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92
492화
크아아아악!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내를 향해 네피림이 괴성을 내질렀다.
그때였다.
우두두둑―
순간 마스크 쓴 사내의 몸이 크게 부풀었다.
온몸의 근육이 커지고, 핏줄이 툭툭 불거졌다.
그가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네피림을 향해 맨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어억―
맨주먹으로 쳐서 난 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크게 폭발하는 소리가 네피림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키에에에엑―
사내에게 강타당한 네피림이 입에서 피를 쏟아 내며 비틀거렸다.
그것을 보며 사내가 손짓하자 병사들이 네피림을 묶어 둔 영혼의 사슬을 풀었다.
콰콰쾅!
우리 안에서 날뛰던 네피림은 사슬이 벗겨지자마자 날개를 펼치고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카아아아악―
네피림이 단숨에 사내를 짓밟은 뒤 물어뜯으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콰드드득―
가면을 쓴 사내가 자신의 몸만 한 네피림의 발을 붙잡고 양손으로 잡아 뜯어 버린 것이다.
까아아아악!
네피림이 고통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내가 자신의 가면 아래쪽을 잡아 빼더니 그대로 입을 벌려 네피림의 발을 뜯어먹는 것이었다.
콰드득!
콰득!
살은 물론 뼈도 개의치 않고 그대로 뜯어먹는 사내의 모습에 네피림은 공포심을 느낀 듯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사내의 기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우우웅!
땅을 박차고 오르더니 양손을 맞잡고 네피림의 머리를 손 망치로 후려치는 것이었다.
퍼어억―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네피림은 그대로 바닥에 쿵 하는 소리를 내고 쓰러졌다.
성좌의 권능을 물려받은 신의 혈족이 한 방에 쓰러진 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사내는 쓰러진 네피림의 몸 위로 올라탄 뒤 은빛으로 빛나는 날개를 붙잡았다.
콰드드득―
곧장 날개를 잡아 뜯자 그 안에서 은빛 피가 주르륵 흘렀다.
느껴 본 적 없는 원초적인 괴로움에 네피림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비명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네 쌍의 날개를 모두 뜯어내 버렸다.
툭!
뜯어낸 날개를 한쪽에 모아 둔 뒤 그는 본격적으로 살아 있는 네피림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콰드득!
콰득!
날개가 모두 뜯기며 움직이지 못하게 된 네피림은 사내가 자신의 몸을 뜯어먹고 있음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비명만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피림은 몸의 절반 정도가 뜯어먹힌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성좌의 피가 부여한 강인한 생명력은 이런 지경이 되어서도 죽음을 허락지 않았다.
곧 사내가 뼈가 드러난 네피림의 갈비뼈 쪽을 손으로 잡고 억지로 뜯어냈다.
우두두둑!
그 안에 세차게 고동치는 심장이 드러났다.
사내는 약동하는 네피림의 심장을 손으로 쥐고 빼냈다.
끼이이이이익―
심장이 뜯긴 네피림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아무리 성좌의 혈족이라도 심장이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뜯긴 심장은 사내의 손안에서 여전히 맥동하고 있었다.
그가 심장을 들고 악마상 쪽으로 다가갔다.
피의 호수에 있던 여인들이 무릎을 꿇고 사내 앞에 향로를 내밀었다.
지크는 여인들이 들고 있는 향로가 리치몬드가 발견한 향로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내는 향로에 네피림의 심장을 넣었다.
쿠구구구구―
향로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사내는 여인들에게서 향로를 받아 들고 악마상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읊조림이 계속 흘러나왔다.
사내가 피의 호수로 들어가 향로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사내가 몸을 담그고 있던 피의 호수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호수 안의 피가 살아 있는 듯 움직이더니 사내가 들고 있는 향로 속으로 파고들었다.
쿠구구구구구―
짙은 원한과 공포가 스며들어 있는 피가 향로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어느새 피의 호수가 텅 비어 버렸다.
그러자 호수 아래 숨겨져 있던 기괴한 문양이 드러났다.
사내는 계속 주문을 외웠고, 어느 순간 향로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지크는 문득 향로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외부종에게서 느꼈던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내가 향로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찐득한 검은 액체가 향로 안에 꽉 차 있었다.
사내는 그 안에서 뭔가를 슥 꺼냈다.
검은 액체가 잔뜩 묻어 있는 네피림의 심장이었는데, 그것은 아직도 맥동 중이었다.
사내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천천히 그 심장을 향해 입을 가져다 댔다.
으적으적!
여전히 펄떡펄떡 뛰는 네피림의 심장을 사내는 거리낌 없이 뜯어먹었다.
그리고 사내가 심장을 짓씹어 삼킬 때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쿠궁!
사내의 몸이 점차 바뀌어 간 것이다.
부풀어 올랐던 몸이 더 커지고, 피부색도 옅은 회색으로 바뀌었다.
크르르르―
사내의 입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나고, 손톱과 발톱이 날카로워졌다.
사내는 인간의 육체를 넘어선 다른 ‘무엇’인가로 변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네피림의 심장을 모두 다 먹은 사내의 모습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등에는 두 쌍의 팔이 더 돋아나 있었고, 몸의 크기 역시 배로 커진 상태였다.
산발한 머리카락 속에서 광기 어린 붉은 눈동자가 타오를 듯 빛나고 있었다.
그는 향로를 들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검은 액체까지 모두 마셨다.
그러고는 향로를 바닥에 내리치며 포효했다.
그어어어어어!
지축을 흔들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괴물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맙소사…….’
지크는 그 순간 괴물이 뿜어내는 기운을 이전에 느껴 본 적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봉인되어 있던 카르마 데이터 속에서 마주했던 초월적 존재.
‘식육(食肉)황제 아지타하카.’
향로는 아지타하카가 아직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 향로가 아지타하카의 식육 의식에 사용되었던 제기였다니.’
왜 그 안에 수많은 망혼들이 봉인되어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현상계의 종족은 물론 마족과 네피림까지 먹어 치웠던 아지타하카의 식육의 흔적이 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던 것이었다.
지크는 아지타하카가 식육의 의식을 통해 불러낸 것이 외부종의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가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외부종의 힘을 받아들여 그 이상의 존재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괴물이 되어 버린 아지타하카를 향해 제례를 올리던 무녀들이 무릎을 꿇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사들 역시 무릎을 꿇고 따라서 주문을 외웠다.
동시에 하늘 위에서 붉은 달이 떠올랐다.
우우우우웅!
붉은 달빛을 받은 대전이 사이한 기운으로 가득 차올랐다.
그 기운을 받은 병사들이 광기 어린 울음소리를 토해 내더니 그들 역시 점차 모습이 변화했다.
그르르륵―
병사 한 명, 한 명이 추악한 모습을 지닌 외부종으로 변화하는 것이었다.
갑주를 벗어던지고 외부종으로 변화한 병사들은 대전 한가운데 서 있는 아지타하카를 향해 기괴한 괴성을 내질렀다.
아지타하카는 외부종으로 변한 병사들을 향해 역시나 끔찍한 소리를 질러 댔다.
마치 지옥의 광경을 보는 듯했다.
지크는 이전에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본 기억이 있었다.
‘테이아 신전에 있던 수많은 외부종의 석상들.’
대전에 모여 아지타하카를 숭배하는 외부종의 모습들이 신전에 잠들어 있던 석상들과 겹쳐 보였다.
적월의 빛 속에서 인간을 벗어나 흉신이 된 아지타하카를 본 지크는 순간 라몬 지멘스를 떠올렸다.
‘저 끔찍한 참상이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된다.’
순간 지크의 눈앞이 바뀌었다.
치지지직―
과거의 기억 데이터가 사라지고 그를 바라보는 리치몬드와 베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주인님!”
“마스터!”
향로를 잡은 채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는 지크를 보며 심각한 얼굴로 걱정한 두 리치였다.
지크는 잠시 어지럼증을 느꼈다가 이내 다시 회복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용의 지혜를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낡은 향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이를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휙 던졌다.
츠츠츠츠―
그 안에 들어 있던 망혼들은 지크의 그림자 정령이 되었지만 외부종의 불길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 향로를 그냥 두기에는 위험하다 판단한 것이었다.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의식의 제례에 쓰였던 향로라서 그런지 흡수를 하니 아지타하카의 권능 일부가 개방되었다.
‘사실 그림자 왕의 권능을 가진 나한테 식육의 권능은 딱히 필요하지 않지만.’
지크는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기능이 있나 싶어서 개방된 식육의 권능을 일으켜 봤다.
식육의 권능을 개방하자마자 엄청난 허기가 몰려왔다.
동시에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 뜯어먹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콰드드득―
실제로 신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송곳니가 날카롭게 돋아나고, 손톱이 길어졌으며, 턱이 단단해지고 입이 찢어져 쩍 벌어졌다.
지크는 다급하게 권능을 거뒀다.
식육의 욕구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지크조차 제어하기 쉽지 않았다.
그때 지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이건?’
서쪽 저 멀리서 자신과 같은 식육의 권능을 지닌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지타하카의 권능을 가진 존재라면 다름 아닌 라몬 지멘스.
지크는 식육의 권능을 개방함으로써 라몬 지멘스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라몬 지멘스, 그곳에 숨어 있었구나.’
위치를 확정한 지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리치몬드와 베인에게 말했다.
“리치몬드, 베인. 놈들을 정찰하려던 계획은 철회한다. 나가서 정원을 비워 두고 주변을 경계해라. 이곳에 지멘스를 공격할 병력을 총집결시킬 것이다.”
리치몬드와 베인은 아까와는 달리 군림자의 기세로 명령을 내리는 지크의 목소리에 긴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크가 눈동자를 번뜩이며 말했다.
“지멘스와의 오랜 악연을 끝낼 때가 왔다. 이번 기회에 놈들을 모두 쓸어버린다.”
* * *
바라나온은 소국이었지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왕국이었다.
영토 곳곳에 오랜 신비를 간직한 채, 정체가 규명되지 않은 고대 유적지들이 숨겨져 있었다.
학자 중 누군가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신비를 수없이 품고 있는 바라나온 역시 대륙의 금지 중 하나로 지정해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풀이 자라지 않는 고성 터’는 그런 바라나온의 밝혀지지 않은 신비 중 하나였다.
그리고 현재 그곳을 지멘스의 특수 마법병단 소속 나이트 킬러들과 과거 제국 소속의 사냥개들이 몸을 숨긴 채 지키고 있었다.
황제가 죽은 후 제국 내에서 위치가 애매해진 사냥개 부대를 라몬 지멘스가 빼내서 자신의 사병 부대로 흡수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이트 킬러들과 사냥개들이 고성 터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라몬 지멘스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2차 세례가 이곳에서 치러질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특수 마법병단 소속 나이트 킬러들은 시야 확대 마법이 걸린 망원경을 쓴 채 주변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이트 킬러 중 한 명이 전방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철컥!
나이트 킬러가 움직임이 보인 곳을 향해 조준을 하고 마법 총을 겨누었다.
그는 숨을 죽이고 다시 움직임을 찾았다.
최신식 마법이 걸려 있는 망원경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마치 한낮처럼 주변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뭔가가 휙 움직였다.
타아앙―
개량된 마법 총에서 순식간에 탄환이 발사됐다.
툭!
탄환에 맞은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나이트 킬러가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니 대기하고 있던 사냥개들이 그쪽으로 이동하여 탄환에 맞은 것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들이 갈대를 헤치고 수상쩍은 무엇인가를 찾았다.
“뭐야.”
그런데 총탄에 맞은 것은 평범한 토끼였다.
사냥개들이 죽은 토끼를 들고 다시 돌아가려 할 때였다.
순간 그들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에 토끼가 있을 수 있나?’
이곳은 이름부터가 ‘풀이 자라지 않는 고성 터’였다.
터 앞쪽에 무성하게 나 있는 갈대밭을 제외하고는 앞쪽으로 동물은커녕 풀 한 포기조차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토끼가 나타났다는 게 이상했다.
그들이 경계신호를 보내려고 하는 찰나였다.
촤라라락!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이들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으으읍!”
회색 머리의 사내가 갈대숲에 이들을 눕힌 뒤 곧장 단검으로 가슴팍을 찔렀다.
그는 다름 아닌 바커스 드레이커였다.
바커스는 레드아이의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갈대숲을 지나 조심스럽게 고성 터 쪽으로 향했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이트 킬러는 사냥개들이 돌아오지 않자 이상함을 느꼈다.
‘뭐야, 설마 진짜 침입자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신호를 보내려고 했다.
텁!
그런데 그 순간. 나이트 킬러의 몸이 순식간에 흙바닥 아래로 쑥 꺼졌다.
아무런 소리도, 흔적도 없이 나이트 킬러가 사라져 버렸다.
곧 땅에 구멍이 생겨나고 그곳으로 보리스와 시온, 세리나, 아돌, 비스코, 마지막으로 에이런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리스가 첩보 부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에이런은 여기서 놈들의 동태를 살핀다. 비스코 환각을 준비해라. 놈들을 교란할 거다.”
첩보 부대를 앞세운 지크 드레이커 측의 선공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