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7
0016 숙련된 조교
일곱 마리의 동물들에게 저마다의 이름을 지어준 영지는, 자신이 지어준 이름을 받은 동물들이 좋다며 다시금 동물들과 마당을 뒹굴었다.
덕분에 영지의 옷과 머리카락은 흙먼지와 잔디, 동물 털로 더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휴……. 언니가 옷 줄테니까 씻어. 그러고 집에 가면 이모한테 엄청 혼날 거야. 아니, 택시도 너 안 태워줄 걸?”
“네엥!”
누나는 영지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며 남캣이를 만났는지 영지가 남캣이를 부르며 손을 붕붕 흔드는 것이 보였다.
남캣이 역시 영지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지, 앞발 하나를 흔들어주었다. 내가 가르친 인사법이었다.
“꺄아아악!”
덕분에 영지가 좋아 죽으려 했지만, 씻어야 한다며 누나에게 목덜미를 잡혀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여전히 마당에 있는 일곱 마리의 동물들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바닥에 누워 꼬리만 한 번씩 흔들며 살아 있음을 알리는 나태. 내 주변에서 헥헥거리며 숨쉬고 있는 마루. 화단처럼 되어 있는 곳에서 나비를 쫓는 세 마리의 고양이들과 짜몽.
그리고, 마당 구석에서 영역 표시를 하려는 듯이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술빵이.
“머, 멈춰!”
술빵의 모습을 발견한 나는 다급히 손을 내뻗으며 외쳤다. 멈춰!
그런데 한 때 인터넷 밈으로도 유명했던 ‘멈춰’의 효과는 역시나, 대단했다.
나비를 쫓던 세 마리의 고양이들과 짜몽이가 순식간에 움직임을 멈춘 것이었다.
특히 활발하게 달리던 짜몽이는 제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긴 했지만, 어떻게든 멈출 정도였다.
당연히 내 목표였던 술빵 역시 다리를 든 자세를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휴…….”
술빵이의 들어올려진 다리 앞에 있는, 마당을 장식하는 전등을 보며 나는 안도했다.
“술빵. 너, 이리콤. 아니다. 너희 전부 이리와.”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하자 술빵은 내게 쪼로록 달려왔다. 이후, 짜몽이와 고양이들이 달려왔고, 나태는 이름값을 하겠다는 건지 느긋하게 일어나 느긋하게 걸어왔다.
“너희들. 앞으로 오줌싸는 영역표시는 금지야.”
“에엑-!”
내 말에 술빵이가 믿기 힘들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 역시 티는 내지 않아도, 약간은 내키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동물들의 소변 냄새는 제 때 치워주지 않으면 지독한 냄새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여긴 너희들이 살 집이야. 영역표시를 하지 않아도, 다 같이 사는 집이라는 거지. 너희들은 그 냄새로 영역을 구분하겠지만, 나 같은 인간들은 그 냄새를 좋아하지 않아.”
나는 동물들에게 조목조목, 집 안에서 영역표시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같이 살기 위한 배려라는 것 부터 시작해서 녀석들을 설득한 것이었다. 이미 남캣을 설득한 전적이 있었기에, 녀석들도 나름대로 수긍하게 됐다.
마루나 나태, 짜몽이는 암컷이기도 했거니와 나태와 짜몽이의 경우에는 중성화까지 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니 큰 반발이 없었다.
수컷에 중성화도 되지 않은 술빵이만 조금 아쉬워할 뿐이었다.
애초에 자신의 체취를 남기는 정도의 영역표시를 하는 고양이들은 특별한 반발도 없었다.
“그럼 오줌 어따 싸여?”
“아, 그것도 가르쳐야 하네.”
술빵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들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까 남캣이 하던 것을 본 이후로 잊지 않았는지, 녀석들은 남캣이 그러한 것처럼 패드에 발바닥을 슥슥 문지르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털에 가득 묻은 흙먼지가 조금 집안에 떨어진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에어터널 같은 거 만들어서 먼지 털고 들어오게 할까…….’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녀석들의 배변훈련 해결이었다.
일곱 마리의 동물들을 이끌고 들어가니, 마침 영지를 욕실에 밀어넣은 누나가 보였다.
“누나. 영지는? 윗층?”
“응. 왜?”
“얘들도 배변훈련 시켜야지.”
누나는 내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걸 배변훈련이라고 볼 수 있을까……?”
“……훈련은 훈련이지.”
평범한 강아지나 고양이와 다르게, 인간처럼 변기에 싸고 물까지 내리는 것도 훈련은 훈련이었다.
훈련이 뭐 있어? 잘 따라하게 만들면 훈련이지.
“아, 누나. 그런 김에 영상좀 찍어줄래?”
“내가? 직접 안 찍고?”
“나도 출연하게.”
누나는 내 말에 의외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미 얼굴도 다 알려졌는데 뭐. 누나 카페에서 사진 찍어준 덕분에 아주 다 알려졌더라? 알려진 김에 그냥 나도 영상에 나오려고.”
“으응.”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누나는 내 휴대폰을 건네받아,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띠롱- 소리가 들려오자, 곧바로 훈련을 진행할 생각을 하며 남캣을 불렀다.
“남캣!”
내 외침에 어디선가 남캣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조금 전, 첫 만남부터 얻어맞은 기억이 있기 때문인지 일곱 마리의 동물들이 조금 긴장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아니, 마루 저 녀석은 지보다 작은 놈한테 겁 먹으면 어쩌자는 거야?’
마루한테 맞으면 한 방에 나가떨어질 것 같은 남캣이었지만, 순해빠진 탓인지 마루는 남캣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왜 부르냐.”
“자! 지금부터 숙련된 조교의 시범이 있겠다. 제군들은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보고, 잘 따라할 수 있도록!”
“니 뭐 잘못 쳐먹었나? 왜 이래?”
“숙련된 조교, 남캣. 화장실 이용을 시범 보인다 실시!”
내 외침에 남캣은 미친놈 본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고양이 표정이 어떻게 저렇게 다양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남캣은 이내 그런 표정을 싹 지우더니, 절도 있는 모습으로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츄르가 확실히 효과가 좋구만!’
물론, 그 이유는 내가 주머니에서 살짝 꺼내보인 츄르 덕분이었다.
길고양이 출신이라서 그런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몰라도 남캣은 먹을 것에 환장한 고양이였다. 먹을 것만 준다면 뭐든 시키는대로 다 할 정도로.
“본 조교가 지금부터 시범을 보이겠다. 딱 한 번만 보여줄테니, 잘 따라할 수 있도록!”
“…….”
“알겠나!”
“네, 네엑!”
“대답은 짧고 굵게!”
“네!”
대답을 강요하는 남캣의 행동에, 일곱 마리의 동물들은 다급히 대답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것인지, 남캣은 절도 있으면서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이것은 변기다. 인간들이 배변활동할 때 쓰는 도구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역시 이 도구를 쓸 것이다. 사용 방법은 내가 시범을 보일테니 잘 보도록하라!”
남캣은 잘 보라 외치고서 변기에 올라탔다.
1층 화장실은 동물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커버를 바꿔둔 상태였다. 동물들이 변기 안으로 빠지지 않도록 양 옆에 넓은 받침대를 만들어둔 것이었다. 그 옆에는 올라가기 쉬우라고 계단도 만들어두었다.
그렇게 만들어둔 받침대를 밟은 남캣은 곧바로 자세를 잡고 변기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동물이라 부끄러움이 없는 건가? 남들이 보는데도 잘 싸네.’
인간과는 확실히 마인드 부터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 남캣은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해결을 한 다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물을 내리는 것이지. 여기, 이쪽을 보면 줄이 내려온 것이 있다. 이걸 당기게 되면 물이 쏟아지며, 우리의 흔적을 지워준다.”
남캣은 내가 레버에 연결해둔 밧줄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고양이들은 쉽게 레버가 있는 곳으로 점프한다고 해도, 다른 동물들까지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설치해둔 물건이었다.
남캣은 그 밧줄을 가볍게 물어 잡아당겼다. 그러자 레버가 당겨지며, 쏴아아악- 소리와 함께 남캣이 싸지른 흔적이 사라졌다.
“변기에 대한 사용은 이것이 끝이다. 질문 있는 짐승 있나!”
남캣의 외침에 일곱 마리 동물 가운데 말을 하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한 마리씩 직접 실습한다!”
한 마리씩 실습하겠다 말한 남캣은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던 쌍둥이를 지목했다. 아, 이러니까 두 마리 같은데…… 샴 고양이 한 마리다.
“방금 본 조교가 선보인 방법대로 따라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쌍둥이는 힘차게 대답하고서는 남캣이 보인 방법을 고스란히 따라했다.
자세를 잡고 배변하고, 물까지 내리며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먼치킨 고양이로 다리가 짜리몽땅한 치킨이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주변에 ‘약간’ 흘려버린 것이었다.
“네놈은 오줌 하나 제대로 싸지 못하는 거냐!”
“아아악!”
“어쭈, 도망을 쳐?”
남캣은 자신의 시범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한 치킨이를 응징했다. 냥냥펀치를 순간적으로 다섯 번이나 갈긴 것이었다.
순식간에 얻어맞은 치킨이는 다급히 도망쳤으나, 짜리몽땅한 다리보다 길쭉한 다리가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도망친 괘씸죄라며 몇 대 더 얻어맞은 치킨이는 시무룩한 모습으로 물을 내렸다.
“이 모지리 같은 놈처럼 흘리는 놈이 없길 바란다!”
약간의 실수로 크게 혼난 치킨이 덕분인지, 그 뒤로 이어진 동물들의 행동은 약간의 실수조차 없었다.
“앞으로 배변 활동을 할 때는 이렇게 변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네!”
후드려 맞은 치킨의 희생 덕분에 동물들은 군기가 바싹 든 훈련병마냥 힘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고, 상황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누나 역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제 내놔라.”
그리고, 자신의 할 일이 끝났다고 여긴 남캣이 내게 다가와 츄르를 요구했다.
주기로 약속한 것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츄르의 끝 부분을 잘라내고 조금씩 남캣에게 츄르를 먹였다.
“으허어어어……. 맛 조타…….”
혀를 열심히 움직이며 츄르를 맛본 남캣은 조금 전 치킨을 후려팰 때와는 다르게 무척 행복해보였다.
그 모습에 다시 웃음을 터트린 나는 누나에게 촬영을 끝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고, 누나는 나와 남캣을 찍던 휴대폰을 내렸다.
“남캣이 훈련시킬 때도 엄청 신기했는데, 이번에는 더 신기한데? 이번에는 남캣이가 다른 아이들을 훈련시킨 거지?”
“그렇지. 이게 바로 숙련된 조교의 필요성이랄까.”
어느새 츄르 하나를 다 핥아먹고 가버린 남캣의 모습을 보며, 나는 누나에게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휴대폰에서 영상들을 뽑아내어 편집을 시작했고, 간단한 편집과 자막 정도만 삽입하고서 뮤튜브에 업로드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영상 역시 조회수가 폭발했다.