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EPISODE.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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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魔法)이란 밝혀진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학문이었다.
그런 만큼, 각성(覺醒)의 순간.
깨달음의 찰나가 다가오는 것 역시 급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는 만큼, 어떤 분기점에서 어떤 깨달음이 찾아올지는 알 수 없었으므로.
그것이 러셀과 같이 어떤 풍광에서 영향을 받아 심상으로 뻗어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생사(生死)의 간극이 나누어지는 치열한 사투의 와중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으리라.
앨런 페이지의 경우는 그중 후자에 가까웠다.
자신의 몸속으로 흘러들어, 마구잡이로 날뛰던 독기(毒氣)를 제압하던 와중 각성의 순간이 찾아왔으니까.
‘물론 그 순간을 움켜쥘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앨런 경의 노력 덕이겠지만.’
노력이 부족한 자는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을 움켜쥘 수 없었기에.
화아아아아-.
마구잡이로 휘몰아치던 마력의 폭풍이 조금씩 안정되어가기 시작한다.
마구잡이로 날뛰며 사방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던 날카로운 바람은 간데없고, 장내에는 서늘한 한기를 품은 바람만이 고요히 원을 그리며 움직일 뿐.
앨런의 상태가 조금씩 안정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물론 각성이 끝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컸지만.
그 광경을 보며 리만과 카산드라가 뭔가에 홀린 듯 중얼거렸다.
“오오, 이것이 바로…….”
“한 사람의 마법사가 인간의 한계에 도달하고, 비로소 초인(超人)의 경지를 마주할 자격을 얻게 되는 광경이로군요.”
마치 꿈결 같은 목소리.
그럴 만도 했다.
그들 역시 5써클이라는 경지에 오른 마법사였으므로.
비록 자신의 일은 아니라지만, 남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 또한 추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을 테지.
그런 그들을 향해 러셀이 낮은 목소리로 충고했다.
“두 분께서 오늘 일을 참고삼으시는 건 상관없지만, 심상이 한쪽으로 고정되는 것은 주의하셔야 할 겁니다.”
“……?”
그 말에 홀린 듯 앨런을 바라보던 두 마법사가 고개를 돌렸다.
그를 바라보며 의문 어린 표정을 짓 길 잠시간. 팔짱을 낀 채, 러셀이 설명을 시작했다.
“두 분께서도 아시겠지만 각성의 순간이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늘 일에 큰 영향을 받아 심상을 한쪽으로만 고정해 버린다면…….”
“-아!”
리만과 카산드라가 동시에 탄성을 흘렸다.
끝까지 설명할 필요도 없이, 러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은 것이었다.
그들 역시 고위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지에 도달한 마법사들이었으므로.
“심상이 한쪽으로 고정되는 만큼, 다른 가능성의 영역이 모두 닫혀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이시군요.”
카산드라님이 말을 제대로 이해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러셀이 고개를 주억였다.
이어 푸른빛을 발하고 있는 앨런을 응시하며 말했다.
“일단은 레인켈 백작님께 말해 이 방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각성의 순간이 개인마다 다른 이유로 찾아오는 것처럼, 각성에 걸리는 시간 역시 개인차가 큰 편이었다.
자신과 같이 고작 몇 시간 만에 끝나는 이도 있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선 며칠씩이나 소요되는 이들 역시 있었던바.
가능하면 자신이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
히드라 토벌전까지는 고작해야 하루하고 몇 시간 정도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그 전에 앨런 경의 각성이 끝난다면, 전력 면에 있어 큰 도움이 되겠지만…….’
확실치 않은 일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될 터.
소식을 들은 레인켈 백작이 호위를 설 기사들과 함께 헐레벌떡 달려오는 것을 끝으로, 러셀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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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소란이 일었던 새벽 무렵이 끝나고. 다음날 눈을 뜬 러셀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새롭게 들어온 정보를 취합하고, 그를 통해 작전을 점검하는, 그런 하루.
‘마물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라…….’
다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은, 히드라를 둘러싼 마물의 군세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관측 내용이었다.
아직까진 상정 범위 안쪽이긴 했으나, 간단히 무시하고 넘어갈 만한 일도 아니었으므로.
‘그때 입은 상처가 완치되어 간다는 건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컸다. 놈 역시 상처가 완치되는 즉시, 다시 백작령을 공격해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기에.
그때까지 시간을 끌기 위해 마물들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일지도.
‘결행은 내일 새벽,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일단 첫 공격으로 마물의 수를 줄여 놓는 게 좋겠어.’
‘가능한 많은 마물을 시야에 담을 수 있는 지형에서 광역 마법포격을 통해…….’
작전을 수정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구성하며 펜을 움직일 수 시간.
사각, 사각-.
종이 위로 펜촉 긁어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우고, 그로부터 수 시간 후.
러셀이 펜을 놓은 것은 그날 저녁 무렵, 어떤 소식 하나가 전해진 후였다.
“앨런 경께서 깨어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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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가 달려와 전한 소식에, 러셀이 황급히 신형을 움직였다.
앨런의 병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며칠 정도는 더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늘.’
설마 하루 만에 각성을 끝낼 줄은. 예상보다 빠르게 각성을 끝낸 앨런의 모습을 떠올리며 러셀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단순히 히드라와의 전투에 있어 새로운 전력이 하나 늘어났다는 생각에서의 웃음이 아니었다.
선의의 경쟁 상대로 여기며 절차탁마하던 상대가, 비로소 다시금 같은 무대 위에 올라섰다는 기쁨.
그 기쁨이 웃음으로 흘러나왔을 뿐.
딸깍, 끼이익-.
단숨에 병실에 당도한 러셀이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앨런 경.’
확실히 써클을 엮어내는데 성공한 것인지,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한층 더 심유해져 있었다.
그 모습에 러셀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빙산(氷山)인가.’
그의 스승인 창탑주, 헤밍웨이 멜빌에게서 느꼈던 것이 거대한 수분감을 내포한 대양(大洋)이었다면.
지금 앨런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거대한 빙산(氷山)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9할 가량을 숨겼을 뿐만 아니라 태곳적의 한기를 간직하고 있는 거빙(巨氷).
그 이유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날의 전투에서부터 수 속성 마법보다는 빙(氷) 속성 마법을 즐겨 사용하던 그였으니까.
아마도 그에게 잘 맞는 속성이 수(水)가 아니라 그 파생인 빙(氷)이었을 테지.
‘그 외에도 6써클을 이루면서 어느 정도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하게 되었을 테고.’
같은 마도사(魔導師)이면서도 5써클과는 달리 6써클 마도사를 탑주급이라고 부르는 이유 또한 바로 그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스스로의 길을 정립하였기에, 하나의 학파(學派)를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기에.
달라진 것은 그를 둘러싼 분위기, 기질(氣質)만이 아니었다.
외견 역시 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실처럼 가는 눈매에 가려져 있는지라, 눈빛이 깊어졌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회백색(灰白色)-.’
독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심력을 소모했던 것일까. 잿빛이던 그의 머리가 조금 더 백색에 가깝게 변해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러셀보다 조금 늦게 소식을 들은 리만과 카산드라, 그리고 레인켈 백작이 도착한 것은.
“앨런 경!”
“깨어났다는 소식을…….”
갑작스레 소란이 일었고, 앨런이 고개를 돌렸다.
“……러셀 경.”
갈라진 목소리를 내뱉은 앨런이 주변을 살피다 러셀을 발견하곤 눈가를 잘게 떨었다.
“토벌단의 단장께서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잠에 빠져있고 말았습니다. 예의에 어긋난 모습, 부디 용서하시길.”
한껏 예를 차려 말한 모습이지만, 눈매가 기분 좋은 여우의 그것처럼 둥글게 휘어져 있었다.
딴에는 농담이라고 한 말이라.
딱히 재미는 없었지만, 러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용서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을.”
“그리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보다…….”
“……?”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비록 각성을 했다곤 하나, 독과 싸우며 심신(心身)이 한껏 약해진 상황이었다.
어떤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남아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던바. 그렇기에 물었고, 앨런이 대답 대신 한 차례 마력을 휘돌렸다.
신중하게 제 몸의 상태를 점검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시다시피-.”
음성과 함께 차가운 한기가 그의 어깨선을 따라 흘러나왔다.
쩍, 쩌저적-.
발치 아래에서 시작된 한기가 이내 병실 전체로 뻗어나가고, 유리창을 따라 성에가 끼며 그 너머의 풍광이 이지러진다.
대수롭지 않게 발산했을 뿐인 마력이, 일대에 이러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앨런이 읊조렸다.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앨런의 두 눈은 형형스런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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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악, 펄럭-!
불어온 바람에 군기(軍旗)가 사납게 나부꼈다.
그에 호응이라도 하듯, 모여든 기사단과 병사들의 군기(軍氣)가 크게 요동치고.
그런 와중에 레인켈 백작이 말을 몰았다.
다그닥, 다그닥.
푸르르르르-
군기에 영향이라도 맡은 것인지 훈련된 준마가 한차례 투레질을 해 보인다.
그러건 말건, 그 위에 앉은 레인켈 백작의 시선은 오로지 한곳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저 너머 보이는 늪지대의 입구.
어지간한 영지 몇 개의 규모를 가진 대형 늪지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작령에 끊임없이 물을 공급해주던, 고마운 수원이었건만.
그 은혜롭던 늪지대는 지금 연녹색의 꺼림칙한 안개에 둘러싸여 있었다.
저곳에 둥지를 튼 히드라와, 놈의 수하인 마물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저곳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란 요원한 일일 테지.
“오늘 우리들의 싸움이 내 가족, 내 이웃의 평온한 내일을 불러오게 할 것인즉!”
그렇기에 백작이 검을 뽑아 들었다.
“모두 출정을 준비하라.”
늪지대의 입구를 노려보며 사납게 외쳤다.
“마법사들이 독기를 걷어낸 직후, 안으로 돌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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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켈 백작이 기사단과 함께 돌입을 준비하고 있던 그 시각.
러셀을 비롯한 마법사들은 늪지대가 한눈에 내려 보이는 언덕 위에 서 있었다.
작전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지형도를 통해 이 언덕을 찾아내었던 것.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리만이 말했고, 러셀이 고개를 끄덕이자 뒤쪽에 있던 마법사들이 동시에 주문을 읊조렸다.
우우우웅-.
그와 함께 대기 중의 바람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어 거대한 바람의 구가 언덕에서 늪지대로 떨어져 내리는 순간, 화아아악!
강렬한 상승기류가 생겨났다.
일어난 바람이 늪지대를 휘감고 독기를 삽시간에 하늘 위로 흩으러 버리고!
안개가 사라진 것을 알아챈 레인켈 백작이 비명처럼 소리쳤다.
“돌입─!!!!”
두두두두두두두두-!
“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 마물을 몰아내자!”
“히드라를 죽이자!”
앙양(昂揚)된 기사들과 병사들이 내달리자 지축이 뒤흔들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엑? 키에에엑?
그보다 반 박자 늦게 이변을 알아차린 마물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올린다.
괴성과 함께 마물 특유의 정제 되지 않은 살기를 쏟아냈다.
기사단과 마물이 충돌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수십 초 남짓!
그보다 먼저, 마물 무리 한복판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있었다.
미리 러셀이 준비해주었던 한 발의 대군 마법.
화아아악-!
토벌의 시작을 알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마법에 일대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러셀 레이먼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폴링 썬(Falling Sun).
붉은 오렌지색 태양이 늪지대를 향해 하강했다.
────────!!!!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