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어, 언데드 말입니까요?”
“그래. 언데드 마법사가 되면 얼음 속성 마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크의 말에 리치몬드가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치가 아니라 일반 언데드 마법사가 돼서 고위급 마법을 쓸 수는 없고 원소 계열 마법이 아닌 비슷한 효과를 가진 흑마법이 될 것 같습니다요.”
“어쨌든 얼음 속성을 가지긴 할 것 아니냐.”
“예, 다만 순수 원소 계열 마법보다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저 지팡이도 쓸 수 없고 말이죠.”
“흐음, 그런가. 만약 마법을 쓴다면 몇 서클까지 가능하지?”
“3서클에서 4서클 정도 가능할 겁니다요.”
“부족하기는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빙 속성 계열 마법사는 희귀한 편이니까.”
리치몬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라가 된 마도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우우우웅!
곧 리치몬드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가 죽은 마도사의 육신을 언데드로 일으키려 할 때였다.
순간 리치몬드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일이냐, 리치몬드.”
리치몬드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지크에게 말했다.
“저 마법사의 망령이 자신을 언데드로 만들 바에는 차라리 리치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뎁쇼?”
“뭐? 리치?”
리치몬드의 말에 지크 역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마도사 죽은 거 아니었나?”
“죽은 건 맞는데 허무하게 죽은 게 억울했는지 원혼이 이 육체 안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나 봅니다.”
“8서클 마스터를 앞에 두고 병으로 죽어서 미련이 남은 건가…….”
“어떻게 할깝쇼, 주인님.”
“뭐, 본인이 원하는데 리치로 만들어 줘도 되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려면 준비가 좀 필요합니다.”
“상관없다.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말해라. 꺼내 줄 테니.”
리치몬드는 우선 마도사의 연구실에 있는 재료들을 먼저 살펴본 뒤에 더 필요한 재료들만 지크에게 말했다.
지크는 인벤토리에 있는 것들을 꺼내 주고, 없는 것들은 상점에서 사거나 제작을 해서 만들어 줬다.
카르마 포인트를 500점 정도 소비했지만, 고위급 리치 소환수가 생기는 일이니 이 정도 값은 치를 만했다.
준비가 거의 끝나고 마도사의 육신을 리치로 만들려고 하던 리치몬드가 문득 뺨을 긁적이며 지크에게 말했다.
“주인님, 이 망령이 좀 황당한 소리를 하는데 말입니다요.”
“뭐라고 하는데?”
“자신을 리치로 만들 때 요정석에 엘릭서를 한 방울 떨어뜨린 뒤 그걸 라이프 배슬로 대체해 달랍니다.”
지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리치를 그렇게 만드나.”
“저도 처음 듣는 방식입니다요.”
“흐음, 리치몬드 네가 혈루석으로 라이프 배슬을 대체한 거랑 비슷한 느낌인가.”
“저 망령 말로는 그렇게 하면 리치의 몸으로도 흑마법이 아닌 생전에 썼던 원소 계열 마법을 쓸 수 있을 거랍니다.”
“허? 그럼 저 지팡이도 쓸 수 있겠군.”
“예. 만약 그렇게 되면 6서클이나 7서클 마법까지도 쓸 수 있다고는 하는데 진짜로 그렇게 될지는 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흐음, 요정석과 엘릭서 한 방울이라.”
엘릭서가 워낙 귀한 시약이라 좀 아깝기는 했지만 7서클 소환수를 얻을 수 있다면 한 방울 정도는 써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지크는 인벤토리에서 요정석과 엘릭서 시약을 꺼내 리치몬드에게 넘겼다.
“엎지르지 않게 조심해라.”
리치몬드는 지크에게서 요정석과 엘릭서 시약을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실험대로 가서 망령이 말한 대로 요정석으로 라이프 배슬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실험대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오오오?”
리치몬드가 조합한 요정석이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지크 역시 신기하게 색이 바뀐 요정석을 바라봤다.
“검은색인 요정석이 이렇게 바뀌다니 엘릭서의 영향인가…….”
“망령의 말로는 현자의 돌을 만드는 방법을 응용한 거랍니다.”
“현자의 돌? 그걸 만드는 방법을 안다는 건가?”
“다는 모르고 그 제조 방법의 일부를 우연히 알게 돼서 응용을 해 봤답니다.”
“이것저것 아는 게 많군.”
리치몬드가 실험대를 지켜보고 있더니, 잠시 후 제조한 오색 요정석을 죽은 마도사의 미라에게 가져가 그의 심장 위에 올려 줬다.
그러고는 만들어 둔 다른 시약으로 미라 주변의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두 시간 정도 지나자 마법진이 완성되었고, 리치몬드는 마법진을 모두 그린 뒤 뒤로 물러섰다.
“후우,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리치몬드가 주문을 외우며 의식을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마법진에서 빛이 올라오더니 미라의 심장에 올려 둔 오색 요정석과 반응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지크는 자신의 중단전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나와 리치몬드가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가.’
마법진의 빛이 미라의 몸에 빨려 들어갔다.
그어어어어어!
미라에게서 원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빛이 완전히 스며들더니 곧 미라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쿠구구구구!
요정석이 그의 이마에 파고들어 빛을 내고 푹 꺼진 두 눈에서 푸른빛의 보석이 나타났다.
츠츠츠츠츠―
검은 기운이 미라를 휘감더니 그가 점차 리치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엘릭서와 요정석으로 라이프 배슬을 만들어서 그런지 일반 리치와는 생김새와 풍기는 기운이 달랐다.
뼈 표면에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문양이 새겨지고 어두운 기운 대신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와 주변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빙 속성의 엘리멘탈 리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엘리멘탈 리치? 원소 계열 마법을 쓸 수 있는 리치라서 일반 리치와는 다른 건가.’
어느새 의식이 끝나고 리치가 땅에 안착했다.
리치의 보석 눈에 빛이 일렁였다.
리치몬드는 자신의 손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새로운 리치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엘리멘탈 리치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리치몬드는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가슴을 쭉 며며 무슨 멋있는 말을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엘리멘탈 리치가 리치몬드가 아닌 지크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주인님께 인사 올리나이다.”
리치몬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크 앞에 무릎을 꿇은 아크 리치를 바라봤다.
“이, 배은망덕한 리치가…… 내가 의식을 치러 줬건만!”
리치몬드의 말은 신경 쓰지 않고 엘리멘탈 리치가 지크에게 공손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위대한 존재이신 주인님께 영속의 맹약을 드리며 가디언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맹세합니다.”
엘리멘탈 리치의 말을 들은 지크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이 녀석 나를 용으로 착각한 건가?’
지크의 중단전에 있는 바하무트의 심장과 반응하여 만들어진 리치이다 보니 용이 자신을 가디언으로 쓰기 위해 불러낸 것이라 착각한 모양이었다.
지크는 엘리멘탈 리치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너를 내 가디언으로 삼겠다.”
동시에 지크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권능 그림자 지배와 스킬 흡수를 연계하여 엘리멘탈 리치를 그림자 정령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엘리멘탈 리치는 다른 리치와 달리 지니처럼 정령에 가까운 존재였기에 그림자 정령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그림자 정령으로 만들어 놓는 게 더 관리하기는 편하겠지.’
지크가 허락하자 일렁이던 그림자가 아크 리치를 휘감았다.
갑자기 그림자가 자신의 몸에 스며들자 아크 리치가 당황했다.
“커헉! 위대한 존재시여 이게 무슨……!”
지크가 그런 엘리멘탈 리치를 보며 말했다.
“안됐지만 난 용이 아니다.”
“그, 그럴 리가…….”
어느새 엘리멘탈 리치는 지크의 그림자에 거의 다 삼켜져 있었다.
[엘리멘탈 리치를 흡수했습니다.] [그림자 지배의 영향으로 흡수한 엘리멘탈 리치가 그림자 정령으로 변화됩니다.]츠츠츠츠―
엘리멘탈 리치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보더니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림자 정령을 소환수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소환수로 등록하고 이름을 부여하시겠습니까.]다시 소환수의 이름을 정해야 할 시간이 돌아왔다.
지크는 어떻게 이름을 지을까 고민하다가 엘리멘탈 리치에게 물었다.
“너 원래 이름이 뭐냐.”
영혼의 주인이 된 지크의 말에 아크 리치가 재깍 말했다.
“리베르토였습니다. 주인님.”
“그럼 베인이라 하자.”
엘리멘탈 리치는 원래 이름과 별로 상관없는 이름을 지을 거면서, 왜 물어봤는지 궁금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소환수 베인을 획득하셨습니다.]새롭게 소환수가 된 베인의 두 눈이 푸른색으로 번뜩였다.
그가 지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새로운 생명을 주신 주인님께 영속의 맹약으로 충성을 바치겠나이다.”
지크는 베인의 인사를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베인을 보며 말했다.
“너도 리치몬드처럼 저렇게 모습을 바꿔라.”
리치몬드는 지크의 소환수가 되자 용종 계열의 특성 때문에 나가와 비슷한 모습이 됐었다. 그러다 지금은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으니 당연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크의 말에 베인이 당황하며 말했다.
“주인님. 그것은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리치몬드가 말했다.
“주인님, 그건 아마 제가 혈루석으로 리치가 돼서 반 인간, 반 리치였기 때문에 가능한 듯 싶습니다요.”
리치몬드의 말에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럴수도 있겠군. 엘릭서를 쓴 것으로는 그렇게 안 되는 건가.”
그러자 베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제가 리치의 몸으로도 원소계열 마법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능만 있는지라…….”
지크는 누가 봐도 미물 같은 형상의 베인을 보며 고민했다.
‘리치몬드만큼 대놓고 데리고 다닐 수는 없겠군.’
지크가 베인을 보며 물었다.
“베인, 근데 너는 왜 리치가 되길 원한 거냐. 네크로멘서들이 아닌 마도사들은 굳이 리치가 되려는 경우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자 베인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억울합니다, 주인님.”
“병 걸려 죽었는데 억울할 건 또 뭐냐.”
“만약 병으로 죽었다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았을 겁니다.”
“병으로 죽은 게 아니었나?”
“병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것 때문에 엘릭서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고요. 하지만 엘릭서로 제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저는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려 했습니다. 신변을 정리하고 제가 연구했던 모든 것을 니르바나 측에 기증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베인이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었다.
“병이 아니라 독살로 죽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독살을 당한 거라고?”
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는 독살을 당한 겁니다.”
지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죽음을 앞둔 8서클 마법사를 누가 굳이 독살을 한다는 건가.”
그 말에 베인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런 짓을 할 놈들은 대륙에 단 하나뿐입니다!”
베인의 입에서 하얀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사악한 드레이커 놈들! 그놈들이 저를 독살한 게 틀림없습니다!”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뒤에 있던 리치몬드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뒤로 서서히 물러갔다.
베인은 하얀 숨을 내뱉으며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었다.
지크는 그런 베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럼 베인 너는 드레이커 쪽에 원한이 많겠군.”
“그놈들의 혈족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뼛속까지 얼려서 죽여 버릴 겁니다!”
그 말에 리치몬드가 뒤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리치몬드의 신호는 안타깝게도 베인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지크가 베인에게 물었다.
“드레이커에서 독살했다는 증거라도 있나?”
그러자 베인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런 건 없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니르바나의 마도사를 독살할 놈들은 드레이커 정도밖에 없잖습니까.”
“이슈타르도 있지 않나.”
“이슈타르의 엘프들에게는 딱히 원한을 산 적이 없습니다.”
베인은 이슈타르 가문이 엘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크는 드레이커가 독살을 했다는 베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독살이라. 만약 드레이커가 마도사를 죽이려 했다면 굳이 독살을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거기다 독살을 했다고 해도 이렇게 흔적을 남겨 두지 않았을 것 같았다.
연구실을 폐쇄하고 죽은 베인의 몸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드레이커의 방식이었다.
지크가 다시 베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드레이커 쪽이랑은 척을 진 일이 있나?”
“척을 진 건 아니지만 의뢰를 받았다가 일이 좀 있었습니다.”
“의뢰? 어떤 의뢰 말인가.”
지크가 드레이커 쪽 관련 일을 꼼꼼하게 물어보자 베인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가 아까보다 흥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아서 드레이커의 의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