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8
68화
드레이커 무투대회.
말 그대로 드레이커 가문에서 주최하는 무투대회를 뜻했다.
그렇다고 해서 드레이커 가문 소속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색 기사로 승급한 지 5년 이하의 젊은 기사들은 누구나 참가가 가능했다.
사실상 대륙을 이끌어 갈 차세대 루키들을 가리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크는 가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가주가 지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우승을 하겠다는 말이냐.”
“예.”
짧은 대답이었지만 아서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지크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구나. 대회 마지막 날 우승자 메달을 너에게 수여할 수 있기를 바라마.”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네 졸업 선물을 준비했다.”
그가 책상에서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열어 보거라.”
지크는 아서가 준비한 상자를 열었다.
안의 내용을 확인한 그의 눈이 커졌다.
‘이건……?’
상자에 들어 있는 건 금속으로 된 패와 문서였다.
지크는 금속 패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닌 영지에 대한 권리 패였기 때문이다.
지크가 놀라며 물었다.
“저에게 영지를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이번에 마수를 잡은 트로이 공국의 북쪽 영지를 내리기로 했다.”
‘졸업 선물로 영지라니.’
기사 작위를 받는다고 해도 영지를 얻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아무리 작은 영지라도 이를 가진 기사는 ‘영주’의 호칭을 쓸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귀족으로서의 작위를 갖게 된 것이었다.
아무리 드레이커 가문의 기사라도 상급 기사는 되어야 영지를 받을 수가 있다.
이제 갓 정식 기사가 된 지크에게 영지를 내렸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지크는 아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주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영지 관리에 대해서는 곧 관리인이 찾아갈 테니 자세한 내용은 그에게 듣도록 해라. 사실 전문 경영인들이 알아서 관리를 해 주니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된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가주님.”
지크는 마지막에 아서가 챙겨 준 동방 차까지 들고서야 가주 집무실을 나왔다.
‘설마 이 나이에 영주가 될 줄은 몰랐군.’
과연 드레이커는 드레이커였다.
조금 얼떨떨한 기분으로 여름성에서 나오는데 누군가가 지크에게 다가왔다.
“바쁜 제자 놈아.”
왠지 피곤해 보이는 듀크였다.
“스승님. 여기서 뭐 하십니까.”
그러자 듀크가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네놈 옆에서 편하게 쉬려고 아틀라스 왔다가 아서 놈에게 잡혀서 괜히 일만 하고 있다.”
“스승님은 은퇴하신 거 아닙니까.”
“기사로서만 은퇴했지 드레이커 쪽 직위는 살아 있어서 잡히고 말았다.”
“10년은 노셨으니 조금은 일해도 되잖습니까.”
“말하는 거 봐라. 누가 아서 아들 아니랄까 봐. 됐고 찰거머리들에게 잡히기 전에 빨리 집에 가자.”
듀크는 지크를 데리고 후다닥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부츠와 제복을 벗고 소파에 턱 하니 누웠다.
“후우, 이제 살 것 같네. 집이 최고다.”
“여긴 제집입니다만.”
“제자의 것이 스승의 것이기도 하다 이놈아.”
듀크는 사용인이 내온 독주를 들이켜며 말했다.
“그래서 아서 놈이 왜 부른 거냐. 졸업 축하 때문이라고 들었다만 정말 축하만 한다고 부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졸업 선물을 받았습니다.”
“졸업 선물? 하긴 그놈이 선물 이런 건 잘 챙기긴 하지. 가끔 보면 기사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린다니까.”
듀크가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며 물었다.
“그래서 뭐 주더냐. 보통은 검이나 갑옷 이런 걸 주는데 말이다.”
“영지를 받았습니다.”
“그래, 영지도 좋…… 뭐? 뭘 받아?”
“트로이 공국 북쪽의 영지를 받았습니다.”
듀크는 너무 놀라서 술잔에 술이 흘러넘치는 것도 몰랐다.
그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허, 네 나이에 벌써 영지를 받다니. 아서가 여간 기쁜 게 아닌 모양이었나 보다. 거기에 트로이 공국이라면 북쪽이라 해도 세수가 나쁘지 않을 텐데.”
“이번 임무를 수행한 지역이었는데 마을 주민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고 분위기도 평화로웠습니다.”
“뭐, 잘된 거 아니겠냐. 그냥 기사 작위만 있는 것과 영주가 된 건 차원이 다르니까 말이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선물을 더 받았다고?”
“아니요. 임무라고 해야 할까. 드레이커 무투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을 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크의 말을 들은 듀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드레이커 무투대회라.”
듀크가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자 지크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무투대회가 그 정도로 수준이 높습니까?”
그러자 듀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지크 네 실력만 놓고 본다면 우승은 어렵지 않을 거다.”
“그런데 어째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실력만 두고 겨루는 거라면 전혀 문제없겠지.”
듀크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드레이커 무투대회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느냐 지크.”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라 들은 게 다입니다. 요람에서 아카데미, 발할라까지 진학과 학업에 열중하다 보니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잘 모를 수도 있겠구나. 지크, 드레이커 무투대회는 단순한 무투대회가 아니다.”
“무투대회가 무투대회가 아니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듀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곳은 무투대회의 탈을 쓴 가문들의 전쟁터다.”
지크는 듀크의 말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투대회에 비리가 있다는 겁니까?”
“비리라는 개념 자체가 통용되지 않는다. 동원될 수 있는 모든 힘이 허용된다. 그런 것까지도 포함해서 우승자를 가리는 거다.”
“맙소사.”
지크는 드레이커 무투대회의 정체를 알고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그냥 어떻게든 다 이겨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듀크가 저런 표정을 지을 정도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닌 듯싶었다.
‘가주가 그냥 시킨 게 아니었군.’
그때 듀크가 지크에게 말했다.
“지크,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후원 가문이 없으면 솔직히 무투대회에서 제대로 버티기가 어렵다.”
후원 가문 이야기가 나오자 지크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드레이커 내에서 후원 가문 없이 이런 성과를 낸 것도 사실 말이 되지 않았다.
지크가 듀크에게 물었다.
“스승님의 인맥만으로는 안 되는 겁니까.”
듀크가 고개를 내저었다.
“실무적인 건 어떻게든 한다 쳐도 무투대회의 정치적인 부분은 나로서는 무리다. 일단 내가 오랫동안 가문에서 떠나 있기도 했고 말이다.”
어떻게든 후원 가문이 있기는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듀크 역시 평민 출신으로 시작해서 흑색 기사로 승급해 드레이커의 흙수저 신화를 이룬 사람이었기에 후원 가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외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자 지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런 부분은 내가 영 약한데 말이야.’
전생에서 구르고 싸우는 건 물리도록 했지만, 정치질과는 인연이 없었다.
듀크가 술을 쭉 들이켜면서 말했다.
“나도 아는 가문들을 좀 찾아볼 테니까 일단 한번 보자. 아직 무투대회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단 방에 들어가서 잠시 쉬다가 다시 수련을 가려 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간 그때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다.
“데커?”
시종인 데커가 지크에게 다가왔다.
“도련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데커가 찾아와 심각한 표정을 짓자 지크는 당황했지만 우선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 무슨 일이야.”
“아까 듀크 님과 나누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드레이커 무투대회에 나가게 되셨다고 말입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근데 스승님 말로는 후원 가문이 없으면 힘들다고 하더군.”
지크의 말에 데커가 잠시 고민한 후에 지크에게 말했다.
“도련님. 이걸 봐 주십시오.”
데커가 갑자기 검을 뽑아 들었다.
우우웅!
그의 검에서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지크는 데커가 청색 기사급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짐짓 모른 척을 했다.
“데, 데커. 청색 기사였어?”
그러자 데커가 말했다.
“이미 눈치 채고 계신 거 알고 있습니다.”
데커의 말에 지크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눈치는 빨라 가지고.’
데커가 지크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청색 기사임을 알고 계셨음에도 의심하지 않고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련님.”
데커의 말에 지크는 살짝 찔렸다.
혹시나 다른 쪽 직계 형제들이 보낸 첩자가 아닌가 살짝 의심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드레이커의 소속 기사였습니다.”
‘역시. 그냥 평범한 시종은 아니었군.’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야, 데커.”
“도련님의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함입니다.”
데커의 말에 지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머니라.’
지크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가 태어나자마자 죽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는 유모의 손에서 자랐고 일곱 살에는 곧바로 요람에 들어가 다른 드레이커의 혈족들과 훈련을 받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그런 지크에게 어머니의 기억이 있을 리 만무했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처음이군. 어렸을 때 유모에게 아무리 칭얼대도 소용없었거든. 그 외에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그러자 데커가 말했다.
“저는 마님을 지키던 호위 기사였습니다.”
“어머니의 호위 기사였다고?”
“예. 드레이커의 상급기사가 된 뒤 받은 임무였습니다.”
지크는 데커가 드레이커의 상급 기사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보통 실력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상급 기사의 직위까지 받은 줄은 몰랐었다.
데커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드레이커 내에서 마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가.”
“마님의 가문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가문? 어머니는 평민이 아니었던가.”
데커가 고개를 저었다.
“마님의 가문은…… 한때 드레이커 의 혈맹 중 가장 큰 세력을 지닌 곳이었습니다. 지금의 투른이나 지멘스보다 더 말입니다.”
그 말에 지크가 놀랐다.
“근데 왜 지금은 아무도 기억을 못 하는 거지. 아니, 그보다 누구도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건. 그 가문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뭐? 안 좋은 소문? 겨우 그딴 걸로?”
지크는 어이가 없었다.
겨우 안 좋은 소문 하나로 그런 거대한 가문이 지워졌다시피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데커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두려워했던 겁니다. 저주받은 가문이라 하며 기피했으니 말입니다.”
“저주라고?”
저주라는 건 확실히 존재했다.
남부에서 마주친 스콜피온 클랜만 해도 저주 마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죽이거나 괴롭힌다.
그런데 데커가 말하는 저주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저주길래 그런 거야.”
“가문의 아이들이 죽었습니다.”
“아이들이?”
데커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임신을 한 여자들은 사산아를 낳고, 태어난 아이들도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죽었습니다.”
“한 명도 예외 없이 말인가?”
“단 한 분, 도련님의 어머니이신 마님께서만 살아서 성장하셨습니다.”
지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주 때문에 두려워했다라…… 하긴 북쪽에 있을 때는 더했지. 그쪽 사람들은 미신에 유독 약하니까 말이야.’
흑마법사의 마법보다 이런 미신이 때로는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의아함으로 시작했다가 이상한 일들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의문은 시간이 지나면 두려움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지크가 데커를 보며 말했다.
“데커, 설마 그 저주받은 가문을 내 후원 가문으로 삼으라는 말이야?”
데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그곳은 중부지역 최고의 가문이었습니다. 거기에 도련님은 그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계십니다.”
“흐음.”
드레이커의 혈맹 가문 중 가장 막강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곳.
후원 가문의 명분만 가져가면 되는지크로서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지크가 데커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머니 가문의 이름이 뭔데.”
데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가문의 이름은.”
그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멤논 가(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