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69
569화
쿠구구구구궁!
물기둥이 치솟을 만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마수들을 단숨에 처리하고 수로를 거슬러 올라간 첩보 단원들은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어느새 쥬피터 성의 하수도 처리 시설을 통과해 안으로 잠입한 것이었다.
잠수복을 해제한 첩보단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주변에 경계 병력이 없는지를 살폈다.
따로 명령이 없어도 익숙하게 움직이는 이들을 바라본 드미트리가 입을 쩍 벌리고서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구원의 기사는 도대체 무슨 조직을 만든 거냐.’
보리스가 하수처리장 뒤쪽에서 마력 신호를 잡은 뒤 수정구로 보안 통신을 시도했다.
그는 수정구에서 흘러나오는 신호를 듣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단원들에게 메시지 마법으로 한 번에 의사를 전달했다.
[상부에서 침투 명령이 승인됐다. 각자 위치로 이동한다.]그의 지시와 동시에 단원들이 곳곳으로 흩어졌다.
보리스는 단원들의 이동을 지켜보다가 드미트리를 불렀다.
“카스트로는 어디에 있나.”
드미트리는 정신을 차리고 보리스를 보며 말했다.
“아마 지금이라면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을 거다. 비밀 병기는 물론 돌격 역시 실패했으니 지금으로써는 성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최선이겠지.”
보리스는 드미트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시온, 아돌을 포함한 1조는 나를 따른다. 세리나와 에이런은 이곳을 지키고 퇴로를 확보한다.”
상황을 지켜보던 드미트리가 보리스에게 말했다.
“나도 따라가야 하나?”
그 말에 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 정도까지 신뢰가 쌓인 건 아니니 이번 임무가 끝나고 나면 고려해 보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보리스가 세리나에게 고갯짓을 했다.
금속을 다루는 능력을 지닌 세리나가 그 의미를 곧바로 이해하고는 드미트리의 팔에 금속 수갑을 만들어 채웠다.
순간 당황해 눈을 크게 뜨던 드미트리는 이내 포로 취급이 익숙한 듯 구석 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말했다.
“임무를 잘 완수하길 바라지. 내 목이 달려 있으니 말이야. 카스트로 놈이 흑마법사들과 함께 롬에서 네로 황제의 유산을 탈취해 온 것이 있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무슨 미친 무기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보리스는 드미트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원들에게 짧게 명령했다.
“이동한다.”
* * *
쾅!
카스트로가 집무실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책상을 내리쳤다.
그 주변에는 여기저기 깨진 술병들이 널려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이성을 잃은 카스트로가 충혈된 눈으로 책상 위에 있는 집기들을 마구 집어 던졌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서는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연합군 놈들…….”
네로 황제의 비밀 병기까지 꺼내 연합군을 압박했지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거기에 적왕과 드라큘 기사단 역시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통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성을 잃고 내보낸 용병단과 군단의 기수들은 단단하게 만들어진 방어벽에 막혀 제대로 돌진을 하기도 전에 역공을 맞고 오히려 희생자만 늘리고 말았다.
그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다시 앞에 있는 술병을 집어 들었다.
거칠게 술병을 따서 단숨에 들이켜고서는 손등으로 입을 슥 닦았다.
“후우, 후우.”
어떻게 해야 할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려는 그때 카스트로 뒤에 밀랍 인형 같은 흑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카스트로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성안의 분위기가 좋지 않소. 용병들 사이에서 불만들이 터져 나오면서 브레이커 용병단장이 군단장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오.”
거기에 카스트로가 흑마법사들을 이용해 용병들에게 마법을 걸어 광전사로 만들었다는 소문까지 도는 상황이었다.
자칫하다가는 용병들이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카스트로는 탁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천한 놈들이 감히! 용병단장이 군단장인 나와 대면을 하고 싶어 한다? 하! 돈 받고 맡은 바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미천한 놈들이…….”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카스트로가 사나운 기세를 일으켰다.
당장이라도 나가 용병단장의 목을 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성을 잃은 카스트로라 하더라도 그런 짓을 했다가는 쥬피터 성이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카스트로를 보며 흑마법사가 말했다.
“군단장께 할 말이 있소.”
흑마법사의 말에 카스트로가 숨을 몰아쉬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이냐.”
“이 상황을 단숨에 뒤집을 방법이 한 가지 있소.”
카스트로는 흑마법사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흑마법사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단숨에 뒤집을 방법이라니! 그게 무엇이냐!”
흑마법사가 카스트로를 보며 말했다.
“쥬피터 성으로 옮겨 온 네로 황제의 유산 중에서 봉인된 금단의 신비가 있는 것을 발견했소.”
카스트로는 흑마법사의 말에 눈동자가 커졌다.
“금단의 신비라, 그것이 무엇이냐!”
“나도 정확히는 모르오. 하지만 미친 황제가 봉인을 해 둔 것이라면 치명적으로 위험한 무엇인가라는 뜻이겠지.”
흑마법사의 말에 카스트로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가 다시 의자에 앉아 관자놀이를 짚고서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고는 흑마법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른다면 제어할 수 있는 것인지조차 모른다는 것 아닌가.”
“연합군 진영에 풀면 굳이 우리가 제어할 필요는 없지 않겠소.”
흑마법사의 말에 카스트로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어차피 지금에 와서는 딱히 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냥 이곳에 틀어박혀서 연합군이 무너지기를 기다리기에는 불만에 가득 찬 용병대가 마음에 걸렸다.
기사들을 시켜 용병대장의 목을 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랬다가는 성난 용병대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성에 불을 지르고 문을 활짝 열어 밖으로 나가거나 오히려 연합군 쪽에 붙을 수도 있었다.
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다가 이내 흑마법사에게 말했다.
“좋다. 금단의 신비인지 뭔지. 그걸로 연합군 놈들의 뒤를 치도록 하지.”
결정을 내린 카스트로는 흑마법사와 함께 쥬피터 성 지하로 내려갔다.
성의 지하 창고에는 각종 물자들을 비롯해 롬 황궁에서 가져온 네로 황제의 유산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특히나 황제의 유산 중에는 그가 심취했던 흑마법과 연관되어 있는 아티팩트도 많았는데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몰라 우선 보관만 해 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하 창고로 내려온 카스트로는 흑마법사와 함께 가장 안쪽에 따로 마련해 둔 네로 황제의 유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안에는 이미 다른 흑마법사들이 아티팩트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밀랍 같은 얼굴의 흑마법사가 카스트로와 안에 들어서서 다른 이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흑마법사들이 거대한 덩치의 괴인들을 부려 뭔가를 짊어지고 카스트로 앞으로 가져왔다.
쿵!
카스트로 앞에 놓인 것은 상당한 크기의 검은 궤짝이었다.
겉면에는 처음 보는 형태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졌다.
카스트로가 자신의 앞에 놓인 검은 궤짝을 보며 말했다.
“이게 황제가 남긴 금단의 신비라는 건가.”
그가 천천히 궤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흑마법사가 얼음처럼 차가운 손으로 카스트로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에는 굳이 가까이 다가갈 필요 없소.”
카스트로는 그제야 퍼뜩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전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었다. 그만큼 담긴 힘의 크기도 엄청날 터. 자칫 그 힘에 휩쓸릴 뻔했다.
그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흑마법사에게 말했다.
“이걸 연합군에 어떻게 가져갈 셈인가.”
“사자를 보내는 척하면서 상자를 함께 실어 연합군 진영 안으로 들여 보내시오. 장벽 안에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신비를 깨우게 되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니 그때 군단을 끌고 총공격을 하면 되지 않겠소.”
흑마법사의 말을 듣고 카스트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충분히 연합군의 진영을 뒤흔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성공한다면 용병대의 시선도 놈들에게 돌릴 수 있겠군. 내부로 향하는 불만을 무마할 수 있을 거다.’
카스트로가 흑마법사에게 말했다.
“사신을 준비하겠다. 시간이 없으니 되도록 빨리 진행하도록 하자고. 궤짝을 가지고 올라오도록.”
흑마법사들이 괴인들을 시켜 궤짝을 다시 들도록 했다.
카스트로는 흑마법사들과 함께 지하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올라간 그때였다.
스르르르륵―
단단하던 계단이 갑자기 모래처럼 변하더니 발목이 그 아래로 빠지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흑마법사들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고 마력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순간 마력의 흐름이 흐트러지며 그들이 준비한 마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크으윽!”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그때, 그림자 속에서 오러가 깃든 검이 쑥 튀어나와 흑마법사의 등 뒤를 찔렀다.
푸욱!
순식간에 흑마법사를 해치운 이는 다름 아닌 마검사 루터 젬벤이었다.
전생에서 메이지 슬레이어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루터 젬벤이 보리스가 준비한 비밀 병기였다.
루터는 한 손으로는 오러가 일어난 검을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력을 조정해 흑마법사들의 마법을 무력화시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흑마법사들이 당황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밀랍 같은 피부를 가진 흑마법사가 갑자기 입을 쩌억 벌렸다.
카아아아아!
그의 입에서 검은 벌레들이 쏟아져 나왔다.
파바바바바박!
검은 벌레들이 루터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시온이 나타나 염동력으로 방어막을 쳤다.
투두두두두두!
벌레들이 시온의 방어막에 막혀 움직이지 못했고, 시온은 방어막을 조정해 마치 이불로 감싸는 것처럼 몰려든 벌레들을 한 곳에 몰아넣었다.
그러고는 방어막을 오므려 벌레들을 투명한 공 안에 넣은 것처럼 감싸 쥐었다.
안에서 벌레들이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난리를 피웠지만, 시온의 염력을 뚫고 나오지는 못했다.
시온이 손을 꽉 쥐자 공의 크기가 확 줄어들어면서 벌레들을 짓이겨 버렸다.
투두두두둑!
완전히 으깨져 버린 벌레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시온이 벌레들을 막는 사이, 루터는 앞으로 튀어 나가 후방에 있던 흑마법사들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 버렸다.
볼품없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무서운 실력을 여실히 보여 주는 그였다.
촤아아아악!
그가 만든 칠절마경단류술에 흑마법사들은 제대로 대항도 못 해 보고 그대로 목이 잘려 나가 죽었다.
뒤에 있던 카스트로가 당황하며 옆에 있는 밀랍 피부를 가진 흑마법사에게 소리쳤다.
“어서! 어서 놈들을 막아라!”
하지만 루터의 칠절마경단류술 때문에 마력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사도 급인 그 역시 제대로 마법을 펼치기가 어려웠다.
결국 흑마법사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자신의 손바닥을 그었다.
검은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에 고였다.
그리고 잠시 후, 흑마법사가 만들어 낸 피 웅덩이가 일렁이더니 안쪽에서 뭔가가 스윽 기어 나왔다.
검은 뱀 같기도 하고 촉수 같기도 한 뭔가가 스르륵 움직이더니 궤짝을 들고 있는 괴인들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고는 귓구멍 속으로 긴 몸체가 쑥 들어가 버렸다.
곧 궤짝을 들고 있던 괴인 둘에게서 이상 반응이 일어났다.
크르르르르르―
괴인들의 몸이 크게 부풀면서 피부색이 짙은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갑자기 괴성을 내지른 괴인들이 들고 있던 궤짝을 내던지고 흑마법사를 공격하는 루터를 향해 달려갔다.
아돌이 바닥을 모래로 만들어 붙잡으려 했지만, 괴인들은 그러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계단 위로 몸을 날렸다.
크아아아아아!
추진력과 근력을 실은 주먹이 루터를 짓이기려 했다.
그때 뒤에 있던 시온이 괴인들을 향해 염력을 펼쳤다.
키이이이이잉―
시온이 초능력으로 괴인들의 움직임을 멈추는 데 성공했지만, 아주 잠깐일 뿐 곧 괴인들은 물리력으로 염력을 강제로 잡아 뜯었다.
콰드드드득―
루터는 곧장 뒤로 물러났지만, 염력에서 벗어난 괴인들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쾅!
계단 자체가 무너져 내리면서, 괴인들은 자신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들이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이번에는 모래로 된 수십 개의 손이 일어나 팔다리를 잡아끌어 모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카아아악!
괴인들은 몸을 흔들어 모래 늪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괴인들을 피하며 루터의 칠절마경단류술이 멈췄고, 그 덕에 흑마법사들은 겨우 마법을 쓸 수 있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태반의 마법사들이 죽어 버린 상태였다.
밑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카스트로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빌어먹을. 어떻게든 나만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그런데 그때였다.
“움직이면 죽는다.”
어느새 누군가가 단검으로 카스트로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보리스가 혼란한 틈을 타 그의 뒤를 잡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