기 손을 뻗었다.
기수는 반응을 할까 말까 하다가 참기로 했다.
“아야! 왜 때리십니까?”
이마에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기수의 움직임은 비록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기는 했지만 보통사람의 반응속도 정도라서 무공을 익힌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만묘가 물었다.
“어젯밤 문주님의 잠자리 시중을 들었느냐?”
기수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입을 다물고 두 사람 눈치만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