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EPISODE.118
“지난번의 그거라니. 지금 무슨 말씀들을 하고 계신 건가요?”
“설마 뭔가 방법이라도 떠오른 거야?”
데메텔과 암피트리테가 끼어들었고 러셀이 대답하려는 찰나, 놈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방금 전과 같은 강맹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두족류의 촉수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날카로운 공격.
쐐액, 쐐애액-!
십 수 개에 달하는 촉수가 꿈틀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파공음이 위협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하나하나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길이와, 수 미터에 달하는 폭을 가지고 있는 촉수들.
질량은 곧 파괴력과도 직결된다던가.
따라서 저것들이 휘둘러지며 만들어내는 광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 파괴라고 할 수 있었다.
콰드드드득-!
가볍게 스친 것만으로도 정령계의 대지가 찢겨 나가며 속살이 드러나고, 자색의 번개가 사방에서 쏟아지며 일대를 그을린다.
쿠과과과광!
촉수가 휘둘러지며 발생한 광풍으로 인해 대지에 깊게 뿌리박고 있던 바위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큭-!”
그 공격에 육각 구조로 쉴드를 펼쳐낸 러셀이 이를 악물었다.
다급하게 펼친 것이긴 했지만, 쉴드 너머까지 전해지는 파괴력이 심상치 않았던 것.
곰의 앞발이 순간적으로 1톤가량의 파괴력을 자랑한다던가.
그 말인즉.
‘저 촉수가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물리력의 단위는…….’
수백……아니, 어쩌면 수천 톤을 가볍게 상회할 터!
일격에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만한 공격이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연달아 들이닥치는 것이다.
쾅, 쾅, 쾅, 쾅 ───────쾅!
폭음이 쉬지 않고 일어나고, 그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떠올랐다는 듯 아그니가 돌연 소리쳤다.
“그렇군!”
반인반마(半人半馬).
곧 아그니가 불꽃으로 이루어진 켄타우로스의 형상으로 화하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촉수를 발길질로 쳐내며 외쳤다.
쾅!
“확실히, 이번 세대의 용제라면……그와 그녀의 힘을 물려받은 존재라면 그걸 가지고 있겠군!”
“그게 무슨 말인가?”
“그거라니, 좀 알기 쉽게 설명해!”
돌풍을 일으키며 저항하는 제피로스와 가는 물줄기를 초고압으로 분사하며 촉수를 요격하던 암피트리테의 외침이었다.
“잘 생각해봐라. 너희들 역시 모르지는 않을 텐데?”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뭐라 외치려던 암피트리테가 일순 입을 다물었다.
잠시간의 침묵
이후 다른 세 정령왕들의 얼굴을 따라 번져나간 것은 명백한 경악의 감정이었다.
“브라흐마스트라!”
“그렇네요. 확실히 그거라면…….”
고개를 휙 돌린 암피트리테가 러셀을 향해 소리쳤다.
“너! 브라흐마스트라를 가지고 있는 거야?”
처음 만났을 당시의 도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표정.
“브라흐마스트라를 아십니까?”
러셀의 물음에 네 명의 정령왕들이 각기 답변했다.
“흥.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걸 만들 때 식힐 물을 제공한 게 바로 나라고.”
암피트리테.
“그 병기를 제작할 때, 드래곤 본을 제외한 재료를 제공한 것이 바로 저랍니다.”
데메텔.
“그 재료를 녹일 불꽃을 제공한 게 바로 나다.”
아그니.
“그리고 아그니의 불꽃을 더욱 크게 피워 올린 것이 바로 나의 바람이었지.”
제피로스까지.
‘그런 식으로 제작되었을 줄이야…….’
그 위력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탄생 비화였지만, 한편으로는 납득이 되었다.
용신왕의 말에 따르면 브라흐마스트라에는 그녀의 신성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신의 신성 역시 깃들어 있다 했으므로.
정령왕 역시 신에 필적하는, 사실상 신이라고 해도 무방한 존재.
그들의 힘이 깃들어 있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테지.
그러는 사이에도 놈……악신(惡神)의, 채워지지 않을 허기의 공격은 점점 더 강맹해지고 있었다.
────■■■■■■■!!!
이 세상의 소리와 음역대로는 도무지 표현할 길이 없는 기괴성(奇怪聲).
다시 한번 전과 같은 공격과 사념파를 쏟아낼 준비라도 하는 것일까.
녀석의 입 주변을 따라 보랏빛 절망이 모여들었다.
“흥, 또 당해줄 것 같으냐!”
다그닥, 다그닥-.
반인반마의 모습으로 발을 굴려대는 아그니를 뒤로하며 데메텔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브라흐마스트라라면 저 괴물이라고 해도…….”
“문제는 브라흐마스트라를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겁니다.”
“얼마나!”
“…….”
“얼마나 필요한데!”
빽 하고 소리를 지르는 암피트리테의 모습에서 상황의 급박함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던바.
지금 이 순간에도 파편에 불과하던 놈은 박살 난 정령계를 집어삼킴으로써 조금씩 본래의 힘을 회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십 분, 십 분 정도는 필요합니다.”
지난번에는 15분 정도가 필요했지만 당시의 러셀과 지금의 러셀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했다.
초인의 경지에 오른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5분 정도는 단축할 수 있을 터.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짧아졌네요. 러셀 님.”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이오가, 용의 그것과 꼭 닮은 은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쿠그그그긍-.
“시간은 우리가 벌겠어요. 그러니 용제께서는 브라흐마스트라를…….”
러셀의 앞을 가로막기라도 하듯, 데메텔이 거대한 토벽을 쌓아 올렸다.
이어 아그니와 제피로스 또한 러셀의 앞을 막아서고.
“실패하기만 해봐. 그땐 용제고 뭐고 없는 거야.”
암피트리테의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전위(前衛)와 후위(後衛)가 그 모습을 갖추는 순간이었다.
.
.
콰과과과과!
내리찍어진 지면이 박살 나며 불어닥치는 강풍에 그 파편이 허공으로 비산한다.
콰득, 콰드득-.
그 파편을 마구잡이로 씹어 삼키며 덩치를 부풀리는 괴물과 그 괴물의 붉은 눈.
그 모든 것들을 마주하며 러셀이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폐부 깊은 곳에서 숨결이 흘러나왔다.
“후…….”
고위 마법사가 자신의 힘을 가장 잘 발휘 할 수 있는 환경이란, 과연 어떤 환경을 말함인가.
일반적으로 워 메이지(War Mage)들은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또는 마법사의 태생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 근접 전투에서의 대처 방안을 마련하곤 했다.
러셀의 창술과 버밀리온의 근육 체술 등이 바로 그 예시였고.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법사에게 있어 최고의 환경이란 믿음직한 전위(前衛)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전위로써, 이보다 더 수준 높은 이들을 찾는 건 어려울 테지.’
넷이나 되는 정령왕의 화신에, 은룡의 힘을 이어받은 이오와 엘프족의 므뇌르까지.
상대는 세계의 바깥에서 흘러든 악신(惡神), 전날 싸웠던 브리아레오스보다도 훨씬 강력한 존재였다.
‘힘을 아낄 여유 따위는 없겠지.’
이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놈이 다음으로 노릴 곳은 물질계가 분명했기에.
“용인화(龍人化)-.”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전신의 혈액이 끓어오른다.
콰득, 콰드득-.
왼쪽 눈과 팔꿈치 아래쪽을 따라 용의 비늘이 자르라니 돋아나기 시작하고, 러셀의 머리 양쪽으로 반투명한 뿔들이 생겨났다.
헤일로, 혹은 여러 색의 불을 엮어 만든 왕관이라도 뒤집어쓴 것 같은 모습이라.
이어 러셀의 몸에서 흘러나온 드래곤 피어가 사위를 압도하며 놈의 사념파를 밀어내기 시작하고.
파짓, 파지지짓-!
드래곤 피어와 사념파가 충돌하며 곳곳에서 스파크와 함께 불똥이 튀기었다.
러셀의 주변을 따라 수십 개에 달하는 마법진이 떠올랐다.
화아아악-!
.
.
세상일이라는 것이 늘 그러하듯, 모든 일이 마음 먹은 대로만은 흘러가지 않는 법이라.
지금의 상황 역시 그러했다.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전위가 구성되었지만, 상대는 그를 훨씬 웃도는 수준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던 것.
─■■■■■■■■■■■■!
쏟아져 나온 사념파가 생물을 넘어, 무생물이라 할 수 있는 대지와 물마저도 오염시킨다.
“읏…….”
벌써 세 번째, 놈이 내뿜는 사념파를 정화한 암피트리테가 헐떡거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아마도 다음이 마지막이 될 터.
화신체인 만큼 소멸은 하지 않겠지만, 더 이상 이 싸움에 힘을 보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놈이 다시 한번 입을 그러모았다.
“이렇게 빨리……?!”
사념파를 넓게 흩뿌리며 방사했던 것이 바로 조금 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다음 사념파를 쏟아낼 준비를 하다니.
‘벌써 그만큼이나 힘을 되찾았단 말이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힘이 깎여 나가기는커녕 늘어나기만 하는 존재라니!
촉수의 개수 역시 전보다 배 이상 늘어나 있는 상황.
“아악!”
마구잡이로 휘둘러진 촉수에 이오가 튕겨 나가며 바닥을 나뒹군다.
그 거리가 조금만 더 멀었더라도, 주변에서 회전하고 있는 벼락 폭풍에 빨려 들어가 몸이 찢겨 나갔을 터!
“큭-!”
그것을 시작으로 정령왕들에게도 힘에 부치는 기색이 눈에 띄게 드리우는 순간, 녀석이 입모양을 바꾸었다.
쩍 벌렸던 입을 작게 모으며 한곳을 겨냥했다.
“설마!”
“은인!”
그 시선과 방향이 향하는 곳을 확인한 데메텔과 아레인이 비명처럼 소리친다!
허나 그 둘은 물론 다른 정령왕들 역시 한 명당 네다섯이나 되는 촉수에 발이 묶여 있었던바.
보라색 섬전이 직선으로 러셀을 향해 내리꽂는다!
───────────■■■!!
드래곤 브레스와도 흡사한 형상을 지닌 절망의 덩어리.
갸르르르르륵!!!
무시무시한 부(否)의 격류에 페퍼가 울부짖는 순간, 뺘아아아악!
또 다른 용 한 마리가 그 울음을 터뜨렸다.
팔찌의 형태로 변해 있던 샤벳이 자신의 모습을 거대한 빙벽의 형상으로 바꾸며 러셀의 앞을 틀어막았던 것!
허나 아직 어린 샤벳의 힘만으론 외신의 힘을 완전히 막아 낸다는 건 무리에 가까운 일이라.
쩍, 쩌저적-!
두터운 얼음벽 위로 유리가 깨지는 듯 금이 가기 시작한다.
콰차차창!
절망의 숨결이 얼음벽을 꿰뚫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콤마 몇 초.
뺘악!
비명과 함께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모습으로 샤벳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모든 힘을 소비한 탓에 팔찌의 모습으로 돌아갈 기력조차 남지 않았던 것.
그 직후.
『브라흐마스트라』
(Brahmastra)
기다란 불꽃의 창이 절망을 밀어냈다.
러셀의 손아귀에 주어진 창이 자신에게 날아들던 절망을 꿰뚫기 시작한다.
꽈과과과과과-!
‘라만차(La Mancha).’
로시난테의 돌진.
(Rush of Rocinante).
회전을 더해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분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라만차의 창술.
“과연!”
“정말로 브라흐마스트라잖아!”
그 광경에 정령왕들이 환호했다.
러셀의 손에 들린 것은 정말로 신살의 신기였고, 느리디느린 속도지만 절망의 숨결을 가르며 뻗어져 나가고 있었으므로!
그런 정령왕들의 환호와는 달리 러셀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부족해…….’
자신의 수준이 아직 마법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지, 완성된 브라흐마스트라에 깃든 힘이 부족했다.
일견 대등해 보이는 힘 싸움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패배하게 될 터.
‘부족한 힘을 충당해야 해.’
머릿속으로 몇 개나 되는 방법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수백 개에 달하는 마법의 구조와 수식들이 머릿속을 휘돌고, 그런 가운데 러셀의 의식이 한껏 압축되기 시작한다.
넓은 우주가 수축하여 빅뱅 이전…… 점으로 돌아가듯, 러셀의 집중력 또한 그와 같은 모습으로 압축된 것.
───────!
직후 빅뱅이 일어났다.
머릿속에서 일어난 빅뱅과 함께 강렬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뇌리에까지 도달하고.
단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 러셀이 이를 악물고 또 하나의 마법을 덧댔다.
‘입는다-.’
힘이 부족하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그 위에 더하면 될 터.
전날 윌터 피그렛과의 싸움에서 터득했던 단초, 마법을 입는다는 개념.
그 상위에 존재하는, 레이먼드 가문의 시조가 만든 마법.
초월몽(超越夢).
초월몽이란 마법사가 마법 그 자체가 되는 마법이었다.
그야말로 인마합일(人魔合一).
‘내가─.’
콰과과과과과과-!
한껏 과열된 써클이 회전하며 비명처럼 굉음을 토해내고.
러셀이 제 몸을.
자신의 마력을─!
‘─브라흐마스트라가 된다.’
탄환으로 바꾸어 쏘아냈다.
─────────!!
■■■■■■■■■■■!!!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