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20
0119 맞을꼬야?(2)
“우아아아아앙! 부리야!”
화르륵, 타오르는 불꽃에 소은이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역시 캠핑에서는 불놀이지.
장작을 활활 불태우며 타오르는 불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꽤나 볼만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어느덧 깔린 어둠속에서 불꽃의 빛이 주변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짜잔! 삼겹살!”
“꼬기이!”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은이는 내가 삼겹살이 담긴 팩을 들어올리니 만세를 하며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그릴에 고기를 올렸다. 치이익- 소리가 나며 고소한 고기 냄새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니들만 묵나! 내도 도!”
당연히 식탐이 강한 라쿤들이 가장 먼저 탐욕을 비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줄 생각은 없었기에, 준비해둔 먹이를 녀석들에게 내어줬다.
“압빠, 얘눈 모 머거?”
“맞을꼬야?”
동물들에게 먹이를 챙겨주고 있으니, 소은이가 쪼르르 다가와 하늘다람쥐를 내밀었다. 녀석은 또 다시 도토리를 던질 것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견과류 주면 잘 먹을 거야. 소은이가 줘볼래?”
“웅!”
언제나 들고 다니는 견과류가 담긴 통을 꺼내주니 소은이가 곧바로 견과류를 한 움큼 집어들었다.
“마니머거!”
소은이는 한 손으로는 하늘다람쥐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견과류를 녀석에게 내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하늘다람쥐는 소중하게 쥐고 있던 도토리를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우아! 도도도독!”
도토리를 내려놓은 하늘다람쥐는 그대로 아몬드를 오도독 까먹기 시작했다. 약간의 겉껍질을 벗겨내더니 알맹이만 쏙쏙 갉아먹는 것이었다.
소은이는 그 모습이 신기한지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고 있었다.
“소은아. 너도 먹어야지.”
“아아!”
결국, 누나가 소은이의 곁에서 삼겹살을 한 조각씩 입에 넣어줄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오물오물 삼겹살을 씹으며, 마찬가지로 열심히 견과류를 씹어대는 하늘다람쥐를 구경한 소은이였다.
“히히. 배불러!”
삼겹살을 배부르게 받아 먹은 소은이는, 자기와 마찬가지로 배를 볼록하게 부풀리고 있는 하늘다람쥐를 쓰다듬었다.
“뀨륵!”
소은이의 손길이 좋다는 듯이 몸을 흔든 하늘다람쥐는 소은이 손바닥 위에 발라당 뒤접어졌다. 마치 배도 쓰다듬어달라는 듯한 그 행동에, 소은이는 자그마한 그 손으로 녀석을 열심히 쓰다듬어주었다.
“오, 도토리가 여 있노. 이거 맛있는디, 함 무보까?”
그런데 소은이 손바닥에서 쓰다듬을 받으며 행복해하던 하늘다람쥐는 곁에서 들리는 대포동의 목소리에 파라락, 움직였다.
순식간에 날개를 펼치듯이 익막을 펼친 녀석은 그대로 바닥을 향해 하강했다. 마치 윙슈트를 입은 사람이 절벽에서 점프하여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바닥으로 착륙한 녀석은, 라쿤이 탐내고 있는 도토리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소은이가 주는 것들을 먹는다고 흘렸던 것인데, 그걸 찾으러 가는 것이었다.
“으엉? 뭐고.”
도토리를 보고, 그것을 주우려던 대포동은 분명 눈을 감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있던 도토리가 사라진 것에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도토리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문제라면, 콧잔등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겠지.
“때릴꼬야!”
“으악!”
도토리의 뾰족한 부분으로 콧잔등을 내려찍히게 된 대포동은 그 부위를 감싸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물론, 남캣에게 맞고도 버티는 녀석이었으니 아픔 보다는 놀람이 원인이었다.
“갠짜나?”
“와따, 마. 놀래라!”
소은이는 하늘다람쥐에게 도토리찍기를 당해버린 대포동의 콧잔등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대포동을 달래준 소은이는 그대로 하늘다람쥐의 도토리를 압수했다.
“그러문 안댕! 칭구 때리면 안 댄대써!”
“내 도토리이잇!”
도토리를 압수한 소은이는 제 손바닥 위에서 콩콩 뛰는 하늘다람쥐를 훈계했다. 이제 다섯살인 아이가 그렇게 훈계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내가 잘못했어잉…….”
심지어, 하늘다람쥐에게 그 훈계가 통했다.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온 몸으로 설명하는 소은이였기 때문에 하늘다람쥐도 알아들은 듯했다.
시무룩하게 몸을 웅크린 하늘다람쥐는, 이내 소은이가 몸짓으로 알려준 것을 행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잉.”
소은이의 손바닥에서 내려온 하늘다람쥐는 그대로 대포동에게 다가가, 녀석의 콧잔등을 쓰다듬었다.
미안함을 표시하는 그 모습에, 대포동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다기 보다는 놀란 것이 전부인데다, 툭하면 남캣에게 치이는 삶을 살아오는 녀석이다보니 갑자기 한 대 맞는 것 정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녀석이었다.
“뭐, 괘안타.”
“그래도 또 가져가면, 또 맞을꼬야.”
“…….”
대포동은 소중하다는 듯이 도토리를 끌어안은 하늘다람쥐의 모습에 순간 할 말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둘의 대화를 모르는 소은이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둘을 끌어안았다.
잠시동안 녀석들을 끌어안고 있던 소은이는 슬슬 더웠던 건지, 녀석들을 풀어주었다.
대포동은 바닥에 몸을 깔고 널부러져 휴식을 취했고, 하늘다람쥐는 소은이의 옷자락을 타고 올라가 소은이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선, 소은이를 의자에 앉혔다.
“소은이가 먹고 싶어했던, 마시멜로 구워먹자.”
“와앙!”
소은이는 의자에서 만세를 하고 발을 휘휘 흔들며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미리 준비해둔 꼬챙이에 마시멜로를 끼워 불에 살짝 구운 다음 소은이에게 건내주었다.
“다라!”
당연히 달달한 마시멜로를 받은 소은이는 그 마시멜로를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조심스레 한 입 먹더니, 입맛에 맛았는지 눈 깜빡하는 사이에 호로록 먹어버린 것이었다.
소은이가 무척 좋아하는 모습에 마시멜로를 몇 개 더 구워주니, 마시멜로는 꼬챙이에 있었다는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맛있어?”
“웅! 쪼코만큼 조아!”
“그러면 다음에 또 와서 먹을까?”
“웅웅웅!”
“응갹!”
소은이는 마시멜로가 엄청 맛있던 건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강하게 긍정을 표시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머리 위에 있던 하늘다람쥐가 의도치 않은 비행을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중에 유치원 가면, 그 잼민이인지 하는 친구한테 자랑해야 돼. 어어어어어어어어어엄처어어어어어엉 맛있는 마시멜로 먹고, 더 대단한 캠핑하고 왔다고.”
“웅! 재미니눈 이제 나 못 놀리는 거야! 나도 이제 캠뿌 아라!”
“그렇지. 잼민이라는 친구가 한 것 보다 더 대단한 캠뿌를 한 거야.”
“으이그…….”
나는 황당해하는 누나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소은이에게 따봉을 날렸다. 자랑질 하는 놈의 입을 다물게하는 건, 더 대단한 것으로 자랑질을 해주는 것이었다.
“후아아암!”
낮에는 산에서 동물들과 뛰놀았으며, 삼겹살을 먹고 마시멜로로 후식까지 먹은 소은이는 슬슬 잠이 오는지 크게 하품을 했다.
체력도 빼고 배도 부른데다 불이 붙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열을 내뿜는 장작으로 인해 따듯하기까지 하니 잠이 솔솔 쏟아지는 것이었다.
고개를 꾸벅꾸벅 까딱이니, 머리 위에 있던 하늘다람쥐는 소은이의 상의에 달린 주머니로 쏙- 들어가버렸다.
“들어가서 잘까?”
“웅…….”
누나는 곧바로 소은이를 데리고 텐트로 들어가, 미리 만들어두었던 잠자리에 소은이를 눕혀주었다.
“애기, 잘 자라는 거샤.”
소은이는 잠자리에 눕혀져, 한쪽 팔을 들어올리며 한쪽 발바닥을 반대편 종아리에 갖다대었다. 나와 소은이의 시그니처 수면자세를 취한 소은이의 근처로 토끼즈가 모여들어 생체 핫팩 기능을 작동했다.
“히…….”
따듯한 온기가 주변에서 느껴지니, 소은이는 잠결에 히죽 웃으며 고롱고롱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소은이가 잠든 모습을 확인한 누나는 맥주 두 캔을 가져왔다.
칙, 소리를 내며 캔을 딴 우리는 그대로 캔을 부딪히고서 입을 적셨다.
“이렇게 오니까 좋긴 하네. 사람들이 왜 캠핑을 다니는 건지 알겠어.”
“앞으로 가끔씩 나올까?”
“그러자. 힐링도 되고 좋네. 예상치 못한 동행이 하나 더 늘긴 했지만…….”
내 말에 누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그 웃음은 살짝 굳어지며 어색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혹시, 캠핑 나올 때마다 동물들을 하나씩 데려오는 건 아니겠지?”
“……그, 그럴 리가.”
“소은이라면 가능성 있지 않을까?”
누나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괜히 갈증을 느끼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따가운 탄산의 느낌이 있었지만, 그 탄산이 괜한 걱정을 지워주는 느낌이라 싫지는 않았다.
“우리도 이제 슬슬 자자.”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장작이 사그라들어 숯이 되고 완전히 꺼지는 모습을 바라본 우리는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소리와, 소은이가 내는 고롱고롱 숨소리는 천연 자장가 같았다. 우리는 금세 잠에 빠져들었고, 눈을 뜨니 아침 햇살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수환아. 새벽에 멧돼지 왔던 거 같은데……. 아니겠지?”
“멧돼지? 몰라. 중간에 안 깨서 모르겠네. 멧돼지 소리라도 들었어?”
“어……. 뭔가 조금 다르긴 했는데, 멧돼지 소리 같기는 했어.”
누나의 말에 텐트 주변을 바라보니, 전날 밤과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야외니까 저 멀리서 들린 게 가깝게 느껴진 거겠지.”
“그런가?”
“그래. 아무리 멧돼지라지만 사람이 이렇게 있는데, 가까이 오겠어?”
누나는 내 말에 안심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소은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 모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청호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쥔님. 멧돼지라면 어젯밤에 쫓아냈슴다만?”
“……뭐?”
“근처로 와서 여길 들어오려고 하길래, 저 멀리 쫓아낸 다음 조져놨슴다.”
“어……. 자, 잘했네.”
나는 청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녀석에게 개껌 하나를 물려주었다.
누나가 들었던 게 잘못된 건 아니었네. 그래도 괜히 누나를 불안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응? 청호한테 개껌 줬네?”
“어. 밤에 경비……를 섰다고 하더라. 그래서 줬어.”
“청호가 고생했네. 고마워.”
“고마어!”
딱히 거짓말 한 것은 없었으니 찔릴 것 하나 없었다.
“누나. 아침 먹고 조금 일찍 돌아갈까?”
“그러자. 여기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샤워 시설이 별로야. 집에 가서 씻는 걸로 하지 뭐.”
점심 즈음에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조금 빠르게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절대로 멧돼지가 복수를 위해 다시 찾아올까 걱정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소은이가 멧돼지도 마음에 들어해서 데려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