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밀림 한가운데서 용의 기운을 느끼고 의아해하고 있을 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퀘스트―
[용의 기운을 따라 밀림에 숨겨진 신비의 정체를 찾으시오.] [퀘스트 미션 보상 : 히든 랜덤 박스]‘히든 퀘스트?’
여태껏 받았던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거나 업적 퀘스트였다.
히든 퀘스트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지크는 이곳에 뭔가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게이트도 닫았고 상급 마족은 내가 처리했으니, 남은 몬스터들은 도르타 공화국 내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지.’
지크는 고민하다가 중앙대륙으로 돌아가기 전 히든 퀘스트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기운이 느껴진 밀림 너머로 향했다.
밀림 숲을 헤치고 나가니 놀랍게도 안쪽에 이끼와 넝쿨에 휩싸인 거석이 놓여 있었다.
지크는 거석 앞으로 다가가 이끼와 넝쿨을 잡아 뜯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것과 달리 거석의 표면은 상당히 매끈했다.
‘여기서 용의 마법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고대 유적지 같은데.’
바바리안들의 마을에 있던 수호탑이나, 아가멤논의 성 모두 용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고대 유적지였다.
지크는 하데스가 실수로 보냈다지만, 그의 마법에 의해 도착한 이곳에서 용의 기운이 느껴지는 고대 유적지를 발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거석을 향해 마나를 불어넣었다.
우우우우웅!
지크의 예상대로 그의 마나를 받아들인 거석의 표면에 처음 보는 문자들이 떠올랐다.
동시에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급 관리자 시스템이 ‘울창한 고요의 숲’에 접속을 시도합니다.] [‘울창한 고요의 숲’에서 상급 관리자를 인지합니다.] [칭호 고룡의 축복을 받은 자를 확인합니다.] [칭호 검성의 전승자를 확인합니다.] [칭호 요정의 축복을 확인합니다.츠츠츠츠―
영역으로의 접속 코드를 부여받자 거석이 밀려나더니 눈앞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어?’
깨끗하게 관리된 길이 나타나고 그 양옆에 거석과 비슷한 오벨리스크가 서 있었다.
지크가 변화된 환경에 주변을 살피던 그때 길을 따라 거대한 코모도 도마뱀 한 마리가 맹렬하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지크가 고개를 들고 도마뱀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그 위에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
‘나가?’
뱀 수인이자, 개체 수가 적어 신비 종족으로까지 불리는 나가의 전사가 코모도 도마뱀을 타고 지크 앞까지 달려왔다.
사아아아―
나가가 고삐를 당기자 코모도 도마뱀이 앞발을 들고 지크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도마뱀 위에 타고 있던 나가가 날렵한 움직임으로 지크 앞에 착지했다.
지크 앞에 선 나가 전사는 화려한 무늬를 가진 전통 복장을 입고 그 위에 단단한 나무로 만든 갑옷을 걸친 채 방패를 들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마체테를 차고 있었고, 손에는 긴 창을 들고 있었다.
나가 전사는 지크를 보다가 이내 허리를 숙이고 공손한 태도로 말을 건넸다.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지크는 나가 전사가 자신을 용으로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나가 전사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용이 아니오.”
나가는 화들짝 놀라며 지크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 그러시겠죠. 유희 중이실 테니……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지크는 나가 전사가 뭔가를 착각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설명하자니 복잡해질 것 같아 그냥 착각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가 나가 전사를 보며 물었다.
“이곳은 나가 부족의 마을이오?”
그 말에 나가 전사가 허리를 펴고 가슴을 쑥 내민 뒤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위대…… 아니, 그냥 존재시여.”
지크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나가를 보고 지크가 이름을 말해 줬다.
“지크라고 불러 주시오.”
지크의 이름을 알게 된 나가가 환하게 웃었다.
“예, 지크 님! 제 이름은 쿠에시라고 합니다. 고요의 숲 부족 최고 전사입니다.”
쿠에시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화려한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지크는 그런 쿠에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만나서 반갑소, 쿠에시.”
쿠에시가 웃으며 지크에게 자신의 마을로 안내하겠다며 코모도 도마뱀에 올라타도록 했다.
본래 사납기로 유명한 코모도 도마뱀이지만 권능 용종 지배와 칭호 신수의 은혜, 스킬 교감을 지닌 지크 앞에서는 온순한 강아지와 같았다.
쿠에시는 코모도 도마뱀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는 지크를 보며 그가 위대한 존재가 맞는다는 확신을 가졌다.
지크는 쿠에시와 함께 코모도 도마뱀에 올라타고 나가의 마을 안으로 향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길은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으며 꽤 길게 뻗어 있었다.
‘들어가는 길이 이 정도면 마을의 규모가 상당한 모양인데.’
코모도 도마뱀을 타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길 끝에 거대한 오벨리스크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윽고 점차 드러나는 마을의 전경을 본 지크는 입을 쩍 벌렸다.
‘저게 뭐야?’
눈앞에 펼쳐진 건 작은 마을이 아니라 거의 미들랜드의 중소도시 수준은 되는 크기의 곳이었다.
남부 밀림 한가운데 이런 거대한 도시가 존재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게 퀘스트가 말한 밀림에 숨겨진 신비인가?’
하지만 아직 퀘스트 미션이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시스템이 말한 신비는 아무래도 도시 안에 존재하는 듯싶었다.
차분히 다시 도시를 살피는 그때,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쿠에시가 도마뱀을 멈추었다.
“수고하십니다.”
쿠에시와 비슷한 복장을 한 나가 전사들이 나와 도마뱀 목에 걸려 있는 인식표를 확인했다.
지크는 전사들이 들고 있는 방패가 쿠에시의 것보다 더 작고 덜 화려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강한 전사일수록 더 크고 화려한 방패를 가질 수 있는 건가.’
지크가 이곳의 문화를 생각하는 사이 검문이 끝났고, 쿠에시는 지크를 데리고 도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니 완전 별천지였다.
수만 년을 살아온 거대한 나무를 개조해서 만든 고층 건물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도로에는 코모도 도마뱀들이 신호를 지키며 질서 있게 이동했다.
중앙대륙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나가들을 이곳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온전한 나가들만의 도시였다.
지크는 도마뱀을 탄 채로 도시를 바라보며 쿠에시에게 말했다.
“정말 놀랍군. 이런 도시가 존재했는지 몰랐소.”
그 말에 쿠에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부족은 나가 종족의 생존을 위해 외부와의 완전 차단을 선택했습니다. 고요한 숲의 현자께서 저희를 위해 이렇게 터전을 만들어 주셨지요.”
쿠에시는 지크를 도시 중앙에 위치한 가장 큰 나무 앞으로 데려갔다.
오벨리스크 바로 뒤에 위치한 거대한 나무는 신화 속에 나오는 세계수처럼 보일 정도였는데, 자세히 보니 건물로 이용되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를 이용해 일종의 탑을 만든 듯싶었다.
“지크 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쿠에시는 지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지크의 예상과 달리 현대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건물의 내부 인테리어만 보면 미들랜드의 최신식 건물에 들어온 것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놀라는 지크를 보고는 쿠에시가 웃으며 말했다.
“외부와 차단했다고는 하지만 간접적인 교류는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발된 인원을 중앙대륙으로 보내 발전된 지식을 배워 오게 하고 이를 마을 전체를 위해 사용하도록 합니다.”
나가 종족은 머리가 좋고 지혜롭기로 유명했다.
‘확실히 나가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로군. 다른 종족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발전하기 어려웠을 거다.’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쿠에시를 따라 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그때 지크는 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다.
‘포털?’
승강기가 아니라 포털을 이용해 위로 이동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한 것이었다.
쿠에시는 지크와 함께 마법진 위에 올라선 뒤 가고자 하는 층수를 말했다.
우우우웅!
마법진이 작동하면서 순식간에 가장 꼭대기 층으로 이동했다.
‘허.’
놀라운 상황에 속으로 헛웃음을 삼킨 지크는 도착한 곳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이동한 곳은 꼭대기 층인 듯했다.
꼭대기 층에서는 옹이구멍을 통해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는데, 말이 옹이구멍이지 나무 자체가 워낙 커서 크기가 몇 미터는 되는 대형 창문과 같았다.
창문으로 펼쳐진 밖을 구경하는 그때 쿠에시가 지크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현자께서 지크 님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지크는 쿠에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현자라니. 설마 고요한 숲의 현자를 말하는 것이오?”
쿠에시가 지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쿠에시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데스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또 다른 용을 만나게 되는 셈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심 당황하는 사이, 쿠에시는 차분히 지크를 데리고 현자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의 인도에 따라 어느 방 안에 들어간 지크는 눈을 크게 떴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압도적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사방에 책들이 빽빽하게 꽂힌 채 벽을 꽉 채우고 있었다.
지크는 어마어마한 양의 장서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이걸 다 읽었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 그때 쿠에시가 한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현자님,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쿠에시가 향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서가 한쪽 구석에 책상이 하나 있었다.
그 책상 앞에는 안경을 쓴 초록빛 머리를 한 노인 하나가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다.
‘고요한 숲의 현자인가.’
지크의 예상과 달리 현자는 나가 종족이 아닌 엘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현자는 읽던 부분을 마저 읽고 나서야 두꺼운 책을 덮고 옆으로 치워 뒀다.
고개를 든 현자는 예상보다 깐깐하고 강퍅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같은 현자라도 어딘가 빈틈이 많아 보이는 이야기의 은자와는 느낌이 달랐다.
현자가 쿠에시를 보며 말했다.
“수고 많았네, 쿠에시. 이제 다시 임무로 복귀하게.”
쿠에시는 현자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지크는 딱딱한 현자의 표정에 살짝 긴장을 했다.
현자가 안경을 고쳐 쓰고는 지크를 보며 말했다.
“고룡의 축복에, 검성의 전승자에, 거기에 요정의 축복이라. 자네는 정체가 뭔가.”
놀랍게도 현자는 지크의 관리자 접속 내역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크가 애써 긴장을 풀고는 현자를 보며 물었다.
“카발라 시스템을 사용하실 수 있으시군요.”
그 말에 현자가 지크를 보며 말했다.
“카발라 시스템이라는 이름까지 알고 있다…… 점점 더 정체가 궁금해지는군.”
현자가 손을 뻗자 그의 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시스템 창이 지크 위로 겹쳐지더니 갖가지 정보가 쉴 새 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현자는 정보들을 쭉 읽어 보더니 잠시 후, 지크를 향해 말했다.
“크로노스의 인장을 찾으러 온 것인가.”
지크는 현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여기에 있습니까? 크로노스의 인장이?”
그 말에 현자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의 말인즉슨 크로노스의 인장을 찾는 것은 맞지만, 여기에 인장이 있는 줄은 몰랐다는 건가.”
지크가 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몇 시간 전까지 도르타 공화국에서 마족 놈들을 상대하다가 일이 생겨 우연히 이쪽으로 공간 이동하게 된 겁니다.”
현자는 지크의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우연히 이쪽으로 떨어졌다라. 정말 우연이 맞나?”
지크는 현자의 말에 고민하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검은 강의 은둔자인 하데스 님이 마족들의 공간 마법을 막다가 벌어진 일이라서 말입니다. 그 때문에 단순한 우연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크의 말에 현자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하데스! 블랙 일족의 그 아이가 블랑카의 족쇄를 풀고 밖으로 나왔다는 건가?”
지크는 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봉인이 풀린 지는 꽤 됐습니다. 스스로 풀어 내신 건 아니고 제가 해주를 한 것이긴 합니다만.”
“그 봉인을 풀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의외의 곳에 관심을 갖는 현자였다.
지크는 일단 하데스의 봉인을 풀었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현자는 설명을 듣다가 손을 들고 자크의 말을 멈췄다.
“잠깐 기다리게.”
그는 종이와 펜을 꺼내 지크가 설명하는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더 자세히 물어보며 기록을 계속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마친 후, 현자는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군. 지크라고 했던가. 대단한 임기응변이야.”
현자의 표정이 지크를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지크가 내심 안도하며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때 현자가 앉은 상태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자가 움직여?’
현자는 저절로 움직이는 바퀴 달린 의자에 앉은 채 지크 쪽으로 다가왔다.
그가 지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따라오게. 자네에게 보여 줄 것이 있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