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8
0017 애교 훈련(1)
영상을 편집해 업로드한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영상의 조회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나, 남캣이 숙련된 조교로 변해 다른 동물들에게 배변훈련을 시키는 영상은 어마어마한 조회수 상승이 있었다.
내가 본 게 현실이 아닌 것 같다며 영상을 다시 보는 사람들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남캣이 다른 동물들을 때려눕히는 영상보다 조회수나 댓글의 수가 많았다.
게다가 동물들의 말을 가볍게 번역해서 자막으로 달아두기까지 했으니, 사람들은 이게 진짜냐며 댓글을 달고 있었다.
[자막 진짜 동물들이 한 말인가요?] [어떻게 고양이 이름이 쌍둥鸚빱빱빱? [남캣 짬타이거 출신인가요?] [치킨이 처맞는거 불쌍하네] [짜몽 짧은 다리로 자세 잡는데 부들거리는 거 ㅈㄴ 웃기네 ㅋㅋㅋㅋ] [남캣 츄르에 매수된 거였어? ㅋㅋㅋ]영상에는 수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모국어인 한국어부터 시작해서, 영어, 일본어는 물론이고 어느 나라 언어인지 모를 언어들도 달리고 있었다.
나는 ‘자막은 전부 동물들의 말을 통역해서 달아두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고 고정해두었다.
덕분에 그 댓글에 진짜였냐며 어마어마한 댓글이 추가로 달리고 있었다.
미리 뮤튜브 알림을 꺼두지 않았다면 뮤튜브 알림 때문에 배터리가 싹 다 소모되지 않았을까 생각 될 정도로 많은 댓글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늘어난 것은 조회수와 댓글 뿐만이 아니었다.
[구독자 9.3만명]며칠 전, 장미 아줌마가 기사를 올린 것과 동시에 찍었던 구독자가 3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9만 넘게 폭증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구독자가 폭증할 수 있던 것은 남캣이 진행한 배변훈련 덕분이었다.
영상을 본 몇몇 사람들이 영상을 퍼가고, 소위 말하는 움짤로 만들어 각종 커뮤니티에 퍼날랐기 때문이다.
[요즘 갓댕이 수준] [갓댕이 위에 갓냥이가 있는 이유.ytb] [화장실에서 부들대는 엉덩이 ㅗㅜㅑ]갓댕이, 갓냥이 찬양을 하며 변기에 배변훈련을 진행하는 동물들의 클립이 퍼져나간 것이었다.
특히 웰시코기인 짜몽이가 자세를 잡으며 부들대던 모습이 낚시성 제목으로 퍼진 게 폭풍성장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려 해당 게시글을 보고, 내 채널로 넘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러라고 올린 거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그 제목 낚시 게시글은 내가 올린 글이었다.
어그로를 끌기엔 제목 낚시만한 것이 없었다.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아니, 제목 낚시는 아니지. 화장실에서 짜몽이 엉덩이가 부들거리긴 했잖아.’
생각해보니 어그로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채널이 급 성장한 나는 뮤튜브 광고 수익을 확인했다.
[추정 수익 : US$2,146.2]“흐, 흐흐.”
수익을 확인한 나는 나도 모르게 헤픈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달러 환율을 대충 1200원이라 계산했을 때, 약 257만원 가량의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뭐, 환전 수수료라던가 각종 세금을 뗀다면 더 작아지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큰 금액이었다.
게다가, 뮤튜브 광고 수익을 받기 시작한지 이제 1주일 가량 되었을 뿐이니 정산을 받을 때가 되면 그 금액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대출의 이자만 달에 몇백만 원이 나오는 현재의 내게는 단비와도 같은 금액이었다.
‘이대로만 가도 거의 월 천만 원은 나온다는 거지? 장난아니네.’
나는 사람들이 왜 뮤튜브로 성공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수입이면 뮤튜버를 꿈꿀 수밖에 없지. 물론, 내가 비슷한 구독자 대비 몇 배 높은 조회수 덕분에 수입 역시 몇 배 많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수입을 확인한 나는 더 많은 영상, 더 많은 조회수를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남들은 보여주기 힘든 유니크한 영상을 올릴 수 있는 내게, 더 많은 영상은 곧 더 많은 돈이었다.
“누나아아아!”
곧바로 누나에게 달려갔다. 내가 단순하게 혼자 찍는 것 보다, 누나가 찍어주는 영상이 조금 더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내 외모가 한 몫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나는 현실 파악이 빠른 편이었다. 나쁜 영향을 주진 않아도, 딱히 좋은 영향을 주지도 않았을 것이 뻔했다.
“왜!”
내 외침에 들려오는 답은 마당에서 들려왔다. 나는 곧바로 2층에서 1층으로 계단을 몇 개씩 뛰어내려가며 마당으로 향했다.
마당 있는 집이 꿈이었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닌듯, 누나는 마당에서 짜몽이와 마루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엄청 넓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강아지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보니, 누나는 두 개의 공을 이리저리 던지며 두 녀석들과 노는 것이었다.
“나 촬영할까 하는데, 누나가 좀 찍어줘.”
“내가?”
“응. 누나가 제법 잘 찍더라고. 아니, 이참에 나 촬영할 때 누나가 카메라 맡아줄래?”
내 말에 누나는 조금 고민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고싶긴 한데……. 카페 완공 되면 카페도 운영해야 하잖아.”
“뭐 어때? 웬만해서는 삼 층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할텐데. 그럴 때는 영지한테 맡기면 되지. 영지도 애가 좀 순박해서 그렇지, 바보는 아니잖아. 수능 봤을 때 제일 낮은 게 3등급인 애가 어떻게 바보야. 제일 높은 게 4등급인 난 멍청이게?”
“으음……. 그럼 그렇게 할까……?”
나는 누나에게 잘 생각했다며 내 휴대폰을 넘겼다.
‘그러고보니 휴대폰이 아니라 액션캠 같은 카메라도 사야겠네.’
매번 내 휴대폰으로 촬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나는 카메라를 주문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니, 이렇게 된 거 촬영과 편집에 필요한 장비들을 모조리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생각보다 건축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약간의 여유 자금이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뭐 찍으려고 하는 거야?”
“훈련시키는 거를 좀 찍으려고. 애교 같은 거 있잖아. 카페를 열어도 단순히 동물들을 보기만 하는 건 재미 없지 않겠어?”
애교도 부리고 재롱도 떨어야 재밌지- 하는 내 말에 누나는 격하게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확실히, 그냥 보기만 할 거면 차라리 동물원을 가는게 낫긴 하겠지.”
“그러니까 애교를 좀 확실히 가르쳐 놔야지. 간식달라고 찡찡거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거야. 그럼 손님들한테 들러붙겠지? 손님들은 얘들 줄 간식을 사겠지? 우린 사룟값 아끼겠지? 결국 우리는 돈을 벌게 되는 거야!”
“…….”
누나는 왠지 몰라도, 나를 조금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니 이게 어때서! 신에겐 아직 수십억의 빚이 있습니다! 뭐, 뮤튜브 성장세만 봐도 금방 갚기는 할 것 같지만…….
“일단 한 번 가르쳐봐.”
누나는 어디 한 번 해보라며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띠링- 소리가 나는 것이 벌써부터 촬영을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지금 곁에 있는 동물들이라고는 누나가 데리고 놀던 짜몽이와 마루 밖에 없었다. 나머지 녀석들은 집안 곳곳에서 퍼질러 자거나, 자기들끼리 뒤엉키며 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 녀석들을 마당으로 불러내기로 결정했다.
“우리집 짐승들 전부 집합!”
집 안으로 머리만 쏙- 밀어 넣은 나는 그대로 우렁차게 외쳤다.
주변으로 가까운 주택이 백 몇십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것이었기에 소리를 질러도 상관이 없었다. 옆에서 카페 건물을 올린다고 우당쾅쾅 소리가 나기도 하는 중이었고.
아무튼, 그렇게 내 외침이 집 안으로 울려퍼지자, 우리집 짐승 녀석들이 빠르게 마당으로 몰려들었다.
‘말 한 번 잘 듣는다니까?’
무슨 일이냐며 물으면서도 곧바로 내 곁에 몰려든 녀석들을 보며,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환아. 김나태 안왔는데……?”
“……아.”
근데, 보니까 한 녀석이 빠져 있었다.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름을 너무 알맞게 지은 건지는 몰라도 나태하기 그지 없는 녀석인 김나태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이 어디 있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얌마. 멀리 있어서 듣지 못한 것도 아니고, 소파에서 누워 있으면서 안 오는 건 뭐야.”
나태 녀석은 소파의 쿠션과 쿠션 사이 틈에 몸을 밀착하고서 멀뚱멀뚱 눈만 꿈뻑이고 있었다.
“귀찮은데요오오…….”
이 놈 진짜 나태하기 짝이 없다니까.
하지만 지금 훈련에서 열외란 없다. 나는 일어날 생각이 없는 녀석을 들어올려, 마당으로 나갔다.
“으어어어…….”
마당에 내려주니, 나태는 잠깐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졌다. 어디가 아픈가- 싶다가도 꼬리를 한 번씩 살랑이는 걸로 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냥 움직이기 귀찮아서 바로 널부러진 거다, 이거.
“하……. 이름이 문젠가?”
“진짜 이름값 잘 하네…….”
“아, 몰라. 일단 훈련부터 하자. 너희들, 일렬로 쫙 서봐. 그렇지.”
내 말에, 동물들이 내 앞으로 두어걸음 떨어진 곳에 일렬로 주르륵 늘어섰다. 김나태도 의외로 움직였지만 자리를 잡자마자 드러누웠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애교 훈련이었다.
나는 큼큼- 헛기침을 하며 약간 분위기를 잡으며 말투를 바꿨다. 남캣이 다른 녀석들에게 배변훈련을 시킬 때와 비슷한 말투로.
“첫 타자는 숙련된 조교, 남캣이다!”
내 말에 남캣이 곧바로 도도한 발걸음으로 내 곁에 다가왔다.
내가 뭔가를 시키면 그에 걸맞는 보상, 간식이 뒤따른다는 것을 학습한 녀석은 내 지시에 불평하는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 너희들이 배울 것은 애교다. 사람들에게 재롱을 부리고, 그것을 통해 간식을 얻어내는 생산적인 행동이지.”
“오오! 간식!”
“그래. 너희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얻는 일이다! 너희들이 여기 처음 온 날, 내가 말해 준 걸 기억하나? 저 옆에 카페를 짓는데, 너희들은 거기에 있을 거라고. 밤에는 집으로 오겠지만.”
“네!”
녀석들은 잊지 않았다는 듯이 힘차게 대답했다.
“카페라는 건 인간들이 간식을 먹는 곳이다. 거기서 너희들은 인간들과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 혹시, 나는 인간들이 무섭다거나 싫다- 하는 짐승, 있나?”
카페라는 것을 설명하던 도중, 나는 동물들이 사람들과 뒤섞여서 지낼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 더 먼저라는 것이 떠올랐다.
내 돈벌이가 달렸다지만, 그렇다고 이제는 가족이 된 녀석들에게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녀석은 한 마리도 없었다.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데려온 아이들이니만큼 좋지 못한 사연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강아지보다 친해지기 힘들다는 고양이들 역시도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지, 거부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버려진 이유야 어찌 됐든, 사람들의 손에서 자라왔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강아지 녀석들은 오히려 많은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다는 것이 더 좋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마루와 짜몽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골든 리트리버, 웰시코기 답게 무척이나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람! 사람! 좋아!”
“언제 그 카페라는 곳에 갈 수 있어요? 빨리 가고 싶다!”
그렇게 기쁠까. 두 녀석은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기쁨을 표시하고 있었다.
자리를 맞춰서 서있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마당을 몇 바퀴는 돌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는 그런 마루와 짜몽이를 진정시키고서, 곧바로 애교 훈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